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아가타 바로네라면, 고운 목소리로 회자되곤 하는 가수 맞죠? 안젤라의 라이벌이라고도 불리곤 하는 가수 말예요. 안젤라와 함께 일하던 작곡가가 갑자기 그 쪽으로 넘어갔다면 확실히 큰일이네요. 안젤라와 오랫동안 일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그녀의 창법 같은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을 테고, 그녀에게 제일 잘 어울리고 그녀가 가장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로 작곡을 해왔을 테니까요.
이제 와 새 작곡가를 구하는 건 서로를 파악함에 있어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텐데……. 고생 많으셨어요. 부디 새로 모신 작곡가 분께서 안젤라와 잘 맞았으면 좋겠네요.
안젤라의 목 상태가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도 틈틈이 따뜻한 차를 마셔서 목이 상하지 않도록 잘 관리했으면 해요. 목이 아프면 괜히 열이 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별 건 아니지만, 꿀에 절인 생강을 조금 보내드릴게요. 감기에 좋으니 안젤라 뿐만 아니라 스테판 당신도 잘 챙겨마셨으면 해요. 요즘 부쩍 쌀쌀해졌으니까요.
A씨의 발은 괜찮아졌어요! 그 때 루소 씨가 고쳐주신 이후로 별다른 후유증도 없고요. 새삼 그가 대단한 마법사라는 걸 깨달았어요. A씨는 루소 씨가 꽤 마음에 드셨는지, 혹시 자신의 여동생을 만나볼 생각은 없는지 은근하게 물어보시더라고요. 루소 씨는 굉장히 난감하다는 얼굴로 열심히 거절하고 계셔요.
요즘은 둘이 툭닥거리는 거 말고는 달리 소란스러운 일이나 사건이 없는, 나름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부디 스테판도 평온한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네요.
추신. 이미 꽃다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생명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루소 씨께 마법으로 만든 생명체가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느냐고 여쭤봤더니, 펄쩍 뛰면서 절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냥 꽃은 잘 말려다가 도서관 벽에 걸어두고 있어요. 사실 이미 여쭤봤을 때 꽃을 말리던 중이기도 했고요. 그 분도 나름 만족하시는 것 같았으니 이걸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안녕하세요, 안나.
당신이 걱정해주신 덕에 새로운 작곡가와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가 안젤라의 오랜 팬이기도 해서, 그녀와 가장 어울리는 분위기나 그녀가 가장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 등을 파악하고 있더군요.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로네는 당신께서 알고 있는 그 아가타 바로네가 맞습니다. 갑작스레 왜 그녀와 일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떠난 사람이니 더 신경이 쓰이지도 않아서 딱히 알아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녀와 일하기로 했다면, 그만의 사정이 있겠지요.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니 약간의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젤라는 요즘 목 관리의 필요성이라도 느낀 것인지, 따뜻한 차 종류를 곧잘 챙겨 마시곤 합니다. 물론 당신께서 준 생강차를 주로 마시지요. 그녀도, 저도 당신께 몹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안나.
당신의 선물에 비하면 보잘 것 없습니다만, 아인슈페너에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가게의 초콜릿을 편지와 함께 보냅니다. 초콜릿 안에 말린 딸기가 들어있는데, 부디 당신의 입에 맞았으면 좋겠군요.
A씨께서 괜찮아지셔서 다행입니다. 마법사들의 장난은 짓궂은 데가 있죠. 부디 앞으로는 그들의 장난을 피해갈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루소도 A씨의 동생 분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법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어디선가 들은 것이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조금 염려되어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편지에 쓴 것인데, 딱히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다니 다행이네요.
당신께서도 평온한 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나.
언제나 바라고 있죠. 부디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안녕하세요, 스테판!
저는 요즘 '바다에 잠긴 물고기'라는 소설을 읽고 있어요. 어느 날 바다가 초콜릿으로 변하면 어쩌지?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네요. 황당한데, 어쩐지 읽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번 펼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란 바로 이 소설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다음에 시간 나시면 한 번 읽어보셔요!
스테판, 당신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또 좋아하는 작가는요?
