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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기자들이 일거수일투족 리안에게 촉각을 세우는 통에 홍보 아닌 홍보를 해주고 있었다.
" 이 짓도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무슨 연예인이 벼슬이야? 꼴랑 인터뷰 한 번이 뭐 힘들다고 그렇게 튕긴 데요?"
"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작품에 집중하느라 그러는 거잖아. 원래 그래 그 사람."
" 쳇 그래도 돈은 좋은가 CF는 찍었잖아요. 원래가 어딨어 돈 필요하면 다 바뀌는 거지."
" 야 리안이 그 돈 없으면 죽는 줄 알아? 그리고 개런티도 기부했더구만. CF 조건도 이번 영화 촬영장 섭외 차원에서 편의 봐달라 고 한 거라더라."
" 형님은 왜 그렇게 리안 편을 들어요? 뭐 받은 거 있어요?"
"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리안한테 받았을걸?"
" 그렇죠?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이렇게 찾아왔는데 인터뷰 한 번 안 해줘도 악의적 기사 하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얼마나 챙겨줬는데요? 에씨 나는 왜 안 줘. 신입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 너도 이번 영화 끝나면 받을 거다."
" 오호 그래요? 작품 끝날 때마다 주나 보네. 역시 할리우드 스케일. 얼마나 줘요? 아님 다른 거로 주나? 뭐로 챙겨주는데요. 아 궁금하게 말을 하다 말아요."
" 너 지금까지 이 일 하면서 일일이 챙겨 인터뷰해주는 사람 이 바닥에서 본 적 있니?"
" ?"
" 리안 씨가 그래. 영화 촬영할 때는 어떤 인터뷰도 거절이지만 끝나고 나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장소며 시간 정말 무리한 요구가 아닌 이상 하나하나 편의 맞춰 꼭 해준다고. 그게 정말 작은 매체라도 말이야. 그러기 쉬우냐?"
" 에이 설마. 리안이 뭐가 아쉬워서요."
" 그러니까 리안 씨가 뭐가 아쉬워 그러겠냐고 근데 그런다니까 저 사람은. 될성싶은 나무였어 예전부터. 인성만 저러면 그냥 착하구나 하지 너 리안 씨 자세히 본 적 있어?"
" 뭐 아직 그렇게까지 자세히 본적은"
" 하나 장담하는데 지금까지 네가 본 연예인? 아마 싹 다 잊힐걸~"
" 그러니까 배우 하지 남들하고 비슷하면 톱스타 됐겠어요?"
" 노노. 실력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알아줄 정도면 더 얘기할 거도 없고 비주얼 거기에 아우라까지 천상 스타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연예인들의 연예인, 기자들이 뽑은 스타! 하~ 이 핏덩이 어디까지 교육 시켜야 하는 거야."
" 쳇 잘 생겨봤자지."
" 나중에 실물보고도 그런 말 나오나 한번 보자.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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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하는 데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 회사에서 업체 불러줘서 나도 은아랑 밖에 나와 있는걸. 안 와도 돼요."
" 알고는 있는데 괜히 걱정돼. 이럴 때 옆 있어 줘야 하는데. 그래도 돈 열심히 벌잖아. 후후후 그걸로 좀 봐줘."
" 알았어. 후후후"
" 야야. 닭살 돋아 못 듣겠다. 이것들이 누구 염장 지르나"
" 크크크 은아 누나야? 조만간 집들이할 때 보자고 그래."
" 안 그래도 집들이 전에 미리 와서 살듯해."
" 엥? 누구 맘대로!!"
옆에서 듣고 있던 은아가 수현의 전화를 뺐어 든다.
" 내 마음대로 다 이 나쁜 놈아! 내 반쪽을 이렇게 쏙 데려가면 내가 떨어져 나갈 줄 알았냐!"
" 하여간 술 마시나 마시지 않나 진드기야 진드기."
" 잘해라 내가 다시 보쌈해 데려가는 수가 있다."
" 넵 알겠습니다. 정말 옆에서 다시 가자고 꼬시기만 해봐."
" 너 하는 거 봐서~"
" 조만간 38년산 놈으로 한 병 몰고 가겠나이다."
" 그래 이제야 네가 말을 알아먹는구나. 내 늙은 놈일수록 좋아하니 잊지 말도록 하여라."
"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리 생이별 그만 시키시고 이쯤 하셨으면 저의 처를 조금 바꿔 주십시오."
" 에라~"
더없이 행복한 수현의 모습에 은아는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 율아 이모 친구 너무 이쁘지?"
" 울 엄마? 응 무지무지 이뽀지. 그래서 엄마 닮아 율이도 이렇게 이쁭거랬떠"
" 맞아. 우리 율이 엄마 닮아 정말 천사같이 이쁘지. 아이고 말할 때마다 이렇게 사랑 사랑 열매 먹은 말만 하니 이모가 안 녹을 수 있나요."
" 이모 녹아? 지금 율이가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 응 그치 이모가 우리 율이한테 이렇게 사르륵 녹아내려요~"
" 으아아앙~ 엄마 이모가 율이 때문에 녹는데 어떻게~(훌쩍훌쩍)"
은아는 또 자신의 말을 직역한 율이로 인해 진땀을 흘린다. 정말 육아는 단순한 게 아니라 생각하는 은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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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대본 못 봤나? 미리 말했어야 하는 건데.........아 어쩌지?'
