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이 보낸 자
작가 : 동화1278
작품등록일 : 2018.12.6

나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왔다.

 
ep.2 - 일본인 구원자(1)
작성일 : 18-12-10 18:36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2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문자는 오붓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구원자가 이렇게나 많아?’

 

 처음엔 이런 순수한 열여덟 소년의 생각을 떠올렸던 강산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을 켜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강산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병신 새끼 꼴깝 떠네>

 <니가 구원자면 난 신이다>

 <어그로도 적당히 좀>

 <세상이 미쳐가니 미친놈들이 같이 튀어나오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안 그래도 없던 입맛이 싹 사라졌다.

 강산은 핸드폰을 아예 무음으로 바꿔버렸다.

 엄마가 궁금하단 얼굴로 쳐다봤다.

 

 “왜? 뭔데? 누구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우리 강산이 인기 좋네~”

 “현석 씨.”

 “미안합니다···”

 “강산아 누구야? 샛별이니?”

 

 강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다가 인터넷에 내 폰 번호가 풀린 거 같아. 요즘 인터넷에 폰 번호 잘못 풀리면 난리나잖아.”

 “아··· 그래? 샛별이 건 없구?”

 “응. ···없네.”

 “그렇구나. 핸드폰 번호를 바꾸던지 해야겠구나.”

 “그래야 할 거 같아.”

 

 엄마한텐 그럭저럭 넘어간 듯했지만 먹잇감을 찾은 다른 녀석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강산은 그 뒤로도 비슷한 욕설 문자나 발신자제한 번호로 밤 늦게까지 전화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엔 핸드폰이 폭발이라도 할 듯 뜨거워져서 강산은 핸드폰을 꺼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새벽.

 아직 동이 트기도 한참 전이었다.

 일찍 일어난 강산은 차마 지우지 못하고 그대로 놔뒀던 게시글에 들어갔다. 어느 포털 사이트의 게시글이든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댓글 내용은 문자 내용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욕설이나 비아냥, 왜 이렇게 공격적인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그런 댓글들밖에 없었다.

 

 “완전 실패네······”

 

 허탈감이 밀려왔지만 강산은 꿋꿋이 스크롤을 내려가며 혹시나 모를 하나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을 마우스 스크롤질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거의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을 때였다.

 

 <저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난무하는 댓글의 홍수 속에 정상적인 문장으로 쓰여있으니 오히려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신의 제안에 흥미가 있습니다. 25일 새벽 5시. 서울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진실을 말한 것이라면, 당신은 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댓글 아래로도 대댓글로 온갖 비아냥과 조롱이 난무하고 있었다.

 

 <어그로 제대로 끌렸구요>

 <구경 나갈 파티원 모집. 선착순 100000명>

 <주모 여기 병신 추가요~ㅋㅋㅋㅋㅋ>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업다.>

 

 당연히 강산은 다른 글자들은 싹 무시했다.

 

 ‘5시?’

 

 지금은 4시 30분이다. 시간이 빠듯했다.

 순간 혼자 나갈까 생각했지만 증명할 거리가 필요했다.

 강산은 곧장 누나 방으로 향했다.

 

 똑똑.

 

 “······”

 

 똑똑.

 

 “······”

 

 문고리를 잡았다.

 

 “일찍 일어났네?”

 “헉!”

 

 화들짝 어깨를 떨며 뒤를 돌아보자 연아가 생긋 미소 짓고 있었다.

 

 “어, 언제 일어났어?”

 “나 방금. 화장실 갔다 왔어. 근데 왜?”

 “있잖아. 연아야. 나 어제 우리가 인터넷에 올린 글 댓글을 봤거든?”

 “앞으로 30분밖에 안 남았지? 서두르자.”

 

 연아도 댓글을 다 훑어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얘기가 빠르니 좋았다.

 두 사람은 곧장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강산이 현관문 발치에 잠시 나갔다 온다는 메모를 남기자 연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샛별 언니 데리고 오겠다고 써.”

 

 ‘얘도 보통내기는 아니네.’

 

 누나를 이용해먹는 건 좀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엄마를 가장 덜 걱정시킬 수 있는 건 연아가 말한 방법이었다.

 강산은 연아가 말한 대로 메모를 고쳐 쓰고 현관문 입구에 놔두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요. 절대 집에서 나오지 마세요. 아들 강산.>

 

 “근데 신기하다. 딱 맞네?”

