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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4. 대한영생회 (3)
작성일 : 18-12-10 22:44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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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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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시간에 일어난 일은 모두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이 그 자리에서 작은 소리로 수근거렸을 뿐, 그것에 대해 항의를 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바람잡이 무리들은 그일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모른 척을 했다. 그 이질적인 분위기에 처음 오는 무리의 이들도 수상한 낌새를 느낀 모양이었으나, 겉으로 아무런 표출을 하지 못했다.

 

  수철의 날카로운 감시 아래, 샤워는 거의 물 묻히기 수준에서 끝났다. 샤워가 끝나고 집합장소로 돌아오니, 여성 무리도 곧이어 모였다. 남자보다 인원이 많았던 여성 무리의 상황은 더욱 나빠보였다. 대부분의 여성은 긴머리에 묻은 물기를 다 없애지 못한 채 집합장소에 모여있었다.

 

 "다들 이제 좀 깨끗해지신 것 같군요."

 

  그런 우리를 보고 김현소가 꺼낸 말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을 보고 깨끗하다니. 그러나 김현소는 그들의 몰골을 보고도, 뻔뻔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러면 준비는 다 된 것 같으니 교실로 들어가죠."

 

  말을 마친 김현소는 강당으로 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인솔하는 몇몇 이들이 문으로 들어갔고 남자무리와 여자 무리는 각각의 인솔자를 따라 안에 들어갔다.

 

  강당 내부에는 허름한 모습이 펼쳐졌다. 벽면 끝에는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었고,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의자가 쭉 늘어져있었다. 알록달록 색깔이 그려진 등받이가 없는 의자. 프로젝터를 제외한 모든 시설물들이 낡아빠져있었다. 나는 이런 허접한 곳을 교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나 싶었지만, 김현소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김현소는 당당하게 강당 앞에 섰고, 우리는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차곡차곡 자리를 채워나갔다.

 

 

 

  ▣

 

 

 

 "지금 21세기는 성경에서 말하는 멸망의 세기입니다."

 

  김현소는 무슨 염불이라도 외는 것마냥, 감정없는 일정한 톤으로 적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나갔다. 나는 당장에라도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고 김현소의 말을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신앙심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대한영생회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현소의 교육내용은 저번 예배 때 윤설희가 했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무슨 기상천외한 논리로 신자를 세뇌시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말이 조금 과격해졌을 뿐이었다. 우리를 믿으면 영생을 얻을 수 있고, 천국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믿지 않으면 사탄 무리가 되어 지옥으로 떨어진다. 사실 이정도 수준의 협박은 웬만한 종교에서 다 하는 수준이다. 신자와 불신자의 차별을 두는 것. 좀 더 보편적으로 설명하자면 공포와 불안을 자극해서 마케팅을 하는 것. 흔한 마케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흔한 마케팅이 아직까도 살아남은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동물은 생존에 불안과 공포를 본능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인간 역시 동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워를 막 끝내고 강당에 들어갈 때 만해도 없잖아 느껴졌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강의가 시작되니 완전히 사라졌다. 모두 김현소의 강의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자장가처럼 말하고 있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쿵! 그 순간 닫혀있던 강당의 문이 열렸다. 갑작스레 난 소리에 강의를듣던 신자들은 물론이고, 강의를 하고 있던 김현소마저 문을 쳐다봤다. 문에서 나온 것은 수철과 아까 샤워를 할 때 끌려갔던 중년의 남성 한 명, 그리고 노년의 여성 한 명이었다. 수철의 양옆에 있는 남녀는 대역죄인마냥 고개를 바싹 숙이고, 등을 움추린 채 걸어내려왔다.

 

  나는 강당 문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으로 그 둘을 살폈다. 둘 다 얼굴에서 구타의 흔적이 명백하게 보였다. 특히 노년의 여성의 뺨은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부어있었다. 김현소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사라졌던 경계심이 다시 살았다. 내가 있는 이곳은 적지다. 사방이 나의 적이고, 실수를 하면 나도 저꼴, 아니 저것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금까지 내 주변을 맴돌던 졸음이 한번에 싹 가셨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오는 부류의 신자들이 동요하는 것이 명백히 느껴졌다. 샤워장에서 느꼈던 이질적인 느낌이 구타를 당한 두 남녀를 보고 확신으로 변한 이들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 그래서 하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나를 기다리면...."

 

  김현소가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갔지만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둘이 자리에 앉자, 노골적으로 그 둘의 얼굴을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그때.

 

 "앞에 주목!"

 

  임수철의 굵은 목소리가 강당 내부에 울렸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단 동요는 순식간에 정리됐고, 몇몇 신자는 두려운 얼굴로 수철을 바라봤다.

 

 "저 말고, 강당을 쳐다봅니다."

 

  수철은 잔뜩 목소리를 내리 깔고 말했다. 이어서 김현소가 다시 자장가 톤으로 헛소리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30분이 더 이어진 첫 강의는 마무리가 됐다.

 

 

 

  ▣

 

 

 

  첫 강의가 끝나자, 김현소가 단상에서 내려가고 그 자리를 임수철이 차지했다. 단상 위에 올라선 임수철은 마이크 대신 육성으로 우리에게 소리쳤다.

 

 "자. 이제 각자 숙소로 들어갈겁니다. 그 전에! 교육에 필요없는 물품을 수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술, 담배, 음식물, 핸드폰 및 전자기기, 불온한 서적 및 물품을 지닌 사람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반납하길 바라겠습니다."

