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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1. 춘우(春雨)(4)
작성일 : 18-12-08 14:23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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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정란이 합류하면서 <동백아가씨>는 공연 횟수를 늘렸다. 늘어난 공연만큼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으로 좋았고, 그와 동시에 <동백아가씨> 출연진에 대한 인기 또한 날로 드높아졌다.

 

 공연 시간을 코앞에 두고 상기된 얼굴의 백단장이 분장실로 들어섰다. 분장이 끝난 후라 춘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본을 보며 입을 풀고 있는 춘우만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춘우야, 우리 인터뷰 하나 하자.”

 

 “싫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목전인데 이런 방문은 사절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하자. 악의적인 기사가 실리고 있어. 이걸 가라앉히려면 네가 직접 나서야해.”

 

 “악의적인 기사요?”

 

 춘희가 반응을 보이자 백단장은 제 손에 들린 신문을 춘희에게 내밀었다. 백단장이 내민 것은 한성일보에 실린 <동백아가씨>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에는 여성만으로 조직된 동천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단체이며 국악인의 화합을 깨뜨리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느라 신문을 잡고 있는 춘희의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분명 혼성국극단체 최단장이 손을 쓴 탓에 계속해서 악의적인 기사가 한성일보에 실리는 것이리라.

 

 “어떻게 이런 글을……. 최단장인가요?”

 

 춘희는 제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여상하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참, 답이 없는 양반이네요.”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는 백단장의 대답에 춘희는 한심스런 최단장이나, 이런 일로 공연직전의 배우를 찾아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백단장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번에 인터뷰 한번만 하자.”

 

 아이처럼 떼쓰는 백단장의 특기가 시전 되고 있었으나 다른 때와 달리 춘희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기골이 얼굴을 내밀었다.

 

 “공연시간 다 되어 갑니다. 준비하세요.”

 

 기골의 등장에 백단장의 얼굴에 답을 찾았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

 

 “춘우야, 그럼 인터뷰대신 한성일보 그 칼럼리스트만 잠깐 손 좀 볼까?.”

 

 “폭력은 안돼요. 그럼 우리가 최단장과 뭐가 달라요?”

 

 한껏 예민해진 춘희의 목소리에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그럼 겁만 줄까? 손 안대고 겁만……. 기골이 인상한번 팍 쓰면 깨갱 하지 않겠어?”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만지던 춘희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 갈등하는 표정이었지만, 안 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춘희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무대를 오르기 위해 분장실을 나섰다.

 

 백단장은 춘희의 침묵이 그녀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 여겼다. 이에 백단장은 춘희를 따라 나서는 기골을 불러 세웠다.

 

 “기골은 잠시 남아.”

 

 춘희가 나가고 얼마 후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멀리 들려왔다.

 

 오늘도 공연장의 객석은 만석이었다. 공연이 절정에 치닫자 무대만큼 객석의 열기도 뜨거워졌다. 무대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재회하는 순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춘우가 되어 극중의 ‘춘희’에게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객석을 향해 몸을 돌린 춘희가 독백을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춘희는 심장이 멎은 것처럼 입도 떼지 못했다. 어두운 객석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 속에서 유독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였다. 어두워서 흐릿하게 보일 뿐인 수많은 얼굴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유독 또렷이 보였기 때문이다.

 

 정인철.

 

 춘희의 심장에 호된 각인을 찍어 놓은 사람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인철은 남장배우로 분장한 춘희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춘희는 숨도 쉬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지사 노래도 하지 못하고 춤도 추지 못했다. 이런 춘희의 이상을 알아챈 것은 함께 호흡을 맞춘 무대 위의 민정란 뿐이었다.

 

 다행히 노련한 정란의 재치로 춘희는 다시 현실에서 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공연을 하는 춘희의 모든 신경은 객석에 앉아있는 정인철에게 쏠려 있었다.

 

 국극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정인철은 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객석에서 일어났다. 계속 정인철을 신경 쓰고 있던 춘희의 눈에도 공연 도중 그가 자리를 떠나는 것이 보였다.

 

 마침 다음 장면을 위해 막간에 무대에서 내려 올 수 있던 춘희는 기골에게 객석을 빠져나가는 정인철을 미행해서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시켰다.

