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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곱 개의 문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8.12.6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소녀.
그 소녀가 마법사가 되어 세상을 구할 일곱 명의 천사들의 봉인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4화. 검은남자
작성일 : 18-12-09 22:4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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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검은 남자

 

 정예군의 편성은 끝났다.

 총사령관에게 출전 보고를 한 뮨은 유라를 데리고 [티라]의 농장으로 갔다.

 티라는 작은 머리와 긴 목, 두껍고 단단한 다리를 가진 초식 동물이다. 지구력이 좋고 길들이기가 편해서 주로 인간들의 교통수단으로 많이 이용이 된다.

 여러 마리의 티라 중에서 가장 온순해 보이는 놈을 고른 뮨은, 티라의 등에 안장을 채운 뒤, 유라에게 올라타라는 눈짓을 보냈다.

 유라는 쉽게 안장에 오르지 못한 채,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티라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뮨이 머뭇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티라, 타 본 적 없어요?”

 “아뇨…… 마을이 점령되기 전엔 항상 타고 다녔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이 녀석들도…… 사육되고 있는 거니까.”

 

 유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설괴들로부터 사육을 당해왔던 그녀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티라의 안장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고삐를 당겨 유라의 앞까지 티라를 데리고 갔다.

 

 “우린 설괴가 아니에요. 이 녀석들을 괴롭힌 적도 없고, 학대하지도 않았어요.”

 “…….”

 “단순하게 생각해요. 우린 이 녀석들에게 먹이와 안전을 제공해주는 거예요. 이 녀석들은 그 대신 자신들의 두 다리와 속도를 빌려주는 거고요.”

 “그렇지만…….”

 

 유라는 잔뜩 움츠러든 채, 타조처럼 길고 작은 티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설괴들에게 당해온 끔찍한 기억이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다면 샬토르 마을까지 두 다리로 걸어가요. 처음에 여기까지 왔던 것처럼 그대로.”

 

 뮨은 유라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가버렸다.

 진영 한 가운데에는 이미 50여 명의 정예 요원들이 출전 준비를 한 채, 티라의 안장 위에 무기나 전투 장비들을 채워놓고 대기 중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유라는 황급히 뮨을 쫓아가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자, 잠시만요!”

 

 뮨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라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타…… 탈게요.”

 

 뮨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유라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난 세상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도 당당하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깨를 펴요. 지금은 당신과 당신의 마을만 생각하는 거예요.”

 

 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티라의 안장 위로 발을 올렸다.

 오랜만에 올라탄 뒤라 그런지, 어색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뮨은 고삐를 단단히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뒤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닥! 타다닥!

 

 그녀의 출발신호와 함께 단원들이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티라들이 그녀를 앞질러 가는 모습을 보자, 이내 고삐를 쥔 유라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그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마을에서 고통 받고 있을 다른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구해내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지금껏 뚫고 온 역경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달려야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수십 명의 단원들을 보며 유라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리고 안장을 박찼다.

 그녀가 타고 있는 티라는 그 마음을 읽었는지, 점점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세찬 바람이 그녀의 뺨을 빠르게 훑고 갔다.

 설괴들과 싸워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유라와 저항군이 샬토르 마을에 도착하기까지는 이틀 하고 반나절의 시간이 걸렸다.

 평지라면 더 빨리 도착했겠지만, 추운 기후와 산세 탓에 티라들을 더 재촉할 수가 없었다.

 뮨은 마을의 동쪽 산자락을 진지로 정했다.

 산세가 높아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가, 나무와 수풀이 많아 설괴들로부터 모습을 감추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람의 방향을 정면으로 맞이하기 때문에, 후각이 예민한 설괴들로부터 존재를 숨기기엔 가장 적절한 장소였다.

 뮨과 함께 가파른 절벽에 자리 잡은 유라는, 오랜만에 찾아온 마을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영 편치가 않았다.

 정겹고 안락했던 마을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피폐해져 있었다.

 마을 중앙에 따뜻하게 피어오르던 모닥불 대신 농장이나 건물 곳곳에서 횃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아이들이 뛰어 놀며 눈싸움을 하던 거리에는 말라비틀어진 사람들이 목에 사슬을 찬 채, 묶여 있었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음식물 찌꺼기나 설괴들이 먹다 버린 동물의 부산물 등을 집어 먹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들 중에서는 기력이나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모두들 설괴의 사육에 굴복하고, 가축으로서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었다.

 유라는 문득 자신이 타고 있는 티라를 바라보았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타고 있는 동물보다도 무기력하고 힘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던 희망의 불씨가 그대로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저 사람들이…… 설괴들과 싸울 수 있을까요?”

 “…….”

 

 뮨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마을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당신도 저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었잖아요.”

 

 유라는 입을 꾹 다문 채, 마을 안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뮨의 말이 맞았다. 그녀 역시 무기력했고, 절망해 있었다.

 놈들이 언니를 무자비하게 죽일 때에도, 그 언니의 하얗고 가느다란 팔을 억지로 먹일 때에도, 그녀는 탈출을 생각지 못했다.

