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의 선택은 당신께 최선의 길이 되어줄 겁니다. 당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군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을 아는 이들은 당신을 지지해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인슈페너에는 꽃이 유명한 길이 없지만, 제가 지내는 곳의 정원에 핀 꽃이 몹시 아름답기에 어제 잠깐 시간을 내어 걷다 왔습니다. 정원을 거니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잠깐 헤맬 뻔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산책을 마칠 수 있었죠.

　이렇게 여유롭게 정원을 거닌 것은 몹시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늘 고민이 있거나, 쉬이 풀리지 않는 일들을 해결하려 정원에 걸음 했기 때문에, 오로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원을 거니는 것은 처음이었죠. 하지만 종종 시간 내어 걷고 싶을 만큼 퍽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당신과 함께 이 정원을 걸어보고 싶군요.

　시간이 제법 빠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했는데, 지금은 그저 따스한 나날만이 반복될 정도로요. 하지만 갑작스레 날이 풀리면서 감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부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요즘 작곡에도 조금씩 손을 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조금씩 악보를 채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언젠가는 악보를 완성하여 완성된 곡을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매끄러운 곡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죠.

　요즘도 책을 읽고 계십니까? 읽고 계신다면, 제게 어떤 책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안녕하세요, 스테판!

　확실히 갑자기 날이 풀리면서 감기 환자들이 늘어나기는 했죠. 저희 도서관에도 감기에 걸린 사람이 나왔어요.

　저는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 4월이 된 후에도 가디건을 걸치고 다녀서, 그 덕인지는 몰라도 아직 걸리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직'이니까, 가능성이란 가능성은 죄다 차단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당신께서도 따뜻하게 입으시고, 너무 춥지 않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 '거울아, 거울아'를 읽고 있어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서술되어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저도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더 몰입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유명한 동화 속의 마녀를 주인공 삼은 책이에요. 어렸을 때는 마냥 악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글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악인일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그 누구보다 착한 사람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범죄자를 악인으로 칭하는 것도 꺼려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사람도 범죄자이니 악인이라고 칭하자! 라고 하기에는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잖아요. 물론 누가 봐도 극악한 범죄자는 제외하고요.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처럼, 굶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친 사람은 악인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언젠가, 제가 더 나이 들고 현명한 사람이 된다면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작곡이라니! 너무 멋있어요! 그러고 보니 음악을 배웠다고 하셨죠. 당신께서 배웠던 악기로, 당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한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연주하신다면 저도 꼭 보여주시기!)]

　[(물론 당신께 보여드릴 겁니다.

　관중이 당신 한 명 뿐이라고 하더라도.

　다만…… 아직까지는 작곡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언제쯤 당신께 선보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더 매끄럽고, 더 찬란한 곡을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거울아, 거울아’는 처음 듣는 제목이네요.

　유명한 동화 속 마녀가 누군지 알 것 같은데, 그녀를 모티브 삼았다니. 굉장히 참신한 작품인 것 같군요. 언젠가 책을 구하게 된다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나.

　잣대를 들이밀어 악인을 규정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그것에 대해 너무 고민하고, 또 당장 규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당신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없을 악인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가 어떠한 면모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사람의 모든 면모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가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고민하고, 딱 그만큼의 호의만을 가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요즘 엘리자베스 런처의 ‘버터쿠키 호수’를 읽고 있습니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군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글입니다. 그냥 소재를 써먹기 위해 쓴 글 같은데, 글쎄요, 뒷부분에서는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질 지도 모르고요.

　초반부가 지루해서 잘 몰입이 되지 않는 글입니다만, 초반부의 장벽만 넘어선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께 굳이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군요.

　대신 작가의 다른 작품인 ‘카카오나무 아래서’는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어린 동생이 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가는 책인데, 이 역시 내내 단조롭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 숨겨졌던 것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인상 깊게 남은 책입니다.

　버터쿠키 호수를 끝까지 읽어본 후 이 역시 그런 작품이라고 판단되면 그 때는 당신께 오늘 했던 말을 번복하고 작품을 추천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조금만 더 읽어보지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작곡도, 책도요.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버터쿠키 호수 먼저 읽고 있어요. 당신께서 추천해주신 카카오나무 아래서보다 버터쿠키 호수의 내용이 더 궁금했거든요. 기껏 추천해주셨는데, 읽지 못해서 죄송해요. 우선 버터쿠키 호수 먼저 읽어보고, 이다음에는 카카오나무 아래서를 읽어보려고 해요.

　당신께서는 버터쿠키 호수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을 내리지 않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이에요. 저는 이 책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음, 요즘 자꾸 머리를 복잡하게 써야 하는 책만 읽어서 그런 걸까요? 오히려 이렇게 가볍게 진행되는 책을 읽으니 괜히 산뜻해지는 것 같았어요. 다음에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카카오나무 아래서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비슷한 책인데 혹시 ‘레몬라임 에이드’ 읽어보셨나요?

　적당한 추리와 적당한 로맨스, 적당한 사색이 담긴 책인데, 당신이라면 읽어보셨을 것 같지만요. 그래도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되어 있어서, 당신께 꼭 추천 드리고 싶었어요. 혹시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드릴게요. 꼭 날이 좋은 날, 정원 한 켠, 서늘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에요.

　여유롭고, 따사롭고, 행복한.

　언제나 당신께서도 그런 하루를 보내시길 바랄게요.)]

　[(버터쿠키 호수를 다 읽었습니다.

　이전에 했던 말은 취소하죠.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미 읽어보셨다니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계시겠지만.

　그리고 작곡은, 너무 과한 기대는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부족한 실력이라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되는군요.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잊고 계셨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당신께 들려드릴 날이 올 테니까요.

　레몬라임 에이드는 아직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지만, 하루 이틀 미루다보니 지금에 이르렀군요. 당신께 이 편지를 부치고 난 뒤 반드시 읽어보겠습니다.

　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곧 여름이군요.

　언제나 당신께서 따뜻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