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에게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어린시절 장난스런 약속 하나로 엇갈리게 된 인연.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닿은 그의 마음.

첫사랑 그녀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
그녀에게.

 
05.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주문
작성일 : 18-12-09 14:53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00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미 수업이 시작한 학교의 복도는 조용했다. 그 조용한 복도를 따라 두 개의 발소리가 엇박자로 들려왔다. 선생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해준의 심장은 박자를 맞추어 쿵쿵 뛰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교실보다도 유난히 시끄러운 아이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곳에 멈추었을 때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조마조마 하기까지 했다.

 

 선생님이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웅성거리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낮은 음성에 다시 교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용. 오늘은 전학생이 있다.”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선생님의 말씀을 격하게 반겼다. 이에 선생님은 교실 밖의 해준을 불러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교실로 들어 선 해준은 선생님 옆에 서서 교실의 아이들을 살폈다.

 

 “이 친구는 미국에서 왔다.”

 

 선생님의 미국이라는 말에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아직은 한국이 낯설거야. 그러니까 잘 대해 주도록.”

 

 교복을 입은 아이들 사이에서 미처 준비하지 않아 저 혼자 사복을 입은 해준의 모습은 유독 튀어 보였다. 선생님은 해준을 교탁으로 세우며 말을 이었다.

 

 “자, 자기소개 해봐.”

 

 해준은 언제 떨었냐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가운데 줄에 앉아있는 은수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그런데 해준이 막 입을 떼고 인사를 하는데 은수의 고개가 멀리 창가로 향했다. 이에 해준은 더욱 큰 소리로 다시 인사를 했다.

 

 “안녕.”

 

 우렁찬 해준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키득 웃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그리고 은수의 시선도 다시 해준을 향했다.

 

 “내 이름은 김.해.준이야. 잘 부탁한다.”

 

 해준은 자신의 이름을 한 음절씩 또박또박 강조하듯 말하고는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은수를 쳐다봤다. 해준은 어쩌면 은수가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은수는 기억하지 못하는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해준은 조금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은수를 만났다는 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해준이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고 아이들만 쳐다보고 있자 선생님이 다시 나서서 물었다.

 

 “김해준, 자기소개는 끝이야?”

 

 “네.”

 

 해준의 너무도 짧은 자기소개에 선생님이 질문하자 아이들은 기대를 한 것 같지만 해준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에 무언가 기대했던 아이들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잠시 정적에 휩싸였던 교실은 누군가의 손짓으로 해준을 환영하는 박수소리로 꽉 채우기 시작했다.

 

 박수가 잦아들고 선생님은 들고 있던 막대기를 들어 창가 쪽의 비어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해준은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에 앉은 후에도 은수를 향한 끈질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직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은수지만, 해준은 그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해준은 이후로 은수와 친해지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배회하지만 좀처럼 친해질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은수 옆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깡쥐 때문이다. 그 깡쥐는 횡단보도에서 은수의 이름을 크게 불렀던 아이였는데, 어찌나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지 도통 말 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은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해준에게 도통 관심이 없었다. 무슨 일이 많은 건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자리에 앉아있지를 않았다.

 

 그날도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가는 은수의 뒤를 따라 들어 간 해준은 그곳이 학교 도서실임을 알았다.

 

 학교는 100년 전 선교사들이 지었다는 빨간색 벽돌의 2층 양옥 건물 몇 채와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이 들어 선 현대식 5층 건물이 공존해 있었는데 커다란 나무들이 교정 곳곳을 둘러 싸우고 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답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 중 도서실로 쓰이고 있는 빨간 벽돌로 된 양옥 건물은 아담한 잔디밭을 두르고 있는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치 유럽의 어느 동네의 집처럼 보였다.

 

 학교에 이런 곳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된 해준은 은수가 사라진 문 안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해준이 은수를 찾아 책장들 사이를 살피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야?”

 

 은수의 옆에 늘 붙어있던 깡쥐의 목소리였다.

 

 “난 이 책이 너무 좋아.”

 

 “아예 책을 하나 사지 그래?”

 

 “아니. 이 책은 아무도 찾지 않으니까 나라도 찾아주고 싶어서.”

 

 “그래. 어차피 그 책 아무도 안보니까.”

