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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 경계에 서다
작가 : 퍼플캣
작품등록일 : 2018.11.1

친구와 연인 사이, 경계에 서 있었던 두 소년이 10년 후 다시 만났다.
우린 과연 우정일까? 사랑일까?

 
17. 불쾌한 침입자
작성일 : 18-12-10 15:36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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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주현아. 이 문제 풀이 좀 봐줄래?”

 “뭐야? 왜 날 보면서 주현이한테 물어봐?”

 

 재찬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선준을 보았다.

 

 “내... 내가... 언제?”

 

 선준은 분명 주현의 입술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자신의 집에 다녀온 날부터 계속 주현의 입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인지하자 주현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었다.

 

 “어떤 문제인데?”

 

 두 사람의 대화가 재밌는지 주현이 키득 웃으며 선준의 옆으로 와서 문제를 보았다. 선준이 손가락으로 문제를 짚었다.

 

 “아. 이건 여기에 x를 대입해서 푸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야.”

 “고마워.”

 

 선준에게 알려주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온 주현이 다시 문제를 풀기 위해 펜을 집어 들었다.

 

 “아참. 주현아. 전에 쓰던 그 펜 어디 있어? 필기감 부드러운 거.”

 

 재찬이 뒤를 돌아 주현을 보고 물었다.

 

 “그 펜? 잠깐만... 어? 없네.”

 

 그 말에 주현이 연필꽂이에 꽂힌 펜을 이리저리 찾다가 재찬이 말하는 펜이 없다는 걸 알았다.

 

 “요즘 뭔가를 자꾸 잃어버리네. 지우개도 그렇고, 연습장도 그렇고.”

 “잃어버린 게 아니라 누가 가져가는 거 아니야?”

 

 주현의 말에 재찬의 옆, 주현을 등지고 앉아있던 지운이 뒤로 돌아 의자 등받이에 팔을 괴고 물었다. 이상할 만큼 주현의 물건이 자주 없어지긴 했다. 하지만 학용품 같은 작은 물건들이어서 도난 신고를 하기에는 애매모호 했다.

 

 “하긴. 주현이 성격상 그 많은 걸 잃어버릴 일은 없을 텐데.”

 

 선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재찬이 반문했다.

 

 “그럼 그걸 누가 가져갔다는 건가?”

 “혹시 학용품 말고 또 잃어버린 건 없어?”

 

 연이은 지운의 물음에 주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갑작스러워서 잘 생각이 안 난다.”

 

 생각이 나질 않자 주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소름 끼친다. 누가 주현이 물건 가져가서 이상한 짓에 사용하면 어떡해?”

 “설마...”

 

 재찬의 말에 선준은 불쾌감을 느끼고 인상을 썼다.

 

 “1학년 때 주현이 따라다니던 애들 많았단 말이야. 수영하는데 보러 오고, 수영복도 없어지고...”

 “재찬아...”

 

 정색한 주현이 평소와는 다른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재찬을 부르자 재찬이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선준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듣지 않아도 유쾌한 기억은 아닐 거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참. 이번 주말에는 어떻게 할 거야? 난 엄마 생신이라 집에 가야 해.”

 

 화제를 바꾼 지운의 질문에 재찬이 책꽂이에서 다른 문제집을 꺼내며 말했다.

 

 “난 기숙사에 남아 있을래.”

 “진짜?”

 

 당연히 집에 갈 줄 알았던 재찬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나오자 선준이 재찬에게 다시 물었다.

 

 “응. 시험 기간이라 안 가려고. 넌?”

 “나도 안가.”

 

 반대로 재찬이 물었고, 선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운이 빼고 셋이서만 지내는 건 처음이네.”

 

 주현의 말에 지운이 세 사람의 조합에 약간의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일요일에 일찍 돌아올 거야. 케이크 사 올게.”

 “진짜? 역시 지운이야.”

 

 케이크란 단어에 신난 재찬이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운을 안았다. 그 모습에 선준이 놀라 고개를 휙 돌렸고, 순간 주현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부딪쳤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버릇이 나왔네.”

 

 재찬이 겸연쩍게 웃으며 주현과 선준을 보며 사과했다.

 

 “괜... 괜찮아.”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얼굴이 벌겋게 변한 선준이 고개를 푹 숙이고 문제집을 보았다.

 

 ‘지운이랑 재찬이 사귀는 건 알았지만 스킨십하는 걸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라 깜짝 놀랐어. 둘이 사귄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했겠지...? 남자끼리는 거길 쓴다던데...’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잡다한 생각 때문에 문제 풀이에 집중할 수 없는 선준이었다.

 

 ‘재찬이가 받는 쪽이겠지? 덩치 차이가 있으니까... 주현이랑 비슷하려나?’

 

 “선준아.”

 “으악.”

 

 주현을 생각하고 있던 선준은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주현의 목소리에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찬과 지운이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자 얼굴에 화르륵 열이 오르는 선준이었다.

 

 “괜찮아? 미안해.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주현이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

 

 “아니야. 근데 왜?”

 

 선준이 아니라며 양손을 휙휙 젓고 다시 책상에 앉아 주현에게 물었다.

 

 “국어 노트 빌려줄 수 있어? 오늘 수업시간에 잠깐 놓친 부분이 있어서.”

 “아. 잠깐만. 여기 있다.”

 

 선준이 노트를 찾아 주현에게 건넸다.

 

 “고마워.”

 

 건네받은 주현의 손가락이 선준에게 닿았다. 닿은 부분에 느껴지는 찌릿함에 선준이 먼저 손을 놓았다.

 

 그런 선준을 보며 재찬이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문제집으로 고개를 돌렸고, 지운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오늘 저녁 진짜 맛있었어. 주말에 더 잘 나오는 것 같아. 이제 매주 집에 가지 말고 기숙사에 있어야겠어.”

 

 식당을 나온 재찬이 급식 메뉴가 마음에 들었는지 볼록해진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후후. 그래도 지운이 따라서 갈 거면서.”

 “그렇긴 하지. 하하.”

 

 옆에 있던 주현이 작게 웃으며 말하자 재찬이 계면쩍은 웃음을 지었다. 기숙사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 주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섰다.

 

 “아. 나 교실에 문제집 두고 왔어. 가지러 갔다 올게.”

 “뭐? 잠깐... 나도 교과서 놓고 온 것 같은데. 같이 가자.”

 

 교실에 간다는 주현의 말에 재찬도 놓고 온 게 생각났는지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럼 나는 먼저 들어가 있을게.”

 “응.”

 

 선준은 주현의 말에 자신이 같이 가려고 했지만 재찬이 함께 간다고 하니까 걱정을 덜고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야?”

 

 방 앞에 도착한 선준은 방문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방문을 닫고 갔는데 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방안에 누군가 들어온 걸 감지한 선준은 소리 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 누구야?”

 

 상대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선준이 방으로 들어오자 놀랐는지 잠시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바닥에는 뭔가가 어지러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옷과 속옷이었다.

 

 ‘설마?’

 

 선준이 의심하며 그것의 출처를 찾아 시선을 옮겼고, 역시 열려 있는 서랍은 주현의 것이었다.

 

 “너 혹시 주현이한테 편지 보내는 그놈이냐?”

 

 선준의 질문에 대답 대신 조금은 격앙된 숨소리만 어둠을 뚫고 들려왔다. 하지만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고, 선준은 기분이 더러워졌다.

 

 “뭘 훔치려고 왔는지 몰라도 잘 걸렸다. 다시는 그런 짓 못 하게 해줄 테니까.”

 

 선준이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에 손을 올리는 순간 침입자는 몸으로 선준을 강하게 밀치고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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