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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화-첫 연애, 그리고 첫 키스는 이불킥
작성일 : 18-12-08 16:27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8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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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스무 살의 봄, 새로 산 가디건은 아직 추워서 꺼내 보지도 못했다.

 3월인데도 한겨울 같은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낯선 곳에 있기 때문일까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진다. 신입생이 된 설렘과 두근거림이 가득한 교정에서...

 

 나는 아싸였다.

 입학한지 2주나 지났지만 같이 수업 들을 친구도 없어서 혼자 꾸준히 강의를 듣고 있다.

 사실 나도 같이 어울렸던 무리들은 있었다.

 

 입학식 전 신입생 모임 카페에서 친해진 현정이는 곱슬거리는 머리를 올려 묶고, 군데군데 보이는 주근깨가 귀여운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난 오티를 못 가서 입학식 때 같은 과 동기들을 처음 봤는데, 그 때 현정이 주변으로는 이미 그룹이 지어져 있었다.

 현정이도 처음에는 아는 사람 없는 나를 챙겨주려고 했는데, 내가 그룹에 들어가면서 홀수가 되자, 현정이 옆에 팔짱 끼고 딱 붙어 있던 애가 나를 보는 눈초리가 곱지는 않았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오후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남아서 매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현정이한테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예의 그 옆에 붙어 있던 애가 자꾸 내 말을 가로채는 통에 슬슬 짜증이 올라오던 참이었다.

 “아 맞다 나 잠깐 편의점 좀 갔다 올게. 5분 안에 올게!”

 

 티도 안 나는 행동에 뭐라고 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나 빼고 모두 웃고 떠드는 와중에 혼자만의 침묵이 어색해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5분 뒤 다시 돌아간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휴대폰에는 아무런 연락도 남아 있지 않았다.

 

 후...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이건 뭐 고딩도 아니고 진짜... 그래서 더럽고 치사해서 혼자 다니기로 했다.

 대학생이나 됐으면 좀 성숙하게, 어? 내가 오티를 안 가서 그런가?

 그냥 단순하게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에이씨 알게 뭐야 나쁜 년들, 잘 먹고 잘 살아라.

 눈치 안 봐서 마음은 훨씬 편하다!...아... 수업 들어가기 싫다......

 

 휴게실에 앉아 초코 우유를 마시면서 저번 주 일을 생각했더니 기분만 안 좋아졌다. 그 이후로 전공 수업 때 당연히 마주쳤는데, 나도 아는 척을 안 했고, 그쪽 애들도 나한테 아는 척을 안 했다. 지나가면서 현정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미안한 듯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짜증난다.

 

 그나저나 강의실은 도대체 어디야. 건물은 맞는데...

 인문관을 40분 정도 빙빙 돌고 난 뒤에 ‘혁신 대강당’이란 이름의 310호 강의실을 찾을 수 있었다. 혁신은 개뿔... 그럼 시간표에 그렇게 써 놓던가... 310호라고만 쓰여 있으면 신입생이 어떻게 찾냐? 공강 시간 동안 할 게 없어서 미리 강의실에나 가 있자 해서 온 거라 다행히 강의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심지어 시작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

 지각은 안 해서 기쁜데 왜 눈물이 나지...

 맨 뒤 구석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너 오티 안 왔었지?”

 “어? 어.. 사정이 있어서...”

 “난 정다은이야. 너 책 없어?”

 노트 하나 올려놓은 내 책상을 보면서 다은이가 물었다.

 

 “응... 서점을 못 찾아서...”

 “같이 보자 이리와”

 살갑게 말을 붙여준 정다은 옆으로 입학식 때 눈에 띄던 애가 앉아 있었다.

 강아영

 긴 머리에 하얀 피부, 이번 학번 여신이라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

 덕분에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알고 있는 애였다. 그만큼 유명했으니까.

 아영이는 내 쪽을 힐끔 보더니 관심 없다는 듯 다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야 나 왔어~~ 어머 얜 누구야?”

 한 손 가득 음료수를 들고 들어오며 또 다른 아이가 불쑥 등장했다.

