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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 8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작성일 : 16-09-19 16:10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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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그러나 확실한 한가지는 모든 부모가 ‘좋은’ 부모는 아니라는거지.”

 

 

  승희는 오전에 팀원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 승희는 팀원들이 맡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면밀히 체크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과 추가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숙지했다. 팀장인 승희는 팀이 맡고 있는 여섯개의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교육부 주재의 회의에서는 결국 팀장인 승희가 사업 관련 전반 사항을 다 보고해야 하고 정확한 대응을 위해서는 평소 팀의 사업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으므로 팀원들과의 정기적인 회의는 꼭 필요했다. 승희의 꼼꼼한 성격 때문에 회의는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 끝났다. 회의가 끝나고 팀원 한명이 다가왔다.

  - 팀장님, 오늘 오후에 반차 내려고 결재 올렸습니다. 결재 부탁드릴게요. 애가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아서요.

  - 저런. 많이 아파요? 얼른 나가봐요. 결재할게요.

  딸바보로 소문이 난 삼십대 중반의 남자 직원이었다. 와이프가 연상이고 민간기업에 다니는 관계로 아이 양육에 여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인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승희는 준우가 생각났다. 승희는 준우가 저런 아버지를 만났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했다. 승희는 늘 경호가 원망스러웠다. 몇 년전 동창으로부터 전해들은 경호의 소식에 승희의 원망은 극에 달했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는걸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걸까. 승희가 A시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알고지낸 대학 동창을 일과 관련해서 우연히 만났다가 경호의 소식을 십년 만에 듣게 되었다.

  - A시 국립대학에 전임으로 가서 지금 부교수된지 좀 됐어. 전임강사로 와서 얼마 안되고 재혼도 했어. 뭐, 상대방은 초혼이라고 하더라. 어디, 사학재단 상속녀라던가. 하여튼 나이도 너보다도 더 어려. 그리고는 애를 둘 낳았는데, 소문이 자자하다. 애바보로. 나도 바빠서 결혼식은 못가고 축의금만 보냈는데, 거기 다녀온 동기 놈이 가서 깜짝 놀랬다더라. 경호도 초혼인 것 처럼 그래서, 서울에서 내려간 동기들은 다들 아무말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 상관없는 사람이야. 양육비 한번 받아본적 없어. 친권도 포기했는데, 뭐.

  - 정말? 그렇게 안봤는데. A시에서 경호 완전 유명해. 기부천사로.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부하는 대학교수로 완전 유명하거든. 인문학 뜨고 나서 걔 전공이 역사교육이잖아. 그거랑 인문학, 철학을 엮어서 초중고 학교에 다니면서 강연도 무료로 진행하고 그래서, 꽤 인지도가 있어. 이 자식, 친권을 포기했을 줄은 몰랐네. 니네는 정말 어쩌다가 그렇게 된거냐? 너나 경호나 그렇게 빨리 식 올리고 미국가더니. 애도 있으면서 왜 이렇게 된거냐?

  승희의 직장이 A시로 이전할 때 망설였던 이유 중의 하나는 경호이기도 했다. 경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준우가 초등학교 오학년일 때 준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질문한 적이 있었고 승희는 쿨하게 대답해 주었다.

  - A시에서 대학교수로 있어. 네 친권을 포기했단다. 그 뒤로 연락 한번이 없구나.

  이후 준우는 승희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원래도 말수가 적은 준우다. 승희는 지금도 준우를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녀 입장에서 준우를 평생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서 준우를 출산하고 승희는 산후우울증으로 몇 개월을 고생했다. 경호와는 계속해서 싸움에 또 싸움이었다. 승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하게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승희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갔고 경호와의 대화는 사라져갔다. 경호와의 싸움에 지쳐갈 때 쯤 승희는 결단을 내렸다.

  - 이렇게 계속해서 살 수 없어. 선배,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래. 돌아가서 다시 직장 나갈거야. 이렇게는 살 수가 없어.

  - 그래라. 나도 지친다. 공부만 해도 지금 학위를 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집에 와서는 네 눈치 봐야지. 준우 울음소리 들리지. 나도 힘들어.

  - 선배, 준우 한번 제대로 안아준적 있어? 선배는 너무 이기적이야. 나는 집에서 이렇게 희생하는데, 준우 보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 일단 우리 어머니께 준우 돌보는 문제 말씀은 드려볼게. 키워주실 수도 있을거야. 거절하시면 장모님께 부탁드려보고.

  - 선배는 자신이 키울 생각은 안해? 정말 이기적이다.

  - 내가 어떻게 키워!

