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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해에게서 소년에게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류 도진과 그의 단 하나뿐인 해에 관한 이야기.

 
3화. 사고 치는 사람은 따로.
작성일 : 18-12-08 14:04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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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도진은 큰 키에 비해 발이 작은 편이었다. 중심이 안 맞아서인지 그는 100m 달리기 같은 데서 더러 넘어졌었다. 보통 사람들은 무릎 정도 다치고 말텐데 어린아이처럼 팔까지 다 긁혔고 가끔은 얼굴에도 흉을 내곤 했다.

 

  발보다도 집중력 장애에 가까운 성격이 한몫했다. 그는 한 곳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주위의 것을 살피지 못했다. 그때도 그랬다. 데뷔하기 전 도진은 해를 조르고 졸라 산천어 축제에 데려 갔었다.

 

  「재밌을 거야. 진짜라니까.」

 

  얼음장 같은 추위에 30인승 버스에 두 가족을 빼고 도진과 해 뿐이었는데, 타고 가는 내내 도진은 흥얼흥얼 거렸다. 어젯밤 죽죽 내린 비에 기온은 싸늘하게 떨어져 있었다.

 

  혹시나 손이 시릴까 핫팩까지 넣어둔 장갑을 해에게 끼우고 도진은 자신의 준비성에 뿌듯한 얼굴이었다.

 

  「얼른 하기나 해.」

 

  모자, 목도리에 귀마개까지 완전 무장을 해서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해는 조금 귀찮았다. 막상 축제 장소에는 이 한파를 뚫고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도진은 얼음 구멍을 판 곳에다가 사온 낚싯대를 넣었다. 도진은 쏙쏙 뽑아내는 꼬마 애들 사이에서 제일 못했다.

 

  점점 시무룩해지는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는 도진을 보고 해는 장갑을 벗고 미끼를 갈아 끼어주고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해야,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아니. 저기 아저씨가 말해줬어.」

 

  같은 설명을 해줬지만 도진은 들떠서 제대로 듣지 못했을 것이다. 삽시간에 양동이가 채워졌다.

 

  잔뜩 신이 난 도진이 잡은 걸로 요리해주는 곳으로 뛰어가다 엎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바닥으로 고기가 흩어졌고 대부분은 빙판을 타고 흘러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옷 때문에 다치거나 아프진 않았지만 도진은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해는 남은 몇 마리를 주워 담았다.

 

  「아저씨.」

 

  가까운 곳에 있던 아이가 도진을 불렀다.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도진에게 내미는 아이의 행동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마워.」

 

  아이뿐만 아니라 흐뭇하게 딸의 행동을 보던 부모들도 당황했다. 도진은 품에 물고기를 들고 가까운 음식점으로 나왔다.

 

  연신 눈물을 닦으며 잘 구워진 생선을 ‘맛있다’고 웅얼대며 먹는 모양새가 얼마나 웃겼는지, 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평범한 일상도, 흔한 축제에도, 류도진은 꼭 사건 사고를 만들어 해를 절레절레 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003

 

 

  도진은 특수 제작한 실리콘 코를 제 코에 꾹꾹 눌러 붙였다.

 

  “오. 신기해.”

 

  약간 이질적인 감촉이긴 했지만 보기에는 영락없이 자신의 것처럼 보였다. 얼굴의 중심인 코는 인상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낮아지고 두툼해진 코는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의뢰해서 만든 코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가 주로 하던 변장은 쌍꺼풀 테이프이었다. 진한 쌍꺼풀은 부자연스러웠다. 거울을 보다 빵 터진 그가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해도 못 알아보겠다, 진짜.”

 

  그는 서랍에서 검은색 목도리를 꺼내 빙글 목에 둘러 턱과 입술을 가렸다. 큰 키에 시선은 받겠지만, 배우 류도진이라는 건 모를 테다.

 

  “감쪽같네.”

 

  제 몸집보다 훨씬 크고 헤진 점퍼를 챙겨 입자 동네 백수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안경까지 썼다.

 

  아파트 바깥으로 나온 그는 훌쩍 낮아진 기온에 몸을 웅크렸다. 싸늘한 바람이 날카로워 목도리를 조금 더 추켜올렸다.

 

  걸음을 옮기며 그는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알아볼까 봐 변장하고 나와도 바닥만 보던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인적은 드물었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도 힐끗 보고 이내 시선을 거뒀다.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졌을 때쯤,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에 뜬 이름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네, 이사님.”

  “-집이에요?”

  “아니요, 잠시 나왔습니다.”

  “-아, 그럼 용건만 간단히 할게요. 영화제들 대부분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라가 있는 건 알죠?”

  “네.”

 

  그는 이사를 불편해했다. 인자한 얼굴에 정감 있게 반말을 사용하는 사장과 달리 깍듯한 말투를 쓰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수그러드는 법이 없는 이사는 무서운 선생님 같았다.

 

  “-이번에는 참석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 별로, 욕심 없으신 거 알잖아요.”

 

  그는 숱한 후보에 올랐지만 시상식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해외 영화제는 갔는데 국내 영화제에 얼굴을 안 비치면 위원회 분들 체면도 있고 팬들도 섭섭해 해요. 이번 작품은 반응도 좋았잖아요.”

