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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짜여진 판을 뒤엎으러 왔습니다.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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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하나뿐인 어머니를 여읜 화연.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어 답답해 하는 명복. 파란만장한 조선 궁궐 안에서 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3화. 내 사람인지 일개 호위무사인지
작성일 : 18-12-11 22:20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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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쾅쾅!

 

 "박화연! 아직도 안 일어난 게냐?"

 

 벌써 해가 떠 하늘 꼭대기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화연은 아직 방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도명이 그녀의 숙소 문을 두드렸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곧 환관 어르신께서 오실 거야"

 

 도명은 그리 말하고 계속해서 화연의 숙소 문을 두드렸다. 한 번만 더 두드리게 하면 문을 부시겠다는 그의 말에, 갑자기 벌컥- 숙소 문이 열렸다.

 

 그토록 오매불망 보기를 소원하던 화연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무언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어야 할 안대가 없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화연의 푸른 왼쪽 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너, 너 안대가..."

 

 "어제 벗어놨는데 없어졌어. 누가 가져간 거지?"

 

 그리 말하는 화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아주 옛날에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이제는 유품이 되어버린 안대. 검은색과 흰색의 비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참으로 곱던 안대였다. 그런 안대를 잃어버렸으니 화연에게는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울지 말고, 방 안 구석구석 찾아본 거 맞아?"

 

 "응..."

 

 "환장할 노릇이네...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그래, 알긴 아는구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환관 선용이 그들 앞에 떡하니 섰다. 뒤에는 어제 본 궁의 무인들 몇몇이 서 있었다.

 

 "시간이 다 되도록 안 와서 이리 와봤더니 왜 이리 눈물바람인 게냐?"

 

 "어르신...제가 어제까지만 해도 차고 있던 안대가 사라졌습니다"

 

 "아...그것이라면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구나"

 

 "예?"

 

 그리 말하는 선용의 손에는 화연의 안대가 들려 있었다. 재빨리 그것을 낚아채 착용한 화연이 선용을 눈이 빠져라 쏘아보았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일인 겁니까? 사내 대장부께서 어찌 여인의 물건을 도적처럼 함부로 취하신단 말입니까?"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구나...어제 네가 옷자락을 자른 것이 무인들에게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었나 보다"

 

 "옷자락은 시험 때문이라 이해해 주실 거라 믿었는데 그리 속들이 좁으셨단 말입니까?"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나...내가 대신 사과하마. 그리고 네 소원 하나는 언제든지 들어주겠다"

 

 정말로 미안했는지 선용이 소원을 운운했다. 정말로 풀 죽은 그의 모습에 화연의 노기도 점차 가라앉았다. 그래, 지금 이리 화를 내면 무슨 소용이랴 간수 못한 내 책임도 있는 것을...약속한 조건이나 확인받자...

 

 "정말이시지요? 정말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소원 하나는 들어 주신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반쪽 사내지만, 사내는 사내인 법. 내 어찌 여인에게까지 거짓을 고할까?"

 

 "...그럼, 알겠습니다"

 

 "성격이 시원시원하여 좋구나"

 

 "기억력 또한 좋지요"

 

 "그래, 그 좋은 기억력을 잘 써먹거라"

 

 그렇게 한바탕 안대 소동이 마무리 되었고, 선용 일행은 말을 타고 궁으로 향했다.

 

 .

 .

 .

 

 한참을 달려 어느새 궁에 도착한 화연은 어느 환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환관은 어느 문 앞에 멈춰 들어가도 되겠냐고 여쭙더니, 문을 열었다.

 

 "폐하. 선용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호위무사입니다"

 

 곧이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이 나라의 허수아비 왕으로 행세하고 있는, 그러나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이 보는 사람을 하여금 기에 질리게 했다.

 

 "...이 아이가 내 개인 호위 무사더냐?"

 

 순간, 그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사내의 말투에는 무시와 불신이 은근슬쩍 배어 있었다. 계집이라는 성별로 인해 자연스레 깔보아지는 모양새였다.

