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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작가 : 율혜
작품등록일 : 2018.11.5

[펜팔 친구/초반 편지 형식/귀여운 주인공/언어 배우려고 펜팔 시작한 주인공/사서 주인공/다정한 남주/차분하고 침착한 남주/피아니스트 남주/서로 존댓말 쓰는 주인공들/일상물]

[(저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해요. 햇빛이 맑은 날 강가를 거니는 것도 좋아하고,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의자에 파묻혀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요. 곁에 캐모마일 차가 담긴 찻잔을 올려둔 테이블이 있다면 더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안젤라 그린스타이들의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스테판도 알고 있죠? 아인슈페너의 유명한 가수 말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꼭 모든 고민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라 몹시 행복해지곤 해요.
스테판,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안녕하세요, 안나.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들을 좋아하시는군요. 당신이 말한 모든 것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죠.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저 또한 그 케이크를 좋아합니다. 케이크로 유명한 가게 중 리스트레토에 있는 가게로는, '판도로'와 ‘파네토네’를 꼽을 수 있겠군요. 그 두 가게는 가끔 리스트레토를 방문할 때마다 찾아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당신도 그곳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서로 알기도 전부터 우연히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요.)]

조아라 닉네임 '김연정'으로 동시 연재 중입니다!

예쁜 표지는 하레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Dear.
작성일 : 18-12-13 18:04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8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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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저 또한 언제나 당신과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이따금 느끼곤 합니다. 당신은 분명 상냥한 사람이니까요. 당신과 제가 서로에게 있어 행운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안젤라의 일은 일부러 신문에 싣지 않았습니다. 범인의 재판이 끝난 후에 기사를 내려 했고, 사흘 전에야 재판이 끝나서요. 당신에게 보낼 이 편지를 쓰기 이틀 전 즈음부터 기사가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제 리스트레토에도 소식이 전해졌겠군요.

 

 안나. 당신께서 신문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 자는 5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많이 답답하지만 그 자가 안젤라에게 해가 되는 그 어떠한 짓도 저지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의 판결이 내려졌죠. 협박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입니다만, 벌써부터 너무 적은 형량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너무 과한 처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요.

 

 안젤라는 겉보기에는 퍽 괜찮아 보이지만, 실은 많이 겁먹은 상태입니다. 그가…… 편지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함께 넣어 보냈거든요.

 

 그는 다만 자신이 안젤라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었다는 말만을 남겼습니다.

 

 안젤라는 영원히 이 일을 잊지 못할 테니, 그의 시도는 성공한 셈이겠지요. 저는 영원히 그를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편지의 내용이 너무 우울해진 것 같군요.

 

 연애 말입니다만, 안나. 저 또한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달리 조언을 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연애라고 불리는 일련의 과정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어서요.

 

 하지만 연애 경험 없이도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 당신의 말마따나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당신의 허물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만은 분명하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들이 당신의 뜻대로 흘러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선택이 최선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요.)]

 

 [(스테판.

 

 신문을 읽었어요. 안젤라의 일이 1면 가득히 쓰여져 있더군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그 이기심을 어떻게 사랑으로 포장할 생각을 다 했을까요? 뻔뻔함에 손이 떨리더라고요.

 

 더군다나 손가락이라니.

 

 저였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거예요. 주저앉아서 언제까지고 두려워했겠죠. 안젤라는 부디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떨쳐냈으면 하네요.

 

 A씨의 동생 분은 오는 10월 28일에 결혼 하신대요. 수확제가 끝난 이후에요. 애인 분과 굉장히 오랫동안 사귀셨다는데, 그간 가족들에게 애인이 있다는 말을 안 하셨다는 것 같더라고요. A씨가 배신감에 펄펄 날뛰셨어요. 결국 허락은 해주셨지만요.

 

 동생 분께서 직접 도서관에 오셔서 저와 루소 씨에게 청첩장을 건네주셨는데, 활짝 웃는 얼굴이 아직까지 잘 안 잊히네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그렇게 행복한 일인 걸까요?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저도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할까요?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도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스테판 당신도요. 당신은 분명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앗! 맞아! 당신께서 추천해주신 작가의 책을 읽어봤어요.

