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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7
작성일 : 18-12-10 23:13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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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고아 씨 (12)

 

  간단한 인사 후에 전화를 끊었다. 잠시 천장을 보며 멍하니 있다가, 발끝으로 컴퓨터 코드를 뽑아버리곤 침대 위에 쓰러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한껏 준비해둔 각오도 없이, 내 일을 지켜냈다는 안도감도 없이 그저 공허한 기분이다. 남자들이 관계 후에 느낀다는 감정이 이런 것인가 싶다.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다는 생각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다가 밑바닥에 대가리를 처박고 엎어졌다.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방전된 장난감처럼 고아 씨는 그저 엎어져 있다.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우는 것보다야 낫다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은 그저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샘이 말랐을 뿐이다.

 

  내일 할 일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있더라도 굳이 떠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일은 기분 전환할만한 곳을 찾아야지. 노래방, 카페, 피시방, 그리고..

 

  배가 고프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 하지만 배달 전화를 걸기도 귀찮다.

 

 

 - 옛날 일 (4)

 

  스물 한 살의 고아 씨는 고풍스러운 소파 위에 얌전히 앉아있다. 미동도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고아 씨는 얼핏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도 구분이 안 된다.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 외엔 움직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다. 잠시 후 부드러운 문소리와 중년 남성이 들어온다.

 

  "미안하다 고아야. 급한 전화라서 좀 늦었어."

 

  "괜찮아요 교수님."

 

  말끔한 외모의 교수는 사람 좋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는다. 상대방의 서글서글한 웃음에도 고아 씨는 웃는 척도 하지 않는다. 교수는 고아 씨답다고 생각했다. 의미 없는 잡담 몇 번, 조용한 대답 몇 번 후에야 교수는 전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럼 고아야, 그만두고 난 후엔 계획 있니? 고아는 워낙에 잘하니까 뭘 해도 잘하겠지만."

 

  고아 씨의 시선이 잠시 위에 올라갔다가, 오른쪽을 한번 향한 다음 천천히 교수를 향한다.

 

  "네. 연재 제의가 들어왔어요. 해보려고요."

 

  고아 씨의 눈빛은 언제나 흔들림이 없다. 대부분의 학생이 학과 교수 앞에서 은근히 눈을 까는 것과 달리 고아 씨는 늘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줄 알았다. 교수는 그런 고아 씨의 당당함을 맘에 들어 했고, 은근히 다른 학생들과 편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고아 씨는 퀭한 눈이다. 흔들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지껏 고아 씨의 눈은 렌즈라도 낀 듯 늘 청명하고 맑았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

 

  "어디서 들어온 거니?"

 

  고아 씨가 대답한다. 교수가 들어본 적 없는 포털사이트 이름이다. 교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고아 씨가 그럴 타입 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말솜씨 좋은 누군가의 꼬드김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성적 좋은 것만으로 모자라 입학 때부터 전액 장학금을 놓친 적 없던 고아 씨였기에, 공부만 하느라 정작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한다 고아야. 대학생 신분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사람은 얼마 없어. 역시 너한테 재능이 있는 거야."

 

  태연한 척 칭찬과 박수. 고아 씨는 반응이 없다. 부끄러워하거나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교수는 어떤 직감을 느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그래도 당장은 해야 할 말을 한다.

 

  "근데 고아야, 그럼 혹시 자퇴 말고 휴학도 생각해봤니? 연재랑 공부를 병행하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인 거 알아. 그러니 휴학을 하고 어느 정도 연재를 해보다가.."

 

  "망했다 싶으면 돌아오라고요?"

 

  정적. 교수와 고아 씨는 가만히 마주 본다.

 

  고아 씨가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인 건 교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의가 부족한 학생은 아니었다. 지난 2년 동안 고아를 가르치며 고아 씨가 교수의 말을 끊고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다른 교수와 의견차이로 다투면서도 상대방의 말은 끝까지 다 듣는 게 고아 씨였다. 교수는 몸을 뒤로 쭉 빼고 긴장을 이완시켜 본다. 한숨 대신 콧김을 길게 뿜으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고아 씨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확신이 든다.