 “그러게.”

 

 연아의 아티팩트 활 보관은 누나가 예전에 기타를 배우겠다고 설쳐놓곤 딱 한 달 만에 때려치운 기타 케이스를 빌렸다.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택시는 좀처럼 없었다. 아니, 이 시국에 돌아다니는 택시가 없는 걸까.

 

 “어, 저기! 여기요! 택시!”

 

 근데 있었다. 길 저편에서 <빈차> 표시가 된 택시가 나타나자 연아가 손을 흔들며 방방 뛰었다.

 택시는 빨간불을 무시하고 주욱 속도를 높여 두 사람의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서울역이요.”

 

 택시 기사는 말없이 악셀을 밟았다.

 도로 곳곳에선 아직도 어제 사태로 일어난 도로 피해 복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추돌 사고 차량 회수는 끝났지만 워낙 긴박한 통에 도로 가로수나 전봇대, 가로등 같은 시설물에 때려 박은 차들도 많았던 모양이었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거리상 15분이면 될 거리를 30분이 넘게 걸려 간신히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요.”

 

 강산이 택시비를 지불하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 택시 기사 아저씨가 빙긋이 웃었다.

 

 “잘 부탁하네.”

 “···예?”

 

 택시 기사는 말없이 잔돈을 거슬러주었다.

 

 “저 아세요?”

 “강산아. 벌써 5시 20분이야.”

 

 기사의 뒤통수를 응시하던 강산은 연아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자길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그랬지?”

 “응. 그랬어.”

 “근데 무슨 수로······”

 

 두 사람은 서울역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새벽 이른 시간임에도 밖에 나와있는 사람은 꽤 있었다.

 어슬렁거리는 노숙자.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치는 코트 차림의 신사. 아이의 손을 잡고 역 안으로 들어가는 젊은 엄마. 한데 모여 하얀 연기를 피어 올리고 있는 흡연자들.

 

 “회개하십시오! 종말이 가까워 왔습니다! 주님의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회개하십시오!”

 

 춥고 적막한 그곳에는 홀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종교인도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사람들이 지금은 그의 앞에 꽤나 여러 명 몰려있었다.

 저들 중 분명 누군가는 또 한 명의 구원자다.

 강산은 열심히 주윌 둘러보고 있는 연아를 쳐다보았다.

 

 “연아야.”

 “응. 강산이 넌 알겠어? 난 도무지 모르겠는데. 누가 구원자란 건지.”

 “나도 모르겠어.”

 

 강산은 그러며 연아가 등에 메고 있는 기타 케이스를 내리게 했다.

 

 “강산아 왜?”

 “우리가 못 찾겠으면 그 사람이 우릴 찾게 만들자.”

 “···아!”

 

 강산은 기타 케이스를 열고, 연아가 활을 들어올리게 했다.

 

 “이렇게?”

 “어. 들고 있어.”

 

 서울역 한복판에 기묘한 활을 든 미소녀가 나타나게 되었다.

 붉은 빛이 일렁이는 활과 그걸 든 소녀의 미모는 지나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연아가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향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강산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가운데 강산은 다시 주윌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곳을 주목하는 몇몇 사람이 눈에 잡혔다.

 그러나 다가오는 사람 따윈 없었다. 그저 지나치며 힐끗 거리거나 먼 발치에서 이쪽을 주시할 뿐이다.

 대략 2~3분 가량이 흘렀다. 팔이 아픈지 연아가 팔을 바꿔 활을 잡으려 했을 때였다.

 

 “됐어 연아야. 활 도로 넣어.”

 “어? 왜? 아직 안 나타났잖아.”

 “아니.”

 

 강산은 입 꼬릴 시익 올렸다.

 

 “나타났어.”

 “정말? 어디?”

 

 대략 5~6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여자가 다른 쪽에 시선을 둔 채 서있었다. 특색이라고 할만한 건 환한 금발로 염색한 긴 머리카락, 하얀 얼굴, 큰 키.

 그리고 기타 케이스를 발치에 세워둔 채 손을 올리고 있다.

 

 “저 금발 여자?”

 

 기타 케이스를 도로 등에 멘 연아가 목소릴 죽여 강산에게 물었다. 강산은 고갤 끄덕였다.

 

 “아마도.”

 “기타 때문이야?”

 

 그렇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연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타를 들고 있다고 해서 꼭 구원자란 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산의 얼굴은 확신에 차있었다.

