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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 숫자의 비밀 - 3
작성일 : 16-09-19 18:30     조회 : 453     추천 : 0     분량 :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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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명종이 울리고 5분이 지나자 처음보다 더 높은 음의 벨소리가 집안 곳곳으로 퍼졌다. 우찬8은 주변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귀를 틀어막았지만 벨소리는 몸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시작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으므로 막으면 막을수록 더 커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하품을 크게 하고 일어나 귓속에 손가락을 넣어 모바일 스틱을 빼냈다.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와 연결한 후 모바일 스틱 매니저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알람의 볼륨과 벨 반복시간을 조정했다.

 

  어제 그의 등에 있던 여자는 우찬8이 독서할 때 쓰는 방에서 아직 자고 있다. 경찰을 피해 그녀를 집까지 데리고 온 우찬8은 그녀의 손가락이 원래부터 7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손가락이 있어야 하는 곳의 피부가 이식됐었다거나 상처에서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그녀의 손에 포개서 차이를 비교하다가 손가락을 잘라 그녀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찬8은 눈이 크게 떠지기 시작하자 일요일에 자기가 하던 일을 하려 한다. 경기가 없는 날이기 때문에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집안의 이것저것을 둘러보다가 버릴 것과 보관해야 하는 것을 분리하려 한다. 의사의 충고에 따라 일주일간 덜 먹은 영양소가 많은 음식을 주문해 먹으려 한다. 두 시에 시작하는 예배에 늦지 않게 청소와 식사 등을 마치려 한다.

 

  그런데 그는 왜 자신의 집에 누워있는 그녀를 깨워서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녀의 다친 부위를 확인해서 간단한 처치를 해 줄 생각을 왜 안하고 있는가? 그녀의 소속과 범법내용을 파악해서 적절한 충고를 해주려는 마음을 왜 품지 않고 있는가? 눈을 감고 잠들기 전에는 그녀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했던 그가 눈을 뜬 지금, 그녀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지금은 왜 그녀를 생각의 뒤편으로 이동시키고 일상에 들어간 것인가? 혹시, 그녀를 데리고 왔던 지난밤을 까맣게 잊은 것은 아닌가? 아니라면 어떻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는 위험한 여자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은 것인가? 그녀의 아름다운 겉모습에 심하게 뛰던 심장이 이성과 지성을 죽인 것인가? 아니면 일상의 반복이 그를 일상이 아닌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가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되기 때문에 누군가 그의 뇌를 조정하고 있는 것인가?

 

 "뭐야, 자네 왜 아직도 안 오는 건가?"

  모바일 스틱을 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우찬8의 귓속을 때렸다.

 "누구세요?"

  우찬8은 대답 없이 질문을 했다.

 "오늘 다시 얘기하기로 한 것을 잊은 건가?"

 "오늘은 일요일인데……."

  자신의 질문을 또 다른 질문으로 바꿔 대답한 누군가가 누군지 알게 된 우찬8은 말을 얼버무린다.

 "멍청하긴. 22세기엔 일요일이 없어졌다는 것을 몰라!"

 

  호통을 듣고서야 이성이 깨어난 우찬8은 재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구단직원을 힘들게 설득해 50분의 시간을 벌었다. 이제 50분 내로 구단사무실로 가야 하는 우찬8은 여유로운 일요일의 아침을 걷어내고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었다. 잠옷바지를 그대로 입고 집 밖으로 나갔던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무 바지나 챙겨 입을 때쯤 그녀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우찬8은 그녀가 있는 방으로 서서히 몸을 옮겨 문을 열었다. 천천히 열리는 문틈에 머리를 끼고 방 안을 살피던 우찬8은 그녀를 보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역시나 그녀가 어젯밤 자신이 업고들어온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우찬8은 그녀에게 자신이 돌아 올 때 까지 그대로 있으라고 말한 후에야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의 머릿속엔 불쌍한 기억력을 원망하는 단어가 긴 문장을 만들고 있었고 그 문장의 중간엔 50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끼어들었다.

 

  우찬8은 자동운전모드 중 과속을 선택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하늘엔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어서 도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일요일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도시의 움직임이 평일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늘 아래를 확인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아직도 일요일이 없어졌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구단매니저의 심술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7도 없어지고 일요일도 없어진다면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스스로에게 대답하고 있다.

 

  남은거리가 8km라는 음성안내가 스피커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일요일로 몰렸던 생각을 자신의 집에 혼자 있는(물론, 애완로봇 8마리가 있긴 하지만.)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는 아침에 일어날 때 왜 그녀에 관한 생각을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경찰을 따돌리고 집까지 오는 과정을 생각하려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은 용량이 작은 물통에 많은 물을 받으려다 넘쳐서 원래 가지고 있던 물밖에 저장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는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했다. 머릿속은 계약문제로 마음속은 그녀 때문에 복잡했다. 22세기가 시작된 날,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복잡한 문제로 마음을 쓰는 그가 안쓰럽다고 하늘에 있는 그의 아버지는 생각할 것이었다.

