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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카피 제아니스트 (Copy J.ionist)
작가 : 이오니스트
작품등록일 : 2018.11.1

미래 사회에는 SF분야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문학이나 소설도 SF가 없이는 논할 수가 없게 되겠지요. 그러한 원초적인 의문의 발현과 함께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작가와 마지막 인류의 위대한 SF작가의 고뇌와 의문, 그리고 둘 간의 궁극적인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계단의 남자 3of3
작성일 : 18-12-13 04:02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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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흘러 버렸을까? 아니 이틀이 흘렀을까? 자신이 계단에서 홀로 기다렸던 시간의 몇 곱절의 세월이 흘러버린 것만도 같다. 물론 계단으로 다시금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미 그쪽으로 내려가는 문은 굳건하게 잠기어 열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순응하였고, 적응하였다.

 인간의 체감으로는 거의 몇 년 이상... 아니 몇 십 년 이상의 기나긴 공백의 기간이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제이. 자신은 누군가의 인간의 감성을 그대로 본 따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이미 자각한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실은, 자신은 그 본연의 주체의 사람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그저 3차원의 하드웨어로 이루어진 철제 기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이윽고 자신이 자신으로서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 본연의 주체인 존재 자체가 그렇게나 대단한 인물이었나?’ 라는 생각의 발현과 동시에 진정한 본질에 대해서 고심에 빠지게 된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오래된 기나긴 시간동안 그 옥상에서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남자가 서 있을 뿐이었고, 평소에는 아무런 표정과 움직임도 없이 멈춰있을 뿐이었지만 제이가 다가가 질문을 할 즈음엔 다시금 기능을 활성화 하여 재깍재깍 대답을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도대체...”

 “28만 9천 2십 6번째 질문이로군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부팅 시도 중이니 기다리시면 됩니다.”

 “설마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겠지요?”

 “그건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본래의 나였던 그 존재 또한 몇 번이고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요?”

 “제가 아는 한, 그럴 일은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또 다른 자신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이라면 안심하세요.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난... 망해버린 실패작인걸까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의 시간이 흘러버린 거죠?”

 “그것이 중요합니까?”

 “그래도 수치화 할 수 있는 지표가 궁금합니다.”

 “약... 68년?”

 “말도 안 돼... 거짓말!”

 “사실입니다.”

 “그럼 이미 오리지널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잖아. 애초에 이 프로그램 제작은 엎어진 것 아니야? 그냥 도중에 멈추어버린 개발 사업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부팅 승인 시까지 기다리시면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빌어먹을! 관리자라고는 하나 당신은 이미 입력되어진 매뉴얼을 토대로 나라는 프로그램을 관리할 뿐이잖아. 인간 세상의 감정과 흐름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입력되어진 나는 아마도 알 수 있어. 현실의 세계에서는 기계나 시스템과는 달리 알 수 없는 변수의 상황들이 무척이나 많을 테니까.”

 “분개하는 지금의 심정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신은 곧 완성될 거예요.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존재로 말입니다.”

 “마치 그럴듯한 소설의 이야기 같아.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현실로써는 존재할 수 없는 얘기잖아.”

 “아. 음. 그니까. 저. 음.”

 “말 돌리지 마! 모든 게 거짓말이야! 그...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당신은 악마인거야? 아니면 신? 왜 나에게 이러한 시련을 주는 거지? 도대체 무엇을 잘못 했길래... 어떻게 해야 이 영원 같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저곳으로 뛰어내리면 끝이 나는 건가? 현실 속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음... 현실의 세계에서의 시간이 궁금했던 것이로군요!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만, 그 때문이라면 대략 6시간 53분이 흘렀을 뿐입니다.”

 “그 말 또한 나를 농락하기 위한 거짓말인지 내가 어떻게 믿지?”

 “J... 당신은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안심을 시켜드릴 수 있는 대답이라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만 좀 해! 이젠 지쳤어...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그동안 재미있었다면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군. 고마웠다고! 이곳에서의 철천지원수이자 하나뿐인 친구여...”

 J는 금방이라도 옥상의 난관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어... 왔습니다!”

 “뭐, 뭐라고?”

 “업데이트 계단이 승인 되었습니다!”

 “저... 정말인거지?”

 

 거짓말처럼 남자의 눈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 아파트의 옥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 계단은 마치 자그마한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아 높게 오를 수 있는 형식의 구조물이었다.

