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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Chapter 2. 은하의 발라드 (Galaxy's Ballade) - (2)
작성일 : 16-09-19 15:34     조회 : 419     추천 : 0     분량 : 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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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오래 전부터 가수 소은하가 대가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수많은 자료들을 미디어 매체를 통해 통달해왔기에 드넓은 제 2 콜로니에서 그녀가 공연하던 클럽 'Beautiful day'를 찾아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자신했던 시아였지만, 늘 그렇듯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일단 터미널에서 라이브 클럽들이 모여있는 거리, 애비 로드(Abbey Road)가 위치한 제 2 상업지구로의 이동이 첫 난관이었다.

 

  "…대체 여기서 뭘 타고 어떻게 가야 하는 거지?"

 

  시아는 벌써 몇 시간 째 자기 몸집 만한 기타를 등에 매고 양손에 이민 가방을 하나씩 꼭 쥔 채 아무런 수확도 없이 그저 터미널 로비를 안절부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다닐 때마다 구식 이민 가방의 바퀴들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결코 듣기 좋지 만은 않은 소음을 자아냈다. 그런 과정을 몇 시간 째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비에 갖가지 용무로 찾아 든 사람들은 그런 시아의 모습을 썩 호의적이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런 시선에는 좀 더 부가적인 이유가 있었다. 시아도 그렇게까지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한번은 무의미한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조바심을 달래보고자 기타를 꺼내 들고 로비 한가운데에서 공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공연은 시작한 지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신고를 듣고 찾아온 경비원들에게 무산되었다. 그때 달려온 경비원들에게 차라리 조금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도움을 청했어야 했다. 도망가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고 시아는 뒤늦게 후회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엔 그들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친 당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어쩜 좋아. 이러다 로비에서 노숙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다 저 아저씨들이 쫓아내기라도 하면…"

  "뭐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 아가씨?"

 

  어느 샌가 시아의 등 뒤에까지 다가온 어느 멀끔한 흰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걸어왔다. 시아는 깜짝 놀라 돌아보며 두세 걸음 물러나선 붉게 물든 얼굴로 그 남자에게 반문했다.

 

  "저, 저기… 누구시죠?"

  "응? 난 그냥 지나가던 터미널 이용객인데. 아가씨가 어딘가 곤란해 보여서 말이지. 내 본능이 아가씨에게 말을 걸어보라더군. 그러니까 한번 얘기해봐.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줄 텐데 말이지."

  "아… 그게, 전 에비 로드에 가려던 길이었는데… 이 콜로니는 처음이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여태껏 제가 살던 콜로니 밖으로 벗어나본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시아는 갑자기 다가와서 호의를 베풀려 하는 남자의 존재를 적잖이 경계하면서도, 결국 묻는 얘기에 대해선 순순히 다 대답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시아의 모습을 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이거 우연인데? 사실 나도 비즈니스 차 에비 로드에 가려던 중이었거든. 괜찮다면 나와 동행하는 건 어때? 이미 차를 불러놨어. 어차피 차 빌리는 가격이야 한 명이 타건 두 명이 타건 똑같으니까."

  "아, 정말요? 그래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

 

  시아는 불현듯 나타난 자신의 모든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줄 구세주의 존재에 그녀의 긴 금발을 찰랑이며 금새 생기를 되찾곤, 만면에 미소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변화 양상이 적잖이 흥미로웠는지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주시하며 대답했다.

 

  "대가를 바라면 이미 그건 도움이 아니지. 내 선의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끌고 가지 말아줘. 아가씨는 물론 잘 모르겠지만 오빤 일할 땐 좀 무서운 사람이 되거든."

  "그, 그런가요…?"

 

  시아는 금새 새파랗게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며 다시 남자에게서 한두 걸음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딘지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아가씨다.

 

  "농담이야. 뭐, 그래도 굳이 뭔가 갚고 싶다면 이따 차 안에서 노래 한 곡 불러주지 않겠어? 아까 로비에서 부르려고 했던."

  "아, 은하의 발라드 말씀이세요?"

