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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작가 : 율혜
작품등록일 : 2018.11.5

[펜팔 친구/초반 편지 형식/귀여운 주인공/언어 배우려고 펜팔 시작한 주인공/사서 주인공/다정한 남주/차분하고 침착한 남주/피아니스트 남주/서로 존댓말 쓰는 주인공들/일상물]

[(저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해요. 햇빛이 맑은 날 강가를 거니는 것도 좋아하고,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의자에 파묻혀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요. 곁에 캐모마일 차가 담긴 찻잔을 올려둔 테이블이 있다면 더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안젤라 그린스타이들의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스테판도 알고 있죠? 아인슈페너의 유명한 가수 말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꼭 모든 고민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라 몹시 행복해지곤 해요.
스테판,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안녕하세요, 안나.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들을 좋아하시는군요. 당신이 말한 모든 것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죠.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저 또한 그 케이크를 좋아합니다. 케이크로 유명한 가게 중 리스트레토에 있는 가게로는, '판도로'와 ‘파네토네’를 꼽을 수 있겠군요. 그 두 가게는 가끔 리스트레토를 방문할 때마다 찾아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당신도 그곳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서로 알기도 전부터 우연히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요.)]

조아라 닉네임 '김연정'으로 동시 연재 중입니다!

예쁜 표지는 하레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슈톨렌stollen
작성일 : 18-12-13 18:08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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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요.”

 

 안나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땅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가, 미간을 좁히며 다시금 시선을 들어올렸다. 얼굴 위로 숨길 수 없는 당황이 묻어나왔다.

 

 “그러니까 당신이…… 제게 스테판이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보냈고…….”

 

 안나의 시선이 제게 닿자, 프란츠는 잠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실은 프란츠가 스테판이었다고요?”

 “예.”

 “말도 안 돼…….”

 

 안나가 망연히 중얼거렸다.

 

 그간 자신이 그에게 보냈던 편지들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그럼 스테판은 안젤라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프란츠 그린스타이들도 몇 번 봤겠네요! 안젤라도 좋아하지만, 프란츠도 굉장히 좋아해요.’

 '아아아 스테판!!!!!!! 저 프란츠 그린스타이들 만났어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배려심 넘치지?'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안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사자에게 이런 열렬한 고백이라니! 물론 몰랐다고는 하지만! 새하얗게 질렸던 안나의 얼굴이 빨갛게 잘 익은 딸기처럼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에 손이 떨릴 정도였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안나가 신음을 흘렸다.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말은 잘 녹은 버터처럼 그녀의 손 너머에서부터 잔뜩 뭉개져 흘러나왔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괜히 그를 탓하고 싶었다. 과한 창피함 탓이야. 그녀는 울 듯 한 얼굴로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안타까이 바라보던 프란츠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우선은 앉는 게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달려왔을 것이다. 전날에 올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했는데. 명백한 그의 불찰이었다. 많이 피곤할 것이다. 다리도 아플 것이고. 할 얘기가 많겠지만 우선은 앉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원망은 그 다음이다.

 

 그는 만약 안나가 운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우는 사람을 달래주는 재능이 없어 큰일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정한 말에는 영 재능이 없다. 안나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배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툴다.

 

 안나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감싸 쥐고 소파로 이끈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앉혔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안나는 손을 내리고 반대편에 앉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 끝은 축 처지고, 눈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토로할 듯 애타는 말들을 한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은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입술을 말아 문 안나는 가만히 시선을 내리 깔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흰 찻잔에 담긴 홍차에서 달큼한 향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라즈베리 홍차인가요?”

 

 그녀가 그를 향해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프란츠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시는 것 같기에.”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억을 더듬던 안나는, 이윽고 제가 그에게 쓴 편지 중 그런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 분명히 그런 내용이 있기는 했다. 스치듯 지나가서 그렇지. 게다가 무척 오래되지 않았던가?

 

 “기억하고 계셨어요?”

 “당신과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은 거의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란츠가 설핏 웃었다. 아직까지 그의 눈은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던 안나도 그의 웃음은 똑똑히 보았다.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언저리가 간지러워져서, 그녀는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손을 깍지 끼고 손톱을 매만지던 그녀가 숨을 훅 들이키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는…… 솔직히 많이 당황했어요.”

 

 안나는 서툴지만 천천히 말을 이어가려 애썼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전부 쏟아내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 우선 순서를 정하고 말을 골라내고자 했다. 찻잔을 쥐고 온기를 느끼려 애쓰던 그녀는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물론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미리 언급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치졸한 걸까.”

