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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6
작성일 : 18-12-07 23:01     조회 : 284     추천 : 2     분량 :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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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고아 씨 (10)

 

  미x년. 정신 나간년. 그렇게 몇 번을 자책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건 전화도 아니었다. 그저 무슨 짓이든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전화라도 해 본 셈이었다. 전화를 걸면서도 진짜로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도중에 끊어버렸다. 그랬더니 다시 연락이 걸려왔다. 다시 걸린 전화를 받은 것 역시, 무슨 생각이 있어서 받은 건 아니었다.

 

  고아 씨는 눈을 질끈 감고 다가올 욕설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승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승아가 의도했을 리는 없지만, 고아 씨에겐 그런 승아의 반응이 험악한 남자 하나가 자신의 두 눈 앞에 주먹을 가까이 갖다 대며 언제 때릴지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그 짧은 시간은 그녀의 예쁜 얼굴이 바짝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예고도 없이 승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찢겨 나온다. 오랜만이니 잘 지내셨냐 느니. 이놈은 이런 상황에 대체 뭔 소릴 하는 건질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단 뭐라도 대답을 하려 했건만 말 한마디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꺽꺽거리는 뭔가가 목구멍에 틀어막혀 빠지지가 않는다. 고아 씨의 목을 안쪽에서 꽉 죄이고 있다.

 

  그 힘든 와중에, 웬 차가운 게 볼에 툭 떨어지나 싶었다.

 

 

  - 강승아 (11)

 

  우는 여자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근 몇 년간 제대로 된 연애 한 번도 없던 승아가 이런 일에 능숙할 리 만무했다. 한두 번으로는 모자랐는지 죄송해요 라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고장 난 테이프처럼 반복하는 그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작가님의 잘못보다 자신이 전화를 건 게 더 큰 잘못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든 제대로 달래주고 싶은데, 도무지 어떤 타이밍에 끼어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와중 묘하게도, 고아 씨의 당황이 거리낌 없이 드러날수록 도리어 승아는 침착해지는 걸 느꼈다. 사실, 서로가 당황한다면 지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저기.."

 

  끝도 없던 죄송하단 말이 뚝 끊겼다. 그 대신 간신히 울음을 눌러 참는 히끅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정신 없는 상황에서 승아는 어처구니없게도, 울음을 참는 고아 씨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입꼬리도 올라갔다. 승아 본인은 전혀 눈치 못 챘더라도.

 

  "울지 마세요. 얘기 좀 해요."

 

  뭐라뭐라 대답이 들렸지만 울먹거리는 소리에 통 이해할 수 없었다. 말보단 차라리 옹알이에 가깝지 싶다. 승아가 반응하지 않아도 고아 씨는 중얼거림을 멈추질 않는다. 지금은 무슨 말을 걸더라도 어떤 답도 듣지 못할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침내 고아 씨의 울음도 조금씩 멎는다. 계속해서 뭐라고 중얼거리던 말이 이제야 들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제대로 대화가 될 것 같다. 순간, 승아는 자신의 입꼬리가 광대를 뚫을 기세로 올라온 것에 놀랐다. 설마 자신이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기라도 한 건지, 생각도 못 해본 일이다. 누군가에게 들킬 것 같아 헛기침 몇 번에 감정을 추스른다. 자신은 그런 변태적인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상대가 작가님인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작가님, 이제 좀 괜찮아요?"

 

  네 네 하는 대답이 들린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팽하는 코 푸는 소리까지 들렸다. 이미지가 깨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승아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방금 코 푸는 소리 한 번이, 고아 씨를 작가님이 아닌 고아 씨로 보이게 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다 말할 거죠. 다 퍼뜨릴 거죠.

 

  여전히 울먹거리는 말투. 꼭 투정부리는 것 같다. 잘못한 사람이 하는 말 치곤 조심성도 예의도 없는 말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현실적인 고아 씨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지금 상황에서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냉혈한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한 말일 것이다. 지금 승아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강제적인 효력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당장 본인 맘은 편해지겠지. 고아 씨가 아직 판단력이 덜 돌아와서 섣불리 건 도박인가 싶지만, 승아는 지금 어떤 때보다 침착하다.

 

  "네 전부 퍼뜨리려구요."

 

  으아앙 하며 또다시 서럽게 우는 소리.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다른 손으로 입을 꽉 막고 어깨를 들썩거렸다. 도무지 안 되겠다.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게 얼마나 갈진 몰라도, 관계의 역전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결코 고아 씨를 진심으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드러난 고아 씨의 새로운 모습에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우는 고아 씨가 귀엽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 때문에 우는 게 마음에 든다. 고아 씨가 남 때문에 이렇게나 울었다면 본인도 같이 울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도 몰랐던 가학적인 측면이 스스로도 어처구니없지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정말 죄송해요, 저 진짜.. 이거 오래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아니,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게 먼전데..

 

  드라마는 드라마고 소설은 소설이다. 현실은 늘 어딘가 씁쓸한 진심이 있는 거라고 승아는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다. 화는 누그러진 지 오래고 애초부터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친절히 알려줄 필요성도, 지금은 못 느끼겠다.