 

 정인철을 미행하기 위해 따라 나선 기골은 사업부 어깨들에게 백단장의 지시를 전달하고는 극장을 나섰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 앉아 있던 춘희를 정란이 찾아왔다. 무대에서의 춘희 모습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언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아, 아니.”

 

 “혹시 어디 안 좋은 거예요?”

 

 부산스럽게 춘희에게 다가온 정란은 춘희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그러나 그 손이 닿기도 전에 춘희가 고개를 뒤로 빼면서 피했다.

 

 춘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 이마에 손을 얹으며 안부를 챙기는 정란의 손길이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춘희도 정란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어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그러나 정란은 자신의 손길을 피하는 춘희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 놀란 눈으로 춘희를 쳐다봤다. 이를 눈치 챈 춘희는 얼른 다시 대답을 했다.

 

 “나, 정말 괜찮아.”

 

 그럼에도 정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춘희가 정란의 손을 손수 자신의 이마에 가져와 대고는 다시 확인을 시켜주며 말을 이었다.

 

 “봐, 진짜 괜찮지?”

 

 “진짜 괜찮은 거예요?”

 

 “응.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제야 정란의 얼굴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너는 너무 과잉보호야. 내가 무슨 애라도 되는 줄 알아?”

 

 “언니는 찬바람만 조금 불면 열부터 오르니까 그렇죠. 나 아니면 또 누가 언니를 챙겨요.”

 

 정란이 어느새 커다란 코트를 챙겨와 춘희가 입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럴 땐 맛있는 걸 먹어야 해요. 명동에 새로 생긴 양식당이 있데요. 우리 거기 가요.”

 

 춘희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저를 챙기는 정란의 친절을 거절할 수 없어 그러자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정란이 동천에 들어오고부터 춘희는 공연용 분장을 지우지 않은 채 남자 양복을 입고 거리를 다녔다. 처음에는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던 정란의 의견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이제는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정란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돈의동으로 돌아온 춘희는 짙은 화장을 지우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춘희가 ‘춘우’가 아닌 ‘춘희’로 있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조선 땅에는 돈의동 집, 이곳뿐인 것 같았다.

 

 춘희는 어머니를 땅에도 묻지 못하고 차가운 돌로 봉분을 만들던 그 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난 그 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맹세하며 남장국극 배우가 되었다.

 

 혈혈단신 서울로 상경하여 모진 세월을 보냈건만, 세상의 모진 바람에 이제는 단련이 되었을 법도 한데 춘희의 가슴은 정인철을 본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춘희는 고향에서 벌어진 비극 때문에 정인철을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런 것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정인철’이라는 그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춘희가 상념에 빠져 있는 늦은 시각, 기골이 춘희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춘희의 말을 듣고 문을 연 기골은 그녀에게 두 번 접힌 쪽지를 내밀었다.

 

 “오늘 말씀하신 거 입니다.”

 

 “응. 수고했어.”

 

 기골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려는데 춘희가 기골을 불렀다.

 

 “기골.”

 

 춘희의 부름에 기골이 방을 나서다 다시 돌아섰다.

 

 “오늘 일은…….”

 

 눈치 빠른 기골은 그녀가 끝을 흐린 말을 채 매듭짓기도 전에 대답했다.

 

 “네. 오늘 저는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 고맙다. 내일은 공연 없으니까 너도 집에 다녀와.”

 

 “괜찮습니다.”

 

 “다녀와. 며칠 뒤가 할머니 생신이잖아. 마루에 할머니 드릴 주전부리랑 가족들 줄 거 챙겨 놨으니까 가져가고.”

 

 “네. 고맙습니다.”

 

 기골이 나가고 춘희는 깊은 숨을 내쉬며 기골이 전해 준 쪽지를 조심스레 펼쳐봤다. 단지 주소가 적힌 종이만 봤을 뿐인데도 춘희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댔다.

 

 평소 공연이 없는 날 춘희는 집에서 팬들에게서 온 편지와 선물들을 확인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어쩌다 밖을 나갈 때에는 기골이 항상 함께 했고, 언젠가 부터는 남장을 하고 길을 돌아다녔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소곳한 여성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남자로 보이기 위한 화장이 아닌 여자처럼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까지 하고 나섰다.

 

 춘희는 여자의 모습을 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 지나가는 점포의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꾸 쳐다봤다. 지금의 모습이 이젠 춘희 자신조차 낯설기만 했다.

 
작가의 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어요. 그리고 인철과 춘희의 재회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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