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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메즈- 꿈의 속삭임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잘 자... 네 꿈 속의 그 사람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불쌍한 그 사람을 난 동정한다."

......

"네가 내게 속삭여 준 그 꿈 내가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줄게. "


< 기구한 운명으로 얽힌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 입니다. >

 
창살 없는 감옥 - (4)
작성일 : 18-12-10 20:0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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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세요~"

 

 아리스가 오래되어 보이는 문을 열자 딸랑~! 딸랑~! 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오래 되어 보이지만, 품격 있어 보이는 엔틱 인테리어

 

 좁지만 안락해 보이는 조명

 

 그리고 그 품격에 어울리는 테이블이 4개 놓여 있었다.

 

 각 테이블에는 작은 향초가 타고 있었는데, 메즈는 가장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놓인 의자를 빼서 앉았다.

 

 가게 안에는 손님은 물론이고 직원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장사 안하는 건가?"

 

 아리스가 메즈가 앉은 반대편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문 열려 있는 거 보니 장사 하겠지, 이렇게 향초에 불도 펴 놨잖아"

 

 메즈가 테이블에 놓인 향초를 집어 들자, 그 뒤에 놓인 작은 종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부르는 건가?"

 

 

 - 딸랑~ 딸랑~

 

 메즈가 종을 흔들자 문을 열 때 났던 종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정말 그런 걸로 오는 걸까?"

 

 아리스가 의문을 제기했다.

 

 "뭐.. 안 오면 직접 가게 안쪽으로 부르러 가야지"

 

 메즈가 턱을 괴고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아무런 반응도 없으면 직접 부르러 갈 생각의 메즈였다.

 

 

 

 

 

 - 또각..또각..

 

 종이 울린지 불과 몇초만에 가게 안쪽에서 구두굽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꾀꼬리 소리 같은 여성의 목소리

 

 그런데 어쩐지 그 목소리가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턱을 괴고 있던 메즈의 시선이 여성의 목소리가 있는 방향을 아래에서 부터 천천히 훓고 올라갔다.

 

 

 

 굽이 높은 검은색 구두

 

 잘빠진 각선미와 늘씬하고 길쭉한 다리

 

 검은색과 하얀색이 균형미 있게 배열된 메이드복

 

 그리고 하나로 단정하게 올려 묶은 붉은 웨이브 머리

 

 

 "리사....?"

 

 메즈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메이드 복을 입은 리사였다.

 

 

 "에엑? 에에에에엑!!??"

 

 두 볼이 빨갛게 물든 리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리사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사라고?"

 

 리사가 서 있는 방향을 등지고 앉아 있던 아리스가 한 발 늦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정말로 메이드 복을 입은 리사가 메뉴판을 품에 꼭 안고 서있었다.

 

 

 "헤에~ 리사?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아...아니..이건.. 그러니까.."

 

 리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쭈뼛쭈뼛 몸을 꼬았다.

 

 "나 그거 뭔지 알아! 코스프레란 거잖아? 맞지?"

 

 아리스가 유원지에 처음 놀러와 풍선을 나눠주는 곰돌이를 본 어린아이 같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그런 거 아니거든!!"

 

 리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에에~ 리사 그런 취미도 있었어?"

 

 "아..아니라니까! 자..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봐! 여기에는 다 그만한 사정이..."

 

 리사가 무언가 열심히 해명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아리스는 듣고 있지 않았다.

 

 "좋겠다~ 리사는 키도 크고 쭉쭉빵빵에다가 S라인이니까 그런 옷도 어울리고 나도 가슴 절반만 나눠죠~"

 

 아리스가 리사의 품에 안기려고 달려들자 리사는 손에 든 메뉴판으로 아리스의 얼굴을 밀쳐냈다.

 

 "그러니까!! 아니래도 그러네!!"

 

 "헤에~? 그럼 리사 왜 메이드복 차림이야?"

 

 "이...이건 그러니까...."

 

 대답하기를 망설이던 리사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여기 실은 우리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거든. 그런데 보다시피 손님이 많지는 않아.

 먹거리 골목이 생기고 난 이후로는 그나마 있던 손님도 뚝 끊겼고..

 이런 작고 초라한 가게에서 직원을 쓸 여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면 자주 여기 와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는 거야"

 

 리사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그 옷은 부모님이 입으라고 한거야?"

 

 "아...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응? 아니야? 그럼 왜 입은 거야? 역시 코스프레가 취미...?"

 

 "아니라니까!!!"

 

 리사가 전력으로 부정했다.

 

 

 "그럼??"

 

 "그게.. 그러니까... 듣고 웃으면 안 된다?"

 

 얼굴에 홍조를 띈 리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응! 안 웃을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리스가 대답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메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면 손님들이 다시 찾아주지 않을까? 해서 입어본거야.

 우리 가게 인테리어랑도 어울리고...."

 

 리사가 부끄러운 듯 몸을 베베 꼬며 말했다.