 

 프란츠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겼다. 고작 이름 하나만 숨긴 게 아니라, ‘프란츠 그린스타이들’이라는 사람을 숨겼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일상을 말해주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해주었으나 그것을 행한 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기만이라 화를 내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기실, 그녀의 화를 받아낼 준비를 하고 왔다.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프란츠는 한 단어 한 단어 힘주어 말하려 애썼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라는 것도 전해주고 싶었다.

 

 진심을 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힘주어 말하는 것으로 제 진심을 전하고자 했다. 안나는 그런 그를 향해 보스스 웃어주었다.

 

 “고마워요.”

 

 어쩐지 목이 메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다가,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기울이자 적당히 따뜻하게 식은 차가 목 뒤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 대기실은 그럼에도 어둡고 묵직한 무언가가 그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눈을 열없이 깜박이던 안나가 힘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사형선고처럼 그의 머리 위로 무겁게 쏟아져 내렸다.

 

 “제가 창피함을 이겨낼 시간도 필요하고요.”

 

 입매를 일그러트리며 웃어 보인 안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따라 나오지 않으셔도 되어요. 오늘은 이만 숙소에 가서 쉴게요. 내일 어디서 만나는지만 말씀해주세요.”

 

 그녀를 따라 일어난 프란츠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눈매를 일그러트리곤 한숨처럼 말했다.

 

 “숙소는 정하셨습니까?”

 “아뇨. 이제 잡아봐야죠.”

 “마차를 준비해두었습니다.”

 “…….”

 “숙소도…… 미리 준비해두었고요.”

 

 이 정도 호의만으로는 충분치 않지만, 그래도 받아 달라 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기차표부터 시작해서 숙소까지, 그들의 돈으로 해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프란츠가 말을 이어갔다.

 

 “함께 여행가는 이들의 숙소와 기차표의 값은 저희 쪽에서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안나의 방도 미리 잡아두었고요.”

 

 그쯤 되니 사양하는 것도 애매해졌다.

 

 안나는 미간을 좁히다가, 그냥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는 제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보였고, 이 이상 입씨름 하는 것도 피곤하니, 이즈음에서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꼬불꼬불한 복도를 걸어 나와 준비되어 있던 마차에 타면서도 기분이 영 이상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리 빠르게 스쳐 지나간 것 같지 않은데, 생각이 복잡한 탓일까 숙소에 도착하기까지의 거리는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짐을 챙겨 마차에서 내리면서도 안나는 약간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차의 내부가 굉장히 좋았다는 점은 그녀의 마음에 짐을 하나 지워주었고, 숙소의 외관은 그 위로 짐을 하나 더 지워주었다.

 

 한숨을 내쉬며 황망히 숙소를 바라보던 그녀가 발을 막 떼려는 순간, 누군가가 반가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안나!”

 “알렌?”

 

 그녀가 슈톨렌으로 떠나기 몇 주 전, 일을 구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던 알렌이 그녀의 눈앞에 서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일이죠! 그러는 안나는요?”

 “저는 친구랑 여행을 가기로 해서…….”

 

 말끝을 흐린 안나가 얼굴 가득 반갑다는 기색을 띠우고 생그레 웃었다. 제지하려는 안나에게서 자연스레 그녀의 짐을 받아든 알렌이 경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숙소에서 묵는 건가요?”

 “네, 아마 오늘 하루만 머물 것 같아요.”

 “저도 이 숙소에서 묵고 있어요. 내일이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요!”

 

 타지에서 아는 사람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사람과 같은 숙소에서 머물 확률은?

 

 겹치고 겹치는 우연들이 유난히 반가웠다. 많이 지친 탓인지도 모른다. 복도를 지나 그녀가 머물 객실까지 짐을 옮겨준 알렌이 늦었지만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크고 단단한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를 뿌리기 전의 먹구름처럼 무겁던 기분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308호네요. 저는 402호에서 묵고 있으니까, 나중에 심심하면 놀러 와요.”

 “네, 그럴게요. 짐 들어줘서 고마워요.”

 

 미진한 웃음을 입가에 걸친 안나가 머뭇거리다 말을 덧붙였다.

 

 “푹 쉬고요.”

 “그럴게요. 안나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푹 쉬어요.”

 

 다정히 답한 알렌이 가만가만 문을 닫았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완전한 고요 속에 잠긴 안나는 곧장 침대를 향해 척척 걸어갔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들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무겁게 내려오는 눈꺼풀을 깜박이던 안나는 이내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저녁 무렵 누군가 그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이.

 

 꿈조차 꾸지 않을 만큼 깊은 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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