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무림의 고수들
“말까지 말라고 했을 텐데? 파리냐?”
나 돌이 대머리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대머리가 어깨를 들썩 하더니 주먹을 뻗었다. 나 돌의 가슴에 주먹이 박혔다. 윽! 나 돌이 신음을 토하며 뒤로 두 발 밀려났다. 수복이 대머리의 공격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쫍밥아!”
나 돌이 두 발을 튕겨 오르며 외쳤다. 대머리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으며, 허벅지를 두 발로 찍었다. 대머리는 순간적으로 두 손을 피하며, 한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나 돌의 연속적인 공격에 대머리는 가까스로 피했다.
“덤벼, 파리야!”
대머리는 뒤로 물러나다가, 두 손을 쭉 뻗어 나 돌의 가슴을 강타했다. 나 돌의 몸이 뒤로 다섯 걸음 물러났다. 대머리는 두 팔을 풍차처럼 돌리면서 기합을 넣으며 앞으로 왔다. 대머리가 돌리는 두 팔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풍림!”
“쫍밥!”
나 돌이 뛰어올라 대머리 뒤에 섰다. 대머리는 돌아서 나 돌을 공격했다. 두 발을 쭉 뻗어 가슴을 찼다. 대머리가 돌리는 두 손과 나 돌의 발이 부딪쳤다. ‘윽!’ 대머리가 신음을 쏟았다. 나 돌은 발이 아파 팔짝거리고 뛰었다.
“제법이구나, 어설픈데 엄청 강하네.....”
대머리는 아픔을 참느라고 두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 돌은 발을 구르는 걸 멈추었다.
“여기까지는 내 실력, 할아버지 맛 좀 봐라!”
나 돌이 붕, 떠올라 개구리 권법으로 허벅지를 강타했다. 대머리를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수복은 나 돌의 순간 동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이지도 않았다, 도대체 무슨 수법을 쓴 거냐?”
대머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에, 놀라움을 표하며 물었다.
“알 필요 없다, 다시는 어설픈 무술로 나서지 마라.”
“이런 치욕은 난생처음이다, 여기 계속 있을 거냐?”
“당분간은 여기서 수련을 할 건데, 백일 훈련 중이다.”
“남산골 빛살이 내 별명이다, 이곳은 내 자린데 빌려 주겠다, 대신 부탁이 있다.”
“자릿세?, 뭔데?”
“내가 데려오는 놈하고 싸워라!”
“대환영이다, 언제든지 와라, 기대하고 있겠다.”
대머리는 나 돌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 돌은 수복을 보며 웃으며 악수를 할지 말지를 물었다. 수복이 악수를 받아 주라고 끄덕였다. 대머리의 손은 두툼하고 컸다. 나 돌이 대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 그만!”
“너무 반가워서 힘을 주었네...”
나 돌이 악수한 팔을 흔들며 고통스러워하는 대머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대머리는 악수한 손을 흔들면서 옹달샘 마당을 걸어 나갔다. 나 돌과 수복은 눈을 마주하고 웃었다.
“소림도라고 하오, 한 수 배우겠소!”
다음날 대머리는 회색 두루마리를 입은 긴 머리의 40대 사내를 데려왔다. 사내는 칼을 앞으로 세우며, 소림도라고 소개하며 덤볐다. 나 돌은 사내의 무술을 몸에 익히려고 여러 번 부딪치며 칼을 피하면서 공격하는 법을 익혔다. 사내는 나 돌이 피하고, 또 피하면서 가볍게 다루는 것에 화가 치밀어 직선으로 찔러왔다. 나 돌은 두 손으로 사내의 칼을 잡고, 쭉 앞으로 당겼다. 사내는 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앞으로 왔고, 무릎에 턱을 가격당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수를 데려 오세요!”
“알았어, 역시 훌륭한 무공이다.”
대머리는 사내를 데리고 갔다. 다음날은 긴 대나무 창을 들고 키가 크고 마른 50대 사내를 데리고 왔다.
“죽창직권이다, 덤벼라!”
“먼저 덤벼라, 손님 대접은 해 드려야지.”
