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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4. 대한영생회 (4)
작성일 : 18-12-13 22:10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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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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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검사가 끝난 5시. 우리는 곧 바로 강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메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빔밥. 콩나물과 시금치, 당근만 가득 보이고 계란 후라이나 고기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군대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실한 메뉴였지만, 이곳에서 정상적인 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과분한 기대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미친 것은 이미 나뿐만이 아닌 듯, 강당에 있는 모두가 불만 없이 밥을 먹었다.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는 검소하고 깨끗한 식단입니다. 든든히 드시고 저녁 교육을 들읍시다."

 

  김현소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퍼졌다. 들으면서도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들은 몰래 치킨이라도 시켜먹을 거면서 그딴 입에 발린 소리를. 실제로 김현소는 비빔밥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나는 고추장에 비벼진 밥과 나물덩어리를 먹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싸구려 밥을 먹고 있는데, 대한영생회의 신자를 하고 싶은건가? 신도가 무슨 소란을 피우지 않는지 호시탐탐 지켜보는 수철만 아니었도 당장 이 낡은 강당을 뛰쳐나가서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으러 가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사이비종교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공포인가? 하지만 주변에 공포에 물든 얼굴을 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저녁식사가 끝난 뒤 김현소의 말대로 교육 이어졌다. 이번에는 깨끗한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 과도한 육류섭취 금지. 과도한 사유재산 금지. 과도한 성행위 금지. 과도한 운동 금지.... 아무리 들어도 깨끗한 삶과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었다.

 

 "성(性)은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사탄의 장난입니다. 여러분 혼자서 자위를 하는 사람들은 끝나고 나서 저한테 이런 말을합니다. '할 땐 기분이 좋았는데, 하고 나서 허무한 감정이 들어요.' '제가 왜 그랬는지 후회가 돼요.' '죄책감이 들어요'. 왜 그런 걸까요? 바로 신이 그렇게 인간을 만드셨으니까. 저 동물을 보십쇼. 개나 돼지는 발정기 때 하루종일 섹스를 해도 그런 감정을 못느낍니다. 그래서 동물인거지. 오직 인간만이. 인간만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거지. 왜? 하나님이 우리 인간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 되라고 바라신거야. 그러니까 육욕에 빠져 살면 사탄 마귀의 길을 걷는거고."

 

  현소는 여전히 졸릴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그 내용은 아까와 달리 다소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논리라곤 1도 없어보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멘'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단순히 바람잡이들만 외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앞에 말한 것처럼 돈도, 고기도, 운동도 다 마찬가지야.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것들은 모두 사탄 마귀한테서 나온 거고, 짐승들의 것이니까. 우리는 이걸 이겨내야 천국에 갈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러니까 오늘부터 3박 4일간 짐승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의 곁에 설 수 있도록 영혼을 정화하는 일을 진행할 겁니다. 여기 오느라 돈 좀 냈는데, 그걸 아까워하지 마시고 4일 동안 귀중한 것들을 모두 익혀가십쇼. 그게 돈보다 더 중요한 거니까요."

 

  존대말인지 반말인지 알 수없는 현소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이어졌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거나 이 저녁 교육이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

 

 

 

  저녁 교육이 끝나고 곧바로 우리는 인솔자를 따라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를 개미굴 같은 침대에 눕힌 뒤, 인솔자들은 내일 일찍 일어나야한다면서 세속에서 했던 일들을 반성하며 잠에 들라는 말을 남겼다. 그 시간이 바로 저녁 8시. 잠을 자기에는 너무도 이른 시간이었다. 이럴거면 샤워라도 시켜주지. 그렇지만 그 김현소한테 쓸데없는 교육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준월 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내 건너편에 누워있는 이삭도 잠이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나한테 아주 작게 말했다. 개미 목소리만한 크기였다. 나는 못들은 척 눈을 감고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 좁은 방에서는 나한테까지 소리가 전달되는 데엔 문제 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잠깐 텀을 두다가 입을 열었다.

 

 "서울이요."

 

 "아, 서울. 안 가본 지 꽤 됐는데. 저는 일본에서 왔어요."

 

  일본이라는 말에 나는 이삭을 다시 쳐다봤다. 그의 말은 한국인 네이티브 그 자체였다.

 

 "아. 어머니가 한국분이라서 집에서는 한국어로 많이 대화했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대한영생회의 신도이신데, 이번에 스무살이 됐으니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배워보라고 해서 참석하게 된 거예요."

