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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0. 춘우(春雨)(3)
작성일 : 18-12-07 16:32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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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나무의 파란 잎을 바라보던 나이 지긋한 공순복은 그 잎을 만지며 말을 마저 이었다.

 

 “그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건지, 아니면 후에 있던 공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나이가 들고 나서야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날 말했던 조선의 여인은 임배우 자신을 말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이다.”

 

 그러면서 공순복은 제 곁에 서있는 유진을 쳐다봤다. 그날 자신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유진이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고 공순복을 쳐다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공순복이 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다며 내게 알려준 그 이름은 얼마 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요. 조선 땅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임춘희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었소.”

 

 공순복을 통해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마치 딴 사람의 이야기 같을 정도로 제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공순복은 병원에서 우연히 다시 임춘희와 재회하던 날까지의 일을 얘기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후, 유진의 부모님도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셨다.

 

 그런데 유진의 아버지는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유진에게 자신의 어머니였던 임춘희에 대해서, 조선 최고의 배우였다던 임춘우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이가 없다고 했다는 그 말이 너무도 사무치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들인 자신은 그녀의 삶을 알아주고 싶다고.

 

 그래서 유진은 국회도서관을 찾았다. 국악연보를 펼쳐 자료를 확인하는데, 연보에 실린 자신과 닮은 임춘희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임춘우라는 낯선 이름만큼이나 젊은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런데 여성국극단 동천(東天) 단원들 사진 속에 20대 중반의 임춘희와 함께 유난히 자주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유진은 연보를 다시 확인했다. 민정란. 임춘우 상대 배역으로 활동했던 배우였다.

 

 유진은 국립국악원의 도움을 받아 민정란이 살고 있는 거주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럴 땐 제 직업이 도움이 됐다.

 

 유진이 민정란의 집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막 출발을 하려는데, 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남편이 될지 모르는 장호였다. 무슨 얘기가 나올지 뻔했지만, 저도 모르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어.”

 

 - 서류 보냈어.

 

 장호는 어떤 안부인사도 없이 바로 전화 건 용건을 말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이혼 얘기였다. 이제는 이혼 얘기가 아니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여겨질 정도였다.

 

 그나마도 이혼 얘기 때문에 이렇게 대화라는 걸 하게 된 것인가? 그전에는 어땠지?

 

 유진은 이혼 얘기가 오가기 전에 어땠는지 생각해보지만, 딱히 기억이 나진 않았다. 이렇게 대화란 걸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알았어.”

 

 유진은 알 수 없는 서운함과 실망감에 무뚝뚝하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통화는 1분이 채 되지도 않았다. 입안이 몹시 썼다. 유진은 한참을 차 안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차를 움직였다.

 

 쇠락해가는 중소도시는 봄날이었음에도 참으로 우중충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유진의 마음이 그러해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유진은 민정란의 집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들고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경계하는 눈빛으로 유진을 맞이한 민정란은 9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꽤 정정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국립국악원을 통해 연락 드렸던 임유진입니다.”

 

 여전히 저를 경계하는 눈빛에 유진은 얼른 말을 이었다.

 

 “혹시 임춘희라는 이름을 기억하세요?”

 

 유진의 말에 민정란의 얼굴표정이 멈칫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꼿꼿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임춘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시겠네요. 사실은 저희 할머니 되세요.”

 

 지금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던 민정란의 몸이 유진의 말 한 마디에 현기증을 일으키며 앉아있던 의자에 몸을 의지했다.

 

 그러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진 민정란은 곧 자리에 누웠고, 유진은 그녀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이는 며칠 후 민정란의 연락을 받고나서 풀릴 수 있었다.

 

 유진이 다시 민정란을 찾았을 때는 고작 일주일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처음의 정정하다 생각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병색이 짙은 사람처럼 보일정도로 얼굴이 좋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유진의 물음에 민정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순복이 유진을 처음 봤을 때 지어보이던 그 눈빛과 닮은 모습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왜 그때는 몰라봤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닮았는데…….”

 

 “많이 힘드시면 나중에 해주셔도 됩니다.”

 

 “아니.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담배 피워도 될까?”

 

 “네.”

 

 민정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유진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아마 그때였을 거야. 춘희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일천구백사십팔 년도였을 거야. 정부가 수립된 해였으니까…….”