 

 “다은이가 책 같이 보자고 데리고 왔어”

 아영이 음료수를 하나 집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나는 유나야. 이유나. 잘 부탁해 너도 마실래?”

 활짝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는 유나는 천사 같았다.

 “어.. 고마워 난 송이나.. 잘 마실게”

 갑자기 다가온 친구들에 어안이 벙벙해서 이번 강의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강의가 끝나고 다은이가 말했다.

 “이나야!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아.. 미안한데 나 바로 수업이 있어. 다음에 꼭 같이 먹자! 나중에 또 봐~!”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 진짜로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뛰어나왔다. 사실 오늘은 이걸로 수업 끝이다. 그리고 급한 일도 없었지만 강아영이 나를 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아서 나중으로 미뤘다.

 얼마만의 점심 초대였는데... 아쉽다. 이러다 또 현정이네 꼴 나는 게 아닐까 괜히 걱정된다.

 그래도 갈 곳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

 

 “수빈 오빠!”

 “이나 왔어?”

 “네! 오빠는 수업 끝나셨어요?”

 “아니~ 6교시 하나 남았지. 잠깐 책 가지러 들렀어. 이제 나가려고”

 “아.. 그러시구나... 수업이시구나... 저는 오늘 수업 다 끝났어요.”

 “집으로 바로 갈 거야?”

 “뭐... 이제 할 것도 없고요. 집에나 가야죠....”

 아쉬운 표정으로 삐죽대는 나를 보며 오빠가 빙긋 웃는다.

 

 “일찍 끝내 주시는 교수님이니까, 얼른 끝내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줄래?”

 “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자

 수빈 오빠가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럼 수업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수빈 오빠가 나가고 아무도 없는 동아리 방,

 언제부터 놓여 있었는지 앉는 부분이 다 헤진 소파에 풀썩 앉아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젠가부터 공강 시간마다 찾아오게 된 이 곳.

 저번 주에 현정이네가 사라지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후, 괜히 분한 마음에 교내를 정처 없이 걷다가 학생회관 앞에 붙어 있는 동아리 포스터를 발견했다.

 봉사 동아리 ‘프리메로’...?

 

 봉사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친목이라고 쓰인 글에 이끌려 무작정 포스터에 적힌 장소로 찾아갔다.

 거기서 수빈 오빠를 처음 만났다. 오빠는 동아리 회장이었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입 신청서를 썼다. 신입생 중에 내가 제일 처음으로 가입했다며 오빠는 기뻐했다. 봉사는 보통 주말에 모여서 하니까, 평일에는 동아리 사람들의 아지트로 쓴다는 동아리 방에 언제든지 놀러 와도 좋다며 수줍게 웃던 수빈 오빠한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갔다. 마음이 가는 만큼 수빈 오빠도 나를 잘 챙겨주었고, 덕분에 다른 동아리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져 학교에 오는 게 싫지 않았다.

 

 혼자 수업을 듣는 건, 괜히 주눅 드는 일이었다. 쉬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왁자지껄한 강의실에서 어색하게 엎드려 있거나 바쁜 척하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 내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는데, 입학하고 이미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기가 왠지 어려웠다.

 그래도 수업 시간만 지나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동아리 방에 가면 되니까 혼자 앉아 있는 강의실도 버틸 수 있었다.

 

 아까 다은이랑 유나, 아영이... 친해질 수 있을까...

 아까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유나라는 애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강아영은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눈을 왜 그렇게 뜨지?

 그래도 다은이가 먼저 말 걸어준 게 고마웠다. 아, 다음엔 내가 음료수 사야겠다.

 오늘 얻어먹기만 했네...

 

 .

 

 “이나야”

 “...?”

 눈을 반짝 뜨니 어둑어둑해진 동방에 수빈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어..? 오빠 수업 끝났어요? 지금 몇 시지...”

 “으이그~ 이제 4시 조금 넘었어.”