 

  남자는 어딘지 정겨운 그 제목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 곡."

 

  그 순간, 남자가 왼손에 찬 시계에 두 차례 짧은 진동이 울렸다. 남자는 왼팔을 들어 그 알람의 내용을 확인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차가 도착했다고 하네. 나머지 이야기는 가면서 할까?"

  "아, 네!"

 

  남자가 먼저 앞장서자, 이 조심성 없는 여성은 여전히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저 발랄하게 금발을 찰랑거리며 종종 걸음으로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저씨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래도 제 은인이신데, 성함은 외워둬야죠."

 

  남자는 시아의 질문에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곤, 그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 대답했다.

 

  "노티스. 노티스 스트레인저라고 해. 잘 부탁해, 아가씨."

 

 

 = Dark Ocean’s Rhapsody =

 

 

  "이건 나와 당신의 노래, 어두운 밤을 수놓는 발라드. 이건 우리 모두의 노래, 이 아름다운 은하의 발라드."

 

  시아는 이젠 몸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배어있는 능숙한 기타 반주 위로 노래를 마치곤, 다시 한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목 뒤로 쓸어 넘기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어… 어땠나요?"

 

  노티스란 흰 정장 차림의 남자는 시아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몇 차례 박수로 그녀의 노래에 답했다. 시아는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된 듯, 들고 있던 기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 노래… 좋아하세요?"

  "응? 아니, 사실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그냥 내 비즈니스 상 아는 사람하고 좀 인연이 깊은 노래라.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지."

  "아… 그렇군요."

 

  시아는 금새 풀 죽은 표정을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굉장히 알기 쉬운 아가씨다. 노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조금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래도 뭐, 나쁘지 않은 노래라고 생각해. 요즘 나오는 노래들은 하나 같이 칙칙하고 먹먹한 곡들 뿐이라서, 역겨울 정도라니까. 살기 힘든 걸 힘들다 힘들다 해봐야 더 힘들기 밖에 더해?"

  "아… 네…"

 

  시아는 사실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일단 이만큼이나 도움을 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싶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노티스는 표정만 봐도 다 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런 곡들에 비하면 소은하의 곡은 3배는 더 낫지. 최소한 그 친구는 끝까지 희망을 노래했잖아? 이 진창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지."

 

  설령 그게 잡을 수 없는 신기루라 하더라도. 노티스는 그 다음 말은 굳이 꺼내지 않고 삼키기로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이끌어온 시점에서 시아의 두 눈이 다시금 너무 해맑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렇죠? 소은하 씨의 노래는 정말 굉장해요!"

 

  이후 쉴 새 없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소은하 예찬론에 파묻혀가며 노티스는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된 스위치를 눌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Dark Ocean’s Rhapsody =

 

 

  소은하의 일대기에 대한 시아의 장광설에 탄력 받아 두 사람을 태운 리무진은 어느 샌가 이미 제 2 상업지구에 진입해 애비 로드에 도착해있었다. 가지고 온 짐을 노티스가 도와 내려놓은 뒤 마지막으로 시아가 기타를 다시 등에 매는 것을 확인한 기사가 리무진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고, 이제 거리엔 두 사람 뿐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스트레인저 씨! 덕분에 정말 너무 편하게 올 수 있었어요."

  "그냥 노티스라고 불러도 괜찮아. 스트레인저 씨라니 의미적으로도 그렇고 뭔가 어감이 이상하잖아? 뭐, 낯선 사람이란 의미에선 지금 우리 관계를 설명하기에 가장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르지만. 난 그래서 예전부터 내 성이 너무 싫었어. 망할 아버지 같으니."

