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 스테판!!!!!!! 저 프란츠 그린스타이들 만났어요!!!!!!!!!

　우선 오랜만이죠……. 아 너무 진정이 안 되어서 물만 몇 잔을 마셨는지 몰라요! 진정되었다, 싶을 때 펜을 들었는데, 펜을 들고 나니까 다시 생각나서…….

　아!

　보내주신 표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당신이 열심히 준비했던 것도 분명 완벽한 공연에 크게 한몫 했을 거예요.

　그리고 지난번에, 레아를 만나기로 한 일 말예요.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갔는데, 글쎄 프란츠 그린스타이들이! 레아와 함께! 카페로! 들어오지 뭐예요!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정이 되질 않네요…….

　유난히 정신없는 편지라 죄송해요. 하지만 오늘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 날 이후로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아서요. 그를 좋아한 시간만큼 너무 행복해서, 지난 며칠은 꼭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어요.

　프란츠는 리스트레토에 몇 번 와보지 못한 터라 레아에게 안내를 부탁했다고 했어요. 사실 레아도 프로슈토 지방은 처음이지만, 그가 그것을 알았을 리는……. 아니, 있나? 그러고 보니 레아가 이곳은 처음이라는 얘기를 했을 텐데, 조금 이상하네요.

　아무튼.

　레아가 저와 먼저 약속한 탓에 이렇다 할 곳을 찾아다니지도 못하고, 카페에만 줄곧 앉아 있다 가서 죄송하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그는 오히려 레아와 제게 사과했어요. 선약이 있었는데 끼어들어서 죄송하다고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배려심 넘치지?

　아, 아니!

　어쨌든 스테판, 혹시 프란츠를 보게 된다면 오히려 제가 죄송했다고, 케이크 감사히 잘 먹었다고 전해줄 수 있을까요?

　바쁘다면 굳이 전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랜만의 편지인데 너무 제 이야기만 떠든 것 같아서 갑자기 민망해지네요……. 스테판, 당신은 그간 잘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안나.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게 몹시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져서, 당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가 유난히 반가웠습니다. 당신 또한 제 편지를 보고 반가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조금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군요.

　프란츠에게 당신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케이크를 기쁘게 받아주어 오히려 자신이 더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간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조금은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기쁜 분주함이었지요. 그만큼 피곤했으나, 당신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공연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피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나,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좋았던 점과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알려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다음 공연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서요.

　당신이 갔던 가게는 어떤 곳이었습니까? 프란츠는 나름 입에 맞았다고 하던데, 안나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요. 가게 이름이 노케를이던가요? 아인슈페너식 이름인 걸 보니 주인이 아인슈페너 출신인가보군요.

　당신의 평이 좋다면 다음번 리스트레토에 방문할 일이 생겼을 때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벌써 가을의 초입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중이라, 감기에 걸리기 쉬운 시기이지요.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스테판!

　당신의 편지는 언제나 제게 깊은 반가움과, 큰 기쁨을 주어요. 당신의 이름이 봉투에 적힌 것만 보아도 편지를 읽기 전부터 설레곤 하죠.

　……음, 사실 당신의 말투를 엇비슷하게 따라 해보고 싶었는데, 저랑은 영 안 맞는 것 같아요. 스테판의 말은 늘 다정하고 부드러워서 읽을 때마다 행복해지곤 했거든요. 저도 그런 행복을 당신께 드리고 싶었는데, 저는…… 네…… 뭐…….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좋았던 점은,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완벽해서 무언가가 뒤떨어지는 것 같지도, 눈에 띄게 뛰어난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중간에 끊기는 것 없이, 공연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나요?

　으윽, 제가 말하고도 이해가 잘 되질 않네요. 저는 아무래도 비유에 재능이 없는가 봐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같은 이유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도 딱히 없었어요! 다만 궁금한 점은 두어 개 있었는데,

　첫째로, 혹시 안젤라의 목에 어떤 문제가 생겼나요? 목감기가 걸렸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언뜻 듣기로는 조금 쉰 것도 같았는데, 제가 제대로 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둘째로, ‘내가 나의 고향에서- 편히 쉬노라.’ 하는 부분 있잖아요. ‘에서’에서 ‘편히’로 넘어가는 그 구간에서 바이올린이 조금 빨랐던 것 같은데, 제가 악보를 알아야 말이지요. 그렇게 많이 티가 날만큼 속도의 차이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문득 떠오른 호기심이니 이렇게 질문하게 되었어요. 혹시 그 부분에서 원래 바이올린이 조금 빠른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 두 가지만 제외하면 달리 생각나는 점은 없어요!

　그리고 가게 이름은 노케를이 맞아요. 주인이 아인슈페너 출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제가 먹은 건 딸기 생크림 케이크랑 초콜릿 케이크였어요. 그것 말고도 라즈베리 무스와 치즈케이크가 있었지만, 라즈베리 무스는 프란츠가 먹고 치즈 케이크는 레아가 먹어서요…….

　맛보지 않아서 그 두 케이크에 대해서는 무어라 평을 내릴 수 없지만, 생크림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생크림 케이크는 판도로와 견주어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만큼 맛있었고요.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 레아도 노케를의 치즈케이크에 대해서는 나름의 호평을 내렸으니까, 치즈케이크도 분명 맛있을 거예요. 다음에 리스트레토에 오실 일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보셨으면 해요.

　프란츠도 가게가 괜찮았노라 평가한 걸 보면 라즈베리 무스도 맛있었던 모양이네요! 이다음에 그 근처에 가볼 일이 있다면 저도 다시 한 번 들러서, 무스와 치즈케이크를 먹어봐야겠어요.

　스테판도 몸조심 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셔요!

　추신. 생각해보니 마카롱도 있었어요! 마카롱도 굉장히 맛있었어요! 꼬끄는 쫀득하고, 초콜릿 필링은 적당히 달았고요. 으악, 생각하니까 또 먹고 싶네요.)]

　[(안나.

　굳이 제 말투를 따라하지 않아도, 당신이 새긴 글자 하나하나에서 배려와 다정이 묻어나오니 그리 노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미 당신의 편지로 인해 충분히 행복하고요. 너무 깊게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당신이 편하신 대로 편지를 쓰셨으면 합니다. 제가 당신에게 있어 더욱 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군요.

　안나, 당신의 칭찬을 들으니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습니다. 과한 호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긍정적인 평가를 들으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당신의 질문에 대해 답을 드려볼까 합니다.

　첫째로, 안젤라의 목에 어떠한 문제가 생겼느냐고 물으셨지요. 당신의 편지를 받고난 이후 그녀를 찾아가 물었더니, 과연 그 날 그녀의 목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노라고 답하더군요. 무대에 오르기 전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 목을 풀고자 하였으나, 남아있는 통증은 가시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둘째로, ‘나의 고향’에서의 바이올린 파트에 대해 질문하셨지요. 원래의 악보에서는 그 때 바이올린이 빨라져서는 안 됩니다. 아무래도 긴장한 탓에 실수한 것 같군요.

　완벽한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다음번에도 표를 받아주신다면 그 때는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 그리고 마카롱이라고 하셨지요. 당신의 추천은 늘 기억해두고, 다음에 꼭 방문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