 

  구단 사무실엔 우찬8이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이 앉아있다. 그 사람은 팔걸이가 튼튼해 보이는 푹신한 가죽소파에 엉덩이를 넣고 다리를 꼰 사람이다. 그 사람은 손가락 몇 개를 비비며 아랫니로 윗니를 튕기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옷감 자체에서 시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고가의 재킷을 입고 흰색셔츠의 단추를 서너 개 푸른 채 후두골을 소파에 대고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말했다.

 

 "왜 이렇게 안와? 짜증나게"

 "이제 49분이 됐으니 1분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1분 후에도 그 녀석이 오지 않으면 재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49분… 원래는 44분인데. 하하하. 우리 형이 숫자 7을 없앤 건 정말 잘한 일이야. 바빠서 미칠 것 같은 세상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숫자를 없애는 것 밖에 없거든. 안 그런가?"

 "맞습니다. 덕분에 일요일도 없어져서 경기일정도 늘어나니 선수들이야 힘들다고 투덜대겠지만 구단입장에선 똑같은 돈을 주고 더 많이 일을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말 좋은 일입니다."

 "단순하게 운동선수뿐만이 아니야. 쉬지 않고 일해야 벌어먹는 불쌍한 사람들이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동안 그런 사람들을 너무 편하게만 해준 것 같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찬8은 소매 끝을 올려 시계를 봤다. 그리고 양해를 얻은 시간보다 늦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비어있는 소파에 앉았다. 구단매니저는 눈을 부라리고 턱을 앞으로 쭉 빼서 그가 더 일찍 오지 않은 것에 대해 혼을 냈지만 그는 그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누구시죠?"

  우찬8은 처음 보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린 채 말을 했다.

 "나?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르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야! 너는 너의 생명과 복과 건강을 위해 애를 쓰시는 너의 구단주님도 몰라서 누구시냐고 묻는 거냐!"

  둘 사이에 앉아 있던 구단 직원이 삿대질로 우찬8을 몰아세웠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못 뵙던 분이라서… 죄송합니다."

 "됐어. 됐어. 나도 얘가 우리 팀이었는지 지금 알았으니까. 서로 비긴거지 뭐. 그런데 넌 왜 연봉을 이렇게 많이 올려 달라는 거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적었던 연봉을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거지 절대로 무리하게 연봉을 올려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찬7, 아니 이젠 우찬8이라고 불러야 되는데… 죄송합니다. 구단주님"

  구단직원은 구단주에게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구단주는 한번만 용서하겠다는 눈빛과 함께 명령어를 내뱉었다.

 "계속해"

 "우찬8, 지난 시즌의 네 성적을 한 번 훑어줄까?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팬들의 비난을 다 말해줄까? 구단전용 비행기 날개에 적혀져 있는 너를 욕한 글을 사진으로 찍어다 보여줄까? 성적도 안 좋고 팬도 없고 쉬도 때도 없이 아프다고 병원비나 타내는 너를 왜 우리가 돈을 더 주면서까지 데리고 있어야 되니."

 "물론 지난 시즌은 성적이 좋지 않았고 부상도 많았어요. 하지만 출전한 경기에선 꼭 한 개씩 안타를 쳤고 수비할 땐 몸을 사리지 않아서 결정적인 것 몇 개를 막아냈어요. 그리고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몇 년 전처럼 타점왕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신입선수들과 선임선수들 중간에서 팀 분위기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그런 활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뺐지 마세요."

 "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딱 질색인데……."

  구단주가 우찬8과 구단직원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사용하던 7번은 오늘부터 사용할 수 없는 것 알고 있지. 만약 계약을 한다면 등번호도 바꿔야 하고 귀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가 제시한 연봉을 받을 거면 계약하고 아니면 깨끗하게 없어져버려."

 

  우찬8의 뇌는 주름이 깊어졌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고 예측하느라 입 속의 침이 말라 버렸다. 그리고 발바닥에서 난 땀이 양말을 젖게 했다. 뇌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지혜롭다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가 겪었던 경험 중에도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극적인 계약을 위해 준비한 비장한 다짐도 없었다. 다른 구단에서 이적료를 지불하고 그를 데려갈 확률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우찬8은 적은 연봉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하거나 선수를 그만두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찬8은 손목을 만지작거리다가 입술을 뗐다.

 "그만 두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안녕"

 

  구단 사무실의 문을 닫으며 우찬8의 뺨을 흐른 눈물은 나와 그 밖에 알 수 없다. 닫힌 문 너머로 칭찬을 듣는 구단직원의 환한 웃음은 그만 모른다. 우찬8은 자신의 선택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선수로 남는 것이 생계를 위해 적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는 그만 두겠다고 말했을까? 9년 동안 했던 일 아니, 9년 동안 선수로 뛰기 위해 15년 동안 했던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가 뭘까? 그것이 정말 돈 때문일까? 아니면 7번을 달고 뛰지 못하는 아쉬움을 견뎌내기 싫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22세기가 자기편인 줄 알고 하루를 보냈지만 결국 21세기보다 더 못한 22세기가 싫었기 때문일까? 그는 말없이 건물을 빠져나와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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