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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9
작성일 : 18-12-12 21:49     조회 : 277     추천 : 1     분량 : 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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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고아 씨, 강승아 (15)

 

  족히 열 몇 개는 되어 보이는 빵이 넓은 접시에 한가득 쌓인다. 둘이서 나눠 먹기에도 많아 보이는 양이다. 승아가 집어 올린 빵은 서너 개 정도고, 나머지는 고아 씨가 고른 것이다. 개중엔 손바닥 크기보다 큰 빵도 몇 개씩 보인다. 어느 각도로 봐도 족히 4인분은 나올 것 같다. 승아도 빵을 좋아하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많이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빵 무덤의 원인은 당연히 고아 씨지만, 체구도 작은 고아 씨가 아무리 많이 먹어봐야 자신의 반도 못 먹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많이 드세요."

 

  "네, 작가님도..요."

 

  정말 많이 먹긴 해야겠다. 오늘 만남에 소화제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 당장은 작은 것부터 해치울 요량으로 제일 작은 걸 찍어 올렸다. 반면에 고아 씨는 포크를 들곤 제일 큰 빵부터 찍었다. 빵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자르지도 않은 빵이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도대체 왜? 저렇게 큰걸? 저것만 간신히 먹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게 할 셈인가? 부족한 센스에 대한 복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고민 없이 빵이란 빵은 다 집어든 게, 소위 악기바리라도 시키려는 셈이었을까. 그렇게 좋아하는 빵, 아주 먹다 죽으라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초의 걱정부터가 오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햄스터처럼 작은 입 가득 빵을 베어 물고는 우물거린다. 몇 번 씹지도 않고 우유와 함께 넘겨버리고는, 몇 번이나 반복한다. 빵이 뻑뻑하지도 않은지 손에 멈춤이 없다. 방금 집어든 것 같은데, 승아에게도 부담스러운 저 커다란 빵 덩이가 벌써 반이나 사라졌다. 꼭 며칠 굶은 사람처럼 상대방은 쳐다도 보지 않고, 온전히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승아는 빵을 입가에 갖다 댄 채로 경이로운 시선을 보낸다. 보는 사람이 먹는 걸 잊을 정도로, 저렇게 빵을 잘 먹는 사람은 처음 본다.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 모양이다. 식사하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만큼 큰 실례가 없다는 것조차 잊는다.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에 멍하니 바라본 지 겨우 몇 분, 그 커다란 것을 해치운 고아 씨가 다음 빵을 고민하다 승아와 눈이 마주친다. 뭘 처다 보냐는 말은 눈빛으로 대신하고 입으론 그나마 친절한 말을 꺼낸다.

 

  "식사 안 하세요?"

 

  "네.. 네. 먹어야죠.. 그냥.. 작가님 정말 잘 드셔서.."

 

  어떤 이성 앞이건 꺼내서 좋을 일 없는 말이다. 집에 돌아갈 때쯤엔 괜한 말을 했다며 자책할만한 거리지만 다행히도 고아 씨는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좋아하니까요."

 

  빵을요. 대화는 거기서 끝이다. 다시 빵에 집중하는 고아 씨와 이제야 한 입 먹는 승아. 승아가 하나를 다 먹었을 땐 고아 씨는 이미 세 개 째를 집어들었다. 저 날씬한 몸 어디에 빵이 쌓여 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자신이 못 본 사이에 어딘가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자신이 8할은 먹어야 할거라고 생각했던 승아는 3할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고아 씨는 기어이 자신이 가져온 빵을 다 먹었다. 많이 드시란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나. 얼떨떨한 사이에 고아 씨 쪽에서 먼저 포크를 내려놓는다. 옆에 쌓인 우유만 해도 2리터는 됐다. 승아는 배가 볼록해지진 않았을까 하는 못된 상상을 한다.

 

  포만감에 만족한 고아 씨는 몽롱한 눈을 깜빡거린다. 후 하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 적어도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어떤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많이 먹은 적은 없었다. 이미지관리 할 필요 없는 사람이란 게 이렇게나 편할 줄이야. 저 눈만 봐도 안다. 당장 눈앞에서 코를 파지 않는 이상은 저 반짝임은 빛바랠 일이 없을 것이다. 저 비슷한 걸 어디서 봤더라, 친구 집에서 봤던 강아지였던가. 썩 보기 싫진 않다. 팬이랍시고 접근하던 남자들이 곧잘 보여주던 끈적한 눈보단 낫다.