 

 "계집이라 해도 궁의 무인들의 옷자락을 모조리 베어냈다고 합니다"

 

 "호위무사 선발전에는 실력이 최하위인 무인들만 가니 그럴 수 밖에..."

 

 이제는 무시와 조롱의 기색이 말투에 역력히 나타났다. 사내의 노골적인 기색에 환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하려 입을 열었다.

 

 바로 그 순간

 

 "선생께서는 한낱 계집에게 옷자락을 베일 만큼 조심성이 없으신가 봅니다? 그것이 아니면 쓸데없는 것에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성정이십니까?"

 

 화연의 말에 사내가 자신의 옷자락을 보니 어느새 어깨 부분의 옷자락이 한 움큼 베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 베었더라면 최소 피 몇 방울은 족히 흘렸을 법한 양이었다.

 

 화연의 몸놀림에 당황한 환관은 화연에게 소리쳤다.

 

 "어허! 무엄하다. 어찌 이 나라의 국본이신 폐하께 칼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이냐! 네 정녕 궁에 들어오자마자 시체로 실려 나가고 싶은 게야?"

 

 그리 소리 지르는 환관은 반쪽 사내라고는 믿을 수 없이 서슬이 퍼랬다. 그러나, 일생의 절반을 검을 쥐고 살아온 화연에게는 그것이 무섭지 않았다. 되려 차분하게 대응했다.

 

 "이 나라의 국본이라면 엄연히 평등이라는 단어를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법. 허나, 이 나라의 주인이신 폐하께서는 그런 단어가 익숙치 않으신 것 같아 이리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그래도!"

 

 "그만"

 

 환관과 화연의 기싸움이 시작되려 하는 찰나. 고종이 그 둘을 막았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음성에 환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네는 수고했으니 그만 나가보게. 호위무사는 여기 남고"

 

 환관은 분통이 안 풀렸는지 나가는 순간까지 화연을 쏘아보았다. 탁- 방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화연과 고종 둘 뿐이었다.

 

 "당돌하구나. 내게 위협을 가한 것으로 모자라 충고까지 서슴치 않다니"

 

 2차전으로 기싸움을 시작하려는지 고종은 눈빛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에 굴복할 화연이 아니었기에 지지 않고 시선을 맞받아쳤다.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되는 것이 정의라는 것인데, 폐하의 말투에는 그게 깃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과오를 범하면서까지 실력을 드러내었습니다"

 

 "한 마디로 실력 자랑이구나"

 

 "무언의 충고이지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그렇게 서로의 눈빛을 받아내고, 받아치길 계속. 고종은 눈빛의 힘을 풀고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선용이 추천할 만 하구나"

 

 "궁의 무인들까지 뚫은 자라면 이것은 당연한 도리겠지요"

 

 "그래, 참으로 대단하다. 대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당돌하기까지 왠만한 여인은 아니구나"

 

 "왠만한 여인들이라면 무사 신분으로 궁에 입성하지도 않습니다"

 

 "알고 있다. 너는 무언가 다르기에 이리 궁에 입성했겠지"

 

 "과찬이십니다"

 

 "허나..내 궁금한 게 있다"

 

 고종의 눈빛이 일순간 깊어졌다. 속내가 읽히지도 않을 만큼 깊은 눈빛에 화연은 순간 속으로 긴장했다. 도대체 무엇이 궁금하단 말인가? 설마 얼굴의 절반을 가린 안대가?

 

 순간, 화연은 고종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안대를 보호했다. 손으로 안대를 가리고 있는 모양새가 고종을 경계하는 티가 역력했다.

 

 "아니, 내가 궁금한 건 안대가 아니다"

 

 "그럼...대체 무엇이옵니까?"

 

 "이 정도 실력이라면 무사보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책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왜 궁에 들어온 것인게냐?"

 

 도대체 왜 힘 없는 왕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것이냐? 차라리 힘 있고 권력있는 외척들이나, 아버지의 무사가 되는 것이 나았을 터인데...

 

 고종은 권력을 쥐지 못한 자신의 호위무사가 된 까닭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궁금하십니까? 아니면 저를 떠보려는 속셈이십니까?"

