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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3. 동백아가씨(1)
작성일 : 18-12-09 14:4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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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요. 지금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정인철.”

 

 “정인철이요? 확실해요?”

 

 “그럼. 내가 그 이름을 어떻게 잊겠어.”

 

 유진은 민정란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뭔가 혼란스러웠다. 지금 제가 들은 이름이 뉴스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그 이름과 동일 인물과 같아서만은 아니었다.

 

 그때, 그 동일 인물일지 아닐지 모를 북의 그 ‘정인철’이 한국에 정식으로 망명하던 그 날 TV를 보던 할머니가 갑작스런 뉴스속보를 보고 발작이 왔다고 했던 할머니의 간병인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만약에 그러면 너무 비극적이고 슬플 것만 같았다. 그러면 할머니가 너무도 안쓰럽고 마음이 아플 것만 같았다.

 

 “괜찮아요? 뭐가 잘못 된 건가요?”

 

 유진은 상념에 빠져 있느라 민정란과 대화중이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복잡하게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들에 유진은 민정란과의 대화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유진은 민정란에게 양해를 구하고 민정란의 집을 나왔다. 차에 올랐지만 복잡해진 마음에 출발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다 유진은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급히 전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남겼다. 그리고 조감독 기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피디님.

 

 “우리 지난번에 북쪽 자료 누가 갖고 있지?”

 

 - 북쪽이요?

 

 “어. 지금… 아니, 옛날 자료 모두 필요해. 특히 북한 고위 간부들 계보랑 사진. 지금 사진 말고 가능하면 초기 때부터 사진이나 영상 모두.”

 

 - 피디님, 벌써 아이템 들어가신 거예요?

 

 유진은 제 말에 대답이 아닌 질문을 하는 기주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기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회사 자료실에 있으면…….”

 

 - 어… 그거라면 이감독님한테 있을 거예요.

 

 “이감독? 어떤 이감독?”

 

 - 이윤영 감독님이요.

 

 “이윤영 지금 어디 있어? 아니다. 내가 통화할게.”

 

 유진은 마음이 급했다. 급하게 전화를 끊고 바로 윤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윤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한참을 한자리에 머물러 있던 유진은 망설임 없이 핸들을 잡았다. 윤영을 만나서 자료를 확인해야 했다. 그 사이, 기주에게서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이감독님 회사에 없으세요. 아마 지금쯤 법원에 계실 거예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다음에 연락하세요.」

 

 운전을 하면서 문자를 확인한 유진은 기주의 문자가 이해되지 않았다.

 

 “법원? 얘는 또 웬 법원이야?”

 

 그러나 마음이 급한 유진에게 기주의 문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윤영이 법원에 있다는 그 글자만이 눈에 들어 올 뿐이었다.

 

 법원 근처에 도착한 유진은 윤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윤영은 한 시간 내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얘는 받지 않을 거면 뭐 하러 핸드폰을 들고 다녀?”

 

 화가 난 유진이 막 차를 돌리려 하는데, 법원의 정문을 나오는 윤영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클락션을 울리려고 하는 사이, 윤영의 뒤로 그의 와이프인 은희가 보였다.

 

 “뭐야. 두 사람……?”

 

 유진은 그제야 기주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부부가 나란히 법원에 올 일이 뭐가 있을까? 왜 그걸 이제야 알아챘는지 유진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택시를 잡아서 은희를 태우는 윤영의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였다. 유진은 어쩌면 저 모습이 조금 있으면 저와 장호의 모습일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왔다.

 

 유진이 윤영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사라져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은희를 태운 택시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바라보던 윤영이 돌연 유진의 차를 향해 돌아섰다.

 

 “들킨 건가?”

 

 어쩌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윤영이 너 들켰으니 빨리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

 

 “쟤는 도대체 언제 본거야?”

 

 유진이 윤영의 앞으로 차를 가져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오르던 윤영이 조수석에 있는 프린트 된 종이들을 보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차 좀 어떻게 해봐. 돼지우리도 아니고.”

 

 유진은 평소처럼 맞받아치려 했으나 윤영의 기분이 어떨지 알기에 종이를 치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됐어.”

 

 윤영이 종이 뭉치를 대충 정리해서 들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손에 들린 종이를 내려 봤다. 유진이 얼른 윤영의 손에 들린 종이를 뺏어 뒷좌석에 대충 던지고는 물었다.

 

 “어디로 가?”

 

 “술 사려고 온 거 아니야?”

 

 유진은 윤영의 말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으로 차를 움직였다. 한창 오픈 준비를 하던 술집의 주인은 유진과 윤영이 들어서자 익숙한 듯 물과 함께 소주부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윤영은 안주가 오기도 전에 잔을 먼저 채우고는 저 혼자 홀짝 마셨다. 이를 가만히 보던 유진이 인상을 쓰고는 제 잔의 술을 마저 비웠다.

