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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9화
작성일 : 18-12-10 17:1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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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델 가문의 차남, 아데바요르 린델.

 얼핏 들은 소문으로는 어렸을 적부터 가문의 기사단이 아닌 학살자가 되길 바랐다고도 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차분한 성격과는 반대로 심성이 매우 폭력적이고 악질적이라 하인 여럿을 때려 죽였다는 꽤나 악의적인 말들도 섞여 있었다.

 또한 아직 열아홉의 나이임에도 악력이 좋아 한 손으로도 말의 머리를 쥐어짤 수 있다고도 했는데, 원래 소문이라는 것이 의심을 섞으면 섞을수록, 입을 타면 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것인지라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믿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덩치를 보아하니 그럴 만도 하겠군.”

 

 고즈넉하게 혼잣말을 내뱉은 파사르는 길을 떠나는 세 명을 유심히 살폈다.

 보통의 훈련생이라면 성문 밖은 이번이 초행일 것이다.

 하지만 셋에겐 일말의 주저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부근의 지리를 모두 꿰뚫고 있는 것 마냥 보였다.

 더욱이 동기라고 하기 보단 주종관계에 더 가까워 보이는, 그를 따르는 두 명의 사내들이 눈에 띄었다.

 등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는 행동과 묵묵히 아데바요르의 뒤를 쫒는 자세에서 느껴지는 절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차린 훈련소에서 배울 움직임이 아니란 것을 확연히 말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등짝에 매고 있는 카이트 쉴드(역삼각형이 늘어진 모양의 긴 방패)에 새겨진 린델 가문의 버팔로 문양만 보아도 눈치가 있으면 린델 가문에서 아데바요르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 된 기사들인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파사르는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과거 에메랄드를 떼다 박은 듯 영롱하게 빛나던 그의 눈동자는 무거운 철 투구 안에서 색이 많이 바래있었다.

 파사르는 빛깔이 죽어가는 두 눈으로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목 언저리를 찬찬히 응시했다.

 

 철 구두로부터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아직은 떨림의 정도가 적었지만, 초 단위가 지날 때마다 그 정도는 몇 배씩 더 커져갔다.

 초행이라면 단순한 지진이라 오해 할 수 있겠으나, 불행하게도 이것은 악귀들의 일부가 무사히 다리를 지나왔다는 신호였다.

 진동의 크기를 보아하니 다리를 건너 온 선발대의 숫자는 역시나 쉬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다행이라면, 그 모든 수가 자신이 지키고 있는 이 길목을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악귀들에게는 지능이란 것이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기에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산발적으로 퍼져 성채를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다.

 

 제일 먼저 대륙과 섬을 잇는 다리를 돌파하는 것들은 대게 야수귀(野獸鬼)로, 말 그대로 들짐승과 외관이 유사해 붙여진 악귀들이었다.

 야수귀는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인형귀(人形鬼)들 보다 속도와 맷집, 짐승의 본능으로 엮인 무차별적인 공격성 등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게 특징인 악귀였다.

 식성도 무척이나 게걸스러워 단단한 갑옷도 이빨로 씹을 수 있을 것 같다면 통째로 입구멍에 쳐 넣는 것이 다반사였고, 성질 또한 더러워 심히 거슬린다면 같은 악귀라도 물고 뜯고, 할퀴는 것이 놈들이었다.

 

 파사르는 자세를 바꿔 양 발을 세로로 벌리고 앞으로 나가 있는 왼쪽 무릎을 살며시 굽혔다.

 가슴은 우측을 향하고 있으나 고개는 전방을 향했고,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왼손으로는 칼날의 중앙부분을 감싸 쥐어 고개와 마찬가지로 칼끝을 전방을 향하도록 놓았다.

 

 파사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깊숙이 내면에 집중하니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의 박동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고 귓속을 울려댔다.

 심장의 뜀박질이 빠르면 빠를수록 혈관을 타고 전신에 흐르는 피의 흐름이 고스란히, 기분 좋게 전해졌다.

