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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8화
작성일 : 18-12-07 13:31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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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저기 누군가 있는데요? 다른 일행은 없고 혼자 있는 건가?”

 “혼자? 혼자라고?! 외면의 조합에서 나온 학살자 아니야?”

 “제기랄, 하필 저 놈이 여기에 있다니……너희들은 제발 입 좀 다물고 여기 가만히 있어라. 행여 가까이 다가 올 생각도 하지 마!”

 

 훈련생들은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그들을 인도하던 학살자는 마른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얄팍한 몸매와 작은 키, 가볍고 질긴 가죽으로 만든 갑옷에 두 자루의 샴쉬르(손잡이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칼날이 완만하게 구부러진 칼)를 들고 빠른 몸놀림으로 악귀의 뒤를 노리는 탓에 ‘사마귀’라고 불리는 그는 무려 1년 반이란 시간을 살아남은 만큼 경력이 있는 학살자였다.

 그는 거인의 손가락에서 토해져 나오는 주황색 불꽃 아래로 파사르가 풍기는 너무나도 노골적인 경고를 알아채고 있었다.

 

 “예? 저희도 만나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훈련소 내에서도 외면의 조합 학살자들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푸른색 바탕에 늠름한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훈련생 무리 중 여학도로 보이는 한 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끼어들자 사마귀는 그녀의 앞을 손으로 엄중하게 가로막았다.

 구태여 통성명을 할 필요도 없이 사마귀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학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바닥 밑에 깔린 폼멜에는 장미가 새겨져 있었고, 그 꽃의 색깔은 무척이나 짙고 어두웠다.

 

 “쳇, 외면의 조합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검은 장미라니……재수 옴 붙었군.”

 “검은 장미요?! 진짜 유명한 학살자잖아요?! 고슴도치, 쇠사슬뱀이랑 함께 파티를 이룬다는 외면의 조합 길드원. 세상에 이렇게 빨리 보게 되다니……”

 “입 좀 다물어! 학살자 세계는 네놈들 생각들처럼 녹록치 않다! 두 눈 크게 뜨고 봐라. 너희들이 오늘을 넘겨 학살자가 되든, 기사단에 입단하든 저렇게 무기를 대각선으로 눕히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을 거다. 저건 방울뱀이 꼬리를 흔드는 것과 같은 거야.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라고, 경고. 행여 목이 달아나고 싶거든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가라. 죽은 지도 모른 채 죽어있을 테니.”

 

 허리춤에 매달아 놓은 곡선의 두 자루의 검을 풀어헤치는 사마귀의 호통에 훈련생들은 그제야 입을 다물고 고독히 서있는 학살자를 조심스레 살폈다.

 그러자 분명 투박한 투구의 바이저에 가려져 있음에도 눈에 담긴 적대적인 살기가 본인들을 또렷하게 응시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뭐가 저리 살벌해?”

 “으으, 살 떨려.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처음 마주하는 살기에 소름이 끼쳤는지 연신 갑옷의 레어 브레이스(팔꿈치 상단부분의 팔을 보호하는 부분)를 쓰다듬는 훈련생들을 뒤로 하고 사마귀는 두 자루의 칼날 끝을 자신의 목덜미에 가져다 댄 채 아주 천천히 파사르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날이 선 철붙이를 스스로 목에 가져다 대는 행위는 일말의 적개심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뜻이며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시였다.

 

 “이봐, 검은 장미. 맞지? 기억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마귀라고 한다네. 성문 안팎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네만 난 자네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모를 수도 있겠군. 하하하……저기, 음 그게 말일세. 자네가 서있는 곳 근처에 내가 미리 살펴 놓은 굴이 있어서 그런데 저기 있는 풋내기 몇 놈 좀 안에 숨겨 놔도 되겠나? 자네도 알다시피 저런 피비린내 나는 놈들을 밖에 내놓으면 하루도 넘기지 못할 걸세.”

 

 사마귀는 간결하게 떨리는 음성으로 물음을 끝내고는 파사르와 스무 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고 발을 멈추었다.

 아직 파사르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기에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었으나, 그 마저도 어찌나 아찔한지 그의 손 밑에 깔린 길쭉한 장검이 자신을 토막 내어 난도질하는 상상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긴장 된 적막이 흘렀다.

 오로지 거인의 손가락 끝으로 분출되는 대량의 가스와 치솟는 화염마의 낮고 날카로운 배경음만이 주변을 둘러싸고 울려댔다.

 사마귀는 단 0.1초라도 파사르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으려 눈꺼풀을 여닫는 일조차도 행하지 않았다.

