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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카산드라에게 평화로운 삶을
작가 : 인싸집순이
작품등록일 : 2018.12.1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능력을 받았지만 결국 비참하게 요절한 그녀, 카산드라. 하지만 이번 생에선 촉망받는 사제 베르니스 로 굵고 길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남들 앞길은 족집게마냥 족족 맞춰도 자신의 운명이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고대예언서를 찾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도둑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완벽한 사제를 연기하시느라 무척 고되시겠습니다. 베르니스 사제”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베르니스 사제 아니,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 공작가를 위해 일하라고 협박받는 그녀 “난 그냥 평온한 삶을 원할 뿐인데!”
평온한 삶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르니스 드니로의 좌충우돌 로맨스 판타지!

 
달빛 아래 약속
작성일 : 18-12-14 00:20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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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니스는 습관처럼 비 오는 날이면 이곳 릴리오페 국립묘지를 찾았다. 처음엔 자신의 스승 로렌소 부신관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이 카산드라의 환생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쯤일 것이다. 어느 날, 로렌소가 그녀를 데리고 야외수업을 가자며 릴리오페 국립묘지에 데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이름들이 적힌 묘 들을 지나쳐 가장 한적한 곳 이름 없는 묘에 멈춰 섰다.

 

 “베니, 나는 이제 루시아 신전에서 사적인 일로는 나오지 못 할 거야. 그럼 내 대신 이 묘를 찾아와 주겠니? 아주 가끔씩 이면 된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했다. 어린마음이긴 했지만 이름도 없이 버려져 있는건 슬픈 일이었다. 그녀가 가끔씩 고결한 예언자 카산드라로 추앙받으면 기분은 좋았다. 그 때의 죽음은 비극적이었지만 후대에 널리 추앙받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 반대의 일이 그녀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네, 스승님. 그럴게요”

 

 어린 소녀였던 베르니스가 소년을 봤던 건 로렌소 신부가 부탁했던 그 해였다. 어쩌다보니 비가 오는 날에 그곳을 가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소년이 그 묘지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자신보다 키가 컸지만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소년이 빗물을 눈물삼아 흘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소년의 곁에 서서 우산을 씌워주었다. 소년의 눈은 초점이 없이 멍해보였다. 소녀는 베르니스를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한참동안 그 묘를 바라보았다.

 

 베르니스도 까치발로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느라 다리가 저렸지만 그래도 자신이 비 맞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소년이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일까.

 

 그 이후로 그녀는 비 오는 날이면 꼭 이름 없는 묘에 들렀다. 혹시나 그 소년이 또 빗물을 핑계 삼아 눈물을 가리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어지간하다. 그 뒤로 그 앤 오지도 않았는데. 괜히 습관하나 잘 못 들여서’

 

 잠시 생각에 잠겨서 우산을 쓴 채 이름 없는 묘에 서 있었다. 어쩐지 빗발이 더 거세지는 듯하다. 그녀가 우산 밖으로 비를 확인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그 때였다.

 

 “사제, 여기서 뭐하는 거지?”

 

 익숙한 남자 목소리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서 홱 돌아보았다. 조슈아 시몬이었다. 그는 황궁에 다녀온 것인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비에 흠뻑 젖은 생쥐 꼴이었다.

 

 ‘세상에......’

 

 그녀는 대답이고 자시고 그에게 다가가서 우산을 씌었다.

 

 “주군, 제정신이세요? 이렇게 비 맞으시고 저한테 또 치유력 쓰라고 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툴툴댔는데 순간 그와 굉장히 가깝다는 걸 인식했다. 게다가 어쩐지 그의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굳은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또 그의 눈동자는 혼란에 차있다.

 

 “대답해. 여기에 왜 있지?”

 

 “공작님께 말씀드려야 할 연유가 있나요? 그리고 이 손부터 놓고 말씀하시죠 좀.”

 

 그녀가 그의 손을 강하게 치워버리자 그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항상 굳건해보였던 그가 어쩐지 약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당황했다.

 

 “주군, 무슨 일 있으십니까?”

 

 “...... 베르니스, 언제부터 이 묘에 온 거지?”

 

 “아, 혹시 주군께선 이 묘의 유족을 아십니까?”

 

 “그건 왜?”

 

 그러자 그녀는 민망한 듯 웃으며 답했다.

 

 “유족인 것 같은 소년을 한번 본적이 있는데 많이 슬퍼보였거든요. 그 이후론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딱 한 번 본 소년인데 어쩐지 비 오는 날이면 여기서 울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자 그가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그녀의 짙은 보랏빛 눈동자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를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어쩐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익숙한 이가 떠올랐다.

 

 ‘잠깐만...... 그 소년이......?’

 

 그녀의 옛 기억엔 고작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했다.

 그녀가 나이를 먹었으니 소년도 나이를 먹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그녀는 우습게도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에 놀람으로 가득차자 그는 씁쓸한 듯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에 고 개를 떨구어 기댔다.

 

 “...... 놓으려고 했는데 못 놓겠다”

 

 그녀는 그의 혼잣말이 잘 들리지도 않아서 ‘네?’ 했지만 그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가 그녀의 품에서 쓰려졌기 때문이었다.

 

 

 ***

 

 

 강하게 내리던 비는 어느 샌가 그쳤다.

