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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16화] 누구보다 뜨거운-회상3
작성일 : 18-12-09 22:42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6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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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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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안원동을 향해 내달리는 발소리가 엄기만의 조급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꽉 막힌 도로를 느긋하게 갈 여유가 없었다. 밀려드는 초조함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이렇게 무작정 달리고 있는 것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힘겹게 도착한 안원동 철거지역은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쏟아져 나온 인파로 가득했다. 적지 않은 규모로 투입된 경찰병력 중 일부가 차량과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기동대원들은 진압준비에 앞서 대열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엄 기자! 여기.”

 

 전화로 진압 소식을 알려준 기자가 엄기만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갑자기 막 밀어붙이네. 자기들 딴에는 이정도도 많이 기다려준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사람들은?”

 “아직 저 안에……. 조합 쪽에서 용역업체 끌고 먼저 들어갔으니까 곧 뭐라도 일어날 것 같은데, 아직은 조용해.”

 

 그때였다. 조용하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에서 거칠고 둔탁한 소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몇몇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경찰의 철통같은 방어벽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밀지 마! 어허, 밀지 말라고! 나 기자야!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온다니까. 뭐해, 엄 기자! 보고만 있지 말고……, 어? 이 친구 어디 갔어?”

 

 .

 

 철거구역 안으로 통하는 개구멍 앞에서 엄기만이 통로의 크기를 확인하고 있다. 동네 꼬마들이 이 구멍을 통해 몇 번 드나드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다 큰 어른이 통과하기란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무작정 오른 팔부터 쭉 내밀어 본다. 다음엔 고개를 꺾어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한다. 시멘트벽에 피부가 갈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엄기만은 “아아! 에이 씨!”라는 신음을 내뱉었다. 이제 왼팔만 마저 빼면 거의 성공한 거나 다름이 없는데…….

 누구나 예상하듯 엄기만의 몸은 알맞게 끼어버리고 만다.

 

 때마침 저 멀리 어둠사이로 플래시 불빛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다가오고 있다. 용역깡패로 보이지만 어딘가 잔뜩 겁에 질려있는 주인공, 바로 젊은 날의 구일구다.

 무너져가는 건물, 을씨년스러운 바람,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사방은 온통 깜깜하기만 하다. 곧 뭐라도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아 오금이 저려온다. 이러다간 입고 있던 바지에 실례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침을 꿀꺽 삼킨 구일구가 용기를 내어 벽 쪽으로 다가갔다. 이내 물줄기를 거침없이 쏟아내자 비로소 구일구의 굳은 얼굴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

 

 “으으……,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순간 구일구의 몸이 경직되더니 시원하게 흐르던 물줄기는 쪼르륵, 쪼르륵……, 힘을 잃고 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구일구가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입에 물고 있던 플래시 불빛이 결코 봐서는 안 될 것을 비추고 말았다.

 심하게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여기저기 살갗이 벗겨진 좀비 하나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뭔지 모를 회색가루를 잔뜩 뒤집어 쓴 탓에 흐르는 피는 더욱 선명한 색을 띄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대각선으로 잘려있는 몸의 상반신을 벽에 딱 붙인 채 남아있는 한쪽 팔을 허우적거리며 구일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내 더듬거리는 손에 발목이 잡힌 구일구는 그만 히이익~! 혼미해지는 정신을 느낄 새도 없이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만다.

 

 얼마나 지났을까. 얌전히 누워있는 구일구의 뺨을 한기주가 찰지게 내려치고 있다.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걸로 봐서 정신을 차린 것 같기는 한데, 뭐 때문에 그러는지 좀처럼 눈을 뜨지 않고 있다. 참다못한 한기주가 “야, 이 새끼야. 일어나. 안 일어나?”라는 말과 함께 따귀의 강도를 높이자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며 구일구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뒤로 놀라 자빠진 한기주를 와락 껴안는다.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돌았어?”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

 “이런 미친 새끼……. 어우, 이 무거운 새끼.”

 “아, 쫌 조용히 좀 하라고. 여기 귀신 있단 말이야, 귀신…….”

 

 구일구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한기주의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왔다.

 

 “지, 진짜야. 진짜로 몸이 잘린 귀신이 이렇게……, 이렇게 ‘샤샤샥!’하고 기어오더니 갑자기 후다닥하고 펄쩍 튀어 오르는데.”