  "아하하하… 그럼 노티스 씨, 다시 한번 감사해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 노티스의 모습을 보며 시아는 난처하게 웃었다. 그 난처한 표정으로 비추어 볼 때 시아는 소은하에 대한 화제만 나오면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잔뜩 들떠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왕복 2차선의 도로 양 가장자리로 차량들이 조밀하게 주차된 애비 로드의 모습은 비틀즈의 앨범 커버 사진에 등장하는 거리의 그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도로를 따라 심어진 푸른 빛의 가로수들이 풍성하게 난 잎을 뽐내며 늘어선 가운데 그 너머로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이 보일 듯 말 듯하게 비쳤다. 다만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건물들이 모두 각자의 음악성을 가진 라이브 카페들이라는 점이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면 각각의 건물에서 각자의 소신을 품은 음악이 새어 나오며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시아는 자신이 평생을 꿈꿔온 거리에 마침내 도착했다는 사실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티스는 그런 시아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여기서부턴 관광도 할 겸 스스로 찾아가는 게 좋겠지? 나도 이제 일을 좀 하러 가야 해서 말이야. 이미 약속시간에 많이 늦었거든."

  "아, 그럼요! 이미 충분히 분에 넘칠 정도로 도와주셨는걸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아까 들은 노래면 충분해. 지금부터 갈 곳은 우중충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밖에 없어서. 귀를 정화 받은 걸로 이미 충분한 셈 치자구."

 

  노티스는 그렇게 말하곤 싱긋 웃으며 돌아서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시아는 그런 노티스의 뒷모습을 한참 눈으로 쫓다 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곤 다시 의지를 다지며 주먹을 꼭 쥐었다.

 

  "일단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갤럭시아 하모니, 화이팅!"

 

 

 = Dark Ocean’s Rhapsody =

 

 

  불과 조금 전까지 그렇게 의지를 태우던 그녀였으나, 어렵게 찾아간 클럽 'Beautiful day'는 문에 걸려있는 'CLOSED'라 적힌 팻말 만이 그녀를 반길 뿐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라이브 카페는 공연을 시작할 저녁 시간 즈음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 경우도 많다 했다. 사실 지금도 이미 검게 물든 하늘로부터 어둠이 내린 지 오래였지만 조금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씩씩함을 잊지 않고 들고 온 이민가방들을 건물 벽에 기대어 둔 채 기타 가방에서 자신의 보물을 꺼내 들어 품에 안았다.

  어쿠스틱 기타의 명가로 오랜 역사를 지닌 마틴(Martin)에서 제작한 소우주 시그네처 모델. 그 회사의 명성을 대변하듯 대부분의 라인업이 초고가로 구매자의 의지를 단번에 앗아가는 반면, 소우주의 시그네처 모델은 회사 자체의 명기에 대한 자존심은 세우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중저가 형으로 제작해달라는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고 되어 매니아들에게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2종류의 나무를 3조각으로 결합해 만든 바디 백 부분으로 그녀의 이름과도 같이 은하수가 물결치는 듯한 특유의 문양을 자아내고 있었다.

  시아는 그 문양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다시 기타를 품에 안으며 자세를 잡고는 몇 차례 목을 푼 뒤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작해나갔다.

 

  검은 시작의 우주를

  먼지처럼 떠돌던 의지

  그 의지가 모여

  각자의 형태를 이루어가네

 

  이 넓은 바다를 부유하다

  여기 찾아온 나와 당신

  그 수많은 가능성에서

  피어난 운명 같은 만남

 

  이 만남이 영원히 이어지길

  이 작은 우연이 기적을 이루길

 

  난 아직 기억해요

  이 세상의 시작을

  난 아직 기억해요

  당신과의 만남을

 

  제가 어디 있는지 보이나요?

  보인다면 손을 흔들어주세요

  전 여전히 이곳에 있어요

  그때 당신과 만난 그곳에서

  만남의 기적을 노래하며

 

  지금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들린다면 제 손을 잡아주세요

  거듭된 기적이 지금도 이어져

  아직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부디 제가 느낄 수 있도록

 

  비록 건물 바깥이긴 하나 애비로드의 Beautiful day에서의 기념비적인 첫 공연이었다. 시아는 벅찬 가슴을 가라앉히며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길을 지나치는 수많은 행인들 중 그 누구도 그녀의 노래를 듣고 멈춰선 이가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노래를 계속하다 보면 그 누군가는 들어주게 마련이다.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전히 씩씩함을 잃지 않고 다음 노래의 연주를 시작했다.

