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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0화
작성일 : 18-12-12 17:21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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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라.”

 

 이번엔 손목을 제자리로 돌려 칼날을 가로로 눕힌 파사르는 관통해 고정 되어있는 검으로 우측을 향하는 반듯한 수평을 그었다.

 옆구리부터 시작해 목을 지나 어긋난 주둥이 사이로 빠져나올 때까지 검의 흐름은 너무나도 매끄러웠다.

 야수귀의 체내에 뒤엉켜 있는 부속물이 검을 붙잡을 순 없었고, 심지어 얇고 굵은 뼈 따위조차도 나아가는 칼을 막아서진 못했다.

 오히려 어찌나 깨끗하게 절단되었는지 위턱과 아래턱이 분리 돼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악귀는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파사르는 첫 놈을 죽인 후 곧장 질주를 끝내고 두 다리를 멈추어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관성으로 인해 몸이 급하게 앞으로 쏠렸는데, 이것은 다음 동작을 위한 파사르의 노림수였다.

 그는 몸의 균형을 잠시 잃어버린 동안에 검을 양손으로 바로잡았다.

 그리고는 중심을 뒤쪽으로 다시 되찾으며 5시에 머물고 있던 검을 11시 방향으로 올려쳤는데, 파사르는 검의 움직임을 따라 허리와 뒤로 물러나 있는 오른쪽 발목을 유연하게 비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번엔 하늘로 솟구친 검을 정수리 위로 끌어당긴 후 수직을 이뤄 강하게 내려베었다.

 

 어디인지 모를 굴들에서 작은 탄성들이 여러 갈래로 세어 나왔다.

 파사르의 검술은 어디서든 흔하게 배울 수 있는 기본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작 하나 하나가 눈에 익었지만, 그 수련의 정도에서 나오는 힘이 달랐다.

 모든 무술의 밑바탕이라는 것들이 그렇듯 기초적인 투박함이 느껴졌으나, 검 끝에 실린 힘에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진중함이 담겨 있었다.

 또한 공격에 있어 빗나갈 확률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무거운 살기가 검을 타고 뿜어져 나왔지만, 우월감과 자만심에 취해 만들어진 겉멋들이 동작에 가미되어 있지 않았다.

 

 파사르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짧은 경합으로 네 마리를 베었으나 아직 남아있는 머릿수는 대략 열 마리쯤은 되어보였다.

 하지만 우습게도 불안해하고 있는 쪽은 수적으로 열세인 파사르가 아닌 악귀들이었다.

 갑옷에 흠집 하나 입히지 못하고 조각이 나버린 동족들의 모습에 확연히 기세가 꺾여버린 악귀들이 파사르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던 것이다.

 그에 파사르는 검에 묻은 검고 묽은 핏물들을 허공에 튕겨 털어내고는 자세를 다잡았다.

 

 길목 언저리에 멈춰 서서 어질러진 대형을 갖추고 있는 악귀들 또한 위액이 역류했을 때 속이 들끓으며 나는 소리와 비슷한 울음을 서로에게 질러댔다.

 파사르는 그것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주둥이 안에 감춰 놓은 둘둘 말린 혀.

 카멜레온의 그것과 똑같이 찐득한 점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혀는 놈들이 가진 최대의 무기였다.

 다만 더 발달된 점이라고 한다면 200kg은 거뜬히 끌어당길 수 있는 혀의 근육과 글러브처럼 둥그렇게 살점이 도톰한 혀끝에 숨겨진 가시들이었다.

 

 대치 상황 속에서 파사르는 숨을 바르게 골랐다.

 저 놈들이 가진 혀근육의 밀도는 혀가 발사되는 빠른 속도와 상승효과를 일으켜 철퇴와 마찬가지였다.

