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벌써 여름이라니. 당신과 제가 만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네요.
시간이 빠르다, 빠르다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빠르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당신과 함께 했던 지난 1년은 너무 즐거워서 그런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늘 감사해요, 스테판.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레몬라임 에이드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오렌지 에이드'도 읽어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레몬라임 에이드의 조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인데, 이 책도 재밌게 읽었어요.
레몬라임 에이드보다는 조금 더 늦게 나왔는데, 작년 이맘때쯤 출간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레몬라임 에이드는 재작년 이맘때에 출간 되었고, 오렌지 에이드는 작년 이맘때에 출간 되어서 올해도 새로운 책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말이 도는 모양이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여기서 에이드 시리즈를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제 이야기도 매듭지어졌고, 등장인물들의 서사도 얼추 마무리 지어졌으니까요.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 억지로 이어나가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여기서 끝냈으면 해요.
다른 에이드 시리즈가 나온다면 누구를 등장인물 삼을 지도 모르겠고요.
'얼추 마무리 지어졌다'는 표현도 그들의 이야기가 흐지부지 마무리 되었다는 게 아니라, 제각각의 해피엔딩에 대한 기준이 다른 만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 생각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결말에 굉장히 만족했어요.
분명 당신께서도 좋아하실 거라 믿어요.)]
[(안녕하세요, 안나.
오렌지 에이드와 레몬라임 에이드가 연작이었군요. 둘 다 제목이 에이드가 들어가고, 동일한 작가가 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연작이라는 생각은 못해본 것 같습니다.
사실, 오렌지 에이드는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막 출간 되었을 때요. 잔잔하지만 제법 흥미로운 사건도 이따금 등장하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매력 있어 꽤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오렌지 에이드 먼저 읽었음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나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은 없었으니, 연작이라고는 하나 둘 사이의 연관성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얼마 전 레몬라임 에이드도 다 읽었으니, 당신께 편지를 보내고 난 뒤에는 오렌지 에이드를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앗, 오렌지 에이드 먼저 읽으셨군요!
하기는, 둘 사이에 큰 연관성이 있지는 않으니까 뭘 먼저 읽어도 상관없기는 해요.
으음, 이제 이주 뒤까지만 일한 후 반년 동안 쉬게 되겠네요.
늘 정해진 일을 수행하며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다가, 온전히 제 시간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제 선택으로만 가득 찬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겁이 나는 것도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과한 자유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인가봐요.
쉬는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해봤는데, 우선은 여행을 갈까, 싶어요. 오랜만에 로크포르도 가고, 아인슈페너도 가보고요. 로크포르, 그것도 팽 페르뒤가 있는 지역과 리스트레토의 지방 몇 군데를 제외하면 어디도 가본 적이 없어서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떨리는 것 같아요.
만약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당신께 틈틈이 편지 할게요.)]
[(안나.
여행도 좋지요. 기분 전환도 되고요. 확실히 여행을 다녀온 뒤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 저도 복잡한 문제를 당면할 때면 이따금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라면 아마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최선을 다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게 되는지 정해진다면, 그리고 만약 그 곳이 제가 아는 곳이라면 숙소나 식당에 관한 제 경험도 이야기 해드릴테니, 편지 해주십시오.)]
[(안녕하세요, 스테판.
오늘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어요. 반년 후에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올해로서는 마지막이었죠.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저는 우선 카술레 쪽으로 갔다가, 팽 페르뒤가 있는 생토노레로 가려고 해요. 그리고 아인슈페너 쪽도 돌아볼까 싶은 생각은 있는데 잘 모르겠네요. 우선 카술레와 생토노레에 가는 것은 확실하게 정해졌어요.
카술레의 유명한 호수나, 디저트 거리 같은 곳들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늘 시간에 쫓겨 못 갔던 기억이 아프게 남았거든요. 이번 기회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러 보려고 해요.
카술레는 팽 페르뒤 재학 시절에 기차를 갈아타기 전 하루 정도 머물던 곳이어서, 숙소는 그 당시에 지내던 곳으로 잡으려고요.
아마 이달 말 즈음 출발할 것 같아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스테판. 만약 생토노레에서 다른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그 때 다시 편지를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안나.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스테판을 통해서 당신의 소식을 이따금 들어왔기 때문에, 당신을 친근하게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요. 이렇게 편지를 보내려고 하니 조금 민망한 마음도 드네요.
저는 안젤라 그린스타이들입니다.
당신께 그간 받아왔던 생강차나 쿠키 같은 것들에 대한 보답을 할 길이 없나 찾던 중 우연히 당신이 여행을 가려 한다는 소식을 스테판에게 들었고, 고민 끝에 편지를 드리게 되었어요.
안나, 만약 당신만 괜찮다면, 동행하지 않을래요?
사실 해마다 가을이면 한 달 정도 시간을 잡고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마침 당신의 일정과도 얼추 시기가 맞는 것 같아서요. 예정했던 일정 보다 조금 앞당겨 여행을 떠나면 될 것 같고요.
물론 불편하시다면 언제든 거절하셔도 좋아요.
당신께 기차표와 제 공연의 입장표를 함께 보내드릴게요. 입장표 뒷면에는 제 서명이 적혀져 있고, 공연을 보신 후 관계자 중 아무나에게 표를 보여주면 그가 당신을 제게 데려다줄 거예요.
답은 따로 보내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날 당신께서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그게 답이 될 테니까요.
그럼, 당신을 뵙길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안젤라 그린스타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