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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7. 미지의 존재.
작성일 : 18-12-08 02:52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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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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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일렬로 계단을 내려갔다. 천천히 천천히.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벽에는 이끼와 얇은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겨 붙어 있었다. 계단은 길지 않았기에 금세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은 제단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법 넓은 공간. 그 중앙엔 벽돌로 쌓아 올린 단이 있고 그 위에는 내 키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비석이 세워져 있다. 바닥, 천장, 벽 할 것 없이 이끼가 가득 껴있고 그 이끼들은 형광을 내뿜어 방 전체를 연초록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벽에는 석판에 새겨진 문자가 가득히 새겨있었다.

 

  “......찾았다.”

 

  벽에 붙어 문자들을 어루만졌다. 확실하다. 도저히 찾을 수 없던 그 문자다. 그렇다면 이곳은 이 문자를 쓰는 문명의 제단일까?

  방 전체를 흩어봤다. 내가 벽의 문자에 정신 팔린 사이 시로아와 베니는 제단 위에 올라가 있었다. 비석을 보고 있던 시로아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잔뜩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오빠! 이 비석에 홈이 파여 있는데! 석판이랑 모양이 똑같아!”

  “그쪽으로 갈게!”

 

  제단에 올라 석판과 홈을 비교했다. 시로아의 말대로 완벽하게 일치했다. 내가 몇 개월간 붙잡고 있던 석판은 이 커다란 비석의 조각이었다.

  시로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맞춰볼까?”

  “당연하지.”

  “인제 와서 안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

 

  시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홈에 석판을 집어넣었다. 석판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딱 들어갔다.

 

  ‘잘했다.’

 

  또 다시 들려온 머릿속의 목소리, 하지만 우리는 그것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또다시 펼쳐지기 시작한 환상적인 광경에 정신을 빼앗겼다.

  곳곳에 자라있던 형광이끼들이 빛나는 알갱이로 변해 공중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알갱이들은 밤하늘의 은하수 같았다. 뒤이어 방 전체에 낮은 진동이 울리더니 벽과 비석에 새겨진 문자에서 파란색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예쁘다.”

 

  시로아가 황홀한 표정으로 내뱉은 그 말은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했다. 원초적 아름다움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대체 뭐야 이것들은?”

 

  베니가 알갱이를 움켜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흩날리는 꽃잎처럼 자신을 움켜쥐려는 손길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세상이 몰랐던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

 

  왕립학회에 소속된 학자로서 다방면의 지식을 익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오늘 본 모든 현상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뿐이다. 이건 지금 통용되고 있는 세상의 법칙과는 동떨어진 미지의 무언가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시로아는 그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네.”

 

  시로아가 석판을 잡자 목소리가 들려오고 빛이 나기 시작했다. ‘왠지 알 것 같다.’ 라는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나무 구멍에 손을 넣자 파란색 선이 나오고 구멍은 계단이 됐다. 거기다 지금도, 나와 베니는 잡을 수 없는 알갱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만지고 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시로아. 너 주변에.......”

 

  시로아의 주변으로 모든 점이 모이고 있다

  뒤늦게 알아챈 시로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전부 내 주변으로 모이는 것 같은데?”

 

  손발을 휘둘러 털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알갱이들은 잠깐 흩어졌다 싶다가도 다시 시로아의 주위로 돌아왔다.

  그때, 머릿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몸. 빌리도록 하마!’

 

  순간. 모든 알갱이들이 시로아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컥......!”

 

  시로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점점 숨이 가빠지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무릎 꿇었다. 깜짝 놀란 나와 베니는 시로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베니가 다급하게 말했다.

 

  “시로아 괜찮아?!”

  “심장이 뜨겁고 빨리...... 하아...... 하아.......”

  “시로아. 목 들어봐.”

 

  난 시로아의 목에 손을 대 맥박을 확인했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격한 운동을 한 후라던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인간의 몸에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의 맥박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시로아! 일단 진정하고 천천히 숨 쉬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시로아의 숨은 더 가빠졌다. 얼굴에 피가 쏠려 뻘게지고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통을 참던 그녀는 결국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야! 시로아! 정신 차려! 야!”

 

  시로아를 똑바로 눕혀 흔들며 뺨을 때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멈춰버린 머리를 어떻게든 굴렸다. 지금 뭘 해야 하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빨리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베니. 시로아 내 등에 업혀줘! 빨리!”

  “......잠깐.”

  “뭐가 잠깐이야! 1분 1초가 급한데!”

 

  베니는 내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로아의 코에 손을 대보거나 가슴에 손을 얹어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그리곤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엉거렸다.

 

  “......정상이야.”

  “뭐?”

  “맥박이랑 숨, 피부색 전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믿기지 않아 직접 확인했다. 정말이다. 아까의 상태가 거짓말인 것처럼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맥박은 정상. 피부색도 평소의 살구색으로 돌아왔고 표정도 자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정말이네. ......이제 괜찮은 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아. 하지만 그 정도 상태까지 갔으니까 빨리 내려가 그래스트 씨에게 진료를 받아야 해.”

  “내 등에 업히자. 도와줘”

 

  베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로아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 일으키려 했다.

  그때였다. 시로아가 입을 열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아무런 이상도 없으니.”