 “4시? 근데 왜 이렇게 어두워요?? 아 언제 잠 들었지”

 나는 당황하며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았다. 수빈 오빠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아 오빠 죄송해요 자느라 전화 못 받았나 봐요”

 “괜찮아 수업 끝나고 전화 했는데, 이나가 안 받길래 혹시나 해서 와 본 건데 잘 됐다.”

 “뭐가요?”

 “후후 우산 없지?”

 “헉 비와요? 어쩐지 어둡더라.

 “가자 데려다 줄게”

 나는 셔틀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 줘도 괜찮았는데, 수빈 오빠는 비 맞으면 안 된다고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저 진짜 괜찮아요. 오빠도 우산 없잖아요”

 “난 집 가까워서 괜찮아”

 “저도 전철 타고 내리면 금방이에요..”

 “쓰읍! 오빠 말 들어 안 그러면 여기다 그냥 우산 버리고 간다?”

 괜찮다는데도 자꾸 내 손에 우산을 쥐어주는 수빈 오빠의 한 쪽 어깨가 다 젖어 있었다.

 

 “오빠 그럼 갈게. 조심히 가 이나야”

 수빈 오빠는 결국 우산을 나한테 주고 빗속으로 들어갔다. 비 다 맞겠네.. 미안하게...

 오빠한테도... 내일 음료수 사 줘야겠다...

 

 .

 .

 

 “안녕하세요~!”

 편의점에서 20분쯤 고민해서 산 음료수를 들고 동방으로 들어갔다.

 오빠는 뭘 좋아할까, 이 맛은 싫어하면 어쩌지 하면서 한참을 서서 고르다가 계산대로 갔더니

 점원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흠흠...

 

 “이나 왔어?”

 “네~ 우와 오빠 뭐 하세요?”

 수빈 오빠 앞에는 영어로 쓰여 있는 두꺼운 전공 책들이 여기 저기 펼쳐져 있었다.

 

 “리포트 쓰는 중이야. 교수님이 매주 내주시거든”

 “맞다.. 나도 다음 주에 제출할 거 하나 있는데.. 아! 오빠 이거요!!”

 나는 오빠한테 음료수를 건넸다.

 

 “그리고 이것도요!”

 잘 말려서 깨끗하게 접은 우산도 같이 내밀었다.

 

 “뭐 이런 걸 사왔어. 고맙다 잘 마실게. 어제 잘 들어갔어?”

 “네.. 오빠는요? 우산 없었잖아요...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금방 그치더라. 괜찮아~~”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또다.. 오빠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나 밥 먹었어?”

 “아직.. 오빠는요?”

 “우리 이나랑 같이 먹으려고 아직 안 먹었지.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

 

 “후식으로 제가 아이스크림 살게요~”

 학교 근처에서 밥을 먹고 달콤한 소프트 콘을 들고 다시 동방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 제법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이나는 우리 학교 벚꽃 핀 거 아직 못 봤겠네?”

 “그렇죠, 저 아직 신입생인데요? 히히”

 “우리 학교 벚꽃 진짜 예뻐”

 “기대된다. 곧 피겠죠?”

 수빈 오빠가 사준 맛있는 점심에 달콤한 후식까지, 거기다 둘이 걷고 있는 캠퍼스가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곧 필 벚꽃을 상상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벚꽃이 핀 것 같았다.

 

 “우리 같이 도서관 갈까? 아까 리포트 쓸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도서관이요?? 네 네!!”

 입학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본 적은 있었지만, 공부를 해 본 적은 없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도서관에서 오붓하게 단 둘이 공부하는 로맨틱함!!!

 그리고 그 안에서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수빈 오빠... 크으~~ 생각만 해도 설렌다!

 

 “저 도서관 좋아해요! 지금 가요! 지금!”

 

 .

 

 낭만적인 도서관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단 둘은 무슨,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도서관에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시험 기간은 한참 멀었는데, 붙어 있는 자리는커녕 빈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수빈 오빠가 자리를 양보해 줘서 나 먼저 들어가야 했다.

 

 “이나 먼저 가서 공부하고 있어. 나도 자리 잡으면 연락 할게. 리포트 열심히 해~”

 하고 30분 뒤에 온 톡으로 알려준 오빠 자리는 내 자리와 한참 멀었다.

