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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의 계약자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8.11.4

 
7화
작성일 : 18-12-08 01:1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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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거짓말 하지 마시죠.”

 

  “호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빈센트가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라가 빠르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시기상 맞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분의 나이는 아무리 높게 쳐도 서른 살 초반의 어린 나이입니다. 그런데 30년 전에 일어난 소왕국 소멸에 관계되어 있다뇨? 두 세 살의 아이가 소왕국 그란시아를 멸망시켰다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흠......”

 

  빈센트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릿속에서 괜찮은 단어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맞아.”

 

  “예?”

 

  “내 기준으로 보면 그놈은 두 세 살의 어린 나이에 그란시아의 멸망에 연관되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단 들어봐.”

 

  “......”

 

  빈센트가 사라의 말을 막고, 자신이 알아낸 것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놈과 못 해도 십몇 년을 알고 지냈다.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다.”

 

  “......”

 

  사라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것이 긍정의 표시라 생각한 빈센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변하지 않았다.”

 

  “뭐가... 말이죠?”

 

  사라는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보였다.

 

  “그 녀석은... 전혀 늙지 않았어. 내가 아직 어렸을 때 그 녀석을 처음 만났었지만 그때의 그 모습과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어.”

 

  “그게 무슨......”

 

  “믿기 힘든 게 당연하겠지만 이게 사실이다.”

 

  사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는 사라가 생각에 잠겼을 때 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빈센트는 사라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고 있을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이윽고 사라가 표정을 살짝 찌푸린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표정을 보니 잘 풀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럼.. 그분이 다른 종족일 가능성은 없나요? 듣기로는 엘프나 수인들은 사람에 비해 긴 수명을 지닌 자들이 많고, 외견도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빈센트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 하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내가 눈치 못 챌 리도 없지. 그리고 너도 알 듯이 엘프와 수인들은 인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몇 십 년 동안 나를 도우며 더러운 빈민촌에서 살아갈 이유는 없지.”

 

  “......그렇겠죠. 저도 좀 부탁드려요.”

 

  사라가 자신의 술잔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건들이지 않기로 한 것 같다.

 

  ‘역시 들어올 때와 빠질 때를 잘 알아......’

 

  나는 아무런 말없이 아공간에서 새로운 술을 꺼내 사라의 잔에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술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

 

  그때 밖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히이이이잉ㅡ!!

 

  이제까지 들었던 것과는 다른, 살짝 아쉽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뻔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성벽이 보이는 것 같군.”

 

  사라가 술잔을 기울이며 답했다.

 

  “그럼 이제 이 짧은 술자리는 정리해야겠네요. 길드장 님.”

 

  “그래야지. 그럼 이제......!!”

 

  술자리를 끝내기 위해 마지막 잔을 사라와 같이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가볍게 잔을 부딪치기 직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길드장 님?”

 

  내가 잔을 부딪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리자 사라가 왜 그러냐는 듯 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답을 할 여유는 없었다.

 

  ““““히이이이이잉ㅡ!!””””

 

  그리고 그 순간 마차를 이끄는 4마리의 마수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흥분이 아닌, 명백한 적의 묻어난 울부짖음이었다.

 

  찌릿ㅡ 찌릿ㅡ

 

  마차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수들이 내뿜는 살기에 온 몸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마수들에게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챈 사라가 당황한 기색이 여력한 채로 중얼거렸다.

 

  “사라 블라스턴.”

 

  빈센트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대륙 3대 길드 중 하나인 아세르카 길드의 길드장이자 마스터로서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예,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사라가 곧바로 아세르카 길드의 부 길드장으로서 답했다.

 

  “지금부터 아세르카 길드의 마스터로서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너에게 위임하겠다.”

 

  “알겠습니다.”

 

  빈센트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너를 도시에 내려준 다음에 나는 곧바로 돌아가겠다. 내가 돌아올 때 동안 모든 사안들을 안정화시켜라.”

 

  “마스터의 본부대로.”

 

  이윽고 마차가 원래의 목적지에 도착을 하자 빈센트가 흥분한 마수들을 잠시 진정시키며 사라를 도시 안쪽으로 보냈다. 그 모습을 모두 본 빈센트가 다시 어떻게든 흥분을 참으며 바닥을 깨부수고 있던 마수들에게 다가갔다.

 

  ㅡㅡㅡㅡㅡㅡ

 

  들을 수 없는 이질적인 울음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풍기는 피비린내가 절로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그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던 빈센트가 3마리의 마수들을 이끌고 있는 단 한 마리의 마수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너의 주인에게로 돌아가자.”

 

  *

 

  이미 밤이라는 개념이 내려앉아 어둡게 변한 낮선 도시를 걷던 사라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은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마스터께서 그런 표정을 지으신 건지, 4마리의 마수들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적개심을 품은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녀가 방금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딱 한 가지 존재했다.

 

  [지금부터 아세르카 길드의 마스터로서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너에게 위임하겠다.]

 

  그것은 일개 길드의 장으로서가 아닌, 대륙에 퍼져있는 모든 지부의 아세르카 길드를 총괄하는 마스터로서의 권한을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에게 일임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서두르죠.”