 

  이거 비밀로 해주시면 제가 뭐든지 다.. 아니 뭐든지 다가 아니고 제가 어떻게 해서든 뭔가..

 

  보통 절박하면 뒤를 생각할 여유 따윈 없을 텐데, 정신없는 와중에도 가끔씩 고아 씨의 이성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역시 고아 씨.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4년 간의 애매한 사이는 마침내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앞으로 승아와 고아 씨의 사이가 결정될 것이다. 승아는 사뭇 진지해진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을 한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작가님. 있잖아요. "

 

  잠깐의 정적 후 말씀하시라는 대답이 들렸다. 목소리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처구니없는 부탁이라도 하려는 줄 아는 것 같다.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그렇게.."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뜸을 한참을 들이고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기어이는 말을 꺼냈다.

 

  ".. 팬더랑 잘 어울리나요."

 

 

 - 고아 씨 (11)

 

  맥이 탁 풀렸다. 어이가 없다. 오늘에서야 깨달았지만, 승아는 고아 씨의 상식으론 도무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동안 했던 열 몇 번의 연락으론 승아의 반의반도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거지만. 고아 씨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훌쩍거리기만 하다가, 어떻게든 할 말을 찾아낸다.

 

  "네.. 그래서 낙서한 건 아닌데.. 아니 그냥 잘 어울리시길래 무심코.."

 

  고아 씨의 페이스를 되찾는 일이 쉽지 않다. 대기업을 상대로도 막히는 것 없이 말하는 고아 씨가 일개 팬에게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울음은 거의 멈췄지만, 너무 울었는지 머리가 멍하다. 귀에선 삐 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피곤함에 몸이 절어 쓰러지고 싶다. 이제 그만 용서하시고 제가 잠 좀 잘 수 있게 해주세요 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오르지만 차마 꺼낼 수 없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진짜 을의 입장에서 벗어날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승아님이 사실 되게 귀엽게 생기셨거든요? 일에 집중이 안 돼서 그래서 심심풀이로 하던 걸 잘못 저장했는데.. 아니 잘못 저장한게 아니라.. 아니에요.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승아를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나. 팬더를 덧칠하니 조금은 그렇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승아는 절대 고아 씨의 취향이 아니다. 구체적으론 고아 씨의 취향과 정확히 반대에 있는 사람이다. 승아처럼 늘 고아 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도리어 고아 씨를 휘두를 만큼 자신감 있는 사람이 고아 씨의 취향이다. 거기에 팬더맨 이라는 이름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적은 이름이다.

 

  변명이 길어지니 앞뒤가 맞질 않는다. 고아 씨의 자랑거리인 논리적인 사고가 눈물에 녹슬었다. 너무 뻑뻑해서 작동하질 않는다. 이젠 지쳐간다. 다 포기하고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저 이 일 아니면 아무것도 못 해요 정말이에요. 돈도 다 돌려 드릴 테니까.. 그러니까.. "

 

  다시금 울컥한다. 가슴이 찌릿하고 아파왔다. 정말로, 이렇게 비참한 기분은 평생 처음이다.

 

  대답은 없다. 저 휴대폰 너머에 승아가 어떤 표정인지, 뭘 하고 있을지 예상도 못 하겠다. 어쩌면 방금 질문이 순전히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 던진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가, 얼마 가지 않아 눈물에 푹 젖어 체념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승아가 자신을 놀린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이제 말장난 몇 번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오늘 밤엔 제대로 잠도 못 잘 것이다. 내일 느지막이 일어나면 팬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저년이 그렇게 x년이다' 같은 소문이 떠돌아 다닐 거고,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수많은 사람들 입에서 질겅질겅 씹히다가 결국엔 폭죽 터지듯 매장당하겠지. 그러고 나면 이젠 다시는 이 업계엔 발을 못 붙일 거고, 그러고 나면 여태까지 이룬 내 커리어란 커리어는 전부 버리고 완전히 새로 출발해야 할거고. 새로 출발하면 차라리 다행이지, 자신에게 보장된 미래는 아무것도 없다.

 

  암울하다. 고아 씨는 충동적으로 전화를 끊고 콱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니, 아니, 아니. 그럴 순 없다. 죽는 건 역시 무섭다. 다른 일을 할 자신도 없다.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수습해서 내 일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강하게 씹었는지 피가 주륵 흘러내린다. 또다시 눈물이 핑 돌았지만, 정신은 조금 깨는 것 같다. 고아 씨는 벌떡 일어섰다. 머리가 핑 돌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내 일을 지킬 것이다. 어떤 과정이 뒤따르더라도 참을 수 있다. 아니 참아야만 한다. 혹여 앞으로 평생 저 팬에게 오글거리는 친절함을 가장해야 한다 하더라도.

 

  독하게 맘을 먹은 여자는 숨을 고르고 준비를 끝낸다. 이제 말할 준비가 됐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그때 가서 후회하는 게 낫겠지 하며, 입을 떼려는 순간.

 

  괜찮아요 작가님.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휘청였다. 쇠꼬챙이처럼 날카롭게 박아넣은 결심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이다.

 

 .

 
작가의 말
 

  예상한것보다 더 춥네요. 나가지 말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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