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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별을 준비하는 다섯 가지 방법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일상물/잔잔물/결혼 이후로 시작하는 이야기/시한부남주/와 지켜보는 가족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이상형은 아가사 당신이니까요.”
“나 나쁜 사람 만드는 데에는 일가견 있어요, 당신.”
“별말씀을.”

시원스레 응수하고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튼 레슬리는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노래하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해야 어디 도망을 안 가죠.

“누가 들으면 도망갈 준비만 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 도망갈 사람은 당신 아니에요?”
“저런. 아가사 말은 바로 해야죠. 나는 남겨질 사람이고, 앞으로 가는 사람은 당신이에요.”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죠. 앞으로 나아가기. 순간 부는 바람은 모든 소리를 잡아먹고 공기마저 멈춘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정적을 가져다주었다. 설풋 고운 눈매가 일그러지기가 무섭게 레슬리는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싫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하죠.”

뒷말을 짐작이라도 한 모양으로 가라앉은 표정에 가벼이 입을 맞춘 레슬리는 누가 들을 새라, 조그맣게 속닥였다.

“세상 누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겠어요? 몇 없는 특권을 누리는 중이랍니다, 나는.”
“말은 참 잘해요, 레슬리.”
“그럼. 사업가인데.”

그래서, 레슬리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아가사는 짙은 녹음 속에 잠긴 자신의 남편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멋진 준비를 하는 중인가요?”
“그럼요.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4화
작성일 : 18-12-13 12:59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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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족하는 시간

 

 느긋한 전원생활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렌체스터 가의 새로운 사업 중 하나가 꼬여버려, 가주 혹은 대리인을 필요로 했기에 아가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다시 수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며 웃는 레슬리와 아빠는 내가 지킨다는 윌리엄은 아가사를 배웅하고 나자, 그리 크지 않은 집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것만 같아 연신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빠.”

 “응? 아가.”

 “엄마 언제 올까?”

 

 그냥 같이 보낼 걸 그랬나. 저택에서도 자신의 일 반 이상을 가져가 처리하는 덕에 윌리엄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레슬리와 더 많은 순간을 공유하곤 하였다. 그래도 엄마가 좋다며 졸졸 쫓아다니는 것을 보아하니 어색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가사와 같은 갈색 고수머리를 쓱쓱 쓸어 넘겨준 레슬리는 자신과 똑 닮은 짙은 녹음을 담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글세, 서른 밤?”

 “서른?”

 “삼십. 열이 세 개.”

 “그렇게 많이?”

 

 엄마가 내 얼굴 까먹는 것 아니냐며 대번에 울상을 짓는 아이가 사랑스러워 한참을 키득거리던 레슬리는 숫제 울기 직전이 되고 나서야 아들을 안아들고 그럴 리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그럼 아빠랑 나랑 여기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은?”

 

 엠마 외의 사용인들을 선별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고 있었다.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알버트의 신조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기에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던 레슬리는 자신의 또 다른 재능 하나를 발견했다. 예를 들면 집안일이라거나.

 

 “나중에 온대. 아들, 그럼 아빠랑 책 읽으면서 놀까?”

 “또? 싫어-, 다른 거!”

 “청소?”

 “청소 어제도, 그제도, 그그제도 엠마랑 같이 했어!”

 “마을 산책?”

 “엄마가 아빠 밖에 너무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애한테 대체 무슨 말을….”

 

 나를 건드리면 픽, 하고 쓰러지는 종이 인형으로 알고 있는 걸까. 아내의 사고를 심히 궁금해 하며 레슬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루해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다른 것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예전이야 크나큰 저택을 탐방하는 것으로도 하루를 다 보냈던 아이였지만 이 집은 이틀도 안 걸려서 모든 곳을 주파했기에 정말 오랜만에 따분함을 느끼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어쩐다.

 

 “지금은 좀 더우니까 조금 있다가 저녁에 별 보러 나가자. 무등 태워줄게, 아가.”

 “아직 아침인데? 해님이 지려면 하안참 남았는데?”

 “-그럼 그동안 숨바꼭질 할까?”

 

 숨을 곳이 의외로 많다며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방방 뛰던 아이의 모습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적인 활동은 싫어하는 그 나이의 어린 아이답게 윌리엄은 기대감으로 커진 눈동자와 얼굴 가득 피어난 웃음꽃으로 그에 화답했다.

 

 “다 숨었니?”

 “다- 숨-었-다!”

 

 아스라이 어딘가에 막혀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레슬리는 대강의 위치를 잡고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열심히 윌리엄을 찾는 척을 해보였다. 이상한 곳만 뒤지면 애가 곧장 튀어나온다는 것을 세 번째 판에서 눈치채버렸다. 그래서 아주 열정적으로 다 보이는 곳을 모르겠다며 한참을 찾은 후에야 부르는 것으로 또 다른 판이 내리 다섯 번째 이어지고 있었다.