 

  승아는 이게 잘 된 일인지 긴가민가하다. 전날 생각해둔 분위기 있는 식사는 아니었지만 고아 씨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언제나 뚱한 표정이라 눈치채긴 쉽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조금씩은 티가 난다. 웃으면 정말 예쁠 텐데. 아쉽게도 승아는 남을 웃기는 재주는 없다.

 

  이제 약속했던 만남은 끝났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고, 다 먹었다. 오늘 만남이 어색할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식사 중에 대화를 통해 어색함을 풀려고 했다. 이렇게 폭풍처럼 끝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계획대로라면 자연스럽게 카페로 가자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 말을 꺼내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그만 가죠."

 

  만난 지 아직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어쩜 저리 미련하나 없이 말하는지. 괜히 울컥할 정도로 칼 같다. 하지만 승아가 울컥해봐야 그만 가자는 말이 도로 들어가진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다. 하다못해 계산이라도 하기 위해 지갑을 꺼낸다. 남자답게 깔끔하게 계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고아 씨는 살짝 눈을 치켜뜬다.

 

  "제가 계산할 거에요."

 

  "아니에요 제가.."

 

  "제가 계산할 거에요."

 

  "그래도.."

 

  "애초에 제가 사드리려고 온 거에요."

 

  그럴 상황이긴 하다. 먹은 양의 차이는 둘째 치고 애초에 만나자고 한 게 고아 씨다. 다만 승아는 자연스럽게도 자기가 사는 걸로 여기고 있었다. 작가님이 돈을 쓰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둘만의 첫 만남이니 배려있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었는데.

 

  태연히 계산중인 고아 씨의 뒷모습을 보다 그제야 오늘 만나게 된 경위를 떠올린다. 사과받는 자리가 아니었나? 이제 와서 상기하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저 태도는 아무리 봐도 사과하러 온 사람이 할 태도가 아니다. 원래 까칠한 성격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있다. 일감 받아갈 땐 그렇게 친절하더니, 막상 만나고 나니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머리로는 당시엔 돈을 주고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온 태도란 걸 인정하면서도, 못난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처음으로 고아 씨에게 반감이 생긴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대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볼 확률이 높다. 이렇게 호구 취급만 받고 갈 순 없다. 작가님에게 호감이 있는 건 맞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승아가 혼자 열이 올라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쯤, 고아 씨가 돌아선다.

 

  "작가님은.."

 

  "커피는 사주세요."

 

  일부러 살짝 인상까지 쓰고 말하려는데 중간에 끊겼다. 화를 낼 대상이 배려 없이 말까지 자른다면 화가 나야 정상인데, 방금 나온 말 때문에 다 사그라들었다. 커피는 사 달라니.

 

  "예?"

 

  "카페 안 가실 거에요?"

 

  상대쪽에서 먼저 나올 줄은 몰랐던 말. 승아는 멍청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고아 씨의 얼굴이 꽤 가깝다. 가슴에 남아있던 불씨가 목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옮겨붙는다. 작가님이 먼저 나한테 카페에 가자고 했어. 이런 희한한 상황은 대비해둔 적 없다. 오늘 만남의 모든 권유는 당연히 자신이 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저 딱딱한 표정. 긴 속눈썹. 발그레한 볼. 빨간 입술.

 

  고아 씨는 입술 끝이 꿈틀대는 걸 간신히 참고 있다. 저 얼빠진 얼굴을 보는 게 꽤 맘에 든다. 아무리 자신에게 빠져 있다 해도 지금쯤이면 슬슬 열 받았겠거니 싶었다. 손잡을 때처럼 훅 들어가면 다시 온순해질 거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그대로 됐다. 우스울 정도로 생각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남자로 보이진 않지만 좋은 애완동물처럼 느껴지긴 한다. 착하다 착하다 하며 먹이라도 주고 싶다. 팬더 같이 생겼으니까 댓잎을 줘야 할까.