 

 

  수철의 말이 끝나자 각 열에 헌금통이 돌기 시작했다.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듯 핸드폰을 헌금통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주 기초적인 의문들, 왜 이것들을 반납하는 것이며 헌금통에 막 물품을 넣으면 물품이 섞인지 않을까, 하는 기본적인 의문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집어넣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모두 몇번인가 캠프를 참가한 그룹이겠지. 헌금통이 모든 사람을 다 돌고 나서야, 수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숙소로 이제 이동합니다. 숙소 안에서는 개별 짐 검사를 또 실시할 테니까, 불온한 물품은 제발 알아서 제출해주십쇼."

 

  수철은 모두를 향해 위협하듯 말했다. 그 협박에 나 역시도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가방 제일 깊은 비밀의 장소에 숨겨둔 핸드폰은 절대로 걸릴 일 없다고 다짐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

 

 

 

  이미 샤워실과 강당의 상태를 봤기 때문에, 숙소는 애당초에 별기대를 안했다. 그러나 숙소의 수준은 그 최소한의 기대조차도 비웃는 수준으로 최악이었다. 남자 세 명이 누우면 발 디딜 곳도 없는 좁은 방에 3층 침대가 두 대 있었다. 그렇게 한 방에 여섯 명씩 지내는 것이었다. 나는 낡아 문들어진 침대를 쳐다봤다. 이렇게 낡았음에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크게 부셔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만, 그럼에도 성인 두 명이 각각 2층과 3층에 누우면 당장에라도 부셔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드는 모습의 침대였다.

 

  이런 곳에서 여섯 명이 숙소로 지낸다니. 나는 나와 방을 같이 쓸 다섯 명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처럼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한 이가 한 명. 나머지 넷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잽싸게 침대의 1층과 2층 자리에 앉아서 짐을 풀었다. 다분히 의도가 느껴지는 비율의 조합이었다. 결국 나와 나처럼 신입으로 보이는 이가 각 침대의 3층에 뒤늦게 올라가서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가방 맨 밑에 있는 주머니를 다시 열었다. 아주 작은 탓에 눈으로는 내부 구석구석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주머니였다. 나는 직접 주머니 사이에 손을 넣었다. 조금 두꺼운 쿠션이 느껴졌고 그 안을 깊숙이 파고들자, 아주 작은 소형 2G 폰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대충 찾는다면 딱딱한 쿠션 속에 핸드폰이 들어있기에,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힘들 것이다. 나는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가방에 있는 다른 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가방에 있는 짐을 다 풀면 복도로 나오라는 말과 함께 왼쪽 침대 1층에 있던 남자가 다시 복도로 나갔다. 이어서 짐을 다 싼 이들은 복도로 나가기 시작했고, 처음과 같이 나와 신입으로 보이는 남자만 뒤늦게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서자, 인솔자로 보이던 이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인솔자는 1층과 2층 침대를 대충 확인한 뒤, 바로 3층으로 올라가 신입으로 보이는 남자의 가방을 집중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한참을 가방을 뒤집자, 침대가 짐들로 널부러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결백을 강요하는 종교치고는 너무나도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수색을 마친 남자는 곧바로 내 침대로 넘어왔다. 남자는 내 짐도 마구잡이로 헤집기 시작했다. 남자의 탐색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이리저리 수색을 하던 남자는 가방 속에 있는 모든 주머니를 뒤집어가면서 탈탈 털기 시작했다. 나는 침을 삼켰다. 남자는 이어서 바닥에 있는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의 지퍼가 찌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벌써부터 핸드폰을 들킨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냐.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쿠션 사이에 핸드폰을 잘 숨겨놨잖아. 절대 못찾아. 나는 다짐하고 다짐하며, 얼굴에 아무런 티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남자는 주머니 속에 손을 뻗었다. 한참을 뒤지던 남자의 동공이 커졌다. 남자는 주머니 속에서 천천히 손을 뺏다. 남자에 손에 쥐어진 것은... 작은 거미였다.

 

 "에이 씨발!"

 

  남자는 욕지꺼리를 뱉으며 우리를 향해 거미를 집어던졌다. 거미를 쥔 남자는 인상을 쓰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다. 검사를 끝낸 남자가 방을 나서자, 복도에 서 있던 우리 방 사람들은 다시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나 역시 3층으로 올라갔다. 아니다 다를까, 남자가 헤집어놓은 탓에 침대 위는 엉망이었다. 나는 건너편 침대를 쳐다봤다.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네?"

 

  갑자기 건너편 3층의 남자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모기소리 같이 얇은 목소리였지만, 이 좁은 방안에서는 마이크를 대고 말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방금 무슨 말하지 않았냐는 뉘앙스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 말도 안했어요."

 

 "아. 제 쪽을 쳐다보셔서, 뭔가 말한 줄 알고."

 

  나는 밑을 슬쩍 쳐다봤다. 밑에 있는 네 명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시선을 거뒀다.

 

 "아, 그렇군요. 제가 잘못들었나봐요. 어, 음. 자기소개라도 할까요? 제 이름은 이삭이에요."

 

  이삭이라 소개한 건너편의 3층 남자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밑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노골적으로 우리를 감시하는 시선. 괜히 이 남자의 말을 무시하는 것도 이상했다.

 

 "저는 오준월이에요."

 

  나는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이삭의 손을 굳건히 붙잡았다.

 

 

 

 

 

 

 

 

 

 
작가의 말
 

 월요일에 글을 쓰는 것은 월요병을 두배로 느끼게 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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