 

 “아빠! 그것도 못 찾아? 이제 내가 술래 할래!”

 “저런, 아빠는 또 금방 잡히겠네?”

 

 마땅히 숨을 곳도 없고.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는 윌리엄의 뒤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레슬리는 천장에 나있는 조그만, 열었다 닫을 수 있는 나무 뚜껑을 발견했다. 저기에 저런 게 있었나?

 

 “다 숨었니?”

 

 그새 숫자를 다 센 모양인지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에 레슬리는 잠시 짧게 고민했다. 천장에 다락방 탐험은 꽤 좋아할 텐데, 먼지가 가득해서 들여보내도 될까. 정적이 길어지자 다 숨었다고 판단한 듯 윌리엄은 자신의 손을 내리고 주위를 빙 둘러보다 자신의 뒤에 서있는 레슬리를 발견하곤 큰 소리로 외쳤다.

 

 “아빠, 왜 도망 안 갔어!”

 “음, 윌리엄. 저어기 천장에 구멍 보이니?”

 “응?”

 

 어린 아이 특유의 큰 머리가 기우뚱 뒤로 넘어가는 것에 서둘러 머리를 받친 레슬리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윌리엄의 눈을 마주하곤 결국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흘려내었다. 미안, 여보. 윌리엄은 날 닮았나봐. 쓸 데 없어 보이는 것 탐험하기.

 

 묵직한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월을 머금은 먼지가 공기 중으로 흩날렸다. 부연 먼지는 그동안 시간과 함께 나이를 먹었는지 짙은 잿빛이어서 레슬리는 한참을 콜록거린 후에야 고개를 들이밀 수 있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조그만 창도 나 있지 않아, 물체를 식별하기 어려워 눈을 가늘게 뜨고 쌓인 물건들을 바라보던 레슬리는 아래에서 재촉하는 목소리에 결국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아빠, 아빠! 나도! 나도 볼래!”

 “아가, 저기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손전등 가져올게. 응?”

 

 시제품이라고 누군가 나눠준 것을 짐 챙기면서 가져온 것도 같은데. 곧 상용화 된다면 꽤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자기도 보겠다며 이번엔 손전등으로 주위를 환기시킨 윌리엄은 쿵쾅쿵쾅 뛰어가 레슬리의 짐이 쌓인 방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잘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둔 방은 그새 먼지가 조금 쌓였는지 쌉쌀한 공기와 함께하고 있었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짐을 뒤지던 레슬리가 손전등을 발견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우와-.”

 

 이 전에 살던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가물가물한 기억 너머에 있는 목소리가 알려 준 것 같기도 한데. 빼꼼 고개를 들이밀고 전등을 켜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이젤과 캔버스, 물감을 비롯한 그림 도구들이었다. 화가였나?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화가를 잠시 떠올리던 레슬리는 짧둥한 팔을 뻗는 아들의 행동에 시선을 빗겨 내렸다.

 

 “아빠, 저거, 저거!”

 “저거? 물감?”

 “응!”

 

 그림 그리자!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외침은 아주 기껍게 들려왔다. 그래. 레슬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이들을 두고 볼 수 없어 눈부신 속도로 일을 처리한 아가사는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그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한, 보름쯤 앞당겼나. 그 덕에 마차에 반쯤 실려 오면서 아가사는 꾸벅꾸벅 졸면서 마차의 벽에 계속 머리를 이리저리 쾅쾅 박을 수밖에 없었다. 받쳐주던 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아가사를 반긴 것은 수많은, 넘쳐나는 그림들이었다.

 

 “이게 다 뭐에요?”

 “아, 당신 왔어요?”

 “엄마! 엄마, 이것 봐! 내가 그린 거다!”

 

 눈물의 상봉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우다다 달려와 품에 쏙 안긴 아들은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를 팔랑거리며 아가사에게 들이밀었고, 그 뒤를 따라 걸어오는 남편은 윌리엄의 소행이 분명할 물감을 덕지덕지 묻힌 상태였다. 세상에. 자리를 얼마나 비웠다고 둘이 다 이 꼴이야?

 

 “놀랐어요? 다락방에서 발견한 건데 의외로 상태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써봤죠.”

 “유화 물감이 레슬리, 당신한테 그다지 좋진 않을 것 같은데?”

 “그리다 보니 재밌어서. 아가사, 당신이 그랬잖아요. 하고 싶은 것도 해보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그건 그랬지만….”

 

 빙긋 웃는 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아가사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방 뛰면서 아가사의 주의를 끌던 윌리엄은 기어이 엄마를 그렸다며 손에 종이를 쥐어주고 나서야 의기양양한 얼굴로 또 다른 그림을 그리겠다며, 한 발 앞서 빈 방으로 쏙 들어갔다. 서로 흘끗 눈을 마주치던 부부 중 먼저 상대의 손을 잡은 것은 레슬리였다.