 

  자신이 남자는커녕 동물로 격하된 것도 모른체, 속에서 쾌재를 부른다. 아무래도 당장 만남이 끝날 걸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 기회는 있다. 카페만큼 길게 얘기하기에 좋은 곳은 없다. 박살 난 이미지를 어떻게든 만회할

 것이라며 필사적으로 이야깃거리를 준비한다. 아니, 그 전에 조사해둔 카페를 가는 게 먼저다.

 

  "그럼 제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어.. 거기로 갈까요?"

 

  당연히 거짓말이다. 승아는 여태 이곳까지 와본 적도 없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종일 검색하며 알아낸 곳이 하나 있다. 온종일 사랑 노래만 나온다는 곳이다. 데이트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다는 말에 혹해 메뉴부터 위치까지 달달 외워뒀다. 이제 거기서 아이스 카페모카만 주문하면..

 

  "아뇨. 추우니까 아무 데나 가죠."

 

  취소. 식사도 카페도 틀어졌으니 이틀이나 생각해둔 계획이 물거품이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경우의 수가 없으니 이젠 전부 애드립이다. 계획대로 될 거란 생각이 얼마나 어린 생각인지 인제야 깨닫는다.

 

  고아 씨는 승아의 얼굴을 흘끗 보곤 또다시 먼저 출발한다. 준비한 게 뻔한 멘트 뒤에 당황한 표정을 보니 생각해둔 대로 진행이 안 되는 모양이다. 안 됐지만, 오늘 승아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뻔하디뻔한 승아의 생각에 자신이 따르는 일은 없다. 고아 씨의 방식대로 승아를 휘젓고 보낼 생각이다. 저번처럼 무너질 일은 다신 없을 것이다. 자신은 절대 예상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란걸 확실하게 각인시켜 줘야지. 생각보다 나쁜 만남은 아니지만, 여전히 뒤통수 방지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잘못은 고아 씨가 했지만 주도권도 고아 씨에게 있다.

 

  녹았던 몸이 다시 맞는 칼바람은 유난히 날카롭다. 이번에도 여자가 가는 길을 따라 남자는 졸졸 따라간다. 걷던 와중 고아 씨가 재킷을 여미는 모습에, 승아는 고전적인 남자의 책임감을 느낀다. 짐짓 태연한 척하며 바로 옆까지 가는 데엔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머플러를 풀려는 순간, 그대로 천천히 물러난다. 정말 위험했다. 애매하게 여민 재킷이 어떤 각도에선 도리어 수위를 올려놨었다. 승아의 연약한 정신으론 근거리에서 저런 노출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기분 탓인진 몰라도 고아 씨의 발걸음이 느려진 것 같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다. 한 번 물러났는데도 고아 씨가 옆에서 걷고 있다. 시선이 강제로 정면을 향한다. 근 몇 년간 겪은 갈등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나란히 걸어도 둘 사이엔 여전히 말이 없다. 무슨 얘기든 상관없으니 대화하며 걷고 싶은데, 그러려면 고아 씨 쪽을 봐야 한다. 차마 볼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만 보고 시선을 뗄 자신이 없다. 저 생기 없는 표정에 무슨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 점이 승아을 더욱 괴롭게 한다. 괜찮은 카페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리지만 절대 왼쪽은 보지 않았다. 고아 씨는 카페를 찾는 건지 아니면 그저 정면으로 걷기만 하는 건지 고개를 돌리지도 않는다.

 

  꽤 오래 걸은 것 같다. 멋 부린다고 입은 코트는 늘 입는 패딩보다 따뜻할 수는 없었다. 이젠 분위기는 상관없다. 그냥 어디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쯤, 저 오른편에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폐건물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카페가 맞긴 하다. 아무리 춥다 해도 저런 곳에 고아 씨를 데려가는건 매너가 아닌것 같다. 저건 완전히..

 

  "저기로 가죠."

 

  .. 빈티지 느낌이다. 낡은 건 그저 컨셉일지도 모른다.

 

  고아 씨가 앞지른다. 그 바람에 예의 그 옆모습이 정면을 향한 시야에 들어왔다.

 

  결국엔 봐버렸다. 앞지르는 움직임에 맞춰 그대로 고개가 돌아간다. 시선을 떼는 건 무리였다.

 

 .

 
작가의 말
 

 언젠가는 미친듯이 수위를 올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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