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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장 숫자의 비밀 - 2
작성일 : 16-09-19 13:26     조회 : 448     추천 : 0     분량 : 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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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어깨가 가로로 놓인다면 그와 비슷한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 한 명이 집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꽉 차 있었다. 그는 거리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식당으로 몸을 옮겨 자리에 앉은 후 메뉴를 적어놓은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숫자와 글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적혀있는 판을 유심히 보던 그는 테이블위에 있는 주문버튼 중 7번을 눌렀다. 결재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나오자 세 번째 손가락을 그곳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승인버튼을 누르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그는 그릇 겉에 새겨진 열량과 영양 성분을 읽은 다음 두꺼운 음식은 젓가락 끝으로 나누고 딱딱한 야채는 그릇 밖으로 걷어낸 후 먹기 시작했다.

 

  벽속에 있는 TV엔 일 년 동안 있었던 나라의 행사와 사건, 사고를 정리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음식으로 한 번, TV로 한 번 고개를 돌리며 먹고 보고를 반복했다. 그 영상은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끝났고 곧 총리의 연설이 시작됐다.

 

  총리는 젊은데다 열정이 가득한 인상으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다. 그 정책 중 하나가 숫자 7을 없애는 것이었다. 총리는 푸른 목장에 양떼가 뛰어다니는 그래픽 위를 적당한 속도로 걸으며 국민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여러분, 제 뒤를 걸어 다니는 양들이 몇 마리입니까?"

 우찬7은 입속의 음식 때문에 입술을 오물거리며 화면 속 양을 세었다. 7마리였다.

 "7마리? 아닙니다. 멍청하게 지혜를 혼자 내버려 두시면 어떻게 해요. 7이라는 숫자는 헷갈리고 이상한 숫자입니다. 그 생김새도 그렇고 의미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7을 쓰지 마세요. 8마리에요. 지금 제 뒤에 있는 양들은 8마리입니다. 아시겠죠!"

 

  황당하게도 식당 안의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는 소리를 냈다. 우찬7은 그릇 속을 쳐다보며 밥알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하나 더. 그가 마지막 밥알의 개수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식당 밖에서 폭음이 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봤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장면엔 숫자 7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고 경찰 수 십 명이 서로의 팔을 엮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우찬7은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문 앞으로 갔다. 시위대가 흘리는 피의 색이 점점 더 분명해질 때까지 걸음을 옮긴 그는 유리문 앞에 코를 대고 문이 막아버린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소리를 막고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빼내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마음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피 흘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진 7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고 곧 뭉클해진 마음이 7을 외치기 시작했다. 마음과 입이 연결돼 있다면 큰 소리가 될 것이 분명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그 시위대 한 가운데로 가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다시 식탁으로 뒷걸음쳤다. 그는 문을 등지고 앉아 미지근한 물을 입에 넣고 잇몸을 헹군 후 뱉어냈다. 그가 뱉어낸 물은 그의 신발에 조금 튄 후 옆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의 발목부분으로 날아갔다. 남자는 피부에 물이 닿자마자 엉덩이로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높지 않은 가로등이 하나 밖에 없는 긴 골목의 중간에 우찬8은 넘어져 있다. 가로등은 그와 어울리게 밝지 않았으며 불규칙적으로 꺼졌다가 켜지곤 했다. 그가 넘어진 것은 땅이 조금 솟아있는 것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발목에 물이 묻은 남자가 그를 골목으로 끌고 와서 넘어트렸기 때문에 그는 가슴을 땅에 대고 있는 것이다.

 

  그가 넘어진 후로 7명의 사람들이 골목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슬개골을 땅에 대고 있는 것이다. 골목으로 끌려온 그는 몇 대 맞지 않았지만 죽는 시늉을 잘했기 때문에 숨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우찬7이 과도한 폭력을 쓰는 그에게 맞섰다면 그는 지금 쯤 아버지가 있는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손바닥을 땅에 대고 팔을 폈다. 팔이 펴지면서 세워진 상체를 벽에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던 그는 다시 눈을 뜨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엔 여러 가지 색이 만든 숫자들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는 시야를 선명하게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든 다음, 다시 하늘을 봤다. 7이 새겨진 하늘은 잠시 동안 멈춘 듯 했다. 그는 시간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숫자가 멈춰져 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는 하늘로 뛰어가면 7을 만나고 만질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몸의 여러 군데에서 오는 통증을 꾹 참으며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수직으로 비상하는 비행기들과는 다르게 그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그리고 거리에 꽉 차있는 사람들 때문에 더 오래 뛸 수도 없었다. 그는 심하게 빨리 뛰는 심장을 진정 시킨 다음 춤추는 사람들의 어깨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찬8은 춤을 못 춘다. 골반과 견갑대의 움직임이 좋지 않아서 배경음악의 리듬에 따라 적절한 움직임을 할 수 없고, 적당한 간격으로 다리를 움직여서 상체의 움직임이 안정되도록 하는 능력도 없다. 그래서 그는 차렷 자세와 비슷한 자세를 한 후 좌우로 몸을 비틀면서 주변 사람들 속에 섞여있다.