  그들의 대화는 늘 이런식이었다. 서로에게 양보가 없었다. 그들이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맞는지 의문이 들만큼 서로가 서로를 또, 준우를 너무 힘들어 했다. 몇 개월 뒤, 승희는 준우를 데리고 출국했고 서울에 도착해서 복직절차를 밟았다. 경호의 어머니는 준우를 돌봐주시지 않았다. 승희는 친정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고,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는 준우를 A시로 데려가 삼년을 키워주셨다. 승희는 처음 일년은 주말마다 꼬박꼬박 내려갔지만 나머지 이년은 한달에 두 번 내려갔으며, 준우가 네 살이 되던 해부터 승희와 함께 살게 되었고 그 즈음해서 경호는 학위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승희가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는 경호네 부모님께서 마련해 주신 것이었다. 준우를 키워줄 수는 없지만 당신의 손자이니 경호와 함께 살 것을 대비해 미리 구입하셨던 것을 승희와 준우가 귀국했을 때 내어주신 터였다. 이 때부터 승희와 경호, 준우의 어색한 한집 살림이 시작됐다. 승희도 경호도 준우도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문제였다. 승희는 직장을 다니기 바빴고, 경호는 대학교수 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대학들에 원서를 내며 면접을 보고 있었다.

  - 내 마음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잖아. 서울 아니면 어때. 나는 지방도 괜찮아. 무슨 상관이야.

  - 그럼, 나랑 준우는 어떡하라고?

  - 내가 주말마다 오던지 하면 되잖아.

  - 그럼, 선배가 준우 키워.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아?

  - 말은 바로하자. 장모님이 다 키워주셨잖아.

  - 그렇지, 시댁은 모른척하더라.

  - 너, 말그렇게 하지마. 지금 여기 이 집 주셨잖아.

  - 돈이면 다야?

  - 너야말로 돈에 연연하면서 위선떨지마.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그들은 항상 어색했고 이기적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기에 너무 여유가 없었다. 준우가 선택적 함묵증에 걸린 것도 이 즈음이었다. 준우는 집에서 승희와 경호에게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경호에게 더욱 심했다. 병원에도 가봤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 아시겠지만 선택적 함묵증은 심리적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보통의 경우는 가족 외에 다른 상황에서 말이 없는데, 준우는 특이하게도 가족에게 말이 없네요. 아마도 어렸을 때 가족이 많이 떨어져 살았을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두 분이 함께 노력하시는 방법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미술치료 꾸준히 받으시고요. 이 경우는 무엇보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노력이 준우에게 큰 영향을 줄 겁니다.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준우의 증상 앞에 승희와 경호는 끝없이 다투었다.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없었다. 준우가 아픈 것도 모두 상대방 때문이었다.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준우가 아픈 것에서 그들의 얼마남지 않은 사랑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준우의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경호는 상처받았고 그 동안 하지 않았던 노력을 했지만 A시의 국립대학의 전임강사로 임용되면서 준우와 다시 떨어져야 했다. 준우는 다양한 치료들을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데 가서 말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 내가 데리고 내려가기는 좀 그래. 이제 전임인데 애를 키우면서 직장 일을 어떻게 해.

  - 나는 했어. 했다구.

  - 너두 장인장모께 맡겨놨었잖아.

  - 나는 여기 있는데 다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맡겨.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시댁에 말씀드려보든지.

  - 그냥 지금처럼 네가 키우면서 있는게 그렇게 힘드니?

  - 힘들어, 힘들다구. 선배는 어차피 아빠 노릇도 제대로 안하잖아.

  - 그럼, 같이 A시로 가자. 너 직장 그만두고.

  - 내가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승희와 경호는 팽팽했다. 그들에게 준우를 위하는 마음보다는 자신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 컸다. 승희는 준우를 여느 엄마들처럼 사랑했지만 육아에 무관심한 경호에 대한 원망이 더 커서 그것을 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호는 뒤늦게 준우와 친해져보려 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A시로 혼자 가서 준우를 키우는 것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승희와 경호는 서로 절대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이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경호의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 집을 승희의 명의로 하고 준우의 양육권과 친권을 모두 포기하고 완전히 떠나는 것이 승희의 조건이었고 경호는 이를 두말없이 수용했다. 경호 자신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준우가 낯설었고 슬펐지만 준우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었다.

 

  부모는 언제나 항상 자식을 사랑하지만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방법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부모가 다 ‘좋은’ 부모는 아니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원망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인간적인 교감이 부족했고 사랑의 방법과 정도가 달랐던 탓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를 배려하고 위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내게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는 했지만 그만큼 자신들의 삶에 대한 열정도 컸고 손해보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 떠올려 보면 외갓댁에서 보낸 삼년이 내게는 그나마 행운이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나에게 여느 부모들처럼 집착하지 않았으며 푸근한 마음으로 나의 건강에만 신경쓰셨다. 나는 그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으며 나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을 주셨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 경제적 보상이 외가에 주어졌음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나는 그 경제적 보상보다는 훨씬 더 큰 보살핌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네 살 때 어머니, 아버지와 잠깐이지만 함께 살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자신들의 불확실한 삶 때문에 나를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는 그들이 안타깝고 측은했다. 그들은 나를 돌보는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원했고 이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댓가는 잔혹했다.

  나는 아버지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버지가 나를 원할 때는 나는 그가 두려웠고, 내가 아버지를 그리워할 때 그는 내게 무관심했다. 나와 아버지는 그렇게 타인이 되었다. 아니 타인인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A시에 왔을 때 A시에 있는 국립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수신확인을 했지만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그 일로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지만 내가 어렸던 시절 나의 행동으로 인해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댓가라 생각하고 넘기려고 노력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결국은 인간관계라면 정답은 없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 알려고 하지 않는 순간,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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