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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어른
작가 : 세느아
작품등록일 : 2018.11.10

8년 전 입사했던 제약회사가 불법실험 때문에 무너진 이후 신창준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앞에 나타난 한 남학생이 9년 전 보았던 아이란 걸 안 창준은 그에게 도와달라는 제안을 듣는다. 8년전 무너진 회사 때문에 그의 직장동료였던 수진은 자살했다. 처음 봤을 때 열 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열아홉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고 창준 앞에서 선언한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창준의 일상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24. 그 프로젝트에 대해_2
작성일 : 18-12-09 21:51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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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필요하다는 말. 그 말을 누가했더라.

 "인간이요?"

 뿔테안경 너머로 그는 눈을 반짝였다. 엄지와 중지를 맞물려 딱, 하는 소리를 냈다. 내 반문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는데 삐딱한 말투와 어쩐지 조금 황당한 표정의 나는 그게 더 의아했다.

 "어. 솔직히 필요하잖아. 우리들 하는 일엔."

 "그야.."

 분명 약학과 관련된 내용은 결국엔 사람에게 적용되기 마련이었고, 인체적용시험이라는 최종단계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사람 아닌 인간. 인체 아닌 인간. 마치 종()을 나타내는 말을, 물건처럼 던진 것이다. 어색함이 감돌던 입을 쩝쩝 하고 있자 최훈이 마저 내 말을 받아쳤다.

 "잘하면 큰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과장님, 아직 제대로 된 효능도 모르고,"

 "그래서 인간이 필요한 거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제대로 된 효능과 효과. 부작용까지 포함해서 정량의 정의. 그 후에야 할 수 있는 인체적용시험. 뒤집어서 말하는 그의 논리는 틀리지 않았지만 우리 앞엔, 적어도 모든 과학자들 앞엔 법이란게 있지 않나.

 보기 드물게 잔뜩 상기된 최훈의 표정은 오랜만이었다. 이윽고 그는 수진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수진도 이 아리쏭한 수수께끼에 의아함을 표했지만 최훈이 한발 더 빨랐다. 필요? 불필요? 그렇게 물어보시면 필요겠지만요. 그치?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수진이 마지못해 대답하면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준비는 되어있는 거예요?"

 "그럼."

 그는 다짐하듯 되물었다.

 "준비되어 있으면, 한다는 거지?" 최훈이 한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사실 그에게 나와 수진의 동의는 필요치 않았다. 그래도 물어봐준 건 감사하다고 해야될 부분일런지. 회사에서 우리 부서에 예산을 주지 않을 거라고, 박박 우긴 나만 뻘쭘하게도 최훈의 제안서는 통과되었다. 곧이어 예산이 편성됐고, 결과진행사항보고 업무도 추가되었다.

 정말 괜찮은 건가? 내심 걱정하면서도 착착 진행되는 상황이 싫지 않았다. 자꾸만 꿈을 크게 가지라면서, 여기서 노벨화학상 하나 나와도 되는거 아니나면서 매번 핀잔을 듣고도 꿋꿋한 최훈의 말이 듣다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고. 갑자기 좋아지는 환경에 충분한 연구결과를 기대한다는 상부의 의견에, 나 또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처음에 인간이라는 단어선택에 꼬리표를 달고 따라왔던 미묘한 느낌과 달리 그는 매우 예의바르게 사람들을 대했다. 보통 친절한 설명에 덧붙여 한 사람 한 사람과 농담 따먹기 정도는 할 수 있을만한 사이가 되곤 했는데, 한결 같이 사람들은 예의대우를 받는게 어색한 공통점을 내비쳤다. 그들은 최훈을 좋아하고 인상좋은 수진도 좋아했지만 무뚝뚝하게 차가운 종이와 시험약물만 건네는게 전부인 형식적인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는 제법 일다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바빠졌고, 초반엔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일당으로 채워 넣은 봉투를 받아들며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했기 때문에 도리어 우리가 그들에게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보람도 있었다.

 그즈음 내겐 일종의 습관 비스무리한 행동경향이 생겼다. 그걸 습관이라 부르자면 이상한 사람 같고, 내 의지라고 하기도 참 뭐했다. 나는 수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집에 가는 사람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가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이수진 하나. 이수진 둘. 이수진 셋. 이런 식으로. 왜, 굳이. 대체 무슨 연유로 그러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거의 매일, 그 악수회가 끝나면 퇴근이 훌쩍 다가왔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양옆으로 쫙 찟어진 어떤 아저씨가-그 분은 시험에 참여한지 칠개월 정도 지났기 때문에 얼굴을 익히고 이미 모두와 친해지고 나아가 설명까지 해주는 터줏대감이나 다름 없었다-나를 빤히 보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선생님, 이 양반도 악수 한번 해주구려."

 언제나처럼 수진 옆에 멍하니 서서 숫자를 세고 있던 내게 한 소리란 걸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다. 그 아저씨가 마지막이었다. 열셋까지 세던 숫자가 머릿속에서 날아갔다. 내가 반문했다.

 "네? 저 말입니까?"

 "그래요."

 "왜요?"

 "..."

 그걸 내가 말하면 곤란한건 너일텐데. 얼굴에 쓰여 있는 문장이 술술 읽혔다. 당황스러운 건 나였다. 그는 헛기침을 큼큼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냥 이 양반도 수고했으니께.."

 그러곤 나를 향해 따가운 듯 한쪽눈을 살짝 찡그렸는데 그게 윙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수진은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그럴까요? 하며 웃었다. 아저씨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는 손이 보였다. 열셋이었나 열다섯이었나. 하얀 손이 내 앞으로 내밀어졌을 때, 나는 얼떨결에 내밀었고 두 손이 꽉 맞물렸다. 그녀의 손은 내게 악수를 청했다기보다 내 손에 감싸져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뭐하는 거예요?"

 최훈이 끼어들었다. 수진은 자연스럽게, 하지만 빠르게 내 손을 놓았다. 내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려다 차갑게 식었다. 감정을 채 인식하기도 전에.

 "나만 뺀거야? 나도 악수해줘요."

 하여간 이 인간은 초치는데 뭔가 있구나.

 그러고선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다 붙잡았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이 상황을 만든 아저씨가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서 나는 애써 웃었다.

 "...저도 압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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