 

 표지가 굉장히 익숙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던 책 중 하나더라고요.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당신께 추천 받은 책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눈에 밟혀서 조금씩 읽다가 금세 한 권을 다 읽어버렸어요.

 

 사실 로맨스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력이 좋은 건지 술술 읽히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추천 감사해요!

 

 벌써 10월 초네요. 얼마 전에 연주회를 봤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아직도 이따금 그 날 들었던 안젤라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은데, 어느덧 한 달 하고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니.

 

 아인슈페너도 곧 수확제 기간이겠네요. 부디 축제를 마음껏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안나. 매해 축제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당신 덕에 올해는 즐거운 기분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군요. 당신도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분명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언제나 당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주고, 당신께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을요.

 

 에밀리 데세르의 작품을 읽어보셨군요. 그녀의 작품은 어딘가 독특한 데가 있죠. 당신의 취향에 맞았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요즘 앙리 프로마쥬의 ‘나이프와 포크 사이’를 읽고 있습니다. 이전 작품이었던 ‘향기의 칼날’은 예전에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다시 읽어볼 예정이고요. 나이프와 포크 사이는 조금…… 잔혹하더군요. 스릴러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북한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에밀리 데세르의 작품에 취향에 맞으셨다면, 캐서린 쉴런의 작품 또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리죠. 로맨스 비중이 많지 않아 당신이 읽으심에 있어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인슈페너에서만 조금 이름이 있는 작가라, 리스트레토 어로 번역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군요.

 

 한 번 찾아보시고, 만약 없다면 제게 편지 보내실 때 언급해주십시오. 마침 당신과 제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것도 당신이 아인슈페너 어를 배우기 위함이었으니, 제가 번역을 도와드리는 쪽으로 당신께 아인슈페너 어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헉, 말만이라도 감사해요, 스테판!

 

 달리 누군가에게 배우면서 직접 교정 받을 기회가 잘 없어서 고민 중이었는데, 혹시 당신만 괜찮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실 독학하고 있다 보니 이게 잘못된 건지 아닌 건지도 잘 모르겠어서요……. 주변에 아인슈페너 어를 아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저희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계기는 제가 아인슈페너를 배우기 위함이었네요. 새삼 당신께 처음 보냈던 편지가 생각나버렸어요. 으악! 엄청 엉망이었겠죠? 당신도 엉망이라는 식의 편지를 보내주셨으니까요.

 

 요즘 도서관에 있는 아인슈페너 어 사전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그래도 당신께 처음 편지를 보냈을 때보다는 실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렴풋이 생각나는 제 옛날 편지가 더욱 부끄러워지네요……. 사실 지금도 딱히 아인슈페너 어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요.

 

 이제 이건 잊기로 해요!

 

 나이프와 포크 사이는 저도 예전에 읽어본 작품이에요. 그 작품으로 인해 제가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게 되기도 했고요. 조금 잔인하기는 하지만요. 청소년이 읽기에는 조금 부적합한 내용이었죠? 팽 페르뒤 졸업 직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서 ‘이런 책이 여기에 있어도 되나……?’했던 기억이 나요.

 

 캐서린 쉴런도 이름을 자주 들어본 작가라 조만간 읽어보려고 해요. 우선 지금 읽고 있는 ‘손가락이 얽히면’부터 다 읽은 후에요. 스테판, 당신도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얼마 전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작품인데, 작가가 신인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도 굉장히 유명한 상을 두어 개 탄 걸 보니 괜찮은 작품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에요. 실제로도 꽤 괜찮은 평을 내리고 있고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나른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당신도 좋아할 것 같네요.

 

 아인슈페너와 리스트레토의 수확제 기간이 같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리스트레토는 그제부터 오늘까지 축제 기간이었어요. 방금 막 불꽃놀이를 보고 오는 길이고요. 작년에 비해 불꽃의 크기가 더 커지고, 색도 다양해졌더라고요.

 

 불꽃놀이는 볼 때마다 늘 감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불꽃 하나를 쏘아 올리기 위해서 마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지라, 다음날까지 마법사들이 앓아눕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조금 떨떠름해졌지만요.