  “그럼 개인적인 상 안 받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영화제로 참석할게요.”

 

  그는 이럴 때면 배우 류 도진의 가면을 쓰고 나긋나긋 말하면서도 단호한 어투를 지켰다. 선택을 존중하겠다며 이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는 긴장돼서 움츠려든 어깨를 조금 펴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핸드폰을 꾹 쥐고 있던 손에 땀이 반들반들 묻어났다. 그는 놀이터로 뛰어가는 어린 남매를 바라보았다. 예닐곱은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여동생을 품에 꼭 안고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꺄르르륵 터지는 웃음에 덩달아 미소 짓고 말았다.

 

  기운을 얻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힘찬 의지와는 달리 그의 발걸음은 연신 가다 멈추는 걸 반복했다. 골목을 기웃거리고 큰 길에서도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는 원래 길의 감각이 아주 둔했다. 지도에서 예측해준 도보 15분 거리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어느덧 태양은 허물어지고 있었다. 이른 추위만큼이나 어둠도 일찍이 찾아왔다.

 

  애가 타는 만큼 목이 타는 그는 편의점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아르바이트생이 무관심한 얼굴로 고갤 돌리자 그는 조금 안심했다. 망설임도 없이 따뜻한 두유를 빼고, 차가운 음료들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이온 음료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와 그는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목도리를 조금 내렸다. 한 캔을 다 마시는 데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좀 살겠다.”

 

  그는 조금 지친 얼굴로 테이블에 팔을 얹고는 엎드렸다. 머리가 다 띵했다. 고개만 옆으로 돌리자 작은 가게에서 걸어 나오는 해가 보였다. 토시를 끼고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모양새가 꽤 귀여웠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연신 셔터를 눌렀다.

 

  헤벌쭉 벌어지는 입술을 다물곤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정리를 끝낸 그녀에게 팔을 뻗으려던 찰나 제 팔목을 잡은 상대를 그대로 눕히고 말았다.

 

  그의 데뷔작은 액션 영화였고 데뷔 전에 액션 스쿨에만 1년 이상 몸담았다. 몸에 밴 훈련의 본능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제압한 상대와 눈을 마주하자 도진은 제가 더 당황하고 말았다. 팔을 재빨리 떼고는 들어 올리면서 "죄, 죄송합니다."라고 버벅거렸다.

 

  “아, 아니….”

  “거기서 뭐 해? 박 지호.”

 

  자연스럽게 불린 다른 남자의 이름에 도진은 고갤 돌려 그녀를 보았다. 단숨에 그를 알아차린 해의 이마가 잔뜩 찌푸려졌다. 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탈탈 털었다.

 

  “누나 스토커인 줄 알고…….”

 

  도진이 입모양으로 ‘나 변장했어’라고 벙긋거렸다. 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고는 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는 사이야.”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주워 다시 돌려쓴 지호가 손을 먼저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누나가 걱정돼서요.”

 

  도진은 고갤 저으며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뗐다. 먼저 가게 안으로 지호가 들어가자 해는 성큼 그에게로 다가왔다. 혼나지 않을까 하고 초조함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떻게 온 거야?”

  “잘 찾아 왔어.”

  “집에서도 방을 헷갈려 하는 네가 무슨. 엄청 헤맸지?”

  “아, 아니야.”

 

  해가 손등을 그의 뺨에 가져다 댔다. 싸늘한 바람에 익숙해진 볼이 잔뜩 얼어있었다. 언제나 서늘한 그녀의 손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나 그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두유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곧 마치지?”

 

  도진이 굳은 근육을 움직여 눈초리를 휘었다. 해가 두유를 받았다가 다시 도진의 손바닥을 말아 병을 쥐게 하고선 볼에 가져다 댔다. 따뜻한 감각이 얼굴을 조금 녹이는 것 같았다.

 

  “금방 나올게.”

 

  한소리 들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해는 조금 나긋나긋해졌다. 도진은 괜히 기분이 좋아져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 얼굴에 두유 병을 굴렸다.

 

  아슬아슬한 물결의 향연도 끝이 나고 나붓이 가라앉은 어둠 속에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가 밥 먹으러 같이 오래. 응? 같이 가자?”

 

  가방을 챙겨 나오는 해의 뒤를 따라 남자애가 생글생글 웃으며 “응? 응?”하고 애교를 부렸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파란색 스냅백 아래의 약간 쳐진 눈꼬리에 한쪽 볼에 파진 보조개가 강아지 같은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쟤랑 같이 먹어야 해.”

  “아, 그럼 같이 가면 되지. 형 같이 저녁 드실래요?”

 

  서글서글한 태도로 갑자기 물어오는 바람에 당황한 끄덕임 비슷한 행동을 했다.

 

  “된다잖아. 가자, 가자.”

 

  늘어지는 지호를 보지도 않고 해가 눈썹을 찡그렸다. 정신 차린 도진이 약간 긁은 목소리를 냈다.

 

  “다음에 같이 먹어요. 오늘은, 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아쉽다. 아빠가 갈비찜이랑 잡채 해놨는데.”

  “밥만 먹고 나올까…, 해야?”

 

  음식의 유혹에 넘어간 도진을 보고 해가 한숨을 쉬었다. 하여튼 류 도진이랑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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