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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카페, 레옹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8.12.7

죽지 못하는 여자.
죽여야 하는 킬러.
지켜야 하는 형사.
죽고 싶지 않은 중개인.

네 사람이 펼치는 미스터리 멜로 액션.
카페, 레옹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3화. 그녀를 죽이다
작성일 : 18-12-07 00:31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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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며칠이 지났다. 비는 그날로부터 한 번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순덕은 입에 사탕을 물고 쉼 없이 창가를 두드리는 비의 충돌을 바라보았다.

 5시 55분, 6시가 다가오고 있다.

 양지라는 여자는 그 날, 가게에서 나가자마자 선 입금을 했다. 단단한 결의를 보여주는 속도였다.

 순덕은 서둘러 총을 구하러 다녔고, 신유는 그녀의 뒷조사를 철저히 했다.

 너무 큰 금액의 계약이 너무 빨리 체결된 것에 대한 의심이었을 것이다.

 의료기록을 조사해본 결과, 최근 1년 사이, 그녀는 단 한 번도 병원에 다녀간 기록이 없었다. 그녀가 죽으려 노력했다는 대목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사실이었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가진 남편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그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강력계 형사였다. 높은 검거율과 과잉 수사라는 꼬리표가 동반 질주를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었다.

 꽤나 난폭하고 부담스러운 상대일 것이다. 다만 의아한 시기가 눈에 들어왔다.

 양지가 병원을 다니지 않게 된 시점부터. 즉, 1년 전부터 수사나 검거 활동이 눈에 띠게 줄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근도 많았다.

 필시 1년을 기점으로 이들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다. 그리고 양지가 죽으려 하는 이유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 자신들과도 얽히게 될 것이다.

 신유는 사실 이 의뢰가 내키지 않았다. 여자가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묘한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다.

 죽고 싶어 하지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표정.

 그러나 일을 시작한 이래 7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의뢰도 거부한 적이 없었다. 위험하면 위험한대로 더 많은 대가를 받았다. 더구나 거부할 이유가 없는 사유와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뚫리지 않는 그녀의 눈빛이 신유를 잡아당겼다.

 

 죽여 달라고? 좋아. 죽여주겠어.

 

 신유는 스태프 룸 안에 있는 캐비닛 문을 열었다. 순덕이 구해온 38구경 스미스웨슨이다. 과거 사격 연습을 할 때 자신이 쓰던 총이었다. 결국 총을 구하러 다닌다더니, 옛날에 쓰던 장비 서랍을 뒤적이다 온 건가.

 신유는 탄창을 열어 총알을 넣고 총열을 점검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봤자 코앞에서 죽일 텐데, 점검이라니.

 

 딸랑-

 

 종소리가 카페 안을 훑었다. 신유는 총을 안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입구에는 양지가 서 있었다. 손에는 신유가 건네 줬던 우산이 쥐어져 있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말끔한 모습이었다. 얼굴엔 옅은 화장기도 보였고, 옷도 하얀 원피스를 깔끔하게 차려 입었다.

 한 마디로 예쁜 차림과 예쁜 모습이었다.

 먼저 반응한 것은 순덕이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여전히 과장된 웃음과 친절함으로 양지를 맞이했다. 그는 양지를 테이블까지 이끌었다.

 

 “오늘은 우산을 쓰고 오셨네요?”

 “빌려주신 거니까… 돌려드리려고요.”

 

 마지막을 준비하고 온 탓일까. 그녀의 얼굴이 한결 밝았다. 칠흑을 담고 있던 눈빛에 한줌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 죽음을 찾아온 삶의 활력. 더욱 더 이상하다.

 그녀는 가방에서 묵직한 돈다발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죽고 나면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서 현금으로 찾아왔어요. 액수는 확인해보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순덕은 환한 얼굴로 돈다발을 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신유를 바라보았다. 이거 어떻게 확인하지?

 신유는 고개를 돌렸다. 스태프룸으로 순덕의 시선을 쓸어 담았다. 저기서 확인해봐.

 

 “그럼, 잠시만.”

 

 순덕은 황망한 몸짓으로 돈다발을 들고 스태프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침묵이 찾아왔다. 이제 카페에는 신유와 양지만 남아 있었다. 신유는 양지에게 시선을 주진 않았지만, 그녀에게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 혹시 모를 위험을 탐지하기 위해. 그녀가 가지고 온 불안함을 찾기 위해.

 

 “저….”

 

 양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주변을 쉴 새 없이 탐색하던 신유의 감각이 멈췄다. 신유는 고개를 돌려 양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신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몇 명이나 죽었죠?”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잠시 보류해두었다. 신유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고가 휘감겼다.

 왜 갑자기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질문의 의도는? 사실대로 말할까, 거짓말을 할까, 그렇지 않으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아야 할까.

 신유의 안주머니에 들어간 권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냥,

 

 이대로,

 

 쏴버릴까.