 

 그래도 굉장히 아름답고 기억에도 오래 남으니까, 마법사들도 뿌듯해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요즘 루소 씨는 하얀 달 조합원 분들과 함께 간편하게 쏘아 올릴 수 있는 불꽃놀이 장난감을 만들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만, 성공하면 굉장히 멋있을 것 같아요. 다들 축제날이 아니더라도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는 거니까요.

 

 물론 마력석이 담아낼 수 있는 마력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축제날 보는 것처럼 커다란 불꽃을 만드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고, 크기가 많이 작아질 것 같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에요! 그런 발상을 하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신걸요.

 

 언젠가 당신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해보고 싶어요. 리스트레토의 길거리 음식은 꽤 괜찮거든요. 달콤하고 짭짤하게 양념이 된 닭꼬치를 하나씩 들고 구경하는 불꽃놀이도 꽤 재밌어요. 다음에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게 된다면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

 

 그런데 아인슈페너에도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이 많은가요? 가게는 많은데, 그런 노점들은 많이 없다고 들은 것 같아서요.)]

 

 [(‘손가락이 얽히면’이라면 읽어본 기억이 나는군요. 작년 이맘때 즈음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꽤 신선한 작품이었죠. 요즈음은 자극적인 전개가 인기인 추세니까요. 당신의 평대로 따뜻하고 나른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더 즐겁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팽 페르뒤에 나이프와 포크 사이가 있었군요.

 

 그 나이대의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은데. 다음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그 책을 읽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군요. 혹시 그런 책이 더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잘 살피라는 당부도 남겨야겠네요.

 

 물론 언제든 제게 아인슈페너 어에 관해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애초에 배움으로 인해 만나기도 했고요. 당신께 그걸 가르쳐주는 것쯤이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니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그러면 리스트레토에 그녀의 작품이 없는 것으로 알고, 편지를 보내며 가벼운 단편집 하나를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렵지 않은 단어가 사용된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이라, 처음 아인슈페너 어를 배우기에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아인슈페너 어를 사용하는 것에 능숙해지면 다른 책도 보내드리지요.

 

 올해 축제도 안젤라가 몹시 바빠서, 저 또한 분주히 움직였습니다만 다른 해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편지 덕인 것 같기도 하고요.

 

 불꽃놀이 장난감이라니. 위험한 물건일 것 같습니다. 그나마 작은 불꽃이라 다행이네요. 갓 만들어져 위태로운 물품은 쉽게 부상을 불러오니, 부디 안전에 유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인슈페너에서는 노점이 그리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노점상의 음식을 사먹기 보다는 가게에 들어가기를 선호해서요. 그래서 리스트레토처럼 활기찬 분위기로 축제를 즐기기 보다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로 축제를 즐기곤 합니다.

 

 언젠가 리스트레토의 축제도 경험해보았으면 좋겠군요. 조금 생소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즐겁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어제는 당신의 추천을 받고 보니 닭꼬치를 먹어보고 싶어져서, 근처에 있는 리스트레토 음식점을 찾아가봤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음식이더군요. 닭으로 그런 요리를 만들 생각을 했다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스가 굉장히 맛있더군요.

 

 당신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게 된다면, 저는 음료를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당신과 제가 함께 축제를 구경할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

 

 [(앗, 아인슈페너에는 노점상이 많이 없군요! 리스트레토에서는 야시장도 이따금 열리곤 하는데, 낮의 시장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라 신기하고 재밌어요. 분명히 낮에 봤던 물건과 똑같은데도 어딘가 신비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사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산 물건이 몇 개 있기는 해요……. 하지만 유용하게 쓰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에 야시장도 가보셔요! 아마 안젤라도 좋아할 거예요. 다만 사람이 조금 많으니까, 그 점 유의하시기! 그것만 빼면 정말 다 좋은 것 같아요. 우선 밤에 외출한다는 사실부터 어딘가 설레고, 행복해지니까요. 반짝반짝한 장신구도 많고, 맛있는 음식은 덤이고요!