마른 사내는 죽창을 휘둘러 막을 형성하고 앞으로 왔다. 사내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나무는 빠르게 움직였다. 대나무가 직선으로 변하면서 쿡 찔러왔다. 나 돌은 얼른 몸을 뒤로 하여 피했다. 죽창이 나 돌을 집요하게 따라왔다. 나 돌이 이리저리 피하면서 마른 사내의 몸을 발로 찼다. 마른 사내는 당황하며 뒤로 피했다. 나 돌이 연거푸 사내의 허리를 가격했다. 마른 사내는 빠르게 피했다. 죽창을 잡은 손목을 발로 가격했다. 사내는 죽창을 놓치자, 주먹을 휘둘렀다. 나 돌이 사내의 주먹을 잡고 힘을 가했다. 사내는 까치발을 하면서 고통에 신음을 토했다.
“내일은 여럿을 데리고 오시오. 싱거우면 재미없으니까.”
“알았다, 사자형제를 데리고 오겠다.”
대머리가 앞에 서고, 뒤에 체형이 비슷한 하얀 태권 도복을 입은 30대 사내 네 명이 따라왔다. 대머리는 사내들에게 나 돌을 소개했다.
“내가 만난 최고의 고수다, 한꺼번에 덤벼도 좋다.”
“우리 사자 형제는 한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지 않는다, 막내가 상대하겠다.”
넷 중 막내라고 밝힌 사내가 나 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 돌은 사내의 면상을 손바닥으로 가격하며, 엉덩이를 발로 찼다. 막내는 화가 치밀어 덤볐지만, 나 돌의 몸을 건드리지 못했다. 나 돌은 발바닥으로 막내의 얼굴을 연달아 가격하면서, 상대를 도발했다. 그러면서 옆에 서 있는 형제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었다.
“그럼 실례하겠다, 덤벼!”
큰 형이 외치자, 구경하던 셋이 한꺼번에 합류해서 나 돌을 둘러쌓고 공격했다. 나 돌은 넷의 공격을 피하면서 빈틈을 찾았다. 넷의 공격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나 돌의 몸을 건드리지 못했다. 나 돌은 큰 형의 허벅지를 두 발로 찍었다. 큰 형부터 네 명의 형제가 허벅지를 똑같이 찍히고 무릎을 꿇었다.
“쎈 사람으로 부탁드려요.”
“아직 데려올 고수는 많아, 자만하지 마라!”
대머리는 큰소리를 치고 사자 형제를 데리고 갔다.
“이게 뭐야?”“형 기다리나 봐...”
다음 날 나 돌과 수복이 옹달샘에 도착하자, 개성 강하게 생긴 사람 일곱이 떨어져 앉아 나 돌과 수복이 마당에 들어서자 일어났다.
“소문 듣고 왔소, 적마대권 이라 하는데, 한 판 붙고 싶소!”
“아, 생각보다 어리네..... 택견에선 더 이상 상대가 없어서 한 번 시험 하려고...”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더니, 하룻강아지네... 한 수 배우겠나?”
일곱이 제각각 한마디씩 하면서 서로를 경계했다. 나 돌은 빙긋이 웃었다.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지만, 얼마든지 이왕이면 한꺼번에 덤비시오, 세 수까지는 접어 드리겠습니다.”
나 돌은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겸손하게 대하기로 정했다. 나름은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일곱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머리가 큰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사내는 검정 도복을 입었다.
“건방이 하늘에 닿았구나, 쌍마주권의 맛을 보고 정신 차려라 애송이!”
사내는 두 주먹을 가슴 높이로 올리고, 곧장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두 주먹을 엇박자로 나 돌의 면상을 겨냥하고 왔다. 주먹의 빠르기가 매서웠다. 나 돌은 날아온 주먹을 맞지 않을 만큼만 얼굴을 움직여 피했다.
“발은 어쩌려고, 피하세요.”
나 돌은 주먹을 피하면서, 정강이를 찼다. 사내는 움칠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나 돌과 사내의 싸움을 본 나머지 여섯은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적마대권이라고 밝힌 사내가 붕, 떠올라 갈고리로 나 돌을 찍었다. 나 돌은 갈고리를 간신히 피해 뒤로 물러났다.