 

 “혼자 마실 거면 나 가고.”

 

 “어떻게 왔어?”

 

 “기주가 법원에 있을 거라고 하더라. 난 그 말이 이 뜻인지는 몰랐지.”

 

 “부부가 나란히 법원에 갈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니까…….”

 

 이번에는 머쓱해진 유진이 말없이 비워진 잔을 채웠다.

 

 “왜 말 안했어?”

 

 “뭐 좋은 일이라고. 그러니까 임피디도 이혼 당하지 않으려면 잘해.”

 

 “이혼 당한거야?”

 

 유진의 물음에 윤영이 피식 웃으며 술을 넘겼다.

 

 “그럼 별 수 있어? 이제는 옆에 있는 게 힘들다는데.”

 

 “힘들데?”

 

 유진은 윤영의 말들이 모두가 장호가 제게 하는 말 같아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채워진 술을 단숨에 들이켠 유진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친절하지 말랬지? 그거 얼마나 짜증나는 줄 알아? 당사자는 사심하나 없는 친절이라도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하물며 옆에서 내내 그거 지켜봤을 은희씨는 오죽했겠냐고?”

 

 “그러게. 좀 더 일찍 임피디 말 새겨들을 걸 그랬지?”

 

 속이 말이 아닐 텐데도 웃는 윤영의 모습에 유진의 속만 더 들끓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그러게. 웃음만 나오네. 그런데 왜 네가 더 열을 내?”

 

 “남 일 같지 않아서 그런다, 왜?”

 

 “그러니까 장호씨한테 잘해. 넌 너무 무심해. 항상 장호씨가 너 봐주는 줄이나 알아.”

 

 유진은 윤영의 말에 가슴 한편이 뜨끔해서 대답할 수 없었다. 머지않아 이 자리에 있을 때는 입장이 달라져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은 그 뒤로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기억나진 않았지만, 대리기사가 깨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장호와 유진이 함께 살던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하아.”

 

 돈은 이미 받았다며 대리기사가 차에서 내리고 얼마 후, 유진의 전화벨이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니 윤영이었다.

 

 “여보세요.”

 

 - 잘 도착했어?

 

 “어떻게 된 거야?”

 

 - 임유진이 많이 약해졌네.

 

 “집 주소는 어떻게 알고?”

 

 - 내가 어떻게 알아? 네비에 집으로 표시 되어 있으니까 알지.

 

 “아…….”

 

 - 임피디, 오늘 고마웠다. 덕분에 하루 잘 넘길 수 있었어.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안 되려면 잘해. 술도 줄이고.

 

 “뭔 잔소리야! 끊어.”

 

 - 고마워. 이거 말하고 싶었어. 그리고 새 아이템도 나랑 하자.

 

 “뭐?”

 

 - 차에 있는 자료 봤어.

 

 “아니, 이건…….”

 

 그때 차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유진이 얼른 전화를 끊고 창을 열었다. 장호였다.

 

 “여기서 뭐해?”

 

 유진은 저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호를 보자, 아까 낮에 본 윤영과 은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할머니의 장례를 끝내고 돈의동 집에 저를 두고 뒤돌아서가는 장호의 모습도 떠올랐다.

 

 “술 마셨나 보네.”

 

 장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별말이 아니었음에도 가슴에 와 콕 박혔다. 유진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한숨을 낮게 내리 쉰 장호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유진은 장호를 잡고 싶었으나 술을 마셔서 잡을 수 없었다. 윤영의 말처럼 저를 봐주고 있는 건 늘 장호였으니까.

 

 그때, 운전석의 문이 열렸다. 장호가 태연하게 자리에 올라타고는 열린 뒷좌석의 창을 닫았다.

 

 “추워. 돈의동으로 갈 거지?”

 

 “아니. 대리 부를 거야. 그러니까 당신은 가.”

 

 “그럼 올 때까지 있을게.”

 

 장호는 피곤했는지 운전석의 등받이를 조금 뒤로 젖히고는 등을 기대었다.

 

 “피곤해 보이니까 그냥 들어가라고.”

 

 “그럼 여긴 왜 왔는데?”

 

 “대리기사가 네비에 찍힌 거 보고 이리 왔어. 나도 도착해서 알았고.”

 

 장호는 정말 피곤했는지 유진이 슬쩍 그를 쳐다보니, 눈을 감고 있었다.

 

 “후우.”

 

 저절로 유진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창밖을 보니, 이미 짙은 어둠이 내리깔린 아파트 주차장이 고요했다. 미등조차 켜지 않은 차안에는 장호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작가의 말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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