저는 추리 소설과 스릴러 소설을 좋아해요. 사람이 벼랑 끝까지 밀려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감정을 가장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장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해요. 작가는 로크포르 출신의 앙리 프로마쥬를 좋아하고요. 날카로운 문체며 짜임새 있는 구성이 너무너무 좋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은 루소 씨가 사온 도시락을 먹었어요. 지난 번, 도시락을 사온다고 했을 때 안 믿었었는데, 정말로 사 오셨더라고요……. 당황스러웠고, 또 난감했지만 그래도 도시락은 맛있었어요. 루소 씨는 굉장히 뿌듯한 얼굴을 하셨고요.
다음에 리스트레토에 오실 일이 생기면 '아기 돼지 삼 형제'라는 가게에 꼭 가보세요! 왠지 동심을 파괴하는 것 같지만, 소시지가 정말 맛있어요.
A씨의 동생과 루소 씨는 결국 한 번 밥이라도 먹나, 싶었는데, 사실 알고 보니 이미 동생 분께 애인이 있더라고요. A씨께서는 굉장히 충격 받은 얼굴을 하셨어요.
어떻게 숨길 수가 있느냐고 시무룩해 하셨는데, 남편 분께서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티라미수 한 판을! 사 오신 이후로는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으셨어요. 사실 저 같아도 티라미수를 한 판이나 받으면 웃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기는 해요…….
언젠가는 저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티라미수를 한 판 사주는 사람이 아니라-물론 사주면 행복하겠지만-슬플 때 제가 좋아하는 것을 사들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을요.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죠……?
스테판,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안녕하세요, 안나.
당신께서 추천해주신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스릴러 소설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스릴러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작가의 필력이 뛰어난지라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보게 된다면 종종 읽게 될 것 같네요.
저는 로맨스도 나름 즐겨 읽습니다. 감정선이 세밀하고,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세심하게 전달해주는 장르인 것 같아서요. 게다가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이다 보니 다른 장르에 비해 필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보이곤 하는지라, 실패할 확률이 적은 장르이기도 하지요.
작가는 에밀리 데세르를 좋아합니다. 유려한 문체가 장점인 작가죠. 언젠가 당신께서도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티라미수를 좋아하시는군요. 아인슈페너에서는 그나마 '마들렌'이 티라미수로 유명한 편입니다만, 그마저도 리스트레토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아인슈페너에 방문하시게 되면 마들렌의 티라미수를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저는 늘 그렇듯 연습과 공부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엊그제는 조금 다른 하루를 보냈죠. 안젤라에게 러브레터가 도착해서요.
이따금 그녀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토록 악의로 가득 찬 러브레터는 드문지라 온 사람들이 다 나서서 범인을 잡아내려 노력한 하루였습니다.
범인은 곧 잡혔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는 애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람을 위협한 인물에 걸맞는 벌을 받게 될 예정입니다.
안나, 당신은 분명 상냥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든, 친구이든 간에요. 그리고 당신의 곁에는 이미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요.
언제나 당신께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정한 애정을 받길 바랍니다.)]
[(늘 다정한 말 감사해요, 스테판.
이런 다정한 말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하고 늘 고민하곤 해요.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선천적인건가 싶기도 하고요.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문득 부러워질 때도 있어요. 상냥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니까요.
그런 당신을 만난 저 또한 다시 없을 행운을 누리는 거겠죠.
안젤라에게 그런 편지가 도착했다니……. 신문 끝자락에조차 기사가 실리지 않아 조금도 모르고 있었어요. 안젤라가 많이 놀랐겠네요. 큰일 없이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부디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이 큰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고, 우둔한 사람에게 알맞는 벌을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여 다른 사람이 위협을 느끼도록 한 자에게 그 어떤 자비가 필요할까요?
스테판, 당신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군요! 로맨스도 재밌죠. 가끔 기분이 묘해진다는 점만 제외하면요……. 사실, 아직 연애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해요. 어떻게든 열심히 상상해보려고 하다가 그런 제 모습이 도저히 떠오르질 않아서 포기할 때도 많고요.
하지만 요즘은 사람이 꼭 연애나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되는대로 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애를 하면 인생의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제 허물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마들렌의 이야기는 리스트레토에서도 이따금 들리곤 해요. 이다음에 아인슈페너에 가게 된다면 꼭 당신께 연락해야겠네요! 그럼 저는 노케를의 생크림 케이크를 사갈게요.
언제나 당신께서 행복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