“아쭈, 제법이구나!”
적마대권과 쌍마주권이 앞으로 공격해 왔다. 나머지는 나 돌의 뒤로 물러나자, 뒤에서 공격했다. 나 돌은 일곱에게 둘러싸여 몸을 숙이거나 뛰어서 공격을 피했다. 일곱은 한 명을 가운데 놓고 공격하다가, 얽혀서 서로를 때렸다.
“야, 정신 차려!”
“누가 할 소리, 제대로 해라!”
적마대권이 쌍마주권의 허리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러면서 일곱의 전열은 무너졌다. 나 돌은 피하기를 멈추고, 적마대권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적마대권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 돌의 주먹과 발을 휘두르자, 한 사람씩 바닥에 쓰러졌다. 비명이 옹달샘에 퍼졌다. 구경하던 사람들 핸드폰으로 나 돌과 사람들의 싸움을 찍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솜씨로 찾아오기 바랍니다.”
옹달샘 마당을 서로 부축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던졌다. 수복은 나 돌을 보며 웃었다.
“형, 하루가 다르게 쑥, 쑥, 실력이 자라네, 콩나물 크는 거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 번 할아버지하고 겨뤄볼까?”
나 돌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앞으로 바위 절벽을 뛰어올랐다. 바위 절벽은 3층 높이였다. 중간쯤 올라서 바위벽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주먹이 박힌 바위에 주먹 자국이 접시 깊이로 새겨졌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차례다.”
수복에게 알려주고 바위 절벽을 향했다. 구경하는 사람들 침을 꼴깍 삼켰다. 얍! 기합을 지르며 바위 절벽을 뛰어올랐다. 주먹 자국이 남아 있는 곳에 주먹이 박혔다. 돌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연달아 주먹이 바위를 때렸고, 사방으로 돌덩이가 튀었다. 사람들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 돌이 주먹을 거두고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천천히 내려왔다.
“죽인다, 사람이 아냐!”
“신이야, 싸움의 신!”
사람들 나 돌이 바닥에 내려서자, 환호를 지르며 한마디씩 찬사를 던졌다. 나 돌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흔들며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무술을 공연처럼 한다기에 버릇을 고쳐주려고 왔다.”
“건방을 멈추게 해 주마.”
검정 두루마기와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50대의 마른 체형의 두 사람은 눈에 살기가 번득였다. 목소리에도 차가움이 실렸다. 두루마기 소매에 두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있었다. 나 돌은 눈빛이 비릿한 두 사람이 뿜어내는 살기가 거북했다.
“무슨 수로, 건방은 그대들이 떨고 있는데...”
“우리는 일촉측발이라고 지리산에서 왔다, 소문은 들었겠지?”
“반성하고 자중하며 지내기 바란다, 선배로서 충고다.”
옹달샘은 산책로와 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위치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하지만, 구경꾼이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구경꾼이 계단을 채우고, 옹달샘 마당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옹달샘 마당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체격이 당당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충고 당하고 가겠다, 건방이 일촉측발이다.”
“소문은 무슨, 처음 듣는 이름이구만...”
“오늘은 싱겁게 끝나겠다, 전라도에서 구경 왔구만....”
“난 부산에서 왔어요, 상대가 되겠어.....”
사람들은 한마디씩 하면서 싸움을 거들었다. 나 돌이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덤비라는 눈짓을 던졌다. 수복은 어떤 공격을 펼칠지 긴장하고 보고 있었다.
“원망마라!”
“후회도 마라!”
하얀 두루마리 소매 안에 있던 손을 빼면서 한 뼘 길이의 칼이 나 돌을 향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가 연달아 나 돌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나 돌은 몸을 숙였다. 검정 두루마리가 소매에서 손을 빼면서 표창을 아래로 던졌다. 나 돌이 얼결에 숙였던 몸을 솟구치는데, 표창이 얼굴 앞으로 날아왔다.
“엇!”
나 돌이 놀라서 소리쳤다.
26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