 

 공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건지 아니면 원래 허풍이 심한 건지, 구일구는 알아먹지도 못할 말을 잘도 지어내고 있다. 물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갑자기 튀어 올랐다던 귀신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한편, 탈출에 성공한 귀신…… 아니, 엄기만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철거구역 안을 쉴 새 없이 내달리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고성과 비명소리에 그의 마음도 덩달아 다급해진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코너를 돌아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서너 명의 건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발로 밟는 것도 모자라 머리채를 휘어잡고 질질 끌고 있는 모습이 여간 악랄한 게 아니었다. 그중 육중한 허벅지를 쩍 벌린 채 쪼그려 앉아있는 건달 하나가 고개를 돌려 뒤에서 달려오는 엄기만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가속이 붙은 엄기만은 건달의 얼굴을 축구공 삼아 멋지게 뻥! 슛을 날려버렸다. 난데없는 소란에 나머지 건달들이 “어? 어?”하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 여세를 몰아 한 놈마저 더 쓰러뜨리니 뒷걸음치던 똘마니들이 이제야 상황파악이라도 한 듯 냅다 줄행랑을 치고 만다.

 

 “위험합니다. 빨리 여기서 나가셔야 돼요.”

 

 제정신이 아닌 주민들에게 엄기만의 말이 들릴 리가 없다. 넋 놓고 있는 아주머니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모르시겠어요?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요. 안 그래도 억울한데 개처럼 끌려 나가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잘못하다간 크게 다치십니다. 네?”

 

 믿었던 사람마저 나가라고 성화다. 흐리멍덩한 얼굴에 차츰 원망이 섞이더니 이내 엄기만의 따귀를 날리고 만다.

 

 “이지경이 될 때까지 당신 뭐 했어? 뭘 했다고 이제 와서 나가라 마라야! 나가? 어디로 가라고. 당신이 어떻게 우리한테 이래. 어떻게 이래?”

 

 멱살을 잡아 흔들며 울분을 터뜨리던 아주머니가 힘이 다 했는지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는 걸 엄기만이 말없이 보듬었다. 엉엉 소리 내 울며 엄기만의 가슴팍을 치는 아주머니의 가녀린 손에서 그들의 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죄송해요. 내가 힘이 없어서……. 나도 어떻게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네. 미안해요.”

 

 ‘동정이라면 필요 없어. 어차피 당신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엄기만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고, 우리 어머님.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셔. 밥 좀 많이 드시라니깐…….”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며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고 있는 엄기만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젖어있는 눈시울과는 달리 입은 웃고 있었다. 콧물을 들이마시며 살갑게 구는 것이 꼭 칭얼대는 개구쟁이와 같다. 가족이 아니면 짓기 힘든……, 그런 얼굴이었다.

 

 “불가항력이라는 게 참 그래요. 이게 뭘 어떻게 해본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나도 억울해서 미치겠어. 나한테 막 화가 나.”

 “…….”

 “그래도 아이들 생각은 하셔야죠. 저 아이들, 저렇게 내버려두면 어쩌시려고 그래. 안 그래요?”

 

 손을 꼭 잡은 어린 남매가 귀청이 따갑도록 울어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할 거라 믿었던 엄마가 그런 수모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으니 어린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공포가 얼마나 컸을까. 아주머니는 그 모습을 그저 원통하게 바라볼 뿐이다. 엄기만이 또 한 번 말을 이었다.

 

 “한 발 물러나는 겁니다. 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끝까지 파헤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아이들 데리고 여기서 나가세요. 어찌됐든 살아가셔야할 거 아닙니까, 네?”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길 바라왔던 걸까. 사람들은 엄기만의 설득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와서 이렇게 버텨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쯤은 사람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

 

 그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

 건장한 사내 여럿이 굳게 닫힌 주택 앞을 포위하고 있다. 담장 위에는 깨진 유리와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여있었고, 안에서는 사람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양쪽 다 흥분한 상태로 소리까지 지르니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져갔다.

 

 “어따, 뭔 놈의 사람들이 이렇게 독하다냐. 살벌하구먼. 살벌해. 잉, 알겄어. 느그들이 이러는데도 안 기어 나오고 배기나 함 보자고.”

 

 건달 한명이 큼지막한 해머를 손에 들더니 담벼락을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한다.

 쿵! 쿵!…….

 주택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더니 두세 명이 더 달라붙자 어느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것 외에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건달은 묘한 웃음을 짓는다. 마치 벌레 한 마리를 괴롭히다 죽이려는 심술궂은 아이의 표정이랄까.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조무래기들이 보인 건 그때였다.

 

 “뭐시여, 저것들은. 야! 느그들이 시방 여기를 왜 와? 아, 그쪽이나 싸게 정리하라니께.”

 “아니요, 그게 헉헉……. 누가 왔는데요.”

 “누가 와? 고것이 누군디.”