 즉, 혀에 맞는 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의 피해를 받는 것과 동시에 점액질로 인해 혀와 단단히 고정되어 버리고, 2차적으로 혀에서 돋아나는 가시로 몸에 원치 않는 바람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대형 중 앞열에 위치하고 있는 야수귀들이 동시에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로 기지개를 펴듯 몸을 뒤로 쭉 빼내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헛구역질을 하듯 목구멍을 꿀렁꿀렁 대며 토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놈들의 목 주변의 살가죽은 커다란 먹이를 삼키고 있는 뱀처럼 잔뜩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고약하게도 그럴 때마다 어긋나버린 주둥이에서 타액이 고장 난 수도꼭지마냥 다량으로 흘러나와 일대에 악취를 풍겨댔다.

 그렇게 준비운동 따위의 목구멍 예열을 끝마친 야수귀들은 서로의 혀가 뒤엉키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아가리를 위아래로 쩍 하니 벌린 채로 모아두었던 토사물을 내뱉듯 똬리를 틀고 있던 혀를 쏜살같이 발사했다.

 

 하지만 파사르가 아무런 대응책도 없이 멀뚱히 서있던 것이 아니었다.

 몸 전체가 정면이 아닌 우측을 바라보게 선 상태로 두 다리를 넓게 벌린 후에 왼발의 무릎을 구부정하게 당기고, 칼날을 오른쪽 어깨에 기댄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휘두름에 제약이 없도록 손잡이의 간격을 널찍이 잡아놓은 그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오는 혀를 바라보았다.

 

 대각선 내려베기.

 목표물에 눈을 떼지 않고 내려간 칼날이 흔들림 없이 초승달을 그려냈을 때, 도톰한 혀에 내장되어 있던 가시들이 양 갈래로 갈라진 혀에서 벗어나 힘없이 사방으로 추락했다.

 혀는 그대로 흙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쳐대었으니, 베인 속살 안에서 쏟아진 피가 강물을 이뤄 바닥을 물들이다 못해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공기를 찢는 야수귀의 고통에 찬 비명에도 파사르는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흙구덩이를 나뒹굴고 있는 야수귀의 사체의 일부분들만을 골라 칼끝을 찔러 넣었다.

 화살의 속도로 차례로 쏘아진 둥그런 혓바닥이 벌써 엎어지면 닿을 정도의 거리로 다가와 있었다.

 파사르는 재빨리 날에 꿰어진 사체조각들을 혀들이 날아오는 궤적에 맞춰, 검을 힘껏 휘둘러 날려 보냈다.

 결과는 종이 한 장차이로 파사르의 승리였다.

 파사르가 꿰어낸 부위들은 아직 온전한 고름주머니들이 달려있는 것들이었다.

 이미 쏘아버린 혀의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야수귀들은 죽은 동족이 남긴, 산성이 가득 담긴 고름주머니를 보고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름주머니를 들이박은 혓바닥은 지독한 산성이 담긴데다 토사물이 썩어서 만들어진 것처럼 생긴 옅은 녹색빛깔의 고름들에 뒤덮여 파르르 익어가다 군데군데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혀를 잃은 악귀들은 가뜩이나 온전치 못한 정신을 모두 놓아버리고 발버둥을 쳐댔다.

 심한 놈들은 마치 물가를 벗어나 발악하는 물고기마냥 여기저기로 퍼덕이기까지 했는데, 덕분에 아직 뒷렬에 대기하고 있는 악귀들 사이로 몸을 헤집고 부대끼고 있어 파사르에겐 긍정적인 혼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기회를 잡은 파사르는 신속하게 전방으로 돌진했다.

 그 모습을 본 뒷렬의 야수귀들은 어떻게든 혀를 쏘아내기 위해 목구멍을 꿀렁이며 공간을 찾아내려하는 게 보였지만, 앞렬의 야수귀들이 충분히 시야를 방해해주고, 네 다리를 단단히 고정시켜하는 자세까지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파사르는 너무나도 손쉽게 악귀의 무리로 접근한 뒤, 먼저 어깨와 팔로 정신없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야수귀들에 부딪쳐 까칠한 암석의 벽면으로 치워버렸다.

 

 “이번엔 너희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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