 화장실 가다가 오빠 있는 곳을 보니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에휴 뭘 바라냐, 나랑 오빠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리포트나 마저 쓰자.

 열심인 오빠 덕분에 나도 리포트를 거의 다 써 간다.

 마무리로 교수님이 꼭 넣으라고 했던 부분을 체크하는데 자꾸 다른 생각이 흘러나온다.

 

 수빈 오빠는 수학과였는데, 아까 수학 문제 푸는 게 멋있었다. 헤헤...

 나는 수포자라서 오빠 전공 책을 보면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수학인데 왜 숫자보다 영어가 더 많은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오빠는 여자 친구 사귀어 본 적 있으려나? 나는 아직 연애 경험이 없었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다정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오빠한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생각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노트 윗부분에 톡 하고 딸기 우유가 놓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빈 오빠다.

 

 “...!”

 

 허둥지둥 노트를 가리면서 뭐라 말하려는 내게 오빠는 손가락으로 쉿 하면서

 내 머리를 한 번 헝클어뜨리고는 태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까 내 옆에 앉아 있었던 사람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딸기 우유와 함께 온 쪽지에 또박또박하게 쓴 오빠의 글씨가 있다.

 「이나 리포트 다 썼어? 나는 끝!^^」

 「저 다 했어요 5분만!」

 오빠의 쪽지 밑에 조그맣게 다시 적어서 책상 틈 아래로 밀어 넣었다.

 「기다릴게~ 같이 내려가자」

 금방 답장이 왔다.

 

 너무 건실하게 리포트만 써서 지겨웠는데, 마지막에는 조금 달달한 것 같다.

 오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오빠가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

 

 .

 .

 

 그 날은 평소보다 빨리 학교에 도착한 날이었다. 10시 수업이었는데,

 학교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동방에 혼자 있었다.

 심심한데 수빈 오빠는 뭐하나 연락 해 볼까 하는데 동방 문이 열렸다.

 

 “안녕~ 이나 와 있었네?”

 “오빠 안녕하세요! 지금 막 연락하려고 했는데”

 “나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오빠 뭐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왜 궁금한데?”

 수빈 오빠의 기습적인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네?”

 “나 뭐 하는지 왜 궁금할까 우리 이나가?”

 평상시도 잘 웃지만 오늘따라 빙글거리며 울어보는 오빠의 태도에 괜히 당황스러웠다.

 

 “그... 그냥 오늘 일찍 와서요... 심심해서...”

 “그래~?”

 사물함을 뒤적거리며 오빠가 대답했다.

 

 “아, 저는! 이제 수업 가야해요. 10시 수업이거든요. 인문관이라서 지금 나가야..”

 “지금 몇 신데?”

 “9시 43분...”

 오빠가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버렸다.

 

 “수업 꼭 가야 돼?”

 “네..? 가야죠...”

 어느새 내 등 뒤로 벽이 닿았다. 오빠의 눈이 평소보다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둘 곳 없이 허둥대던 내 눈이 커졌다. 손에 들고 있던 책은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졌다.

 촉 하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춘 오빠가 말했다.

 

 “수업 끝나고 빨리 와. 기다릴게”

 어버버 거리는 나한테 오빠가 책을 주워 주면서 말했다.

 

 “얼른 가야지. 10시 수업이라며”

 “어... 네...”

 도망치듯 동아리방을 나선 나는 패닉이었다.

 

 뭐야? 뭐야 이게 뭐지? 지금 키스한 거야 나한테? 키스? 뽀뽀? 나 키스 안 해봤는데!!

 첫 키스인가 그럼? 키스??? 수빈 오빠랑? 키스!!??????? 첫 키스?? 키스!!????? 우리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키스해도 되나? 키스? 입술만 촉한 게 키스야? 뽀뽀인가?

 악 아무튼 지금 키스한 거야 나? 으악 키스? 키슼!!???

 

 인문관으로 걸어가는 내내 머릿속이 시끄럽다.