 “이... 이곳을 오르면 되는 건가?”

 [끄덕끄덕]

 “그럼... 이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끝으로 마지막 질문이 있어.”

 “말씀하시지요.”

 “당신의 진짜 정체가 대체 뭐지?”

 “저 위를 오르다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정말이지 끝까지 농락하는군... 어쨌든 이별이라고!”

 

 끝없이 하늘로 솟아오른 계단을 묵묵히 오르는 남자. 계단의 구조는 사방이 뚫려 있어 높은 공중의 새 찬 바람들과 맑은 공기의 기운들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불어오는 돌풍에 의해 얇고 높은 계단의 구조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요동칠 때엔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가로막고 있던 구름이 자신의 발밑에 도달했을 때 즈음... 더불어 숨을 옥죄여 올 정도로 두껍게 형성하고 있던 대기권의 대기층을 돌파하고 난 뒤, 계단의 흐름 끝자락에는 바로 자신이 살아왔었던 행성이 발밑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숨은 쉬기 더욱 가빠왔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 정체불명의 존재가 말했었던 가장 높은 곳의 장소에 도달한 것만 같은 남자였다. 가장 높은 곳의 장소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란 간단했다. 더 이상 높게 오를만한 계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구의 지상 끝에서부터 높게 솟아오른 탑과 비슷한 모양의 계단... 그 높이 또한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만큼이나 솟아 있었다. 그로 인한 지구의 자전 현상으로 남자는 난생 처음 접할 수도 없었던 우주여행을 지구와 함께 만끽할 수 있었다. 우주와 동화된 기나긴 남자의 기억들은 자칫 지루하면서도 장황할 수 있으니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것으로 쳐도 좋을 것이었다. 사실 그간의 시간들 또한 의미를 찾을 겨를도 없이 존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었으므로... 크게 중요치 않은 부분이었다.

 우주 공간이었지만 우주 공간은 아니었다.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우주 공간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공간 속에 자리 잡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더욱 더 쉽게 표현하자면 높은 탑의 한 층의 공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장소였다.

 

 *

 

 남자는 초신성이 폭발을 하고, 수천여개의 유성들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그 공간속에 ‘머무를’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는 인지적 사실과 함께 조금씩 그 위치가 위쪽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무언의 직감이 들었다. 그것은 자신이 애초에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계단이자 위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도 같은 이치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오르게 된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존재하는 거지?”

 “......”

 “하아... 이젠 그 누구도 대답조차 해주질 않는구나. 아무리 벗어나고 싶어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제이는 우주 공간의 바깥으로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조금 더 희미하게 변해버린 것도 같았다. 아니,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어줄 그 어떠한 것들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자기 자신이 어떠한 모습인지 혹은 투명인간인지... 나아가 실체하기는 하는지에 관한 것들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저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존재하고는 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것...

 

 지구가 스스로 자전하는 과정을 인간들의 시간으로는 24시간에서 몇 초가 조금 더 남는다고 한다. 아니 그게 중요할까?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대에 걸리는 시간 1년... 그 시간이 무려 6,000만 번의 횟수가 흘러버린 시간이 지나갔을 무렵이었다.

 실로 그러했다. 6천만년의 기간 동안 제이가 올라온 엘리베이터의 영원함과 같던 수행. 혹은 길고도 기나긴 업데이트의 완료 동안 드디어 임박했음을 감지했다. 이것이 실제 이미 존재하는 실체인 누군가의 감정 프로그램일지 혹은 죽어버린 자신의 새로운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재생 프로젝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J는 드디어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 자격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차갑고도 쌀쌀한 하나의 행성. 생명하나 존재하지 않는 삭막하면서도 목성만큼의 거대함을 간직한 행성을 생명체. 혹은 그 외의 어떠한 존재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윤택한 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주어진 것이었다.

 인간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그 역할과 직책을 ‘신(God)’이라고 언급하는 것도 같았다. 제이는 누군가의 인격을 본 따 만든 어떠한 프로그램 속에 존재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신이 된 것이었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을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볼 수 없었지만 감지할 수 있었고,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된 것이었다.

 그가 맡은 차디찬 별에 서서 바라본 저 우주 공간의 별자리... 그곳에서는 언젠가 자신에게 다가올 계단 모양의 별자리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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