 

 들고 있던 메뉴판으로 입까지 가린 채 홍조를 띈 리사의 얼굴은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메즈가 보기에도 가게의 엔틱풍 인테리어와 메이드는 상당히 궁합이 잘 맞아 보였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건, 붉은 머리의 미녀 메이드

 

 분명 한번 본 사람들이 쉽게 잊지는 못할 풍경이었다.

 

 

 

 "손님들 관심 끌려고 입은 거야 그럼?"

 

 아리스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리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뭐 그렇지... 그런데 보는 대로 효과는 별로 없는 모양이야.."

 

 텅텅 비어있는 가게를 바라보는 리사의 눈에 실망감이 서려 있는 게 보였다.

 

 큰 맘 먹고 산 메이드복까지 입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게 속상했던 모양이었다.

 

 

 

 "에이~ 리사! 그런 거라면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아리스가 자신 있게 큰소리를 뻥뻥 쳤다.

 

 "좋은 생각이라니?"

 

 "손님들 관심을 끌면 된댔지?"

 

 "응..뭐 일단은..?"

 

 "손님들 관심을 끌려면 역시 그거 아니겠어?"

 

 아리스의 질문에 리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라니?"

 

 그거라고 백 날 말해봤자 알리가 없는 리사였다.

 

 "바니걸!!!!"

 

 아리스의 당당한 외침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바...바니..걸...?"

 

 "응! 바니걸!"

 

 "리사가 입고 서빙하면 분명 사람들이 줄을 설걸?"

 

 "바니걸이라니.. 그런 남사스러운.."

 

 리사의 머릿속에 바니걸 옷을 입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검은색 망사 스타킹에 하얗고 동그란 꼬리

 

 어깨와 가슴라인이 그대로 보이는 몸에 딱 달라붙은 타이트한 가죽재질의 옷

 

 머리에 얹은 토끼 귀까지

 

 

 

 "아...아아아...아...."

 

 리사는 얼굴이 완전히 빨개져서는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저쪽 세계로 간 모양이었다.

 

 메즈는 그런 리사를 보며 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하는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건 딱 저런걸 두고 하는 소리란 걸 리사를 보면 느낄 수 있었다.

 

 

 

 "메즈......"

 

 메즈의 입가에 묻은 옅은 미소를 본 아리스가 나지막히 메즈를 불렀다.

 

 "메즈 방금 리사가 바니걸 입은 모습 상상했지..."

 

 "하아~?"

 

 가만히 있던 메즈에게 갑작스런 화살이 날아왔다.

 

 이게 웬 뚱딴지같은 불똥이란 말인가.

 

 "메즈 지금 리사가 바니걸 입고 엉덩이 씰룩씰룩하는 거 상상했잖아!!"

 

 아리스의 머리에서 뿌!뿌! 하고 김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리사가 부끄럼 가득한 눈으로 메즈를 힐끔 쳐다봤다.

 

 

 "이거 왜이래..생사람 잡지 말라고"

 

 리사가 꽤나 귀엽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건 바니걸이 된 리사를 상상해서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리사의 부끄러운 표정이 귀여웠을 뿐이었다.

 

 

 

 "으이~!!"

 

 아리스가 메즈를 노려보았다.

 

 "변태...."

 

 "뭐....?"

 

 아리스에게 이런저런 황당한 짓을 많이 당한 메즈였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바바리맨! 해삼, 멍게, 말미잘!

 바다 위에 떠다니는 플랑크톤보다 못한 짐승!!!"

 

 갑자기 혼자 폭주하기 시작한 아리스에게 메즈는 이런저런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잠깐만 오해라니깐.. 리사 넌 아닌 거 알...."

 

 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시선을 돌린 메즈의 눈에 방금까지 보던 눈과 똑같은 눈이 보였다.

 

 리사도 메뉴판을 입까지 올리고는 '짐승~' 이란 표정으로 메즈를 보고 있었다.

 

 

 "어이... 너희 둘 다 날 뭘로 보는 거야.."

 

 

 메즈의 급 정색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메즈의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치만~! 그치만~! 내가 이 옷 입고 왔을 때는 그런 웃음 안 보여줬단 말이야~!"

 

 아리스가 뿌!뿌! 화를 냈다.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반응이 없었던 게 속상했던 모양이다.

 

 - 어... 확실히 웃지는 않았었다.

 

 

 

 "잘 어울린다고 해줬잖아.."

 

 메즈가 말했다.

 

 - 분명 해주긴 해줬었다. 어... 웃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안 웃었단 말이야!!!

 메즈도 쭉쭉빵빵이 좋은 거야? 어? 그런 거야?"

 

 

 - 음... 싫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걸 어찌 직접 입에 담는단 말인가.

 

 

 "아리스, 그런 게 아니라..."

 

 

 메즈는 어떻게 해서든 아리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때, 리사가 나왔던 가게의 안쪽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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