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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수께끼의 노인을 만났습니다.
작성일 : 18-12-07 19:33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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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까지 하게나."

 

 후드를 뒤집어 쓴 인물이 검을 맞댄 채 란제에게 말했다.

 

 상당한 중저음의 보이스였다.

 

 

 

 "....."

 

 란제는 표정을 찡그리며 후드의 안쪽을 노려보았다.

 

 얼굴에 잡힌 선명한 주름과 한쪽 눈에 난 세로로 찢어진 커다란 상처

 

 이 마을에서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영감님 대체 뭐하는 분이신데 절 방해 하시는거죠?"

 

 거친 목소리로 란제가 소리쳤다.

 

 "자네들 목숨을 생각해서 하는 소리라네."

 

 노인이 란제의 검을 가볍게 튕겨내며 말했다.

 

 

 

 

 

 '이 사람 대체 어느틈에.....'

 

 그레이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등 뒤에서 자신에게 검을 겨눴던 란제의 움직임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접근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이 정체불명의 인물의 기척을 그레이스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애송이들이랑 놀아줄 시간이 없다네. .

 그녀가 이빨을 보이기 전에 빨리 도망가게나 "

 

 노인이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애송이?'

 

 란제가 듣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들썩였다.

 

 "어르신~ 제가 오냐~오냐~ 해드렸더니, 만만해 보였나보죠? "

 

 란제가 검을 양 손으로 움켜 쥐었다.

 

 그러자 검에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 모양이구먼, 젊은이"

 

 노인이 다시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강철의 일격!"

 

 란제가 스킬을 외치며 노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음푹 패인 바닥

 

 하지만 그곳에 이미 노인은 없었다.

 

 

 노인이 있는 곳은 란제의 등 뒤 가로막힌 벽과 가장 가까운 공간

 

 검손잡이에 손을 올린채 허리를 숙이고 있는 노인의 후드가 바람에 뒤로 확 넘어갔다.

 

 

 

 

 '위험해!'

 

 야밤에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들처럼 예리하게 빛나는 노인의 두 눈

 

 살을 파고드는 날카롭게 날이 선 바람의 촉감

 

 그레이스는 자신의 옆에 굴러다니는 쓰레기통을 발판 삼아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만월참"

 

 그와 동시에 검을 뽑아 드는 노인

 

 하늘에 물구나무 서듯 거꾸로 메달린 그레이스의 두 눈에 하얀 빛의 파동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쾅~ 콰강~!

 

 뛰어 올랐던 그레이스가 다시 철제 쓰레기통 위로 내려왔다.

 

 '......'

 

 예리한 눈을 반짝이며 그레이스는 파동이 지나간 자리를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베이지 않았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분명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날카로운 파동이 자나갔는데...

 

 위험하단 생각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온 몸의 신경이 말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잘 듣게 젊은 친구들"

 

 검집에서 완벽하게 칼을 꺼내 든 노인이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 넣으려는듯 손 위에서 칼을 반바퀴 빙글 돌렸다.

 

 "지금부터 나한테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게 좋을게야.

 내가 이 검을 검집에 끝까지 집어 넣을때까지 최대한 멀리 도망가게.

 내가 해주는 마지막 경고라네."

 

 노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웃기지 말라고! 영감탱이! "

 

 반쯤 겁에 질린 얼굴의 란제가 검을 집어들고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스으으윽~!

 

 그리고 란제가 발을 노인을 향해 발걸음을 땐 그 순간 노인의 검이 검집에 약 3cm정도 들어갔다.

 

 

 그 순간

 

 "푸허어억"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며 검을 놓친 란제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피

 

 노인은 남아 있는 란제의 잔당들을 노려보았다.

 

 

 

 "자 다음은 누가 달빛에 흩어지겠나"

 

 

 

 

 "으...으아아아아!!!"

 

 "도망쳐!"

 

 "비켜! 내가 먼저 도망갈거야!"

 

 "닥치고 뛰기나 해! 나는 죽기 싫다고!"

 

 노인의 눈과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란제의 뒷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도망가기 시작하는 사람들

 

 오로지 딱 한 사람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나요?"

 

 쓰레기통 위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그레이스가 노인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냥 좀 질 나쁜 건달일 뿐이었잖아요. 왜 죽인거죠?"

 

 그레이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자신의 손도 깨끗하다고는 말 할 수 없었지만, 노인의 방금 전 살육은 그레이스가 생각하기에 무의미한 살육이었다.

 

 "허허허... 이거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마시길..."

 

 노인이 칼집을 완전히 검집에 집어 넣으며 웃었다.

 

 

 

 그레이스는 놀란 눈으로 사람들이 도망가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레이스가 생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허겁지겁 도망가던 사람들이 여전히 허겁지겁 도망갈 뿐이었다.

 

 

 

 "죽인게 아닙니다.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을 뿐이지요"

 

 노인이 쓰러진 란제의 목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잡아 뜯듯 란제의 뒷목 피부를 확 잡아 뜯었다.

 

 

 "이건...."

 

 란제의 뒷목을 본 그레이스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란제의 목은 거의 떨어져있다고 해도 놓을만큼 엉성하게 바느질되어 있었다.

 

 이런 상태로 사람이 살아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방금전까지 분명...."

 

 산 사람처럼 분명 움직였었다.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상태로....?

 

 

 

 

 

 "'파랑'의 마법사 세루리안.

 그녀는 사람들을 이용해 많은 인체실험을 해왔지요. "

 

 검을 집어넣은 노인이 머리에 후드를 다시 뒤집어 썼다.

 

 "그리고 이 사람은 이미 세루리안에 의해 살해당한 이입니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 한 모양이지만 말이죠."

 

 노인이 다시 목에 상처를 가리고 있던 얇은 피부를 란제의 목에 붙여 놓았다.

 

 그레이스는 말 없이 쓰러져 있는 란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도 결국 세루리안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들 중 하나라는 노인의 이야기

 

 그레이스는 앞서 묻은 이들과 함께 란제를 묻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는 없을 것 같았다.

 

 노인이 손을 올려 란제의 눈을 감겨주자 안식을 되찾기라도 한듯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란제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란제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자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레이스를 노려보았다.

 

 그레이스를 보는 노인에게서는 뼛속까지 떨게 만드는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바짝 몸을 낮췄다.

 

 동물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언제까지 그런 어린아이 흉내를 낼 생각인거죠? 악신 아카네

 그게 당신의 새 육신입니까?. 굉장히 특이한 차림을 하고 있군요."

 

 고양이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린 그레이스를 향해 노인이 말했다.

 

 아무래도 눈 앞에 이 노인도 폰틴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아카네 여신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제 이름은 그레이스예요."

 

 그레이스가 가면을 벗고는 노인에게 얼굴을 한 번 보이고는 서둘러 가면을 다시 착용했다.

 

 "끝까지 그러시다면 하는 수 없죠."

 

 노인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모습으로 한걸음씩 그레이스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뚜벅뚜벅 세 걸음을 다가온 노인의 모습은 순식간에 그레이스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오싹!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살기,

 

 그리고 스릉~! 하는 검집에서 검이 뽑히는 소리

 

 그레이스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

 

 그 곳에는

 

 야수처럼 번뜩이는 두 눈과 함께 달빛에 빛나는 예리한 검이 바로 그레이스의 눈 앞에 놓여 있었다.

 

 

 

 '죽는다.'

 

 그 순간 그레이스의 머릿속에 든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분명 죽는다. 아니 이미 죽었다.

 

 지금 들어오는 일격은 절대로 피할수 없다고 그레이스의 수많은 전투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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