 

 민정란은 가슴 깊은 곳에 잠자던 기억을 꺼내기라도 하는 듯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

 

 1948년 서울. 부민관 앞에 여성국극단 동천의 국극 <동백아가씨> 포스터가 붙어 있고, 열성팬들이 진을 치고 있다. <동백아가씨>에서 여자주인공 역을 맡은 여배우 정순임이 백단장과 함께 승용차에서 하차하자 열성팬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팬들에 둘러싸인 순임이 신경질적인 태도로 부민관으로 들어가는데 열성팬 하나가 순임에게 달려들어 순임이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치고 만다. 공연이 코앞인데 큰일이다.

 

 분장실에는 거울을 보며 남자 옷을 입고, 남자 화장을 하고 있던 여자, 바로 24살이 된 임춘희가 앉아있었다. 어느새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춘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동백아가씨>에서 남자주인공역을 맡고 있는 춘희는 헐레벌떡 분장실로 뛰어온 백단장의 보고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오늘 공연은요?”

 

 “뭐 별 수 있나. 표 환불해주고 미뤄야지. 오늘은 이렇게 넘긴다지만 앞으로 공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기골은요?”

 

 “순임이 데리고 병원 갔어. 기골이 와 봐야 알겠지만, 당장 공연하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럼 찾아요.”

 

 “뭘?”

 

 “뭐겠어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저리 둘 거예요?”

 

 춘희의 말에 백단장은 급히 여주인공 역을 맡을 배우를 찾지만, 단원들 중에는 여주인공 역을 소화할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올리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동백아가씨>는 한없이 공연이 연기되고 있었다.

 

 그때, 남자 중심의 혼성국극단체에 속해 있던 배우, 22세의 민정란이 동천을 찾아왔다. 백단장과 춘희는 민정란의 실력을 바로 테스트했고, 민정란은 노래 솜씨뿐만 아니라 연기와 춤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고민도 할 것 없이 바로 동천의 단원으로 합류해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공연이 채 올리기도 전에 민정란이 동천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혼성국극단의 최단장과 사업부들이 단걸음으로 동천에 들이닥쳤다.

 

 가뜩이나 여성만으로 조직된 여성국극단 ‘동천’이 관객을 싹쓸이해서 배가 아픈 판인데, 단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동천으로 이적을 하자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공연 수익금의 30%를 국극 발전을 위해 기부하시오.”

 

 동천을 찾아온 최단장은 맡긴 것을 찾으러 온 사람마냥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고 있었다.

 

 “그건 안 됩니다.”

 

 최단장의 날선 요구에 눈치만 보던 백단장 대신 가만히 듣고만 있던 춘희가 단칼에 거절했다. 춘희와 백단장이 여성만으로 조직된 국극단체 ‘동천’을 결성한 이유는 파벌과 인맥으로 역할이 주어지는 국극단체의 부조리함 때문이었다.

 

 국극단체는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여성은 노리개 취급을 당하며 운영비를 내어야 가입을 할 수 있었다. 그 반대급부로 조직된 것이 여성국극단 ‘동천’이다. 그러니 여자들이 기존의 혼성국극단체를 탈퇴하고 ‘동천’으로 속속 몰려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의 가시는 가만히 둘 수 없는 노릇. 가뜩이나 여성국극단 동천을 뒤집어버릴 구실을 찾던 최단장은 춘희의 대답에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최단장의 눈짓에 혼성국극단체 사업부들이 슬슬 깽판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순임을 고향에 데려다주러 갔던 기골이 돌아왔다. 기골이라는 사내는 기골이 장대하다하여 그의 할머니가 붙여준 이름이다. 기골은 춘희의 말이라면 무조건 충성하는 사내이기도 했다.

 

 기골은 단박에 혼성국극단체의 사업부들을 처리했다. 그런 기골이 버티고 있었기에 그 어떤 건달도 여성국극단 ‘동천’ 앞마당에서 쉽사리 어깨에 힘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춘희가 남자주인공 역할을, 민정란이 여자주인공 춘희 역할을 맡은 <동백아가씨>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동백아가씨>가 상연될수록 부민관 앞에 줄을 서는 관객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춘희와 여자주인공 역을 맡은 민정란은 찰떡궁합이었다. 민정란은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듯 남자양복을 입은 춘희와 팔짱을 낀 채로 종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고, 그녀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문과 잡지는 앞을 다투어 장안의 화제가 된 <동백아가씨>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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