 

 "후자가 섞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나, 전자가 훨씬 더 많이 섞여있다"

 

 진심으로 궁금하다.

 

 힘 없는 왕의 호위무사가 되기를 자처한 네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일부러 가시길을 자처한 네 속마음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내 편인지 아닌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러니 답해다오.

 

 내 사람인지 아니면 일개 호위무사라는 직책뿐인지...

 

 진심으로 네가 궁금하단 말이다.

 

 "저는...."

 

 "너는?"

 

 "선용 어르신께서 이곳에 꽂아주신 일개 호위무사입니다"

 

 선을 확실히 그어 더 이상 캐물을 것이 없는 대답이었다. 화연의 대답은 자신의 편을 기대하고 있던 고종의 감정을 베어버린 것이 되었다. 일말의 희망조차 걸어볼 곳이 없는, 너무나도 차가운 화연의 대답에 고종에 입가에 살짝 걸려있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그래?"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그럼 나가보거라"

 

 "...더 물으실 건 없으십니까?"

 

 "없다"

 

 더 이상 기대를 걸 만한 질문이 없다.

 

 설령 있다 해도 네 입에서는 기대한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걸 알겠다.

 

 "그러니, 그만 가 보아도 된다"

 

 네 덕분에 다시 한번 알아챘다.

 

 이 드넓고도 드넓은 궐 안에서 내 편이 되어줄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기대를 걸면 그것에 대한 실망은 반드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폐하"

 

 "그만 나가보래도!"

 

 "폐하의 편이 없으셔서 그리 행동하시는 겝니까?"

 

 참으로 당돌한 질문. 어찌 보면 눈치가 없는 질문이었으나, 화연은 누구보다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이었다.

 

 고종은 지금 자신의 답에 매우 실망한 상태. 똑똑한 사내인지라 예리한 질문으로 그를 다독이는 것이 나쁘진 않을 터였다.

 

 "방금 무어라 했느냐?"

 

 "제 답에 실망하셨습니까?"

 

 실낱같은 폐하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그 무심한 답변에...상처 받으셨습니까?

 

 고종은 서늘한 기운을 얼굴에 드리우고 화연 앞에 섰다. 고종의 그런 한기에 주춤할 법도 했으나, 화연은 냉기 어린 그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 가운데에서는 어떠한 위협도, 살의도 없었다. 그렇기에, 보는 이로써 하여금 은근한 신뢰감을 품게 했다.

 

 "내가 만약 실망하였다면...너는 어떤 답을 해줄 것이냐"

 

 "폐하께서 섣부른 것이라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가 섣부른 것이라? 그 연유는?"

 

 "처음 본 사람에게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 세월로 인해 쌓여지는 것을 단숨에 얻어내려 하시니 그저 섣부르다 판단할 수 밖에요"

 

 "그런가..."

 

 고종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처음 본 이에게 신뢰를 기대하는 것이 그리 섣불렀단 말인가? 그것도 앞으로 나를 지킬 호위무사에게?

 

 "그럼...네가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신뢰감을 쌓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느냐?"

 

 "폐하께서 보이는 모습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요"

 

 "그래...그렇겠지"

 

 "허나, 신뢰감은 아니더라도 정은 무조건적으로 쌓이리라 확신합니다"

 

 화연의 마지막 말에 실망하려던 고종은 멈칫 했다. 신뢰감이 아니라...정이라고?

 

 "정이라? 그건 왜 확신하느냐?"

 

 "미운 정도 정이기에 매일 같이 보고 살면 미운정이라도 차곡차곡 쌓이겠지요"

 

 같이 지내는 세월만큼 정이 쌓인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고종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사람이 살아온 세월만큼 정이 쌓이는 건 왜 당연하리라 여기느냐?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적이 쌓여갔는데

 

 고종이 던진 물음에 화연은 확신하지 않고, 기대할 수도 없는 답을 내놓아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듣는 이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정직한 답변

 

 선을 그으면서도 정을 줄 수 있다 확신하는 답변

 

 어찌 보면 고종에게 딱 필요한 답변이었다.

 
작가의 말
 

 고종의 위태로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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