 

 

 = Dark Ocean’s Rhapsody =

 

 

  연주를 얼마나 계속해나갔을까, 늦은 저녁 문을 닫은 라이브 카페 앞에서 공연을 계속하던 시아가 그 사이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무리 연주를 계속해도 이 라이브 카페의 문은 열릴 줄을 몰랐다는 점이다. 씩씩한 기운도 어느 샌가 약발이 다해있던 시아는 뭔가가 이상함을 느끼고 마침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상황에 대해 얼른 물어보고 오는 것이 더 현명하겠단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결정한 시아는 다시 기타를 주섬주섬 케이스에 넣어 등에 매고는 들고 온 이민가방들을 질질 끌어 건물과 건물 사이 잘 보이지 않는 복도에 놓아둔 뒤 바로 옆에 자리한 라이브 카페로 향했다. 거추장스러운 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기 보단 얼른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것이 더 나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그곳은 심장에 직격할 듯한 더블 페달 소리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스피드 메탈을 주로 연주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음악소리에 묻혀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수소문을 이어간 시아는 마침내 Beautiful day가 이미 망해서 문을 닫은 지 오래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가며 끊임없이 내달리는 드럼 베이스에 맞춰 자신의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함을 느꼈다.

  그 뒤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시아는 문득 자신이 묵을 장소를 구할 만한 돈도 연락할 만한 지인도 없는 빈털터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이브 카페에 찾아가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고 계약을 하면 뭐든지 어떻게든 잘 풀려나갈 거란 근거 없는 확신에 티켓 만을 손에 쥐고 무작정 찾아온 것이 가장 큰 폐단이었다. 뒤이어 생각난 것은 밖에 두고 온 그녀의 이민가방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시아는 일단 충격에서 벗어나 서둘러 다시 건물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방을 놓아둔 장소로 돌아와 그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망연자실해졌다.

 

 

 = Dark Ocean’s Rhapsody =

 

 

  터덜터덜 소득은 커녕 손해만 잔뜩 입은 채 본래 장소로 돌아온 시아는 멍한 얼굴로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것은 사실 갈아입을 옷이 대부분이었다. 중요한 신분증이나 서류 등은 늘 보물처럼 매고 다니는 기타 가방에 들어있었으므로 좋게 좋게 생각해봤을 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괜찮았다. 당장 묵을 곳도 없긴 하지만 이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도 본격적으로 늘어나있었고, 계속 쉬지 않고 공연하다 보면 몇몇은 분명 자신을 불쌍히 여겨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씩씩함을 되찾고 공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모두가 잠이 들 때, 나는 이 노래를 부르네."

 

  이 곡은 소은하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시아는 능숙하게 연주에 맞춰 감정을 잡고 노래를 시작해나갔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모두가 잠이 들 때

  나는 이 노래를 부르네.

 

  어두운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수 만큼이나

  수많은 모든 이들을 위해.

 

  깊이 잠든 세상이 언제까지나

  행복한 꿈을 꾸기를 나는 바라네.

  긴 밤의 끝에 일어나 보면

  따스한 해가 뜨기를 나는 바라네.

 

  이건 나와 당신의 노래.

  어두운 밤을 수놓는 발라드

  이건 우리 모두의 노래

  이 아름다운 은하의 발라드

 

  노래가 모두 끝나고, 시아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봤다. 여전히 누구 하나 그녀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다시 시작일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 시아는 한 켠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길거리 공연 역사 최초의 관객을 발견했다. 도저히 남자의 머릿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찰랑이는 은발을 길게 기른 남자였다. 하지만 그 멋진 은발보다도 더 시선을 빼앗은 것은 그 남자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슬픔에 젖은 얼굴이었다. 그것은 시아로선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맘이 들게 했다. 어딘지 모르게 다가가 기운을 북돋아주고 싶은 맘이 들게 했다.

  시아는 자신이 지어 보일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신의 첫 관객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감사해요. 제 노래, 끝까지 들어주셨군요?"

 

 = Dark Ocean’s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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