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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어른
작가 : 세느아
작품등록일 : 2018.11.10

8년 전 입사했던 제약회사가 불법실험 때문에 무너진 이후 신창준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앞에 나타난 한 남학생이 9년 전 보았던 아이란 걸 안 창준은 그에게 도와달라는 제안을 듣는다. 8년전 무너진 회사 때문에 그의 직장동료였던 수진은 자살했다. 처음 봤을 때 열 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열아홉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고 창준 앞에서 선언한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창준의 일상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29. DM클럽 11호점_1
작성일 : 18-12-09 22:01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7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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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클럽 11호점 오픈 일에는 눈이 내렸다. 바람은 날카로워도 눅눅한 비 말고는 내린 적이 없던 겨울이었다. 고로 그건 첫눈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길목, 하얗게 물들어가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해가 바닥에 뜬 것 같았다. 하늘보다 땅이 밝았고, 하얀 눈은 세상의 모든 빛을 구석구석 반사시켰다. 점심이 지나서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눈발은 거세졌다 약해졌다 하면서 끊임없이 하늘에서 하얗게 떨어졌다. 오늘이 디데이라는 사실이 소름 돋게 생생하면서도 어딘가 무디게 느껴졌다.

  수능이 끝난 날 이치호는 아버지, 할아버지와 식사를 했다. 굉장히 삭막한 풍경이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화기애애했던 모양이었다. 그 날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진짜냐고 다섯 번 정도 물었다-뻗었다가 다음날 대낮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시험은 잘봤어?"

 "평소대로."

 너의 평소가 어느정도인지 나는 모른다고 하자 말해준 점수에 나는 요새 수능이 몇 점 만점인지 물었다. 그 대답을 들고선 말했다.

 "엄청 잘봤네. 한턱 쏴라."

 수화기너머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아이다운 목소리였다.

 만 18세로 성인이 되지 못한 치호는 클럽에 들어간다며 위조신분증을 구해왔다. 23살. 이현우. 사진만은 이치호 본인이었다. 이런 건 어디서? 내 질문에 그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보였다.

 오픈 일날 나는 최훈과 함께 가기로 정해져 있었다. 해가 지니 기온이 한층 내려갔지만 DM클럽 앞은 사람들로 혼잡했다. 지난번 본 그 헐거운 건물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풍선으로 만들어놓은 입구를 통과했다. 문 앞에 서 있던 키가 크고 날렵한 남자 둘 중 하나가 빠르고 능숙하게 사람들을 스캔하는 중이었다. 레이더망에 걸렸지만 그는 이내 내 뒤로 시선을 옮겼다.

 클럽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시야가 암전됐다. 뒤로 남기고 온 내 구둣발 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무수한 소리, 소리, 소리들.

 '뭐야 이거'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말했다는 내 생각만 남았다. 클럽 안과 밖의 경계는 극명했다. 그 얇은 문을 두고 이곳은 저곳과 너무나 다른 세계였다.

 깜깜한 시야가 오색찬란한 조명에 휩싸인 것도 순식간이었다. 분명히 얼마 전에 공간에 발을 딛고 서있었는데, 같은 공간이 맞나 싶었다. 내부 공간은 빼곡히 파악해놓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들어서 활기를 띈 이 공간 앞에서 자신감이 수그러들었다. 주변은 어둡고 번쩍번쩍했으며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에 서 찌그러진 공모양으로 만들었다고 최훈이 말한 인테리어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나를 비집고 지나갔고, 나도 그 사이에서 어디로든 조금씩 이동했다. 제법 큰 건물이었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은 파랗고 빨갰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동물원 원숭이 보듯 쳐다봤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방금 입은 새 옷은 매정한 대우를 받는 중이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일정한 패턴으로 네온 빛을 내뿜고 있어서 거기에 시선을 주었다. 계단 아래로부터 늘어선 룸은 비교적 한산했고 출입구 앞에 있던 사람과 거의 복사본인 듯한 청년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계단 위의 2층도 드문드문 사람이 보였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분방하고 살짝 미쳤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위쪽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가 레스토랑이라도 되는 마냥 여유로운 몸짓과 표정이었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을 때 입구근처에 서있는 치호를 보았다.

 그는 나를 발견하더니 시선을 위로 옮겼다. 2층.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다시 움직였다. 1층에서 건질만한 사각지대는 총 다섯 곳. 양쪽 계단 밑, 입구 대각선 맞은편 끝에 위치한 바(bar) 의 맨 오른쪽 에서 의자 세 개정도까지의 공간, 중앙 무대에서 화장실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 지하로 이어지는 나선형 길의 반절 정도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복도나 구석 곳곳에는 검은정장의 청년들이 장승처럼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오지 않고, 또 이 많은 사람들이 놀고 즐기는 와중에 크게 무너지지 않는건 아마 그런 이유겠지. 나는 다시금 공간을 복기했다. 지하 3층은 와인창고, 2층이 룸 위주의 공간. 지하 1층엔 재즈바가 있지만 다 쓰는건 아니고 반절정도만 쓰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차장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조명에 가려진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신중히 떠올렸다. 심장을 울리는 것 같은 음악소리에 파묻히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가 가야할 최종 목적지는 지하 3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훈은 위로 올라가지, 하며 한 발짝 먼저 나아갔다. 그는 익숙하다 싶을 정도로 유연하게 사람들 사이를 피해 걸어갔다. 시간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공간의 열기는 지칠 새도 없이 점점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나는 최훈같지 않아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계단 쪽으로 겨우 도달해 올라갔다. 후, 하. 저도 모르게 그런 숨이 나왔다. 내려다본 코트가 엉망이라 몸을 구부리고 몇 번 피고 있다가 쎄한 기분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다.

