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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느루 가는 길
작가 : 윤비꽃
작품등록일 : 2018.12.3

신규 간호사 여 운. 고 삼 수험생 오 늘.
힘들고 외로워도 의지할 곳 없는 원룸, 느루빌.
그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의지하며 사는,
오늘을 여운있게 사는 두 여자의 이야기.

 
3화 - 버스 민폐녀
작성일 : 18-12-07 18:58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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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이었다. 친구와 만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로 한 늘이는 공부할 것들을 챙겨 느루빌을 나섰다. 도서관은 느루빌에서 버스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조금은 멀었지만 가장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이기도 하고 가면 친구와 저녁까지 때울 수 있으니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이 좋을 모양이다.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탄 늘이의 눈에 옆집 여자가 보였다. 사실은 원룸에서부터 같이 나왔는데 왠지 서로 괜히 민망해 일부러 다른 곳을 보고, 이어폰도 끼고, 핸드폰도 보고. 그렇게 못 본 척 정류장까지 왔다. 버스는 다른 걸 타겠지, 했는데 하필 같은 버스다. 모른 척하고 있으면 아마 내리는 정류장은 다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늘이는 버스 기둥을 잡고 핸드폰을 켰다. 버스는 점점 혼잡해졌다. 그냥 이 버스를 보내고 다른 버스를 탈 걸 그랬나 보다. 운이 좋긴 개뿔. 아무도 안 들리게 혼자서 툴툴거린 늘이가 남은 정거장을 확인하고는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

 버스가 조금 혼잡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달라붙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상하리만치 딱 달라붙은 웬 아저씨의 손이 늘이의 허리를 스쳐지나갔다. 고의였을까, 아니면 실수였을까. 얼어붙은 듯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머리에 늘이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소리를 질러야 할까. 뒤돌아서서 누군지 확인을 해야 할까. 만약 실수로 스친 거면? 그 사람이 자신을 치한 취급했다고 불쾌해 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나도 불쾌했는데? 그 짧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늘이는 어느 생각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게 늘이가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있는 동안 늘이의 허리를 스쳐 지나갔던 손길이 이번엔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안착했다. 소름이 쫙 끼쳤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지, 라는 매뉴얼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그 상황에 닥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 그 어느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 손은 슬금슬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소리를 질러야 한다. 저 못돼먹은 치한이 자신을 이용해 즐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딱 3초 뒤에 소리를 지르는 거야.. ‘여기 성추행범 있어요!’ 라고.. 하나, 둘..

 “우와! 성추행범이다!”

 한쪽 팔로는 늘이를 당기고, 다른 한쪽 팔로는 성추행범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붙잡은 손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린 범인은 40대 정도의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성추행을 했어요! 어유, 파렴치해라!”

 여운은 범인이 늘이를 보지 못하게 최대한 자신의 뒤로 숨기고 자신 역시 최대한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운의 외침에 승객들은 술렁였고 순식간에 평범해 보이는 40대 남성은 버스 승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애먼 사람 잡지 마!”

 얼굴이 붉어진 그가 여운을 향해 소리 쳤다.

 “내가 느꼈는데 무슨! 내 엉덩이에 닿아있던 손 곧 바로 붙잡은 게 바로 아저씨 손이었는데!”

 “난 그러지 않았대도! 야, 증거 있어? 어? 와, 그러고 보니까 이거 순 꽃뱀 아니야? 야! 얼마 원하냐? 어?”

 증거가 없으니 딱 잡아떼자는 심보인 듯 그는 오히려 당당히 소리쳤다. 자신을 꽃뱀으로 몰고 가는 그의 모습에 여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무슨. 내가 아저씨보다 잘 벌걸요? 딱 봐도 백수에 루저 인생이네. 그러니까 이런 버스에서 성추행이나 하고 있지.”

 그와 여운의 실랑이는 점점 커지고 길어졌다. 그러는 동안 그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여운을 도와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 시끄럽네.”

 “아, 그냥 좀 끝내지..”

 오히려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 말에 여운은 위축되어지는 것 같았다. 나 지금 민폐인 건가. 한번 그런 수군거림을 들으니 다들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 점점 위축되어 졌다. 버스 안에서 민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잘하고 있는 행동인건지에 대한 확신도 점점 무너져 가고 있었다.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구해준 옆 집 학생도 쪽팔리려나. 창피할까, 내가 이러고 있는 게.

 그 와중에 버스는 예정대로 정류장에 멈춰 섰다. 자신도 조금은 창피했던 것인지, 그는 버스에서 하차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지고 싶지 않았는지, 그는 내리는 순간까지 소리쳤다.

 “너 두고 봐! 애먼 사람 잡고 네가 편히 살 수 있나 보자!”

 “와, 저 사람이 이제 범죄 예고까지 하네!”

 여운 역시 지고 싶지 않아 소리쳤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승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가 내리고 나니 여운은 힐끔힐끔, 괜히 승객들의 눈치를 봤다. 버스 승객들의 여론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몇몇 승객들의 눈빛에는 ‘정말 유난이다.’라고 쓰여 있었고, 몇몇은 소리 내어 속삭였다.

 “아, 진짜 민폐.”

 “야, 버스 성추행녀다, 성추행녀.”

 “민폐 성추행녀.”

 이상하다. 피해자는 우리인데, 조롱받는 것도 우리다. 대놓고 킥킥거리는 모습을 애써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다. 난 잘못한 게 없어.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용기 있는 척 했지만 여운 역시 다른 사람 시선을 많이 쓰는 겁쟁이였다.

 “..... 저..”

 자꾸만 마르는 입술을 축이고 애써 시선을 버스 창밖으로 던지며 서있는데 누군가 가방 끈을 살짝 당겨왔다. 옆집에 사는 학생이었다. 방금 자신이 성추행에서 구해준 사람이기도 했다.