 “누군지는 모르겠고요. 그냥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형님들 다 때려눕히고……, 아무튼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어수룩하게 해대는 깡패 꿈나무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모습으로 열심히 일러바친다. “요런 정신 나간 놈들 좀 보소.”라며 기강확립을 하려는 찰나, 두 번째 꿈나무가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아, 저, 저기 오네요. 저 놈이에요, 저 놈.”

 

 힐끔 고개를 돌리자 지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는 엄기만이 보였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춘 엄기만은 무릎에 양손을 얹고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찡그린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아, 힘들어 미치겠네. 카악~ 퉤! 야, 거기! 길 좀 터봐. 헉헉……. 내가 저 사람들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와서는 다짜고짜 길을 비키란다. 거침없이 말하는 게 혹시나 자기가 모르는 간부가 아닐까 싶었다. 실눈을 뜬 건달이 “어디…… 식굽니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라며 이리저리 자세히 뜯어보자 엄기만은 “나를 몰라? 이거 미치겠구만. 최태성이 지금 어디 있어?” 이렇게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건달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건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몰라 봬서 죄송헙니다. 제가 지방서 급허게 차출돼 온 거라서…….”

 “알아, 사투리를 그렇게 쓰는데……. 어쨌든, 난 볼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너희들은 저기, 저~기로 가서 좀 쉬고들 있어.”

 “그라믄 안 되여라……. 아, 태성이 성님이 여기 단도리허고 저짝으로 싸게 붙으라고 안 허요.”

 “내가 허락한다고. 그러니까 비키라고…….”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 이 느낌은 뭐랄까, 사악한 꽃뱀에게 걸려 만기된 적금을 하루아침에 날리게 된 지난날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건달주제에 적금이라니……. 어쨌든, 의심의 눈초리는 엄기만을 피해가지 않았다.

 

 “전화 한통 해보겄습니다. 성함이……?”

 “에헤~,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서야 원…….”

 “긍께 이름이 어찌케 되냐고…….”

 “…….”

 

 말이 짧아진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눈을 깜박거리며 말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제야 낌새를 알아차린 건달. 잠시나마 농락당한 것이 분했는지 “이 잡것이…….”라며 손에 든 해머를 힘껏 내려치기위해 자세를 잡는다.

 낑낑거리며 그 무거운 걸 들어 올리려는데 ‘어?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후회가 순식간에 밀려왔다. 이제는 계속 들어올리기도, 그렇다고 되돌리기도 힘든, 그냥 무방비상태였다. 그걸 엄기만이 마다할 리가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달의 안면을 시원하게 강타! 한참을 휘청거리던 건달이 꼴사납게 쓰러지고 만다.

 두 페이지 분량을 넘나들며 맹활약한 건달은 한방에 털린 만기적금처럼 그렇게 허무하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를 지켜보던 똘마니들은 졸지에 부모 잃은 고아 신세가 됐다.

 

 “아쭈! 이, 이게 어디서 뭐 좀 배웠나본데……. 넌 이제 뒈졌어. 이 호로새끼야.”

 

 어딜 가나 튀어 보이고 싶은 놈은 꼭 한 두 명 있기 마련이다. 동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었는지 쇠파이프를 움켜 쥔 똘마니 하나가 보란 듯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힘차게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히 머리통을 가격하려는데…… 통증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오고 만다.

 ‘난 이제 틀린 것 같아. 뒤를 부탁해.’라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똘마니. 그런 순고한 희생정신에 전에 없던 전우애라도 발동한 걸까. 서로 눈치만 보던 무리들이 비장한 각오로 한꺼번에 우르르 덤벼들기 시작했다.

 

 싸움은 엄기만에게 불리한 형세를 띠었다. 때려도 보고, 밀쳐도 보고, 이리저리 피해도 보지만 마구잡이로 휘몰아치는 집단린치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엄기만을 향해 무차별한 공격이 가해진다. 밟히고 걷어차이는 건 물론이요, 몽둥이찜질까지 당하니 아무리 가드를 올려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냥 정신없이 맞기에도 바빴다. 그때였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며 무장한 주민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깡마른 중년 남자부터 평범한 아주머니까지, 생김생김은 달랐지만 비장한 각오만큼은 하나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지나간다. 그리고 어디선가 웅장한 BGM이라도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던 엄기만의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당황한 깡패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머리채를 죄다 뽑아놓질 않나, 그 상태로 넘어뜨려 발로 밟질 않나……. 도대체 바지는 왜 벗기는지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덩치가 큰 아주머니가 휘두르는 무쇠재질의 큼지막한 프라이팬은 실로 위협적인 아이템이 분명했으리라.

 

 그렇게 어두운 골목 안은 부딪히는 쇳소리와 함께 다양한 욕지거리가 한데 뒤섞여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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