 

  그 말과 함께 수행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그것에 맞춰서 그녀의 발걸음 또한 더욱 빨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자신에 대한 확신과 그 확신을 받쳐주고 있는 누군가의 맹목적인 신뢰였다.

 

  ‘이쪽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 부디 무사하십시오.’

 

  *

 

  붕ㅡ!

 

  순백의 검신이 허공을 가른다.

 

  붕ㅡ! 쏴아아아악ㅡ!!

 

  처음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공에서 움직이던 검이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감히 일련의 동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살벌한 소리와 함께 가르고 있었다.

 

  종으로, 횡으로, 찌르기로. 간단한 동작들이 한데 뒤섞이면서 하나의 검무가 이루어졌고,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날카로워 그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베일 것만 같았다.

 

  부우우웅ㅡ!!

 

  그리그 그 검무의 끝을 알리기 위해 순백의 검신이 아래로 떨어졌다.

 

  새하얀 검신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던 순백의 아지렁이들이 순간적으로 날에 집중되면서 닿지도 않았던 바닥을 족히 수십 미터정도 베어냈다.

 

  “끄으으윽!”

 

  챙ㅡ!

 

  그리고 검무가 끝나자마자 새하얀 아지렁이를 뿜어내며 아름답게 허공을 갈랐던 검이 처량하게 바닥으로 떨어졌고, 검을 휘두른 사내는 거친 숨을 뱉으며 딱딱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하아ㅡ! 하아ㅡ!

 

  더 이상 몸을 가눌 힘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사내는 바닥에 완전히 몸을 누웠고, 사내가 흘린 땀이 연갈색의 흙바닥을 진흙처럼 바꾸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변했다니......”

 

  잠시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검을 휘두른 사내가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 마치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아니, 이건.’

 

  검을 잠시 놓았다고 해서 닿았던 경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쌓았던 힘과 기술은 여전히 건재하였으며 전혀 변하지도 않았다.

 

  수천, 수만 번 행한 기술들은 그리 간단하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사내의 몸이 겪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검을 장기간 놓아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그것 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젠장......”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던 사내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휘이이이잉ㅡ

 

  사내가 몸을 일으키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불어오자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바위들이, 꽃들이, 동물들이 저마다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움직였다.

 

  사내의 시선이 쾌청한 하늘을 향했다.

 

  방금 전에 느꼈던 불쾌감이 바람에 날아가 버린 듯 사내의 마음이 아주 조금이지만 편해졌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클라크에게 식량을 받고, 도시를 떠난 후로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빈민촌에서 나와 곧바로 의식을 치르기 위해 숲으로 들어온 사내는 남는 시간동안 클라크에게 선물 받은 검을 휘둘렀다.

 

  처음에는 단순히 귀한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상당히 좋은 검일 줄로만 알았지만 검에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휘둘러보니 이것이 단순히 잘 만들어진 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내가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주워들었다.

 

  툭ㅡ 툭ㅡ

 

  바닥에 떨어지면서 손잡이에 묻은 흙을 털어낸 사내가 검을 납도 한 후 자신의 뒤에 있던 거대한 나무에 검을 기대어 놨다.

 

  “그럼 이젠......”

 

  “내일인가? 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

 

  움찔

 

  그 순간 누군가가 거목의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건 분명히 소녀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사내는 내려놓았던 자신의 검을 재빠르게 회수하는 동시에 경계심은 대폭 상승 시켰다.

 

  모든 신경이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집중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위험한 숲속에 어린 아이가 무사히 숲의 중앙까지 들어왔다는 것 차체가 말이 되지 않았지만 사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심치 않았다.

 

  앳되지만 고혹적이고, 순진하지만 잔혹한 그 목소리를 자신이 착각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한 사내가 겨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따스한 햇빛아래에 생긴 거목의 그림자 속에서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내가 말 했잖아. ‘그럼, 다음 기회에’ 라고. 기억 안 나?”

 

  소녀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자 사내의 표정이 빠르게 식어갔다.

 

  “그딴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그래서. 무슨 볼일이지? 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습을 드러낼 성격은 아닐 텐데.”

 

  저벅ㅡ 저벅ㅡ

 

  “딱딱하기는. 그런 남자는 계집애들에게 인기가 없는 법이라고. 아, 그러고 보니까 너는 이미 계집이 있었었지? 뭐... 죽어버렸지만.”

 

  꽈악ㅡ!

 

  소녀가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말을 하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습을 나타낸 이후로 항상 웃음기가 가득했던 소녀의 얼굴에 균열이라도 일어난 듯 무표정이 그 사이로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 뭘 하는......”

 

  치이잉ㅡ!

 

  “큭!”

 

  사내가 자신의 팔을 강하게 붙잡자 소녀가 이에 벗어나기 위해 몸을 조금 움직인 순간 순백의 검이 튀어나오면서 소녀의 목을 압박했다.

 

  조금이지만 분명 사내의 검이 자신의 목을 어느 정도 베고 들어온 것을 느낀 소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신의 목을 파고 들고 있는 사내의 검에서 짙은 살기가 진득하게, 더욱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

 

  사내가 광기에 찬 눈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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