 

 “나도 보여줄 것 있어요.”

 “그림을 보는 것만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그리는 걸 좋아하다보니 보는 것도 좋아하게 된 거죠. 잘 다녀왔어요?”

 “인사가 너무 늦어요, 당신.”

 

 미안해요. 익숙하게 고개를 내려 입을 맞추려던 레슬리는 제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물감을 기억하곤 방향을 틀어 볼에 가볍게 입술을 내렸다. 보고 싶었어요. 그제야 집에 돌아온 것만 같아, 아가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레슬리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서로의 손을 맞잡고 비워두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방으로 들어가자 종이와 캔버스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몇몇 개는 이미 색이 칠해진 상태였고, 쓰지 않은 것들은 한데 모아 세워둔 것이 본격적으로 할 모양이라 아가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의 원흉을 흘겨보았다.

 

 “아들하고 노는 건 좋은데, 적당히 치워가면서 하시지 그러셨어요. 남편님?”

 “치워도 끝이 없는 걸요, 아내님. 그리고 저기 반은 내가 어질렀어요.”

 

 배시시 웃으며 아가사의 손등에 장난스럽게 입술을 가져다 댄 레슬리는 색이 칠해진, 성인 남자의 팔 길이 정도 되는 크기의 캔버스를 들고 나왔다. 집 앞의 정원을 본 뜬 것처럼, 초록빛의 색채가 빛과 어우러져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젤 위에 캔버스를 올려놓고 이것저것 설명하는 모양새가 아까의 윌리엄과 똑 닮아 있어, 아가사는 자신도 모르게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잘 그렸네. 그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예뻐요.”

 “고마워요. 그런데 어째 시선이,”

 “시선이?”

 “아까 윌리엄 보던 시선하고 같은데요?”

 “설마. 아닐 텐데.”

 “맞을 텐데.”

 “정말 아닌데?”

 “그렇다고 해둘게요.”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어떻게 아들을 보는 시선으로 날 볼 수 있어요? 가볍게 투덜거린 레슬리는 다른 그림을 가져다 세워놓으며 첫 번째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대체로 풍경화를 그린 그림에는 때때로 그의 근처에서 놀고 있던 윌리엄이 언뜻언뜻 잡힌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린 이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아가사는 잠시 그림들을 내려다보다, 불안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슬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잘 그렸어요. 내가 전문적인 눈은 없지만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예전에는 너무 딱딱하다고 많이 혼났거든요.”

 “어머, 지금 지금 내 앞에서 전문적으로 그림 배운 적 있다고 뽐내는 건 아니죠?”

 “설마요. 그냥 그랬었다는 말이에요.”

 

 날 믿어요. 신뢰감 가득 넘치는 눈빛에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던 아가사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 너무나 예뻐서, 레슬리는 사랑스런 제 부인의 뺨을 감싸 안고 물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신 입을 맞췄다.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

 

 엄마 아빠의 사이좋은 모습에 방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그들 주위를 서성거리던 윌리엄은 착한 아들이 되어야겠다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조용조용 방을 빠져나가 책 한권을 뽑아 작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속눈썹이 스칠만한 거리에서 숨결을 나누던 둘은 어린 아들의 배려에 소리죽여 웃고는 이마를 맞대고 서로를 향해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가사. 당신이 그랬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사실 일에만 치여서 산 것은 아니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판단했던 아가사가 꺼낸 말이었다. 조용조용 섞여드는 숨결 사이로 채 꺼내지 못했던 묵은 추억이 점차 느리게 솟아났다. 애정 어린 눈길은 바라보고 있어도 여전히 보고 싶어져, 레슬리는 기꺼이 눈을 감지 않고 빛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빛나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랬었죠.”

 “나,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순간을 잡아두는 것이라 하였던가. 레슬리는 언젠가 미술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부터 의도치 않게 약해진 몸 탓에 그는 때때로 정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다는 충동어린 생각을 하곤 하였다. 어렸을 때야 그저 그 풍경이 좋아서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는 소박하다면 소박한 이유였지만. 가장 찬란히 빛나는 순간을 그저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이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서.

 

 매끄럽게 올라가는 입꼬리의 끝에서 오랜 소망이 흘러나왔다. 따스함을 품은 짙은 녹음은 찬란한 햇살 아래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코끝이 스치고 떨어져 있던 순간이 아쉬운 듯, 입술을 머금은 이의 마지막 말은 오로지 사랑하는 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그림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거든요. 진한, 오랜 갈망이 담긴 말에 아가사는 그저 팔을 뻗어 사랑하는 이를 끌어안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당신의 뜻대로. 기대하고 있을게요. 눈이 아릴만큼 뜨거운 여름, 그 어느 한 때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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