 

  말을 마친 이삭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으니 이 젊은 청년이 정말 스무살 핏덩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저는 그런데 솔직히 오늘 좀 놀란 일이 많았어요. 집에서 부모님한테 들은 거랑 좀 다른 일들이 있어서.... 근데 준월 씨는 되게 차분하던데, 캠프 여러 번 오셨나봐요?"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침대 밑을 쳐다봤다. 우리의 밑에 있는 4인은 모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음. 의외네. 나는 고개를 다시 돌려 이삭을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이에요. 근데 평소에 대한영생회에 관심이 많아서 별로 놀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좋던데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이삭은 내 말에 놀라는 한편, 약간의 볼멘소리를 한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귀를 붉히며 '저도 나쁘진 않았어요....'라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렴. 어쨌거나 이 대화를 끝으로 이삭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

 

 

 

  그 뒤로 두시간정도 지났을까. 우리 방에는 이제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제법 많이 들렸다. 슬슬 때가 됐나. 나는 살금살금 침대를 내려갔다. 낡은 침대인 탓에 끼릭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지만, 다행히 눈을 뜨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무사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앞까지 기어갔다.

 

  문을 살짝 열자 복도의 빛이 어두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살살 문을 열며 복도의 상황을 살폈다. 넓은 복도에는 감시하는 이가 한 명밖에 없었다. 예상외로 쉽겠는데? 사람이 많으면 화장실 가는 척하고 따돌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복도를 살피던 나는 멀리 서 있는 감시자가 뒤를 본 순간 재빨리 나와서 반대편 복도로 발소리를 죽이고 최대한 빨리 이동했다. 복도 끝에 가서도 나를 부르는 소리가 없는 걸 보면, 내가 도망가는 걸 걸리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얼른 복도 너머로 뛰어갔다.

 

  너머에 있는 복도에는 숙소가 없었는지 감시자도 없었다. 여기다. 나는 텅 빈 복도의 창문을 열었다. 큰 문틈은 아니었지만 내 몸을 통과하는 데엔 지장이 없어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양옆을 살피고 몸을 창문 틈으로 집어던졌다.

 

  창문을 넘고 약 1.5층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전에 배웠던 낙법동작을 펼치니 등에 약간 충격이 왔지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건물 밖을 무사히 나온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를 살폈다. 주머니에 있는 작은 폴더폰과 핸드폰 옆에 숨겨놨던 이어폰과 도청장치는 상처 없이 모두 멀쩡했다. 됐다. 이제 간부들이 지내는 곳을 찾아서 이 도청기를 설치하면 된다. 나는 최대한 몸을 숨기고 나무를 이용해 건물을 탐색했다.

 

  건물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1층은 강당과 남자 숙소, 2층은 여자 숙소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방들이 몇 개 있었다. 마지막 3층은 1,2층에 비해 그 크기가 작았고 창문도 불투명했다. 나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간부들이 쓰는 방은 아마도 2층과 3층에 있을 것이다.

 

  결론에 도달한 나는 지체없이 창가에 가장 가까운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2층에는 두 명의 여자 감시자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창문을 바깥에서 열다가, 감시자가 1명이 된 순간 창문을 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쿵!

 

  이번에는 소리를 조절할 수 없었기에, 내 몸의 무게가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큰일났다! 그 순간 내 눈에 화장실이 들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화장실에 몸을 던졌다. 하필이면 여자화장실에 말이다.

 

 "거기 누구야?"

 

  저벅. 저벅. 저벅. 여자의 발소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이왕 들어갈거면 남자화장실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러면 함부로 확인도 못할 테고, 설령 들키더라도 화장실 땜에 올라왔었다고 둘러되면 되는데. 나도 들어온 곳이 여자화장실이라니.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수철의 목소리였다.

 

 "이 앞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서...."

 

  수철의 질문에 대답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명백히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아무래도 수철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낸 소리야."

 

  수철이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수철이가 목소리를 깐 것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나 감시자 여자에게는 전혀 웃기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여자는 말을 마친 뒤, 다시 어디론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때다. 나는 화장실 문을 소리를 죽이고 열었다. 나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수철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침을 삼켰다. 이제 미행만 제대로 하면 간부의 방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미행은 내 전문분야 중에서도 전문분야였다. 자, 이제 시작이다.

 

 

 

 

 
작가의 말
 

 이제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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