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4. 동백아가씨(2)
작성일 : 18-12-11 03:28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00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는 건가? 유진은 들어가서 자라고 장호를 깨우려다 다시 차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나직하게 말을 꺼냈다.

 

 “있지. 오늘 할머니의 파트너였다는 분을 만나고 왔는데 우리 임여사가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더라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우리 꼬장꼬장한 임여사도 사랑이란 걸 했더라고.”

 

 유진은 오늘 민정란을 만나서 들었던 얘기를 하면서도 자신이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얘기는 멈출 줄 몰랐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했으니까 아버지가 태어났을 텐데 누군가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려지지 않아 많이 낯설더라. 그런데 그 누군가의 이름이 정인철이래. 동명이인일지도 모르지만 지난번에 북에서 넘어왔다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 이름이랑 같더라고.”

 

 유진은 밤고양이 조차 지나가지 않는 아파트 주차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 이름을 듣는데 할머니가 그 사람 망명 뉴스를 보고 발작을 일으켰다는 간병인 아주머니 말이 떠오르더라. 혹시 그 사람이 나와도 피가 연결된 사람일까?"

 

 장호는 정말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유진의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정말 그런 거라면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지잖아. 우리 할머니, 돈의동 집을 팔지 않은 이유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정말 우리 할머니가 기다린 사람이 그 사람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아.”

 

 후우. 유진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 사람은 북에서 가족을 일구고 잘 살았는데, 우리 할머니만 기다린 것 같잖아. 그럼 뭔가 굉장히 억울할 것 같아. 어쩌면 그 사람의 소식을 듣자마자 발작이 온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고.”

 

 “할머니는 그렇지 않으실 거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잤어?”

 

 “모든 사랑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기다리는 것이 그리 슬프지 않았을 수도 있어. 정말 할머님이 그리워하고 기다리던 분이 그 분이라면, 할머니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기다리던 소식을 듣고 갈 수 있었을 테니까.”

 

 “기다리는 게 어떻게 즐거워?”

 

 유진은 감성적으로 말을 하는 장호의 말에 어쩐지 화가 났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날을 세워 물었다.

 

 “모두가 다 당신 같지는 않아.”

 

 장호의 말에 유진의 눈이 장호를 향했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여전히 앞을 보고 있는 장호의 얼굴이 뒷좌석에 앉은 유진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글쎄, 그게 뭐가 중요해? 대리기사는 불렀어?”

 

 “아, 아니. 아직…….”

 

 “후우. 그리고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거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장호의 말이 이제는 제가 신경 쓰이고 귀찮다고 들려 유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그냥 가. 대리는 내가 부를 테니까.”

 

 “그래. 조심히 가.”

 

 장호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진짜… 가네. 정말 멀어졌구나, 우리.

 

 유진은 장호가 아파트로 들어가고도 한참을 차에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몽사몽간이었지만 전화를 받은 유진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혹시 할아버지에 대해서 들은 거 있으세요?”

 

 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는지 잠시 말씀이 없었지만, 얼마 후 대답했다.

 

 - 사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묻지도 않았지만 따로 말씀해주신 건 없었어.

 

 “네.”

 

 - 이유를 물어도 될까?

 

 “그냥 궁금해서요. 할머니는 어떤 사랑을 했나 하고. 아, 죄송해요.”

 

 유진은 아버지 생각은 못하고 너무 제 생각에만 빠져있었나 싶어 얼른 아버지께 사죄했다.

 

 - 아니야. 그런데 혹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아가씨’라는 소설 읽어 봤니?

 

 “네?”

 

 - 할머니 방 어딘가에 있을 텐데… 네가 버리지 않았다면.

 

 “갑자기 소설은 왜요?”

 

 - 그게 처음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왔을 때, 여주인공 이름이 춘희였거든. 예전에 어머니 방에 있던 그 책을 보고 어쩌면 우리 어머니도 힘든 사랑을 했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더 물어보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 네.”

 

 아버지와의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서로의 안부를 짧게 전하고 통화는 마무리 되었다.

 

 동백아가씨. 생각해보니 민정란이 할머니와 처음 파트너를 하게 된 작품도 그 이름이라고 했던 것 같다.

 

 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머니 방으로 건너갔다. 술을 많이 마신 터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좀 안 좋았지만 그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래된 책이었음에도 할머니의 성격대로 낙서하나, 접힌 곳 하나 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단지 오래된 책이라 세로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주인이 없어 온기 없는 방에서 세로로 된 책을 읽으려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훑어보던 책을 덮고 막 방을 나서려는데,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제야 덩치 큰 남자가 전해 줬던 오래된 사진이 떠올랐다. 낯선 남자와 나란히 찍은 젊은 시절의 할머니 사진이었다.