 

 참, 당신께서 보내주신 책은 즐겁게 읽고 있어요. 말씀하신대로 단순한 단어로 문장이 이루어져 있어서 해석하는 데 그렇게 큰 힘이 들지도 않았고요. 사전을 뒤적이며 읽다 보면 더디지만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어서, 조금 신기하면서도 기쁘게 읽고 있어요. 막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대충 넘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원문과 제가 번역한 문장을 함께 보내드릴게요.

 

 <새벽이 어렴풋이 밝아오고 있었다. 물감을 푼 듯 새파랗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던 리나가 고개를 틀어 그를 바라보았다. “곧 아침이야.” 리나가 속삭였다. “새 날이 시작되는 시간. 당신과 내가 헤어지는 날의 시작.”>

 (동이 트고 있었다. 리나는 마치 물감을 칠한 것처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아침이야." 리나가 말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시간. 우리가 헤어지는 하루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어때요? 조금 어색한 부분은 지레짐작해서 고쳤는데…….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존재해서 약간 불안하네요. 고칠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말해주세요!

 

 그래도 재미있네요. 이렇게 책을 붙들고 끙끙거려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팽 페르뒤를 졸업하고 나서 개인적인 공부를 하려고 굳이 시간을 쏟아 부은 적이 없어서요. 팽 페르뒤에 재학 중일 때도 딱히 공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졸업하자마자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자발적으로 사전을 뒤져보게 될 날이 올 거라곤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서 조금 걱정도 되네요. 이제 와서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데, 그간 너무 많이 쉬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다음에 다른 책을 번역해보고 싶어요. 조만간 루소 씨가 새로운 번역기를 가져와보겠다고 하셔서 그것도 써보고 싶고요.

 

 날이 부쩍 추워졌어요. 벌써 11월이네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언제나 조심하셨으면 해요.)]

 

 [(안녕하세요, 안나.

 

 야시장 또한 아인슈페너에는 없는 문화라, 굉장히 궁금하네요. 언젠가 리스트레토를 방문할 때면 하게 될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당신의 추천은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해두고 있습니다.

 

 번역은 잘 해내신 것 같네요. 당신께서 보내주신 원문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새벽이 어렴풋이 밝아오고 있었다. 물감을 푼 듯 새파랗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던 리나가 고개를 틀어 그를 바라보았다. “곧 아침이야.” 리나가 속삭였다. “새 날이 시작되는 시간. 당신과 내가 헤어지는 날의 시작.”)

 

 당신께서 해석하신 문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고개를 틀어 곁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았다는 뜻이 빠져 있어 그 점만 고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단어의 선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큰 뜻만 변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언어는 언제가 되었든 살면서 한 번 쯤은 배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팽 페르뒤에 재학 중일 때는 공부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고, 졸업 후 리스트레토 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늦은 건 아닐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당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요.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시고 공부를 계속해나가셨으면 합니다.)]

 

 [(고마워요, 스테판. 당신의 말 덕분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신의 편지를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말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의지지요. 의지가 없다면 금세 포기하고 말 테니까요.

 

 으악, 문장 너무 아쉬워요! 조금만 더 손봤다면 원문의 뜻과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이번 편지에 보낼 문장은 지난번보다 더 신경 쓰고, 조금씩 더 고쳐봤어요. 이번 문장은,

 

 <키쉬가 칼을 뽑아들었다. 달빛을 잠시 머금다 흘려보내는 칼날이 매섭다. 그 칼끝이 자신을 향해 있음에도, 리나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서 키쉬의 눈만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 시선에 도리어 불편해진 것은 키쉬였다. 마치 칼끝이 자신을 향해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키쉬는 칼을 뽑았다. 달빛이 날카롭다. 칼끝이 자신을 향해 있었지만 리나는 키쉬의 눈을 똑바로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고 불편해진 것은 키쉬였다. 칼날이 그를 향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예요! 어떤가요? 혹시 이번에도 빠진 내용이 있나요?

 

 읽으려고 했던 캐서린 쉴런의 책은 계속 미루게 되네요. 하지만 단편집을 해석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걸요! 그래도 단편 3개만 더 읽으면 이제 끝이니까, 그 때에는 정말 캐서린 쉴런의 책을 읽은 다음에 당신과 감상을 나눠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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