 그녀는 그의 몸이 불덩이인 걸 알고는 식겁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 앞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의식이 오락가락한 자신의 주군을 공작가까지 어떻게 업고 갈 것인가. 그녀야말로 빗물을 핑계 삼아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직은 신의 보살핌이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공작가로 돌아갔던 마부가 닐로이 집사가 냉큼 주인을 다시 데려오라는 지시덕분이었다. 그녀가 낑낑대며 릴리오페 국립묘지 정문에 겨우 다다랐을 때 마부가 황급히 달려와 그와 그녀를 마차에 태웠다. 의식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조슈아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아서 마부가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공작가에 도착하여 조슈아를 본 닐로이 집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는 시종 몇몇을 불러 그를 부랴부랴 침실로 옮겼다. 문제는 침실로 옮겨지는 내내 조슈아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손 좀 놔주면 안 되겠니?’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한 그녀의 이마에 투둑 힘줄이 솟았지만 닐로이 집사가 걱정 어린 얼굴로 부탁했다.

 

 “베르니스 사제님, 좀 번거로우시겠지만 공작님 침실에 잠시만 머물러주십쇼. 아마 제대로 잠드시면 그 손도 놓으실겝니다.”

 

 그녀는 주인을 걱정하는 진심어린 노인의 표정에 약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독하지 못한 천성을 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와 함께 그의 침실에 들어오게 되었다. 닐로이 집사는 벽난로에 불을 떼어 침실에 온기가 돌게 했다. 그리고 그가 빨리 잠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침실 등을 어둡게 했다.

 그는 시종들을 시켜 그를 쇼파에 눕혔다. 그녀는 그의 곁에 앉았다. 손을 놔주지 않으니 행동반경이 제한 될 수밖에 없었다.

 

 “여벌옷과 닦으실 수건을 가져오겠습니다.”

 

 “네”

 

 닐로이 집사와 시종들이 목례를 하고 침실 문을 닫자 고요한 정적이 드리웠다. 아까의 거센 비는 거짓말처럼 창에는 달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달빛이 그를 비추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마치 그 혼자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대체 누구의 묘 길래 그렇게 아파한 걸까.’

 

 예나 지금이나 조슈아는 여전히 그 묘 앞에서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그 묘의 주인들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여태껏 남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만 들여다봤지 남의 과거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칼을 정돈해주었다.

 

 ‘여러모로 안쓰럽네......’

 

 조슈아는 어느 샌가 새근새근 잠이 든 듯했다. 고맙게도 벽난로의 온기가 금방 돈 덕분이었다. 그녀도 축축한 옷을 어서 빨리 갈아입고 싶었다. 잠결에 그의 손길이 느슨해지자 그녀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빼냈다. 그 뒤로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꿈에선 울지 마요”

 

 그녀가 그에게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그녀의 손을 잡는 그였다.

 

 “가지 마 베르니스......”

 

 그의 고요한 말에 그녀가 흠칫 놀랐다.

 

 “깨어있었어요?”

 

 “금방 깼어.”

 

 아 진짜 오늘 날밤 새겠네.

 그가 그녀의 손을 좀처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황후후보 임명서가 오늘 날아왔어. 알고 있나?”

 

 “아, 네......”

 

 그가 어쩐지 툴툴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전하자 그녀는 난감한 얼굴로 그의 눈길을 피했다. 베르니스 자신도 원하지 않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 셈이지?”

 

 맘 같아선 황제의 임명이고 뭐고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겨우 익숙해진 공작가에서 또 다시 황궁으로 가는 건 사절이었다. 하지만 황궁엔 더 많은 서적이 있을 것이었다. 그 시기가 늦든 빠르든 황궁은 가야했다.

 

 “황제의 명이니 어쩌겠습니까. 따라야겠죠”

 

 “황후로 임명 되도 그렇게 따를 셈인가?”

 

 갑자기 왜 이래?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주군,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않 - ”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하려고 했으나 그 말은 다 하지 못했다. 그가 그녀를 안았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널 맘에 들어 해....... 널 놓아야하는데.. 그게 맞는 건데 못 놓겠어.”

 

 그녀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놓아주십쇼 주군”

 

 “...... 싫어”

 

 그는 어쩐지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았다.

 

 “나한테 시간 내주면 놓아줄게”

 

 그가 장난스럽게 쿡쿡 웃으며 말했는데 그녀는 그의 온기가 전해주는 감정에 어질어질 했다. 우수에 차있던 소년은 어느 샌가 성인이 되어있었다. 그의 품에서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건국기념제, 그 날 하루를 온전히 줘”

 

 “주군, 전 사교계는......”

 

 “누가 연회 가쟀나?”

 

 그녀가 사교계의 아벨린 영애를 떠올리며 철벽을 치려하자 그가 답했다.

 

 “어서 대답해. 안 그럼 여기서 날밤 샐 수 도 있어, 베르니스”

 

 “...... 알겠습니다.”

 

 그녀가 마지못해 답하자 그의 손이 스르르 내려갔다. 그녀는 어느 샌가 그가 그녀를 직책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에서 적잖게 당황했다. 때 마침 닐로이 집사가 들어서자 그녀는 후닥닥 그의 방을 나왔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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