 

 “이나야~ 여기!”

 강의실에 들어가자 손을 흔드는 다은이와 유나

 

 “안녕...”

 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내가 들어오고 바로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친구들이 내 멍한 상태에 대해 물을 새도 없이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저번 주도 그랬는데, 이번 주도 집중하긴 글렀구나... 잘 가라 내 학점...

 

 .

 .

 

 수업이 끝나고 나는 수빈 오빠와 학교 근처 카페에 갔다. 아무 말 없이 웃고 있는 수빈 오빠.

 손가락만 꼼지락 대던 나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빠 오늘.. 아까.. 저기.. 그.. 저한테..”

 “응?”

 “그게.. 그러니까.. 우리..”

 얼굴이 빨개진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가씨”

 “네?”

 “저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

 .

 .

 

 “꺄하하학학 미친 저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보재 힣히힉 아 개오덕 진짜”

 “그만해라...”

 “송이나 진짜 그런 찌질이랑 왜 사귀었냐고 미친 아가씨래 진짜 노이해”

 “아 그땐 멋있었다고!”

 미친 듯이 웃는 아영이에게 변명하듯 말해본다. 나도 진짜 이해가 안 간다.

 그게 그 때는 왜 멋있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혼자 원숭이 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넌 진짜 10년 동안 이불킥 해야 돼”

 “어젯밤에도 했거든요? 이제 2년 남았다”

 스무 살의 첫 키스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나는 벌써 28살이다.

 

 그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스무 살의 나는 반짝반짝 빛났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매일이 신선하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거의 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매일 가는 곳이라고는 집, 회사뿐, 주말 하나 바라보며 사는 직장인.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것은 학생 때 집과 학교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철이 들어서 그런 걸까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그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매일 비슷한 일의 반복에 지친 체념이 빚어낸 칙칙함.

 

 내 경우에는 불금과 주말이 낙이다.

 금요일에 털어내는 소주 한 잔이 다음 주에도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아영이와 지혜, 그리고 나는 졸업하고 틈만 나면 만나고 있다.

 나를 고깝게 보던 아영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말하자면 길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수빈 오빠 덕분이네.

 

 “그럼 송이나 너는 그 오빠 오덕인 거 몰랐어?”

 지혜가 묻는다. 졸업반이 다 되어서 친해진 지혜는 수빈 오빠를 본 적이 없다.

 

 “아니... 막 무슨 오타쿠 이런 건 아닌데, 뭔가.. 음.. 좀.. 중2병이라고 해야 하나”

 “그거 대박이었던 게 우리 엠티 갔을 때 아냐?”

 아영이 거들었다.

 

 “그렇지...”

 “얘기 좀 해봐 오늘 너 첫 남친 얘기나 좀 듣자. 안주 하나 더 시킬까?”

 나는 차갑게 식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수빈 오빠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남자였다. 그 때는 멋있었고 행복했다.

 그 사람이 나를 아껴준다는 것이, 첫 키스가 오빠라서 좋았을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불킥이나 하는 흑역사가 되어버렸지만, 그것도 지금은 추억이다.

 

 좋았던 것과 함께 쪽팔림도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름다워진다.

 그래서 추억이란 좋은 추억만 남나 보다.

 
작가의 말
 

 저는 명란 계란말이를 좋아합니다. 마침 토요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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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_아름다웠기에 잊혀지지 않는 2018 / 12 / 13 213 0 6354   
6 5화_선택의 결과가 나쁘면 그건 잘못된 걸까 2018 / 12 / 12 226 0 6792   
5 4화_예고편 없이 찾아온 새로운 사랑 2018 / 12 / 11 231 0 6819   
4 3화_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지 2018 / 12 / 10 234 0 6919   
3 2화_흑역사 끝에는 항상 휴학이 있다 2018 / 12 / 9 248 0 7212   
2 1화-첫 연애, 그리고 첫 키스는 이불킥 2018 / 12 / 8 233 0 8386   
1 0화-프롤로그 2018 / 12 / 8 375 0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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