 어떤 남자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등 너머로 최훈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내가 나를 가로막고 있는 남자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는 나를 향해 생긋 웃어보였다. 삼십대 중반? 사십대 초반?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자리매김한 미소가 아주 근사했다. 실내는 어둡고, 조명에 어디든 그늘이 따라붙었다. 남자의 얼굴엔 진 음영도 그의 얼굴을 선명하게 했다가 흐리게 했다. 묘한 기시감이 들던 찰나,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최훈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아 김도욱이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전 대표는 아닌데요?"

 "그러면 대표 아드님."

 남자, 김도욱이 웃었다. 그런 호칭은 처음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대니스의 예전 후배라고 들었어요. 그러면 한번쯤은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그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로 걸어갔다. 나와 최훈, 그리고 김도욱은 한테이블에 앉았고 웨이터가 와인병 몇 개와 잔을 준비해왔다.

 "좀 드세요."

 "아, 네."

 "여기 분위기 어떤 것 같습니까?"

 나는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김도욱은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나쁠 것도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따라준 잔을 한잔 마시려다가 나는 잠시 코끝을 잔에 가져다대었다.

 "올팩토리."

 김도욱이 말했다. 나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아주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평정. 평정. 머릿속에선 그 말만 수도 없이 외쳤다.

 "향기를 구별하기 위한 조향사들은 그런 훈련을 한다고 하던데요?"

 "아..그렇습니까."

 네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그런 훈련을 받았다. 최훈과 수진에게는 비밀로 했다. 나도 뭔가 하나쯤은 특출 나는 게 있었으면 했다.

 그랬기 때문에 강하진 않았어도 존재감이 확고했던 네카 특유의 향기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확실한게 그것이기도 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지식보다 그 미미했던 박하향. 청량하다고는 할 수 없던 떨떠름한 냄새가 이정표였다. 날카로운 감각을 다듬을 수만 있다면 실험에도, 프로젝트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오래되어서, 아니면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해서. 얼마 전까지 절구통을 끌어안고 약을 빻았던 사람치고는 허탈할 정도로 잊고 있었다. 그래, 올팩토리를 했었지. 나는 순식간에 늙은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코끝을 잔에 가져다댄건 습관도 뭣도 아니었다. 내가 찾으려했던 것이, 겨우 모조품을 만들어낸 내 앞에 진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을 보면서도 김도욱이 나를 주시했다. 네르비카풋(NerviCaput). 알코올. 구조를 생각하면 향이 강해지면 강해졌지 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모조 네카에 섞어보았고 불투명하게 희석되는 유리잔을 보고 잠시 고개만 갸웃거렸다. 향도 그대로였다. 괜히 염치없어져 허허허, 하고 웃었다.

 그게 정답이었다. 침을 꿀꺽 삼키려다 목울대가 보일 것 같아 그만두었다. 사람이 당황하면 동공이 흔들린다는데, 이게 두려움인지 흥분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됐다. 어쨌든 평정심은 유지해야했다.

 어느새 김도욱은 잔을 들고 내 옆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에게서는 참으로 상쾌한 향이 났다. 맑지만 가볍지 않고,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청량감을 머금고 있었다. 덕분에 희미하다 못해 미미한 네카의 향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가리기위한건가 라는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김도욱에게서 나오는 불온한 기운이 나를 툭툭 건들고 있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최훈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술을 마셨다. 이 한잔에 들어있는 네카의 양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두 잔 정도라면 부작용이나 환각도 보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도 최훈이 모르고 마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잔뜩 힘을 주고 그를 노려보았다. 최훈이 나를 흘끗 보더니 익숙하게 알약 하나를 꺼내먹었다. 당신 나한테 도와달라던 게 이거였어? 지금 여기서 물어볼 수 없었다. 나를 쳐다보고 있던 김도욱이 말했다.

 "아, 대니스가 지병이 있어서. 항상 건강 생각에 끔찍하다니까요."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은 1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라운지 근처였다. 의자가 조금 높았지만 인기 있는지 젊은 부류가 많았다. 나는 김도욱 눈살에 못이겨 따라준 와인 한잔을 마시고 포도 한 알을 입안에 넣고 굴렸다. 네카의 맛은... 모르겠고 술맛만 났다. 그 오랜 시간동안 향만 맡아보고 양만 가늠해보았지 먹어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권했으면서.