 

 지금껏 사람을 죽이며 단 한 번도 살의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저 의뢰인의 만족을 위해 일했을 뿐, 개인적인 감정이 첨가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뭔가 이상했다. 신유의 심장이 자꾸만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쏴서 죽여 버려. 괜찮을 거야. 어차피 죽지 못하는 여자라잖아.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점점 커졌다. 총 소리보다 큰 심장 소리가 그녀에게 들릴까 염려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딱히 대답을 원한 질문이 아니었던 걸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다시 칠흑이 담기기 시작했다. 처음 본 그 날처럼.

 

 철컥,

 

 스태프룸이 열렸다. 신유는 고개를 돌려 그 안에 있는 순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하게 밝은 얼굴. 필시 의뢰금액이 정확하거나 그보다 더 들어온 것일 테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양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품에서 계약서를 꺼내어 양지에게 보여줬다.

 

 “일단 요청 드린 금액은 정확히 맞고요. 이건 마지막으로 고객님께 확인하는 절차에요. 의뢰시각과 그 뒤에 있을 일들에 대한 책임은 저희에게 없다는 거. 확인 되셨나요?”

 “네. 확인 됐어요.”

 

 대답을 확인한 순덕은 숨을 길게 뱉어냈다. 신유를 향해 일종의 신호였다. 준비해.

 그는 사뭇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양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으세요?”

 “잠시 만요.”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그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표지에 병원의 마크가 그려진 봉투였다. 그 봉투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게 뭐죠?”

 

 순덕이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가 밀봉 면에 손을 대자, 양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 제가 죽고 나면, 그 때 확인해주세요.”

 

 순덕은 시선을 돌려 신유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지?

 신유는 고개를 까딱 숙였다. 나중에 확인하자.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이제 포지션을 바꾸었다.

 순덕이 스태프 룸으로, 신유가 양지의 앞으로.

 

 덜컥, 소리와 함께 또다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마 순덕이 재생했을 것이다. 가시는 길, 진혼곡이라도 꽁꽁 싸줄 셈인가.

 신유는 안주머니에서 웅크리고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손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신유의 온몸으로 퍼졌다.

 양지의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설레기 때문인지 두렵기 때문인지 신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툭 튀어 나왔다.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 어떠냐고? 곧 마지막을 알게 될 사람에게 기분을 물어본 건가? 신유가 허락 없이 튀어나온 자신의 질문을 책망하고 있을 때, 양지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죄송해요.”

 

 고개가 갸웃, 기울여졌다. 죄송하다니? 누구에게?

 신유가 던지는 질문은 양지의 눈빛에 튕겨져 나왔다. 마치 당신들에게 보내는 사과에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슴 안에 숨겨뒀던 살의가 다시 튀어나왔다.

 

 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것 같나.

 

 타오르는 살의에 불을 지피 듯, 양지의 대답이 이어졌다.

 

 “만약 제가 죽지 않는다면….”

 

 탕!

 

 총소리가 카페를 꿰뚫었다. 그리고,

 

 탕! 탕! 탕!

 

 남아있는 탄환들이 뒤따라 터져 나오며 그녀의 죽음을 더욱 확실히 했다.

 바닥에는 튕겨져 나온 탄피들이 절그럭 굴러다녔고, 자욱한 연기와 화약 냄새가 카페 안을 배회했다.

 순덕은 귀를 꾹 막은 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한 번이면 됐지, 왜 총알 낭비야?!”

 

 날이 선 순덕의 투정에도, 신유는 미동하지 않았다. 그 날카롭고 공격적인 눈으로 그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양지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에 하나, 배와 가슴에 각각 세 발… 총알이 훑고 간 자리에서 붉은 핏자국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바닥엔 그녀의 붉은 피가 천천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기다렸다.

 

 일어나지 않았다.

 

 끝이었다.

 

 신유의 가슴 속에 갑작스러운 죄책감이 밀려왔다. 증오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쏴버리다니,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계획한 살인이 아니었다. 바닥에 처박힌 그녀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다음 생애 다시 만난다면 그 땐….

 

 신유가 애써 그녀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음악 소리가 줄어들었다.

 

 왜…?

 

 돌아보는 신유를 향해 순덕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분명, 지금, 무슨 소리가 들렸어.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정적에 집중했다. 빗물마저 조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물소리 틈새로, 옅은 기침이 섞여 나왔다. 숨 쉬듯 가쁘고 힘겨운 기침 소리.

 누워있는 양지의 몸에서 들리고 있었다. 신유와 순덕의 눈이 마주쳤다. 이럴 수가….

 당황한 신유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몸에 있던 총상들이 조금 전보다 눈에 띄게 희미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침 소리는 조금씩 더 생기 있게 터져 나왔고, 팔 다리는 몸을 지탱하여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윽고,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와 피로 얼룩진 원피스, 창백한 얼굴과 그 안에 박혀있는 새까만 눈동자.

 마치 지옥 여행을 끝내고 온 사람처럼, 양지는 필사적이고도 우울한 표정으로 순덕과 신유를 응시했다.

 메마른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열렸다.

 

 “내가… 죽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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