 침을 삼키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잊어버릴 정도의 긴장감 속에 사마귀는 제 목을 겨눈 날카로운 칼끝이 가죽으로 된 목가리개를 세차게 긁어대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짧은 적막 끝에 파사르는 숨을 크게 들이 쉬고는 폼멜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뉘였던 검을 다시 꼿꼿이 세우며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낮은 저음에 생기가 없이 울려 퍼져 마치 죽은 이의 입에서 나오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어쩔 수 없으니 허락하겠습니다. 단, 제 전투에 방해가 된다면……”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걸세! 정말 고맙네. 어이, 이봐. 너희들! 어서 뛰어와. 내가 봐둔 곳이 바로 여기다.”

 

 사마귀는 파사르의 마음이 행여 변할까 재빨리 그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목을 긁던 검을 허겁지겁 허리춤에 매달은 그는 뒤에서 멀뚱히 대기하고 있던 훈련생 무리를 향해 과할 정도로 급하게 손짓을 했다.

 

 “얼른 뛰어! 굼벵이 같은 것들. 어째 어린 것들이란 죄다 저 모양인지 모르겠어.”

 

 사마귀는 터덜터덜 걸어오는 훈련생들에게 버럭 성질을 내고는 파사르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두려웠던 것에 대해 큰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제 맘대로 멈출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이러한 원치 않는 비굴한 꼴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사마귀는 억울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다.

 두 개의 암석이 벽처럼 서있는 이 길목은 파사르만이 즐겨 찾는 공간이 아니었다.

 다른 목적이긴 해도 사마귀 역시도 훈련생들을 이끄는 인도자 역할을 맡았을 적엔 주로 찾아오는 곳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크고 넓적한 암석과 흙바닥의 틈으로─굉장히 습하고 축축해 벌레들이 우글대는 곳이지만─매복굴로 쓸 만한 빈 공간들이 나있기 때문이었다.

 입구는 비좁아도 한 명이 들어 갈 공간부터 대여섯 명은 들어갈 수 있는 큰 공간까지 그 크기가 다양했기에 은밀히 악귀들을 기다리다 기습적으로 발목을 낚아채는 용도 뿐 아니라 놈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아니, 저기 인사만! 인사만 드릴게요!”

 “인사는 얼어 죽을. 꼼지락대지 말고 얼른 들어가!”

 

 사마귀는 훈련생들이 파사르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하도록 인간 바리게이트 노릇을 자청했다.

 다행히도 검은 장미의 방금 전 살기로 위축이 된 모양인지 섣불리 다가서려는 인원이 별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일이 굴을 배정하고 갑옷 탓에 꽉 끼는 몸뚱어리를 손수 넣어주는 작업까지 해야 하는 사마귀는 간간히 샐릿(머리부터 코까지만 덮는 투구. 뒷목을 방어할 수 있는 넓은 넥 가드가 일체형으로 달려 있다)형태의 투구의 바이저(얼굴 가리개)를 올려 미간에 고인 땀을 닦았다.

 

 “저희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사마귀가 진땀을 빼며 거의 대부분을 굴속에 밀어 넣었을 때였다.

 아직 들어가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세 명의 무리 중 덩치가 가장 좋아 보이는 한 명이 사마귀를 향해 굵직한 목소리를 내었다.

 1m90cm은 족히 넘어 보이는 장신의 키에 검은색과 붉은색이 오묘하게 섞인 플레이트 메일(철판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그는 갑옷의 가슴받이가 아닌 오른쪽 얼렛(큰 부피의 판금 어깨 가리개)에 훈련소 문양을 새기고 있었고, 양 손에는 덩치에 어울리는 커다란 배틀 엑스─손잡이 부분의 1/3이 도끼날 이었다─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뭐, 너희들은 애초에 그럴 줄 알았으니까. 단, 너희들은 전투 장소는 여기가 아니라 딴 곳이어야 돼. 보시다시피 검은 장미가 미리 선점한 구역이고, 저 자는 누구와 같이 싸우는 걸 원치 않거든. 너희 선배기수들 때는 은신처와 전투장소가 가까우니 대강 봐줄 수는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 있는 녀석들을 두고 너희를 지원해 줄 수가 없다. 이놈들이 검은 장미에게 어떤 멍청한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따로 나가보겠습니다.”

 

 사마귀의 다소 무책임한 발언에도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뒤를 돌아 떠나는 훈련생이 누구인지 파사르는 대충 예상할 수가 있었다.

 기백은 이미 완전히 기사에 가까운 거구의 사내는 왼쪽 얼렛에 흰색 바탕에 검은 버팔로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저것은 후작 가문 중 하나인 린델을 뜻하는 상징이며, 밑에 ‘Ⅱ’라고 적힌 것은 그가 가주(家主)의 차남인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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