 

 “가보자.”

 

 강산은 연아에게 싱긋 웃어 보이곤 앞장을 섰다. 연아가 재빨리 강산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근데 뭐라 그러지? 다짜고짜 구원자세요? 라고 그래?”

 

 연아가 소곤거렸다. 강산은 연아에게 그저 한 번 웃어주기만 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지척으로 다다를 때까지 이쪽엔 눈길도 안 줬다. 그녀가 시선을 돌린 건 강산이 말을 걸었을 때가 되어서였다.

 

 “실례합니다. 길 좀 묻고 싶은데요.”

 “······?”

 

 두 여자가 동시에 의아한 눈길로 강산을 쳐다봤다.

 풍기는 분위기로 봐선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뽀얀 얼굴에 청순함이 묻어나는 생김새의 여자였다. 170은 확실히 넘을 법한 그녀의 큰 키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강산이 주목한 건 그녀의 미모가 아니라 손톱이었다. 머리카락처럼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둔 메니큐어. 기타를 치는 사람은 절대 손톱에 치장을 하지 않는다.

 그 주샛별이 살면서 손톱에 아무 짓도 안 한 유일한 기간도 기타를 배운 그때 한 달이었다.

 강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가 어디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기 바로 길 건너편에 있어요.”

 

 청순한 미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허스키한 음성이다. 그러나 강산이 관심을 둔 건 그녀의 음성이 아니라 어투였다.

 

 ‘걸려들었다.’

 

 여기서 남대문경찰서를 찾는 건 일곱 살 꼬마 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즉 상대가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고, 상대는 자기 목소릴 꺼내었다.

 연아가 놀랍다는 얼굴로 강산을 쳐다봤다. 여자의 어투는 명백한 비한국인의 것이었다.

 여자는 강산이 자신의 손짓을 따라 고갤 돌리지 않자 고갤 갸웃했다.

 

 “저기 간판에 커다랗게 적혀있어요. 서울남대문경찰서, 라고.”

 “반갑습니다. 아이디 Yukie님.”

 “······!”

 

 무표정했던 얼굴에 반응이 나타났다. 그건 흥미로움이었다. 강산은 그런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여자가 밝은 금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청순한 미모가 빛을 발했다.

 

 “어떻게 저인 걸 알아보신 거죠?”

 “손톱에서 90퍼센트. 말투에서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손가락을 굽혀 자신의 손톱에 힐끗 시선을 한 번 줬다가 강산을 향해 입 꼬릴 올렸다.

 

 “훗.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정작 구원자는 그쪽 분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녀가 이렇게 말했을 때 강산은 그녀의 손에 주목하고 있었다. 메니큐어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굳은살?’

 

 고운 손등과는 전연 딴판인 손바닥이었다.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거운 무언가를 잡고 하는 일일 것 같았다. 여러모로 청순한 생김새와는 다른 점이 많은 여자였다.

 강산의 시선을 눈치 챈 여자가 마치 숨기듯 손을 코트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강산은 태연한 얼굴로 그녀에게 고갤 한 번 끄덕여 보이곤 연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맞습니다. 구원자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아티팩트는 보셨다시피 활입니다.”

 “안녕하세요! 전 천연아라고 해요. 한국말 되게 잘 하시네요.”

 

 여자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갤 가로저었다.

 

 “단 한 마디로 외국인인 게 들통나버리는 실력인걸요. 아무튼 반가워요. 전 아야세 유키에라고 합니다.”

 

 유키에는 그렇게 말하곤 한 마딜 덧붙였다.

 

 “제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 둘 다 구원자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9 ep.2 - 일본인 구원자(2) 2018 / 12 / 12 226 0 4339   
8 ep.2 - 일본인 구원자(1) 2018 / 12 / 10 226 0 5235   
7 ep.2 - 구원자(3) 2018 / 12 / 9 240 0 6095   
6 ep.2 - 구원자(2) 2018 / 12 / 8 236 0 3979   
5 ep.2 - 구원자(1) 2018 / 12 / 7 248 0 4459   
4 ep.1 - 신의 기사 2018 / 12 / 6 223 0 4314   
3 ep.1 - 여자친구 2018 / 12 / 6 242 0 4462   
2 ep.1 - 회귀 2018 / 12 / 6 243 0 3462   
1 ep.0 - "예." 2018 / 12 / 6 374 0 15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마왕을 죽여야
동화1278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