 

 할머니에게 전해지지 못한 사진이어서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었지만 어쩌면 그 사진 속 주인공이 할머니가 사랑했다던 그 ‘정인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 젊은 시절의 할머니의 모습은 다시 봐도 낯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훤칠하게 생긴 인물의 소유자였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아버지와 사진 속 남자를 비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 남자는 아버지와 닮은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아서 이 분이 할아버지가 되시는 분일지는 알 수 없었다.

 

 사진을 챙겨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유진은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우선, 해장을 하고 서점에 가서 동백아가씨 책을 하나 사고, 정인철의 사진을 확인하자.

 

 정인철 사진을 생각하다보니 저절로 윤영이 떠올랐다. 그래 해장.

 

 유진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집어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른 시간이라 바로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윤영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해장하자. 그런데 아침부터 뭘 하는데 이렇게 숨이 차?”

 

 - 운동 중이었어.

 

 “대단하네. 이혼 당한 다음날 아침부터 운동도 하고.”

 

 - 이거라도 해야 버틸 것 같으니까 하는 거란 생각은 안 들어? 임피디가 올래? 아님 내가 갈까?

 

 “이감독이 와. 여기 근처에 잘하는 해장국집 있어.”

 

 - 알았어. 내가 집 앞으로 갈게. 샤워하고 1시간 걸려.

 

 통화를 끝내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던 유진은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방으로 다급하게 뛰어갔다. 생각해보니 윤영은 자신이 돈의동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윤영에게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 장호와 이혼얘기가 오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유진이 다시 윤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샤워를 하는 것인지 윤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씨, 얘는 왜 또 안 받아?”

 

 유진은 윤영에게 전화 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혹시 몰라 핸드폰을 욕실까지 들고 갔지만 윤영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급하게 양치질을 하면서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쳐다보던 유진이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는데, 퐁당 청아한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변기 속으로 빠졌다.

 

 “하아.”

 

 변기에서 핸드폰을 건져내어 보지만, 이미 전사한 것인지 핸드폰은 켜지지 않았다.

 

 “아,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충 손을 씻은 유진은 입을 헹구고는 겨우 얼굴에 물을 몇 번 끼얹는 걸로 세수를 대신하고는 욕실을 나왔다.

 

 설마, 또 마주치진 않겠지?

 

 유진은 설마 아무리 재수가 없다 치더라도 또 마주칠까하는 마음으로 손에 잡히는 겉옷하나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도둑맞으려면 개도 안 짓는다더니,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은 저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차를 급하게 몰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윤영과 나란히 서있는 장호가 보였다.

 

 윤영은 접시물이라도 있으면 코를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윤영이 장호와 별거중이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상관없었으나, 장호에게 윤영과 자신이 이른 아침부터 만나는 걸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젠 장호에게는 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윤영과 자신의 사이를 오해했던 장호였기에 그 오해에 뭔가를 더 보태 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이래서 대화가 중요한가봐요. 얘네들 언제쯤이면 그 대화란 걸 할까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바람에 나부끼는 꽃(2) 2018 / 12 / 19 233 0 4611   
18 18. 바람에 나부끼는 꽃(1) 2018 / 12 / 17 254 0 4409   
17 17. 동백아가씨(5) 2018 / 12 / 17 240 0 5252   
16 16. 동백아가씨(4) 2018 / 12 / 12 239 0 4419   
15 15. 동백아가씨(3) 2018 / 12 / 12 239 0 3968   
14 14. 동백아가씨(2) 2018 / 12 / 11 236 0 4008   
13 13. 동백아가씨(1) 2018 / 12 / 9 244 0 4030   
12 12. 춘우(春雨)(5) 2018 / 12 / 9 261 0 4113   
11 11. 춘우(春雨)(4) 2018 / 12 / 8 232 0 4165   
10 10. 춘우(春雨)(3) 2018 / 12 / 7 247 0 4443   
9 09. 춘우(春雨)(2) 2018 / 12 / 6 224 0 4716   
8 08. 춘우(春雨)(1) 2018 / 12 / 4 251 0 4331   
7 07. 춘희(4) 2018 / 12 / 4 262 0 4936   
6 06. 춘희(3) 2018 / 12 / 1 246 0 4588   
5 05. 춘희(2) 2018 / 11 / 30 227 0 4086   
4 04. 춘희(1) 2018 / 11 / 28 240 0 4697   
3 03. 피처럼 붉디붉은 동백꽃(3) 2018 / 11 / 28 254 0 4794   
2 02. 피처럼 붉디붉은 동백꽃(2) 2018 / 11 / 27 251 0 4075   
1 01. 피처럼 붉디붉은 동백꽃(1) (1) 2018 / 11 / 26 430 2 39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녀에게
최선영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