 등에는 식은땀이 맺혀 흘렀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이 털끝과 함께 극도로 곤두서기 시작했다.

 이렇게 긴장으로 분출되는 아드레날린은 신체적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효율적인 전투를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각성제였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결전의 시간에 다다랐다.

 컴컴한 어둠 속, 오로지 거인의 손가락이 밝혀주는 한정적인 시야 사이로 작은 무리를 이루고 다가오는 형체들이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후우……오늘은 그리 고단하진 않겠군.”

 

 빠르게 달려오는 야수귀의 형태가 확연하게 보일 정도가 됐을 때, 놈들의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들개와 흡사했다.

 드물게 고양이과와 곰과의 맹수들과 코끼리, 코뿔소 등의 대형포유류도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곤혹을 치른 적이 몇 번 있었으나, 일 년 중 300일 정도는 오늘과 같이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동물들을 닮아 있었다.

 

 놈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털이 하나도 없는 벌거숭이에, 푸석푸석하다 못해 수 십 년 동안 가뭄이 연속 된 땅 마냥 갈라져있는 피부 위로 검은 피딱지가 두껍게 굳어져 있었다.

 또한 저마다 다른 위치였으나 몸에 달려있는 기묘한 고름주머니들이 눈에 띄었는데, 꽤나 짙은 농도의 산성을 가지고 있는 고름덩어리를 내포하고 있는지라 부주의하게 건드려 맨살에 닿는다면 큰 화상을 입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는 개의 모습이었으나, 눈이 1개부터 8개까지 두서없이 달려있는 대가리에는 아래턱이 심하게 훼손돼 없는 것보다 못한 주둥이가 길게 튀어나와 있었다.

 위 아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긋난 주둥이 속에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 둥글게 말려있는 두툼한 혓바닥에서 다량의 침을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사르는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않고 거리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야수귀들은 영악했기에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개과의 본능을 따르는 것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감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법도 알고 있었고, 지치게 만들거나 상처를 내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만드는 사냥법도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번의 공격은 한 마리의 숨통’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말 그대로 자칫 날붙이를 잘못 휘둘러 숨통을 끊지 못하고 타이밍이 엉켜버린다면, 싸움의 주도권이 놈들에게 넘어가버려 살아남을 가능성이 단숨에 밑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파사르는 좁고 뾰족하게 뻗어있는 투 핸드 소드의 칼끝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잠잠히 기다렸다.

 서두름은 없었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세계에서 조급함은 쓸모가 없다.

 그는 몸의 중심이 왼발에 담기도록 상체를 천천히 숙였다.

 왼발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판금 갑옷을 걸친 무게가 쏠리기 시작하자 디딤발로 내딛은 근육들이 살갗 안으로부터 급격하게 죄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중심의 꼭짓점이 왼발의 앞꿈치에 다다라 모였을 때, 파사르는 억압되어 있던 용수철이 기세를 펴나가 듯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네 발로 달려오는 짐승의 속도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으나, 그는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라고는 생각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한 번의 질주로 일순간에 사정권으로 다다른 그의 공격은 대담하게 이루어졌다.

 파사르의 시선이 5개의 눈알과 마주친 순간, 탄력을 받은 허리를 비틀며 펀치를 날리 듯 오른손에 잡힌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양손 검임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저항을 뚫고 나가는 투 핸드 소드는 한 손으로도 흔들림 없는 수평을 유지했고, 파사르는 유연하게 손목을 비틀어 칼날을 세로로 세웠다.

 

 오차는 없었다.

 숫돌질로 매섭게 갈아 낸 칼끝은 야수귀의 미간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파사르의 찌르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적절한 힘이 실려 있었다.

 덕분에 공격을 피하려 급히 몸을 틀었던 야수귀는 끝내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야수귀의 옆구리를 정확히 파고들은 칼날은 악귀가 가진 짙고 검은 피를 허공에 뿌리며 관통했다.

 
작가의 말
 

 한 주가 시작됐네요. 다들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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