수현과의 통화 후 은석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 형 준비 다 됐습니다. 이제 나오시면 돼요."
" 어."
은석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 301 인재(리안의 극 중 배역)와 수민(주연의 극 중 배역)의 재회 키스 신입니다. 아시겠지만 타이트하게 잡을 거예요."
" 인재 씨 제가 이쪽에서 몸을 틀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릴게요. 그편이 앵글이 괜찮겠죠? 감독님 한번 잡아주세요."
" 오케이 일단 바스트숏 따봅시다. 응? 리안 씨 뭐해?"
잠시 딴생각에 잠겨있는 리안이 노감독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다.
" 아 죄송합니다."
" 왜 그래 리안 씨 답지 않게 설마 키스 신 때문에 긴장한 거야? 베테랑이 왜 이러실까 후후후"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다 할 농도 짙은 애정 신이 없었기에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주연과의 키스 신을 미리 수현에게 말하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걸리는 은석이다.
" 감독님 죄송한데 5분만 시간 좀 주세요."
" 응? 그래. 근데 무슨 일 있어?"
" 이 신 찍기 전에 할 일이 있어서요. 금세 오겠습니다."
" 어.......어 아냐 아냐 천천히 처리해."
" 아뇨 금세 끝납니다. 잠시만요."
부리나케 어디론가 뛰어가고 은석의 모습을 바라보던 노감독이 슬그머니 민이에게로 다가간다.
" 혹시 리안 씨 키스 신 찍기 전에 뭐 따로 하는 의식이라도 있어?"
" 네?"
" 아니. 혹시나 해서."
수현과 은석 사이를 모르는 그이기에 은석의 행동이 기이하게만 보이는 노감독이었다.
" 여보세요?"
" 촬영 들어간다고 그러지 않았어?"
" 실은 못한 말이 있어서."
" 무슨 말? 급한 거야?"
" 응 급해."
" 뭔데?"
" 나 키스 신 찍어. 주연 씨랑."
" 응 알고 있어."
" 알고 있어?"
" 그럼 율이 대본 보느라 봤지 알고 있어. 설마 그것 때문에"
" 그래 그 설마 때문에 촬영하기 전 타임 외치고 달려와 다시 전화한 거라고 나."
" 뭐하러 그랬어."
" 싫으니까 당신 상처 입거나 속상한 거 죽기보다 싫으니까 난."
" 이런 거로 상처 안 입어 그렇다고 좋지는 않지만 일인 걸 알고 있는데 부담 주기 싫었어. 그래서 모른 척 한 거야."
" 고마워 이해해줘서."
"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면 이렇게 잘생기고 잘난 남자랑 어떻게 사랑하겠어. 안 그래?"
" 크크크 그렇지 맞는 말했습니다."
" 뭐야~"
" 사랑해. 이 말도 해주고 싶었어."
" 알아. 나도 사랑해. 이 말로 답해주고 싶었어."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 쉽지 않았던 이말 한마디로 두 사람의 심장은 너무도 뜨겁게 타올랐다. 따뜻한 마음을 온 가슴에 퍼트리는 건 정말이지 이렇듯 간단했다.
" 죄송합니다."
" 다 끝난 거야? 천천히 와도 되는데."
" 충분해요. 수민 씨"
" 네?"
" 이 정도 걸어 나가시면 제가 살짝 오른쪽으로 몸을 돌릴게요. 수민 씨 정면에서 살짝 왼쪽으로 틀어져 나오는 게 이쁘게 잡히더라고요."
" 네"
긴장감이 감도는 현장.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하기까지 한 이곳. 모두의 시선은 리안과 주연에게 집중돼있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이 둘은 사랑에 빠진 애절한 연인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두 사랑스러운 둘의 모습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눈빛만으로도 손짓하나 만으로도 리안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며 가슴이 저릿저릿해 온다. 그리고 간절한 키스. 정말 이 순간 이 사람이 자신의 진실한 사랑이라 착각할 정도로의 달콤함에 주연은 자신도 모르게 리안에게 모든 걸 맡긴다
" 컷!"
하지만 주연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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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야 안젤라?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다는 게?"
" 리안 안 본 지도 너무 오래됐고 피터가 리안이 있는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
" 피터면 미카엘 아들 말하는 거야?"
" 응"
" 요즘 난리던데 그렇게 바쁜 몸이 여기까지?"
" 몰랐어? 피터 목표가 전세계여자 한 명씩 다~ 만나보자야."
" 여자라면 이미 차고 넘치게 만나고 다니지 않아?"
" 아직 한국여자는 안 만나 봤다나 뭐라나."
" 그냥 하는 소리겠지."
" 전세기 띄운다는 거 말리느라 혼났다고."
" 진심이야?"
" 피터 감독 데뷔하는 작품 때문에 그러는듯해. 리안을 원하나 봐."
" 내한하는 거 기자들 알고 있어?"
" 아니 이번엔 비밀리에 그러니"
" 알았어. 모시러 가야지 진짜 왕자님이 납신다는데."
" 왕자는 골칫덩어리라고."
미카엘의 2세 피터 잭슨. 어린 나이에 이미 미카엘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인정받은 인물로 능력과 재력 그리고 모델 못지않은 몸매와 비주얼을 모두 갖춘 그가 한국에 온다. 팬들이 붙여준 또 다른 이름 피터 메이커 답게 그가 몰고 올 예상 안 되는 스캔들 예고에 지 대표와 안젤라는 벌써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