  ““시로아!?””

 

  시로아는 베니의 목에 둘러 진 팔을 빼더니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흠, 상당히 작고 여리군.”

  “시로아. 괜찮아? 몸 상태 어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베니에게 시로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걱정 마라니까 그러네. 허 거참 걱정이 많은 처자로군.”

  “...뭐?”

 

  평소의 시로아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건방진 태도에 나도 시로아도 당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동거지, 눈빛, 분위기. 모든 게 내가 알던 나의 여동생과 달랐다.

  강하게 느껴지는 위화감에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리고 확신했다.

  난 베니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을 빼 들어 시로아에게 겨눴다. 깜짝 놀란 베니가 경악하며 말했다.

 

  “잠깐 마렌! 갑자기 왜 그래?!”

  “이거 시로아 아니야.”

  “뭐?”

  “너, 뭐하는 놈이야? 시로아는 어쨌어?”

 

  시로아의 모습을 한 누군가는 자신의 목에 내밀어 진 칼끝에 흥미롭다는 듯 “호오.”하고 감탄했다. 그리곤 입꼬리를 씩 올렸다. 시로아의 얼굴에 시로아의 밝은 미소가 아닌 모르는 이의 교활한 미소가 떠올랐다.

 

  “네놈들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의 주인이 다만? 단번에 알아채다니 꽤 눈치가 좋군.”

  “닥치고 시로아를 어쨌는지 말해.”

 

  칼날을 목의 더욱 가까이 댔다. 하지만 시로아의 모습을 한 녀석은 전혀 위축됨이 없었다.

 

  “호기는 높이 사지만 일단 그 칼 내려놓는 게 좋다네? 정신은 나지만 몸뚱어리는 이 소녀의 것이니 칼부림을 해봤자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게 없을 게야. 소중한 동생이 아닌가? 상처를 입혀 쓰나.”

  “이 새끼가 진짜!”

 

  빈정거리는 녀석의 말투에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렸다. 시로아의 몸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칼을 쑤셔 박았을 것이다.

  베니가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마렌. 진정하고 칼 내려. 저 녀석 말이 맞아.”

 

  분한 마음에 한참을 망설이다 바닥에 검을 떨궜다. 베니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질문했다.

 

  “몇 가지 물어도 돼?”

  “일단 해보시게.”

  “시로아는 어딨어?”

 

  녀석은 시로아의 관자놀이를 콕콕 두드렸다.

 

  “여기에 잘 자고 있으니 걱정 마시게.”

 

  머릿속에 있다는 소리인가? 허무맹랑한 말에 베니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또 질문했다.

 

  “넌 시로아를 해할 생각이 있어?”

  “일단은 없네.”

  “그럼 나와 마렌을 해할 생각은?”

  “그건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일단 없는 것 같군.”

  “네가 머릿속에서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이라고?”

  “맞아.”

  “우리를 부른 목적이 뭐야?”

  “내가 들어갈 만한 몸뚱어리를 얻기 위해서.”

  “그게 시로아야?”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의 그릇은 엄청나. 옛 시대에 태어났으면 제국의 제일 가는 인재였을 텐데. 아쉽군.”

  “옛 시대라니? 제국은 또 뭐고?”

  “말하면 길어지니 역사를 넘어 신화에서도 지워진 머나먼 옛날이라고만 해두지.”

  “......넌 그 옛날의 사람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믿겠나?”

  “시로아가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맹해 보이는 것치곤 현명한 처자로구먼. 저기 있는 학자 양반보다 나은데?”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잠깐. 네가 내가 학자인 걸 어떻게 알지?”

  “난 이 아이의 기억을 전부 알 수 있거든. 한 몸이니까 말이지. 반대도 마찬가지야.”

 

  녀석이 시로아의 옷깃을 당겨 내렸다. 가슴팍 가운데에 파랑색의 보석하나가 박혀있다.

 

  “어린 여인의 몸에 흉을 지게 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걸 빼면 시로아에게서 나오는 거야?”

 

  허리춤에 단검에의 손잡이를 쥐며 묻는 베니에게 녀석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나오긴 하겠지만, 이 소녀의 목숨도 같이 나올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베니는 녀석을 노려보다 단검에서 손을 뗐다.

  녀석은 자신에게 쏘아지는 나와 베니에 눈빛을 번갈아 보다 어께를 으슥였다.

 

  “너무 경계하는 군.”

  “잘 아네. 알면 꺼지고 시로아를 돌려네.”

  “알았다 알았어! 하여간.......”

 

  순간 시로아의 몸이 혼이 빠져나간 듯 축 처졌다. 그리고 바로 다시 돌아왔다. 눈을 껌벅이며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는 그녀는 내가 아는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확인하고자 물었다.

 

  “시로아냐?”

  “응.”

 

  시로아가 바닥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저 태도에 나도 베니도 적잖이 당황했다. 자기 몸에 일어난 이상을 모르는 건가? 베니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시로아. 괜찮아?”

  “아,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이상 없어. 그보다 빨리 마저 내려가자.”

 

  시로아는 보석이 박혀있는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심각한 우리와 달리 그녀는 완전히 들떠있는 표정이다.

 

  “이거. 무지 재밌는 이야기거든. 가서 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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