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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3. 행복한 도망자-1
작성일 : 16-09-20 02:07     조회 : 428     추천 : 0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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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도망자-1

 

 

 

  국내성은 신분의 구분이 명확한 곳이었다.

  국내성의 중앙에는 국가형성에 기초가 된 5부족의 저택이 있는 곳으로 계획된 도시의 전형이라고 할 만 하였다. 그 둘레에는 제가들의 비호를 상인과 농부들이 사는 집이 질서있게 형성되어 있었다. 각 부족 별로 형성된 지역은 부족의 특색과 힘에 따라 크기가 달랐는데 그 모습이 각 부족의 세력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 반면 외곽은 난장 중의 난장이었다. 외곽은 제가들에게 밀려난 농부들과 먹을 것이 없어서 국내성으로 흘러온 사람들의 집이 어지럽게 이어져 있었다. 실타래가 엉키듯 여기저기 복잡하게 이어진 집 가운데는 난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크기로 본다면 낙랑의 난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지원이 없기 때문이었다.

 

 

 

 

  난전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진나라 가후1)가 좋아한다는 비단을 비롯하여 옥저2)에서 들여온 건어물과 백제에서 들여온 장신구는 물론 농부들이 거둔 농산물까지, 온갖 것을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장은 난장이었다. 사람들은 싸게 사려고 야단이었고 장사꾼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야단이었다.

 

 

 

 

  그것은 창조리가 들어온 날도 다르지 않았다. 벌써 해가 떨어졌는데도 장사꾼들은 떠나지 않고 사람들을 붙잡았다. 창조리에게는 특히 더했다. 창조리는 푸른 색 저고리에 귀족들이 즐겨 쓰는 모자를 썼는데 그것은 장사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었다. 장꾼들은 뒤짐을 지고 걸어가는 창조리의 팔을 잡아당겼다.

 

 

 

  겉으로 보기에 창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으로 보였으나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창조리는 관노부3)의 핵심이었다. 관노부내에서도 서열이 낮은 창조리가 핵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창조리는 절노부를 견제하는 상루와 연합하여 국상이 되게 하는 것은 물론 상루로 하여금 관노부의 인재를 등용하도록 하였다. 그것은 제가회의를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창조리가 난전을 찾은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창조리는 옷을 바꿔 입었다. 만에 하나 그 사실이 상루에게 알려지는 날에는 귀찬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여 상인드은 창조리를 처음보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창조리는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난전에 진열된 물건의 질은 어떠한가? 난전은 안전하게 설치되었는가? 난전을 괴롭히는 자는 없는가? 창조리가 그토록 면밀하게 난전을 살피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창조리는 난전을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다.

 

 

 

  소국에 불과한 낙랑이 동북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자유무역이 발달했기 때문이었다. 고구려가 동북아를 넘어서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5부족 중심의 상업을 벗어나야 했다. 그 중에서도 소노부, 소노부가 장악하고 상권만 허물어도 반을 일궈놓은 것이라고 할 만하였다. 창조리는 그 터전을 난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 어디에 대서(代序)하는 잘 하는 사람이 산다고 있다고

  하던데요?”

  창조리는 함지를 지고 가는 아낙에게 물었다.

  "대서요? 그게 뭐래요?"

  얼굴이 넙데데한 아낙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물었다.

  "문서를 대신 써주는 것을 말합니다. 관청을 상대할 때……"

  "그거라면 우야 아버지가 최고지요."

  "우야 아버지요?"

  "저기, 포목점에서 일하는 애 아버지인데 보통 좋은 사람이

  아니랑게요."

  "그 집이 여기서 뭔가요?"

  "멀긴요. 저기 저 모퉁이를 돌면 굴뚝이 큰 집이 있는데 거기가……"

 

 

 

  아낙이 손을 쳐들 찰라 사내들이 지나가는 소년을 잡아당겼다. 딱 봐도 악소배들로 보이는 그 사내는 열 살이 될까 말까한 소년을 후미진 골목에 내동댕이쳤다.

 

 

 

  “돈을 내야 될 거 아니야!”

  사내들 중 가장 우악스럽게 생긴 자가 외쳤다.

  “없어요.”

  “정말 없어?”

  “없어요.”

 

 

 

  소년은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러자 사내들로부터 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기만 사내가 소년에게 걸어왔다. 입가에 흉터가 있는 그 사내는 소년의 턱을 받쳤다.

 

 

 

  “아까 네 주인에게 돈 받는 것 봤는데 없단 말이냐?”

  “그거 우리 세 식구 밥줄이에요. 그거 없으면 우리 할머니하고

  동생은 굶어죽는단 말이에요.”

  “그게 어쨌다구?”

  "저희도 살아야 바칠 것 아니에요."

  "뭐가 어째!"

  사내는 인상을 찡그렸다.