 

  춤추는 사람들의 동작이 점점 커지자 모였던 사람들의 반 정도가 집으로 들어갔고, 남아있는 반 정도는 춤을 추다가 불꽃쇼를 보며 칼슘주스를 마시고 있다. 우찬8은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표정과 대화, 몸짓에 눈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의 표정, 대화, 몸짓은 우찬8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7이 없어진 것에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찬8이 원하는 표정과 대화, 몸짓을 우찬8에게 줄 수 없는 것이다.

 

  우찬8은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밝지 않은 골목에 혼자 누워 있었을 때부터 화려한 불빛이 공기를 색칠한 거리의 중심에 있는 지금까지 그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발견했고 그 차이점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흔들던 몸을 고정하고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그의 옷깃을 스치며 계속 몸을 흔들었고 몇몇의 사람들은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허리를 손바닥으로 밀었다.

 

  그는 사람들의 미는 힘 반과 사람들에게 멀어지려고 하는 마음 반으로 거리에서 멀어졌다.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다가 쓰러져 있던 골목에 깜박이는 가로등을 보던 그의 눈에 한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허리를 접고 눈을 작게 만들어서 그 여자의 얼굴을 분간하려 했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꺼지는 가로등의 방해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자에게 가까이 가려했다. 웬일인지 발가락이 떨리며 보행을 어렵게 했지만 웬일인지 잘 참으며 한 발씩 내딛었다. 21세기를 살던 우찬8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 번도 선을 위해 행동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쓰러진 여자를 도우려는 것인가? 아니지, 아직 돕지 않았다.

 

  우찬8은 그냥 얼굴만 확인하고 혹시 여자가 죽었다면 다시 돌아와 가던 길을 갈 수도 있다. 섣불리 그가 22세기가 되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가 쓰러진 여자의 몇 미터 앞 까지 갔을 때, 그보다 먼저 여자에게 갈 수 있는 속도로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경찰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경찰이 먼저 지나가도록 몸을 비켜 세웠다. 경찰은 무릎을 구부려 앉아 손가락 두 개를 여자의 경동맥위에 올려놓았다.

 

  우찬8은 경찰의 손가락을 유심히 쳐다보며 여자의 핏줄이 움직이기를 바랐다. 잠시 동안 가만히 있는 경찰의 손가락을 보며 우찬8은 침을 꼴딱 삼켰다. 침을 삼키는 소리는 경찰의 고막을 진동시켰고 경찰은 머리를 급하게 돌려 그를 쳐다봤다. 경찰과 눈이 마주친 그는 시선을 돌릴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그를 수상하게 쳐다보며 몸을 일으켰다. 경찰의 몸이 그의 코앞에 올 때까지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찰이 있던 자리에 고정했던 시선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가오는 경찰의 몸을 피해 그 여자를 계속 쳐다봤다. 하지만 여자는 움직일 기색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왜 여기서 계속 서있는 거지?"

 "그냥요."

 "당신 저 여자랑 무슨 사이야? 혹시 당신도 '세븐'인가?"

 "세븐?"

 "모른 척 하는 거야 모르는 거야?"

 "난 세븐이 뭔지 잘 모르는데……."

 "손가락을 펴봐!"

 우찬8은 손가락을 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등과 손바닥을 교대로 보여 주었다.

 "손가락이 몇 개지?"

 "11개요."

 "그래, 맞아. 잘 알고 있군. 22세기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어쨌든… 미친 여자니까 도와줄 생각하지 말고 돌아가."

 

  우찬8은 경찰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경찰이 등을 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등을 돌렸다. 왜냐하면 등을 돌리며 슬쩍 쳐다본 여자의 경동맥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걸음이 빨라졌다. 경찰도 그 여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우찬 8은 다시 한 번 침을 삼키며 그들의 걸음을 따라갔다.

 

  여자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썼다. 쉽게 꺾여서 펴지지 않으려는 팔에 힘을 주느라 근육이 단단해졌고 그 속에 있는 혈관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약간 일으킨 후엔 벽을 손바닥으로 긁어서 상체의 무게를 들어올리기 위해 낑낑댔다.

 

  몇 분 전의 자신처럼 몸을 움직이는 여자를 쳐다보던 우찬8의 마음이 이상한 감정으로 둘러싸였다. 강렬한 향기에 콧속이 얼얼해져서 또 그 향기를 맡고 싶을 때와 비슷한 감정, 아름답게 생긴 물고기가 물이 없는 곳에서 파닥거리며 지느러미에 흙을 묻힐 때 그것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측은함이 그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경찰을 앞질러 그녀에게 갔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등에 태웠다.

 

  그녀를 업고 달리는 우찬8을 보고 경찰은 총을 쐈지만 우찬8의 발달된 근력과 감각, 운동신경은 총을 피해 달아나기에 적합했다. 경찰은 가지고 있는 총알을 다 쓰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경찰이 하는 말엔 두 사람의 운명이 달콤하게 될 리 없다는 저주가 대부분이었고 22세기엔 쓰지 않기로 했던 저급한 욕설도 들어 있었다.

 

  우찬8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맘속엔 자신의 등에 업힌 여자를 구해준 일이 남아있는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고, 심지어 범죄자가 되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염려가 있었지만 왠지 그 일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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