 “... 감사합니다.”

 그 학생은 여운에게 그렇게 말하고 쏜살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어서 조금은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작은 말이 가진 힘은 정말 컸다. 착잡하고 조금은 위축됐던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약간은, 보람이 느껴졌다. 그래, 그래도 쓸데없는 일은 아니었어. 누군가는 이렇게 부딪혀야 할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언젠가는 오늘 우리를 향했던 그 조롱이, 가해자를 향해, 그리고 우리를 비웃던 그들을 향해 돌아가는 날이 있을 거니까. 여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스 하차 벨을 눌렀다.

 

 *

 

 친구와 공부를 마치고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슬쩍 봤을 때 옆집에 불이 꺼져있는 걸 봐서는 옆집 여자는 아직 집에 안 돌아온 듯 했다. 가방을 정리하곤 가만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봤다. 아무도, 하물며 당사자도 나서지 못할 때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나서줬다. 소리가 커지고, 사람들이 조롱해도 혼자서 감내해줬다. 본인의 일도 아닌데. 단순한 ‘감사합니다.’ 라는 말로 끝낼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이는 도서관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쿠키를 사왔다. 그 분이 쿠키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만큼은 전해지겠지, 라는 마음이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라서 편지를 쓸까말까 고민하는데 옆집에서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여자가 돌아오는 소리였다.

 “아, 피곤해..”

 아주 오랜만에 사흘의 쉬는 날을 얻었다. 그것도 주말에. 이곳에 입사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집에서만 콕 박혀있는 소위 말해 ‘집순이’ 였지만 이런 날만큼은 ‘집순이’를 할 수 없었다. 아깝기도 했고, 이런 날 나가지 않으면 다른 날에는 더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평소에는 평일에 쉬어서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들은 잘 만나지도 못했고 같은 간호사인 친구들도 근무를 맞추다 보면 잘 맞지 않아 ‘다음에 보자.’ 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얻은 귀한 주말인데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속으로 꽉 채운 주말을 보내게 됐다. 나름 약속으로 가득 찬 뿌듯한 주말을 보내고 나니 피곤해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내일 근무가 뭐더라.’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기분은 금세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내일은 Day 근무였다. 여섯시 사십분까지 출근을 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내일은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선생님과 처음으로 근무하는 날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또 어떤 훈계를 겪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얼른 자야만 했다. 그래야지 내일 컨디션 좋은, 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터였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조급해지기 시작한 여운이 서둘러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직장과 집이 가까운 것은 이것이 좋았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에 위안을 삼으며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똑똑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예정에 없는 문 두들김은 그다지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혼자 사는 여성에게는. 여러 뉴스 사이트의 1면을 장식했던 여성 타겟 범죄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여운은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문 두들김에 응답했다.

 “누구세요?”

  ‘아, 저 옆집 사는 학생인데요! 잠시만 문 한 번만 열어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그 학생의 여린 목소리가 들리자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던 긴장이 쫙 빠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잠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심히 잠긴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낮에 그런 일을 겪었던 학생인지라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 여운에 늘이는 조금은 쑥스럽고 낯부끄러운 듯 시선을 살짝 회피하며 뒤로 숨기고 있던 쿠키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 낮에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경황도 없고 처음 겪었던 일이라 너무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때는 정말 그 말 한 마디 밖에 못하고 내린 것 같아서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서 이거 주려고 온 거예요?”

 “이것도 진짜 별 거 아니고 소소한 것이긴 한데 그래도 되게 맛있는 쿠키거든요! 도서관 근처에 있는 카페인데, 저도 도서관 가면 항상 이 카페 가서 쿠키 사먹고 그래요. 진짜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횡설수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말하면서 쿠키를 내미는, 순수한 모습에 여운은 웃음이 나왔다. 비록 조롱을 받았지만 이런 순수하고 귀여운 학생에게 나쁜 기억이 심어지는 것을 막았다 생각하니 보람이 올라왔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네! 저, 그럼 이만 쉬세요!”

 밝게 웃으며 쿠키를 받아가는 여운에 늘이의 얼굴도 밝아졌다. 자신의 소소한 보답을 받아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말을 하면서 언뜻 본 여운의 표정이 너무 피곤해 보여 얼른 인사를 하곤 뒤돌아섰다.

 “저, 그, 학생!”

 “네? 저요?”

 “응 학생이요. 혹시 이름이 뭐예요?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인사하게요. 내 이름은 여 운이에요. 외자 이름.”

 “와, 저도 외자예요! 늘! 오 늘이에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신기하고 좋은지 해맑게 대답하는 늘이에 여운은 올라오는 웃음을 애써 삼켰다.

 “예쁜 이름이네요. 우리 오며 가며 인사 꼭 해요. 쿠키는 잘 먹을게요.”

 “네! 저도 꼭 인사할게요. 언니 그럼 음.. 안녕히 주무세요!”

 아직은 어색한 관계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단어가 너무 귀여워 이번엔 웃고 말았다. 그런 여운에 어색하게 웃던 늘이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여운 역시 문을 닫았다. 포장 된 쿠키에는 귀여운 메모지로

 [감사합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왠지 잠깐 본 성격 상 이 말도 고심에, 고심에, 고심 끝에 썼을 것 같다. 그 메모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운이 그것을 떼어내 다이어리에 붙이고 쿠키는 자신의 출근 가방 안에 넣었다. 일 하다가 당 떨어질 때마다 먹어야지. 왠지, 힘들다가도 이걸 보면 힘이 날 것만 같다.

 

 
작가의 말
 

 드디어 여운이랑 늘이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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