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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5. 동백아가씨(3)
작성일 : 18-12-12 21:29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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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유진은 자신이 그리 운이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장호와 엮이면 꼭 일들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부랴부랴 왔음에도, 꼭 이것만은 피해주길 바랬는데 이미 나란히 서있는 장호와 윤영을 보니 먹기도 전에 속이 체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 늦게 들어왔으면서 저 남자는 뭐 이렇게 아침부터 일어났는지, 참 쓸데없이 부지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장호의 젖은 머리를 보니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두 사람이 같이 있어?”

 

 유진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이에 윤영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우연히 만났어. 운동 다녀오는 길이라고… 그나저나 전화는 왜 안 받아?”

 

 “아… 핸드폰을 변기에 빠뜨려서…….”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진과 윤영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장호가 말을 꺼냈다. 그러나 윤영이 어차피 식사해야하는 거 아니냐며 장호를 붙잡았다.

 

 그런데 그냥 들어갈 줄 알았던 장호가 윤영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세 사람은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24시간 해장국집에 들어와 어색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유진은 옆에 앉은 장호가 더 신경 쓰였지만, 오히려 장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 그게 더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어제는 임피디가 늦게 들어갔죠? 저 위로한답시고 술 사준다더니, 저보다 더 술을 마시더라고요.”

 

 윤영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유독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마도 눈치빠른 윤영이었으니 장호와 자신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음을 알고 떠들고 있는 것일게다.

 

 유진은 윤영이 이혼 얘기만큼은 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는데, 윤영은 실실 웃어대며 제 아픈 상처를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

 

 “어제 저 이혼 했거든요.”

 

 그러나 유진은 제 아픈 상처를 까집어 분위기를 맞추고 있는 윤영보다 윤영의 이혼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를 장호가 더 걱정되었다.

 

 장호는 윤영의 말에 잠시 놀란 듯 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윤영이 장호가 곤란한 줄 알고 괜찮다며 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

 

 “괜찮아요. 오히려 힘든 사람 잡고 있는 게 더 죄짓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진은 윤영이 저와 장호의 지금 상황을 알고 말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임을 저는 알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장호는 윤영의 말에 크게 동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식사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장호를 신경 쓰느라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조차 느낄 수 없었다. 명치끝이 아파오는 걸 보니 단단히 체한 것 같다.

 

 식사가 끝나자 윤영이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유진에게 내밀었다.

 

 “어제 이것 때문에 나 찾은 거라며? 기주가 그러더라. 오늘도 이것 때문인 거지?”

 

 유진이 윤영에게서 파일을 받아 확인하자 북한 당 조직위와 정리된 계보였다. 유진은 빠르게 자료를 훑어보며 물었다.

 

 “사진이랑 영상은?”

 

 “급한 거야?”

 

 “응.”

 

 “그건 시간 좀 걸리겠는데? 이사하느라 짐을 옮겨서 찾아야 해.”

 

 “이사? 아…….”

 

 유진은 자신의 무심함에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그때, 장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출근을 해야 해서요.”

 

 장호가 일어서자 윤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에요. 저도 가봐야 합니다. 임피디 표정 보니까 자료 빨리 찾아줘야 할 것 같네요.”

 

 두 남자가 일어나자 제일 마지막으로 유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같이 가.”

 

 유진의 말에 장호와 윤영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둘이 찾으면 빨리 찾을 거 아냐.”

 

 “내가 혼자 하는 게 더 빨라. 어디있는지도 모르면서 뭘.”

 

 윤영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장호가 자리를 비켜주듯이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임유진, 빨리 따라가. 내 꼴 나지 않으려면 잘하라고 했지?”

 

 유진은 윤영의 말에 막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가는 장호를 쳐다봤다. 이에 윤영이 유진의 등을 떠밀며 말을 덧붙였다.

 

 “빨리 가. 자료는 내일까지 찾아볼 테니까. 그리고 새 아이템은 무조건 나랑 하는 거다.”

 

 “알았어. 연락 줘.”

 

 유진은 윤영을 뒤로하고 장호가 향했을 아파트 쪽으로 뛰어갔다.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뛰어갔는데도 그 사이 참 멀리도 가 있다. 유진은 재빨리 장호의 곁으로 다가가 장호를 불러 세웠다.