 1층을 찬찬히 조망하고 있는데 어떤 반짝임이 있어 그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그리고 또 의외의 인물을 보았다.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무더기 속에 느릿느릿하게 자기 자리를 확보하며 서있는 건 날다람쥐2호 영감이었다. 이런데 올만한 연세는 이미 훌쩍 지나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빨갛고 파란 불빛 아래 굳건히 서 있었다. 지난날 본 것보다 듬직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 왜 온 거지? 그의 눈이 조명 빛을 받을 때,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둔탁한 눈동자에 빛이 감돈다고 할 만한 시점이 있었다. 내가 본 반짝임이 그것이었다. 날다람쥐2호 영감은 그 사실까지는 모르는듯 했다. 그럴 때 그의 눈은 노란색이 아니라 정말 금색처럼 보였다.

 "뭘 그렇게 보나?"

 "아."

 날다람쥐2호에 눈이 팔려 있다가 김도욱의 날카로운 시선을 잊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바로 내 옆까지 와있었고 나는 막말로 정말 놀랐다. 김도욱은 취한 것 같았지만 취하지 않았다. 그런 느낌을 주려 할 뿐이었다. 바로 고개를 돌리고서 별거 아니라고 답했다. 내가 생각해도 변명이 안되는 이유였지만 딱히 해명할만한 것도 없기에 그대로 있었다.

 "한 잔 더 하지."

 "아, 그게.."

 대답하려는 순간 비명소리가 들렸다. 술과 음악이 오가는 너머로 들린 것 치곤 무서우리만치 생생했다. 놀라면서 동시에 귀가 아파 귀를 틀어막았다. 얼굴을 찡그린 채 그런 행동을 했다는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김도욱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거슬리는 듯 귀를 살짝 막고 있었다.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 너도 나랑 같지? 라고 묻는 듯 했다. 그 순간 김도욱과 통했다는걸 알았는데 전혀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최훈이 상황정리에 나섰다. 웨이터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최훈의 귀에 대고 속닥였다.

 그때까지 앉아있던 건 나와 김도욱 뿐이었다. 그는 다리를 꼰 느슨한 자세 그대로였고, 나는 좀 얼어있어서 일어설 타이밍을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치 시켰습니다”

 “조치..?”

 최훈의 말을 되짚었다. 굳이 더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비명을 질렀던 여자 한 명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몸을 비적거리더니 들것에서 무리하게 일어서 내려왔다. 여자는 비틀비틀 내 앞을 지나갔다. 웨이터가 와서 그녀의 오른팔을 부축했지만 여자가 사납게 그를 내쳤다. 내 발로 갈 거야. 그녀는 마치 여기 앉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말하듯 크게 소리치고는 걸어가다 한 번 주저앉았다. 거친 숨을 내쉬고 다시 벌떡 일어섰다. 그 뒤로 여자의 소지품을 든 늙은 남자가 따라왔다. 불안하면서도 안심해하는 표정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래도 되는 건가?

 대답을 구하는 표정이었던 모양이다. 김도욱이 말했다.

 “종종, 과하게 술을 드시는 분들이 있어서.. 오픈 일부터 이러면 재수가 없는데 말이지.”

 그는 놀랍도록 무심하게 말했다. 재수 없다는 말도 의례적인 표현일 뿐이었다. 문득 최훈이 탁자 아래 손을 꽉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새파래진 손마디가 미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비명소리. 여자의 비명소리가 뒤늦게 귓가에 맴돌았다. 여자는 아팠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건 고통에서 나오는 비명이었다. 하긴 그렇겠지. 쓰러졌는걸. 그런데 다시 일어났잖아. 따라가던 남자는 가족이었을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식으로 당황한 표정이었을까. 주위에 민폐를 끼쳐서 곤란하다는 표정과 쓰러진 여자를 위하기보단 자신의 체면치레에 난감해서 땀을 닦아내던 손동작.

 그리고 두 번째 비명소리가 들렸다. 악, 하는 소리가 채 끝맺기 전에 우당탕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계단을 내려가던 여자가 발을 헛딛고 굴러 떨어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단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여자를 에워쌌다. 직원들이 달려왔다. 몇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가다 기겁하고는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남자 여자 할 것없이 숨을 헉, 하고 들이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닥이 널부러진 여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병원으로 바로 가야할 몰골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웃고 있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아하, 아하학, 하며 힘든 웃음을 지었다. 억지로 웃는 것 같지 않았다. 즐겁다는 듯한 웃음이 기괴해보였다.

 어느새 원을 그리고 여자 주위로 사람들은 경계막이 생긴듯 다가가지 않았다. 그 가장자리 중 한곳에 날다람쥐2호가 서있었다. 영감의 표정은 일그러져있었지만 눈이 무심했다. 그리고 슬퍼보였다.

 그때였다.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동시에 음향 램프의 연결이 강제로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끼익. 뭔가가 긁는 듯한 불쾌한 음 뒤로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돌아갔다. 음악 소리가 끊겼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날다람쥐2호 영감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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