 

 해준은 은수가 좋다는 그 책이 뭔지 너무도 궁금해서 손에 잡히는 책 아무거나 하나를 빼어들고 대여책상으로 나왔다.

 

 그런데 은수는 이미 대여를 끝낸 것인지 그곳에 있지 않았다. 막 실망하여 저절로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그 책 빌릴 거야?”

 

 그때, 깡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도서실 담당인 듯 했다.

 

 “어?”

 

 “그 책 빌릴 거냐고?”

 

 “응.”

 

 “학생증.”

 

 “아, 여기.”

 

 깡쥐는 해준의 학생증과 책을 손에서 가져가더니 책 뒤편의 열람표를 빼어 들어 대여일지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해준의 눈에 대여일지의 목록에 김해준 위로 적혀있는 현은수라는 이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름 옆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도서이름이 적혀 있었다.

 

 “너도 참 취향 독특하다.”

 

 해준은 깡쥐의 톡 쏘는 목소리에 기록일지에서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왜?”

 

 깡쥐가 내민 책을 받아드니 책의 정중앙에는 ‘사형백과’ 라는 제목이 커다랗게 박혀있었다. 깡쥐에게 책을 받아 든 해준도 그제야 자신이 빌린 책 제목에 깡쥐만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해준은 은수가 좋아하는 걸 하나 알게 되어 깡쥐의 이상한 시선 따위는 어떻든 상관이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현석의 얼굴은 어떤 안타까움이나 애틋한 마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이야기를 최대한 제3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전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친구를 찾아 멀리 왔지만,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꼬맹이 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요?”

 

 현석의 말에 정우가 어린 시절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물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그 약속이 단지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담은 인사 같은 게 아닌가 해서요.”

 

 정우는 현석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전했다. 이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수영도 한마디 더했다.

 

 “저는 그 약속이 그 아이들의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라도 약속을 한다면 언젠가 한번쯤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번쯤은 나를 보러 와주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해요. 어린 아이든 어른이든 감정은 똑같이 느낄 테니까요.”

 

 수영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어색한 정적이 찾아왔다. 이에 현석이 말을 꺼냈다.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봅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그림에 보니까 꽃문양이 낙관 옆에 함께 그려져 있던데요? 어떤 싸인 같은 건가요?”

 

 수영은 처음 그림을 볼 때부터 신경 쓰였던 꽃문양에 대해 현석에게 물었다.

 

 “싸인이라... 기자님이라 그런지 꼼꼼하게 보셨네요? 어쩌면 그 문양은 그림 자체가 주는 의미일 수도 있겠어요.”

 

 현석의 대답에 정우가 혼잣말 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 꼬마, 기억할 것들이 아주 많았나 봐요.”

 

 그런데 정우의 말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현석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 왔다.

 

 “어떻게 아세요?”

 

 놀란 듯 높아진 목소리로 묻는 현석의 말에 이번에는 정우가 조금은 신기해하면서 되물었다.

 

 “진짜 그런 의미에요?”

 

 현석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이미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이에 정우가 조금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비슷한 말을 했었거든요.”

 

 수영과 현석도 무언가 흥미로운 얼굴로 정우를 쳐다봤다.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주문이라고.”

 

 무언가 회상하는 듯 한 얼굴로 대답하던 정우가 고개를 들어 수영을 쳐다봤다. 수영은 저를 바라보는 정우의 표정이 너무도 아련해서 고개를 돌려 그 눈을 피했다.

 

 이에 정우도 다시 원래 그의 모습으로 돌아와 현석에게 다음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석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정우는 그 옛날의 어느 기억에 머물고 있었는지, 여전히 그의 표정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가의 말
 

 때론, 기억이란 것은 어떤 것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05.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주문 2018 / 12 / 9 225 0 4009   
4 04.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거는 꼭 지켜야 … 2018 / 12 / 6 266 0 5810   
3 03. 혹시 사랑을 믿으세요? 2018 / 12 / 4 246 0 4386   
2 02. 왜, 이렇게 아련하고 애틋하고 애잔한 건… 2018 / 11 / 27 235 0 5561   
1 01.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행 2018 / 11 / 17 390 0 551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춘희, 겨울에 피
최선영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