 

 “얘기 좀 해.”

 

 유진의 부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던 장호는 속도를 줄여 다시 걸으며 대답했다.

 

 “출근해야해.”

 

 “그래도 얘기해. 지금 아니면 언제할건데?”

 

 유진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출근길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시선이 유진에게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유진을 물끄러미 보기만 하던 장호가 대답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방향이 집쪽이 아니라 다른 쪽이었다.

 

 “어디가?”

 

 “얘기하자며? 집은 불편할 거잖아?”

 

 그렇게 해서 온 곳이 아파트 구석에 자리한 놀이터 벤치였다. 말없이 먼저 벤치에 자리를 잡는 장호를 보자 속이 아파왔다. 아무래도 단단히 체한 것 같다.

 

 “머리 좀 말리고 나오지. 아직은 공기가 쌀쌀한데, 아니면 어디라도 들어가던가. 나한테는 그렇게 잔소리 하면서 당신은 왜 그러고 다녀?”

 

 “그 말 하고 싶었던 거 아니잖아. 해. 하고 싶은 말.”

 

 사실 유진은 자신이 먼저 장호를 잡았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서류는 어제 보냈어. 아마 이번 주 내로 도착할거야.”

 

 유진은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장호가 꺼낸 말에 명치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가슴까지 번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 안할 거야? 그럼 들어가고.”

 

 유진은 장호가 정말 자리에서 일어 날 것만 같아서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오늘 이감독이 여기에 온 건 할머니 일 때문에 확인할 게 있어서야.”

 

 “알아. 아까 밥 먹으면서 들었어.”

 

 “그리고… 이감독 이혼한 거 나랑은 상관없어.”

 

 “알았어.”

 

 알았다고 대답하는 장호의 목소리에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있잖아, 나는…….”

 

 유진은 감자기 목이 콱 막혀 왔다. 아무래도 체기가 목까지 차오른 듯 했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랑 이혼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내가 그러자 한건……. 생각해보니까 내가 당신이 했던 말들… 당신이 하자고 한 거 제대로 들어준 게 없더라. 윤영이가 어제 그러더라. 당신한테 잘 하라고 나는 너무 무심해서 주변에 상처를 준다고…….”

 

 울컥할 만한 이야기가 아닌데 목까지 올라온 체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체기가 눈까지 올라간 건지 눈이 시큰거려왔다.

 

 “혹시 나 때문에… 내 무심함 때문에 상처 받았다면 미안해. 그런데 여보.”

 

 유진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호칭에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내내 무감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장호도 ‘여보’라는 호칭에 잠시 멈칫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랑 이감독…….”

 

 유진은 앞으로 자신의 입으로 나올 말에 괜한 수치심이 들어 말을 하다말고 입술을 꼭 깨물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 그것만큼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때문에 당신이랑 이혼하는 거 아니야.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유진은 하마터면 실소가 터져 나올 뻔 했다. 자신은 너무도 힘들게 꺼낸 이야기인데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는지 나오는 대답이 너무도 쉬워보였다. 이젠 정말이지 이 남자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원래 유진은 장호에게 시간을 갖고 이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를 대하는 감정 없는 그를 보자니 저도 모르게 말들이 튀어나갔다.

 

 “미안했어. 그리고 수고 많았어. 나같이 제멋대로인 사람이랑 살아줘서. 제대로, 처음 들어주는 당신 이야기가 이혼이라서 너무 미안해. 먼저 일어날게.”

 

 자리에서 일어선 유진이 그를 뒤로하고 나오는데, 장호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을 붙들었다.

 

 “약 사먹어. 체한 거 오래두면 안 좋아.”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헤어지는 마당에 자꾸만 미련으로라도 잡고 싶어지게 만드는 저런 친절이 너무도 화가 났다. 분명 화가 났는데, 그랬는데 어느새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에 오른 유진은 덜덜 떨리는 손에,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눈물에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쁜 놈. 하아… 진짜…….

 

 이젠 정말 그와는 끝이라는 생각에 온 몸으로 체기가 퍼진 것처럼 아파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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