 

  "고아야 무슨 일 있니?"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즉답이다. 교수가 다음 말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고아 씨는 말을 잇는다.

 

  "이해해요 교수님. 저처럼 성적 좋은 애가 나간다는데 누가 그냥 가라고 하겠어요. 학과 수석이 느닷없이 떠나면 학교 이미지도 분위기도 처참해질 텐데."

 

  고아 씨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뜸을 들인다. 그리고 토해내듯이 말한다.

 

  "그래도 전 갈 거에요."

 

  마주보는 고아 씨의 눈에 희미하게 핏발이 선 것 같다. 분위기가 싸늘히 식어가지만 교수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정확히는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좁은 이마에 옅은 땀방울이 배었다. 교수의 생각하는 고아 씨의 상황은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그렇게도 사리분별 밝고 현명한 아이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교수의 눈에 안타까움이 담긴다.

 

  "학과 수석이 학과를 떠난다는데 어떻게 말리지 않을 수 있겠니. 내 처지를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고아야, 나는 지금 시각디자인 교수가 아니라 고아의 교수로서 널 부른 거야. 내가 학교를 대표해서 여기 있다고 생각 하지 말아주렴. 널 잡고 싶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아의 얘기를 듣고 싶단다."

 

 "네 교수님."

 

  교수는 고아 씨의 눈빛과 몸짓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했지만, 여전히 아무 변화도 없다. 정말 이해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찻잔을 들어 입술만 살짝 담갔다. 차가 언제 이렇게 차갑게 식었담. 얼핏 본 고아 씨의 찻잔은 교수가 처음 놓은 그대로의 위치와 양이 담겨있다. 그러고 보면 고아 씨의 입술도 티가 날 정도로 말라있는 것 같다.

 

  잠시 둘은 서로 마주 보길 그만두고 각자의 생각에 빠진다. 교수는 복잡한 머리속의 정보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고아 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찾고 있다. 고아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측도 되지 않는다. 먼저 입을 연 건 교수 쪽이다.

 

 "연재작은 내용이 뭐니? 과제로 냈던 것 중에 있어? 고아가 낸 것들은 다 좋았지만 난 역시 그게 맘에 들더라. 고양이 백 마리와 사는 여자. 그렇게 귀엽고 예쁜 내용은 우리 과에서 너 아니면 못 그리지. 아, 혹시나 다른 학생들한테 내가 이런 얘기 했다고는 하지 말고."

 

  다행히도, 이번엔 교수가 의도한 대로 고아 씨에게 반응이 있다. 교수가 아니면 눈치채지 못 할 만큼, 고아 씨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배었다. 고양이 백 마리와 사는 여자는 특히나 고아 씨가 자신 있어 하는 작품이었다. 당시 교수는 고아 씨에게 A+가 아니라 S를 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후에 다른 학생들의 애교 섞인 공분을 받아야 했지만.

 

  "아뇨. 제가 연재하는 건.."

 

  시침소리와 빠르게 뛰는 교수의 심장 소리, 고아 씨의 말이 교수 안에서 천천히 요동친다. 교수는 순간 표정관리에 실패할 뻔 했다. 정말 의외의 말을 들었다. 고아 씨가 2년 동안 보여준 어떤 내용에도 어울리는 것이 없는 작품이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가 그것 하나로 설명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샌가 고아 씨 입가의 얕은 웃음마저 날아가 있다. 교수는 괜한 걸 물었다고 생각한다.

 

  "고아가 그런 내용을 만드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구나. 역시 내 학생이야. 유명해지더라도 나 잊어버리면 안 된다?"

 

  "네 교수님."

