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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9. 같이, 무슨 짓을 하려고?
작성일 : 16-09-19 15:44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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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듬다니요? 누가 누굴? 참 나… 기껏 위로해 주려고 했더니.”

 그래, 주혁도 어이가 없겠지.

 하지만 진서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왜 한참 센치해졌다가 이 상황에서 두근거리냐고오~’

 진서는 이 말도 안되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조금만 정신을 놓았었다가는 자기도 덥석 주혁을 안아버릴 뻔 했다.

 그렇게 오래 사귄 구남친 정태진에게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진서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됐고요. 저녁 준비 해야 되니까 비키세요. 상전 하나 모신 덕분에 지금 집이 난리가 아니니까.”

 진서는 황급히 주혁을 밀쳤다.

 조금 더 있다가는 진서가 스스로 팔을 뻗어서 주혁에게 안겨버릴 것만 같았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멋있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저 남자, 저 넓디 넓은 어깨를 가진 저 남자에게만은 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머리도 진서보다 훨씬 작았다.

 무보정한 얼굴이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한거면 이건 정말 반칙이었다.

 남자의 품에 한번 안겨 있는 것 정도로 이렇게 심장이 뛰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진서는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말고 멈춰섰다.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 아래, 주혁이 가만히 서 있었다.

 큰 키와 넓은 어깨와 단단한 가슴…

 늘어진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마저 화보였다.

 ‘어쩜 저리 멋있을까…’

 당장이라도 다시 저 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안돼…’

 진서는 주혁을 향해서 다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가까스로 말렸다.

 하지만 집으로 달려가려던 마음은 아직 다잡지 못해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해가 지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잔잔한 바다, 조용한 파도소리, 어둠 사이로 보이는 주혁의 모습은 아련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애잔했다.

 생각해보면 속상할 때 누군가 다가와 준 것은 주혁이 처음이었다.

 아프고 힘들어도 늘 숨기고만 살았으니 당연했다.

 구남친 정태진도, 엄마도 모르는 진서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아마 집안 내력일지도 몰랐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진서에게 단 한번도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할까봐 더 당당하고 더 씩씩한 모습만 보여 왔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진서는 힘든 일이 있으면 더 씩씩하게 굴었다.

 누군가에게 힘든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고, 슬퍼한 적도 없었다.

 누가 위로해주면 고마워해야 하는지, 괜찮다고 씩씩하게 굴어야 하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금, 주혁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저 남자가 하는 건 모든 게 낯설었다.

 -“6개월 동안 오디션에서 떨어졌거든요.”

 주혁이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저렇게 흠잡을 것 없이 멋진 남자도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졌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심사위원들 눈이 다 삐었나?”

 진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빵을 사러 간거니? 밀 키워다가 빻아서 만들고 왔니?”

 진서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진서는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아, 참.”

 진서는 빵을 사러 갔다오던 길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빵을 어디다가…”

 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가지고 있었는데…

 진서는 방금 왔던 길을 따라서 차근차근 걸어갔다.

 가로등이 없는 골목은 이미 깜깜했다.

 “어디다 둔거지…”

 이미 어둑해진 뒤라 잘 보이지도 않았다.

 “또 늦으면 늦었다고 타박하고, 떨어진거 주워가면 주워갔다고 뭐라고 할테고… 아 진짜…”

 방금 걸어왔던 마당에도, 대문 앞에도, 차 앞에도 빵 봉지는 없었다.

 슬슬 짜증이 났다.

 “내가 지금 누구때문에 이런 고생을 다 하고… 잘생기면 다야.”

 “그 잘생긴 얼굴 때문에 맨날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니었어요? 왜요, 심장 떨려서 한 집에 못 있겠어요?”

 주혁이었다.

 아니 이 남자 스토커야? 뭐야 이번에는 또 어디까지 들은거야?

 “아놔, 깜짝이야.”

 “이거 찾아요?”

 주혁은 진서의 빵봉지를 흔들었다.

 젠장, 하필 또 저게 저 잘난척쟁이 손에.

 ‘또 뭐라고 하겠지. 진짜 짜증나.’

 진서는 팔을 뻗어 빵봉지를 낚아챘다.

 주혁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쳐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조 삼시세끼 빵빵빵. 빵 못먹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한국 사람이면 밥을 먹어야지. 네? 밥 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밥? 쌀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래요. 쌀밥! 쌀밥에 고기! 얼마나 좋아요? 간편하고, 맛도 있고.”

 어둠 속에서 주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는게 보였다.