 뮨이 물었다.

 

 “당신은 저 마을에서 어떻게 벗어난 거죠?”

 “네?”

 “다들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마을을 나와서 우리를 찾아왔어요.”

 “맞아요.”

 “당신이 마을을 탈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그걸 마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다들 정신 차리고 설괴들과 싸우지 않을까요?”

 “내가 마을에서 뛰쳐나올 수 있었던 건…….

 

 잠시 허공을 향해 시선을 꽂은 그녀는, 새까만 하늘에 지옥 같았던 그날의 밤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날, 혼자서 설괴를 쓰러뜨린 남자를 봤어요,”

 “인간이, 혼자서 설괴를 쓰러뜨렸다고요?”

 “네. 분명 혼자였어요, 그것도 순식간에…….”

 

 

 

 그날 밤, 그녀는 온몸을 격렬하게 떨고 있었다.

 놈들의 위협을 이기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죽은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한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혐오감에 빠져 있었다.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밤새도록 구역질을 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먹은 고기의 일부라도 토해내길 바랐다.

 눈물은 쏟아질 대로 쏟아져서,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이토록 비참한 상황에서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저주했다. 그 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칼을 삐죽삐죽 세우고, 날카로운 눈썹과 눈매를 가진 남자.

 온통 시커먼 복장과 대조적으로 하얗고 곱상한 얼굴을 가진 남자.

 그는, 호기심 많은 소년처럼 흐느끼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무심결에 그와 눈이 마주 친 유라는 흠칫 놀라서 몸을 뒤로 젖혔다.

 나타나는 기척도, 낌새도 없었다.

 그림자처럼, 어느새 다가온 그는, 유라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누…… 누구세요?”

 

 그의 눈빛은, 보고만 있어도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

 유라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그에게 거리를 두었다.

 남자는 무표정하게 서서 유라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원래 인간들이…… 이런 주거 형태를 띠고 있었나?”

 “……네?”

 “목에 사슬을 차고 건물 밖에 묶여 있는 거 말야…… 원래 인간들이 동물을 사육할 때 쓰는 방법이잖아.”

 “…….”

 

 말투가 이상했다. 책을 읽는 어린 아이처럼, 억양이 거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사이,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큰일이네…… 인간들이 퇴화한 건가? 언어능력도 상실한 거 같은데…….”

 

 괴상한 판단이었다.

 이상한 말투를 하고 있는 그에게, 언어능력이 퇴화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유라가 재빨리 입을 뗐다.

 

 “마…… 마물들에게 당했어요.”

 “마물들?”

 

 남자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게 가능해? 인간들의 세상에 마물들이 존재할 수가 있어?”

 “20년 전에…… 지옥의 왕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지옥의 왕?”

 

 남자는 얼굴을 찌푸린 채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세상이 이토록 절망적으로 변한 것이 이미 오래 전 일인데, 그는 마치 새로운 소식을 들은 것처럼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20년 전 그 날, 신의 전령들이 페르세드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요…….”

 “……망했네.”

 

 남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유라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 때,

 

 크르르르-

 

 그의 등 뒤로 한 마리의 설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간 사냥을 나갔다가 ‘밤중에 배회하는 인간을’을 발견하고 다가온 것이다.

 

 “저, 저기 뒤에……!”

 

 무어라 말할 틈도 없었다. 유라는 하던 말을 멈추고 눈을 꾹 감았다.

 설괴가 남자의 허리춤을 향해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푹-

 

 기분 나쁜 소리가 유라의 귀를 파고 들었다.

 

 콰당!

 

 그리고 이어진 묵직한 소리에 조심히 감은 눈을 떠보았다.

 놀랍게도, 눈앞에는 남자가 아닌 설괴의 몸이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팔뚝 정도 길이의 소도(小刀)를 손에 쥔 채, 쓰러져 있는 설괴의 몸을 무심하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입 밖으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날렵하기라면 마물들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설괴이다. 게다가 배후의 기습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남자는 몸에 털끝만한 상처도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쓰러져 있는 설괴의 몸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라의 목에 채워진 쇠사슬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대충 짐작을 해보면, 20년 전 전투에서 천령들이 인간들을 막아주지 못했고, 지옥의 군단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거지?”

 “……네.”

 “그리고 이놈들이 인간들을 습격해서 마을이 이 지경이 된 거고?”

 

 유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가 내뱉은 침묵의 뒤편에는 자신과 마을 사람들을 구해달라는 외침이 숨겨져 있었다.

 남자는, 그녀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를 묶고 있는 쇠사슬에 손을 뻗어 만져보기만 했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어떻게 해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냐고?

 당장 사슬을 끊고, 사람들을 탈출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설괴 한 마리 쯤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사람들을 탈출 시켜줄 능력은 있을 것이다.

 비록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은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 뭐…… 기왕 이렇게 돼버린 거.”

 

 남자는 차갑게 중얼거리며 그녀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머리를 벅벅 긁으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라는, 애타는 눈길로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도,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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