 

  이번에야말로 웃으라고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고아 씨의 무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냉담한 반응이다. 아무래도 무슨 말을 하건 고아 씨의 표정을 돌리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교수의 표정관리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다. 눈썹 끝이 처지고 미소가 옅어져 간다. 결국엔 안타까움이 밖으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교수는 힘겹게 말을 잇는다.

 

  "연재를 시작하고 돈을 받는 순간부터 프로가 되는 거고, 난 고아가 이미 웬만한 기성작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준비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걱정보단 응원을 보내고 싶어. 사회에서도 이곳의 가르침을 잃지 말고, 항상 노력하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돼. 고아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단다."

 

  "네 교수님."

 

  대답이 끝나자마자 고아 씨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는 고아 씨의 눈에 아주 잠깐이지만 어떤 감정이 비친 것 같다.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고아 씨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가보겠습니다 교수님."

 

  허리를 살짝 숙이고 미련 없다는 듯 무심히 걸어간다. 고아 씨가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 할 때, 교수가 입을 열었다.

 

  "고아야 정말 아무 일도 없니?"

 

  고아 씨는 손잡이를 잡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일 분 이 분, 교수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고아 씨의 고민이 끝날 때까지 그저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고아 씨가 발을 돌려 다시 소파에 앉는다. 이번엔 교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 강승아 (12)

 

  날카로운 알람 소리에 승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눈을 뜬다. 침대 맡을 대충 더듬어 휴대폰을 찾아 알람을 껐다. 그리곤 다시 눈을 감았다가 화들짝 깬다. 하마터면 다시 잠들 뻔했다. 어제 하루는 그렇다 쳐도 오늘까지 강의를 뺄 순 없다.

 

  시간 여유는 있다. 아침밥은 충분히 먹고 갈만한 시간이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입은 바짝 마르고, 헝클어진 반 곱슬머리 한쪽이 납작하게 눌려있는 것 같다. 얼마나 잤는지 볼에 미세하게 배게 자국이 남아있다. 어제 일찍 잠들었으니 족히 열 시간은 잤다. 잠을 너무 자도 피곤하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계란 두 개를 대충 까 프라이팬에 떨어뜨리곤 휴대폰을 든다. 어제 일이 꿈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작가님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휴대폰 사진첩을 눌러 예의 그 사진을 본다. 처음 봤을 땐 당황스러웠지만 하루 지나고 나니 나름 정감 가는 사진이다. 그 옆에 쓰여 있는 조롱 같은 말들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작가님이 자신 덕분에 즐거웠단 점에 이상한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못 생겼는데 라는 말은 가려놓고 귀여움이라고 적힌 부분만 몇 번이고 읽어본다.

 

  그 와중에 친구 하나에게 '야 호구야' 라는 메신저가 왔다. 승아는 순간 뜨끔하고는, 그에 대한 답장으로 욕을 한 바가지 부어준다. 순전한 우연이겠지만 저격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상한 찝찝함에 앨범 가장 깊은 곳에 사진을 숨겨둔다.

 

  타는 냄새가 난다. 언제부터 났는지는 몰라도, 불을 너무 세게 켜 놓은 모양이다. 젠장. 던져 놓고 잊고 있던 계란이 꽤 많이 탔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빵 위에 계란을 올려 한 입 물으려는 찰나에, 이번엔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아그작. 첫 한입부터 계란 껍질이 들어 있다.

 

 

  - 메시지 (4)

 승아님 이번 주 주말에 시간 괜찮으세요?

 

 .

 
작가의 말
 

 쉬는 날을 안 정해두니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네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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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12-11 03:14
 
글쓰기 외에 따로 일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글쓰는 사람은 쓰는 일이 일이고 쉬는 것인데.... 고아씨가 교수 앞에서 못 다한 말의 나머지가 궁금합니다. 아마 작가의 경험담이겠지요?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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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18-12-11 12:53
 
감사합니다 계속 함께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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