 “고기? 스테이크 같은 건가요?”

 “아니 스테이크는 레스토랑에서… 하아… 됐어요. 됐어. 저녁 차려드릴거니까 들어가서 기다리시던가요.”

 고기 하면 삼겹살 아닌가? 저 남자는 어떻게 된 게 고기 하니까 스테이크를 먼저 말해.

 ‘맨날 집에서 스테이크나 먹나보지?’

 진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박자박… 주혁의 발걸음 소리가 진서의 뒤에서 들렸다.

 아까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잊고, 슬슬 짜증이 치솟았다.

 ‘상전상전 하니까 진짜 자기 집인줄 아나…’

 아니, 주혁이 처음 오던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엉망친창이었다.

 오자마자 키스를 하질 않나, 손님들을 다 내쫓고 자기 집인양 행세를 하질 않나…

 구남친 정태진이 결혼하는 것도 모두 주혁의 탓인것만 같았다.

 그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혁은 천천히 진서의 뒤를 따라왔다.

 아니, 집으로 가는 방향일테니 같이 가는 건 당연했지만,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자꾸 알짱거리냔 말이야.’

 “오늘은 뭐 파파라치니 뭐니 그런건 없나봐요?”

 진서는 비꼬듯 말했다.

 “차주혁의 숨겨둔 연인으로 매스컴타고 싶으신가보죠?”

 주혁이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진서는 코웃음을 쳤다.

 “연예인 여자친구 하면 뭐해요. 피곤하기만 하겠죠. 보고 싶어도 못봐, 밖에서 커피 한잔도 못해. 헤어져봐. 보기 싫어도 맨날 티비에서 볼거 아냐. 그꼴 복장 터져서 어떻게 봐요.”

 “…”

 주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그래, 여태의 패턴으로 보면 저런 말을 하면 되받아 치곤 했는데…

 ‘파파라치 때문에 여자친구랑 헤어진 적이 있나?’

 진서는 주혁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돌렸다.

 “뭐 따로 차려드릴 거 있어요? 있음 말하시고요.”

 “그 고기… 라는거, 스테이크가 아니라는 그것. 먹을 수 있어요?”

 “네? 아, 삼겹살. 뭐 어렵지는 않은데… 빵이랑 갖다 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니.”

 주혁은 부엌으로 들어가려는 진서를 잡았다.

 ‘이 남자 또 뭐야…’

 진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주혁의 손이 닿을 때마다 흠짓흠짓 놀랐다.

 무슨 짓을 할지도 몰랐지만, 그 손길이 너무 짜릿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네?”

 “티브이에서 보니까 바베큐파티? 같이 다같이 구워먹던데?”

 “대략… 그렇죠. 불판에 다같이 지글지글… 잘 익힌 삼겹살 한점에 상추랑 쌈장이랑 마늘 한점이랑 거기에 소주 한잔 딱 하면 캬~”

 진서는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았다.

 삼겹살에 소주면 온갖 근심이 다 날아가는 법이지!

 하지만 주혁에게 그런건 별로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소주?”

 “소주 몰라요? 그그 있잖아요!”

 “와인 같은 건가…”

 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인은 아, 스테이크에 먹는거고. 얼마나 부자길래 맨날 럭셔리한 것만 찾아요?”

 “…그게 비싼거예요?”

 뭐지, 이 남자.

 아니 미국에선 그게 별로 안 비싼걸라나? 소고기도 미국산은 좀 더 저렴한 편이니?

 주혁은 진서가 상상하지도 못한 말들을 툭툭 내뱉었다.

 “아 댁이 부자라고 자랑 그만하고요.”

 “자랑한 적 없어요. 사실이지. 그 고기 한번 먹어봅시다. 궁금하네.”

 진서는 귀를 의심했다.

 하루종일 혼자 있더니 이 남자가 미쳤나.

 “뭐, 다 같이 먹자고요?”
“뭐, 일종의.”

 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요?”

 진서의 동공이 흔들렸다.

 저 상전하고 고기를 궈 먹으려면,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하는거지?

 아니, 왜 하필 지금이지?

 빵 사오기 전에 말을 하던가.

 무슨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진서는 슬슬 짜증이 났다.

 게다가 마음이 어지러웠다.

 “잠깐만요. 그럼 다시 가서 장을 보고…”

 집에 고기도 없잖아, 쌈채소도 없고…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진서는 마음이 바빴다.

 “같이 가요. 그럼.”

 “네?”

 “장 보러 같이 가자고요.”

 뭐라고?

 마트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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