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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어른
작가 : 세느아
작품등록일 : 2018.11.10

8년 전 입사했던 제약회사가 불법실험 때문에 무너진 이후 신창준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앞에 나타난 한 남학생이 9년 전 보았던 아이란 걸 안 창준은 그에게 도와달라는 제안을 듣는다. 8년전 무너진 회사 때문에 그의 직장동료였던 수진은 자살했다. 처음 봤을 때 열 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열아홉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고 창준 앞에서 선언한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창준의 일상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26. 그 프로젝트에 대해_3
작성일 : 18-12-09 21:55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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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것에는 소리가 없다.

 실로, 진실로 끔찍하게 무너지는 것에는 소리가 없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동안 모든 게 무뎌졌다. 그렇게 낡아지는 감각이 나를 통수칠거라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점점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제 곧. 그런 말은 겪는 사람에겐 결과의 머리털, 조금만 더 하면 보일 정수리가 실재했다. 곧이야 곧.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외부의 누군가가 이 일을 알고 신고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막을 시간이 없었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상부의 부름이나 징계가 아닌 낯선 이들이 우리가 매일매일 출근하던 사무실로 아무런 제약도, 배려도 없이 비집고 들어왔다. 막으려던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의 최훈과 어쩐지 모든 걸 직감한 듯한 수진의 얼굴을 보며 올것이 왔다는 사실, 실상 원인과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떠오르는 감각만 깨달았을 따름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바보가 되었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정말로 바보가 되었다. 어떤 말이든 해보라는 말에 어버버 말을 흘렸고, 당황스런 동공만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 상황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화를 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중앙에서 추진하던 게놈 연구에 네카가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상황이 표면에 드러나고 나서야 알았다. 기존 연구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만 자료에 포함시키고 실질적인 연구는 후방 건물로 빠졌다. 모든 의약품이 하청업체로 전달되는 허브인 그 하얀 건물로.

 정말 몰랐습니까?

 그렇게 묻는 이들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내가 어떠한 논리와 동정심을 호소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여러 번 묻자, 그 말은 꽤 일리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몰랐을까? 여기서 받아가는 돈이 쏠쏠하다며 매일같이 오던 어르신이나 아주머니, 아저씨들. 갑자기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몸이 결리고 쑤신다던 사람들. 요즘 뭔가 이상하다던 사람들. 그들의 푸념 같은 이야기들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들었나.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던가?

 눈에 띄는 효과를 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검은색이었던 머리카락으로부터 드문드문 금발이 나기 시작했다. 어떤 자는 유치도 아닌 이가 빠지고 새 이가 자라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독특한 합병증에 걸리거나 유전적 성향이 강한 질병을 얻었다. 상태가 안 좋아 지거나 심하면 죽는 경우도 있었다. 적절한 수용체를 찾지 못한 신호물질은 세포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략 300명정도의 소집군을 2년 시간을 공들여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던 것이다.

 회사는 그러한 사실을 묵인했다. 비밀규약이라는 명목으로, 혹은 아예 자료에 끼워 넣지 않거나 누락시키는 방향으로 해당 실험을 교묘히 가리고 덮었다. 하지만 도명제약의 이러한 행위는 길게 가지 못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하던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특정 몇 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적합한 사람을 찾으러 들쑤신 결과였다. 기본적인 방어태세가 강화되어있지 않던 터라 윤리위원회와 경찰이 개입하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 배후에 김도명이 있었고, 중심에 최훈이 있었다.

 

  우리는 최훈에게 가담한 동범자나 다름없었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제대로 대화를 나눠볼 시간조차 없었다. 나와 그녀는 일종의 동류 취급을 당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녀와 나는 조금 달랐다.

 바람결에 나부끼듯 감정의 기복도, 심신도 불안정한 나와 달리 그녀는 꽤나 담담했다.

 처음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나는 일단 믿지 않았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반쯤 그녀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지만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태도만은 조심스러웠다. 뭔가를 가늠하고 숙고하는 걸로 보였다. 긴 침묵 끝에 알겠다고, 이제 자신이 뭘 해야 되냐고 묻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심각하게 굳은 얼굴만 아니었다면 철썩 같이 믿었을 것이다. 그 후로 웬만해선 그녀는 큰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프라이팬의 기름처럼 여기저기 튀는 내 옆에 있어서 그것이 더욱 도드라져보였다. 나는 이 심지 굳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나와 같은 처지인 그녀에게 하소연하거나 불만을 토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게 지속되니 어느덧 내 눈에 그녀는..초연한 듯 보이기까지 했다.

 검은 눈동자는 여느 때보다 까맣게 영롱한 빛을 띠고 있었고, 형사들이 묻는 말에도 차분하게 대답했다. '최훈'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면 적응되지 않는 듯 반응이 늦어지곤 했지만 횡설수설하지는 않았다.

 내 앞의 그녀는 이런 단어가 어울릴 것 같지 않게도..당당해보였다.

 곧게 선 그 등과 어깨와,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시선.

 나는 몰랐다. 그것이 부서지기 직전의 팽팽함이었다는 것을. 그녀야말로 소리 없는 고요 속에 무너지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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