  “저번에 줬잖아요.”

  “줬어?”

  “줬잖아요. 주인님에게 받자마자……”

  “이게, 개미 눈곱만큼도 안 내놓고 지랄이야.”

  “그 돈은 할머니하고 동생이 한 달 동안……”

  “그건 네놈 사정이고.”

 

 

 

  입가에 흉터가 있는 사내는 소년을 내동댕이쳤다. 곧이어 사내들이 달려와서 소년의 옆구리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소년을 둘러 싼 사내들은 발정 난 개를 후려잡듯 소년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그때에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가장 매섭게 걷어차는 사내의 머리에 떨어졌다. 돌멩이를 맞은 사내는 머리를 싸안으며 고꾸라졌다. 곧이어 여러 개의 돌멩이들이 날아와 사내들의 머리에 떨어졌다. 사내들은 머리를 싸안으며 주저앉았다.

 

 

 

 

  뜻밖의 상황에 넋이 나간 소년은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때에 모퉁이 옆에 있는 항아리 뒤에서 튀어나온 소년이 소리쳤다. 그 소년은 끌려온 소년과 마찬가지로 열 살이 될까 말까 했으며 때가 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뭐해 달아나지 않고!”

 

 

 

  항아리 뒤에서 튀어나온 소년의 말에 쓰러진 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사내들도 소년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창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소년들이 사내들에게 붙잡히게 둔다면 창조리는 창조리이름에 먹을 긋는 것이었다. 창조리는 장대들이 세워진 벽에 기대섰다가 사내들이 달려갈 즈음에 장대를 넘어트렸다. 과연 창조리가 예상한대로 사내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그때 항아리 뒤에서 튀어나온 소년이 엄지를 들어올렸다.

 

 

 

  창조리는 아낙이 알려준 모퉁이를 돌았다. 왕이 돌고를 찾아가라고 명령한 것은 두 시진 전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창조리를 부른 왕은 탄신 연에 돌고를 초대하겠다고 말하였다.

 

 

 

  “고추가를 초대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고추가께서는……”

  “궁궐을 떠난 지 십년이 넘었지.”

  “……”

  “십 년이 되도록 연락 한 번 없다니, 그 놈도 무던한 놈이야.”

  “고추가는 무슨 일로……?”

  “이제라도 형제의 정을 찾고 싶다네.”

  “……”

  “조카도 보고 싶고.”

  “조카요?”

  “궁궐을 떠날 때 태어났으니까 아홉 살이 되겠구나.”

 

 

 

  창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왕이 돌고를 부른다는 환영할 만한 일 이었다. 안국군의 피살로 어수선한 때에 돌고가 돌아온다면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문제는 왕의 의중이었다. 궁궐을 떠났으나 돌고는 계승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경계하는 왕이 돌고는 부른다는 것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계획은 수족처럼 움직이는 상루가 세웠을 것이다.

 

 

 

  창조리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안국국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상루는 안국군을 살해한 것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사건을 계획한 사람이었다. 창조리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안국군을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당시 창조리는 상루의 계획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루를 막지 못한 것은 연합을 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창조리의 예상대로 상루가 계획했다면 안국군을 살해한 것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창조리는 행인이 알려준 집 앞에 섰다. 집은 굴뚝이 솟을 것을 제외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초가를 얹은 지붕은 이엉이 닳았으며 판자를 엮어 만든 담장은 끝이 삭았다. 창조리는 반 정도 열려 있는 대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창조리는 주위를 둘러면서 말했다.

 

 

 

  “계십니까?”

 

 

  마당 귀퉁이에 있는 텃밭에서 이랑을 고르는 남자가 있었다. 이제 막 삼십을 넘길까 말까한 그 남자는 보릿대로 만든 농립을 쓰고 있었고 무릎까지 걷어 올린 다리에는 검부저기가 붙어 있었다.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목에 두른 수건을 풀었다.

 

 

 

  “무슨 일 이십니까?”

  “여기가 대서하는 댁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대서가 필요한 분 같지는 않은데, 잠깐 대청에 앉아 계십시오.”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검부저기를 털었다. 한 순간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손을 놓고 창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쥐고 있는 있는 수건을 집어던졌다.

 

 

 

  “그대는 창조리가 아니오.”

 

 

 

  이랑을 고르는 남자는 밝게 웃었다.

 

 

 

 

 

  주석

  1) 가후-진나라 태자(사마충, 진 혜제)의 아내. 개국공신 가충의 딸로 권모술수에 능하며 성격이 사납고 잔인하였다.

  2) 옥저-지금의 함경남도 해안지대에서 두만강 유역일대에 걸쳐 존재했던 고대의 종족으로 고구려에 복속되었다.

  3) 관노부-5부 중 하나로 세력이 약했다. 관노부 출신의 여자는 왕과 결혼해도 되어도 정후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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