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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카페, 레옹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8.12.7

죽지 못하는 여자.
죽여야 하는 킬러.
지켜야 하는 형사.
죽고 싶지 않은 중개인.

네 사람이 펼치는 미스터리 멜로 액션.
카페, 레옹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화. 성사된 계약
작성일 : 18-12-07 00:2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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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신유와 순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양지를 사이에 두고 그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할 말도 없었다.

 죽음을 빼앗기다.

 좀 유별난 대답이었다. 순덕은 잠깐 동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빼앗겼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순덕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어떻게 되긴.

 

 “영원히 사는 거죠.”

 

 양지의 어두운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 칠흑이 형상화 된다면 저 모습 저 색깔일까. 순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원히 사는 것이,

 

 “좋은 거 아니에요? 안 죽는 거요.”

 “기다려.”

 

 신유가 순덕의 궁금증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로비로 걸어 나와 양지의 옆에 섰다. 죽음을 빼앗긴 것이 좋은가, 나쁜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잖은가.

 

 “사실인가요?”

 

 양지는 고개를 돌려 신유를 올려다보았다. 무엇에 대한 확인일까.

 

 “당신이 한 말이요. 죽음을 빼앗겼다는 거.”

 

 아, 맞다. 순덕은 잠시 빠져나갔던 정신머리를 고쳐 잡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여자가 정신나간 소리를, 아니 사실이라 해도 상식에서 어긋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의 얼굴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대답도 없었다. 없는 것들 사이에 그녀의 진심이 존재했다. 믿어 달라.

 

 “확인해보시겠어요?”

 

 양지는 흠뻑 젖은 그녀의 가방에서 칼 하나를 꺼내어 테이블에 올렸다. 작은 과도였다. 칼날에는 그간 그녀가 시도했을 수많은 시도의 핏기가 남아있었다.

 순덕은 그 칼에서 전해져 오는 그녀의 각오를 보았다.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여자.

 신유는 칼날에 남아있는 핏기에서 그녀의 고통을 느꼈다. 매일 죽으려 애쓰는 여자.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죽기 위해 노력했고, 그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칼의 상태만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과도 따위로 죽으려 하니 죽을 수 없었겠지.

 그런 칼로 자신을 찌른다면 칼날이 뱃속으로 채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계약서 써.”

 

 신유는 짤막한 의사만 전달하고, 스태프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덕은 닫히는 문을 보며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계약 체결은 내 몫이라고.

 

 “저… 그럼 저희가 할 일은 안 죽는 고객님을 죽게 만들어 드리면 되는 건가요?”

 “네.”

 “그래요, 뭐….”

 

 뭔가 석연치 않았다. 순덕은 남 다른 감각이 있었다. 위험하거나 복잡한 일에 얽히게 되면 항상 뒤통수가 저려오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런 느낌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뒤통수가 저리다 못해 찌릿찌릿했다. 여자가 죽든 안 죽든, 둘 다 좋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칠흑이 자꾸만 순덕의 망설임을 삼키고 있었다.

 어서 날 죽여주세요. 이렇게 기다리고 있잖아요.

 

 “좋습니다. 계약서 쓰시죠.”

 

 엉겁결에 튀어나온 말에 순덕 자신도 슬쩍 놀랐다. 하지만 뭐 괜찮다. 지금껏 한 번도 이겨내지 못한 어려움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금액도 두 배 아닌가.

 자신을 향해 합리적인 핑계를 대며 순덕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안 된다고 말할 지도 모르는 자신의 무의식을 설득하기 위해 서둘러 말을 이었다.

 

 “죽고 싶은 방법은 따로 있으세요? 평소에 생각해 둔 방법이나.”

 “총이요.”

 

 미리 생각해놓은 방법이 있었나보다. 그녀의 대답은 즉각적으로 이어졌다.

 

 “그걸로 따로 시도해본 적이 없거든요.”

 “총은 비용이 추가 되는데… 총알이랑 방음처리 문제도 있고, 이게 또 국내에서 구하려면 절차가 워낙 복잡해서….”

 “괜찮아요.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 추가 비용 발생에 따른 계약금 변경에 동의라고 쓰시면 되고요.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요?”

 “언제쯤이 좋죠?”

 “다음 주 화요일쯤이면 총이 구해지긴 할 텐데.”

 “그럼 그날로 해주세요.”

 “6시쯤 괜찮을까요?”

 “네. 그 때 오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여기 최종적으로 싸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망설여졌던 것에 비해 모든 것들은 빠르게 진행되고 결정됐다. 순덕은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났다. 자살을, 두 배의 금액으로, 이렇게 쉽게 계약을 체결하다니.

 보통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은 계약 체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심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 때마다 순덕은 그들을 설득하고, 격려한다. 당신은 충분히 죽어도 되는 사람이야.

 그런데 오늘은 쉬웠다. 마치 벌레나 파리를 잡는 일보다 빠르고 간단하게 대화가 진행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이미 저만치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모든 사항에 동의 한다는 내용에 사인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녀의 손이 멈춰있었다. 혹시 그녀에게도 불안함과 두려움이 찾아온 것일까.

 순덕이 양지의 얼굴을 조심히 살폈다.

 

 “무슨 문제라도…?”

 

 양지가 단단하게 쥐고 있는 펜은 순덕의 질문을 튕겨냈다. 잉크가 묻어 있는 펜 끝이 멍하니 계약서를 쏘아보고 있었다.

 

 “고객님?”

 

 순덕이 멈춰있는 양지의 시간을 불러들였다. 그녀는 비로소 얼어있는 표정을 깨뜨리고 순덕을 바라보았다.

 

 “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아니, 별 일 아니에요. 그런데….”

 

 양지는 사인하려던 펜을 테이블 위에 놓고 두 손을 무릎에 포개어 놓았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그녀는 잠시 순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표정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뗐다.

 

 “저의 죽음에 다른 사람이 개입되는 일은 없겠죠?”

 “다른 사람이요?”

 “제 3자 말이에요. 저를 죽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인다든가….”

 

 이 때문이었구나. 이 여자가 그토록 단단하게 망설였던 이유가.

 

 “당연히 그럴 일은 없죠. 저희들은 계약이 체결된 사람 이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설령 저희가 작업하는 장면을 본 목격자라 해도 말이죠.”

 

 그것은 사실 순덕보다 신유가 줄곧 내세운 원칙이었다. 철저히 계약과 의뢰에 대해서만 움직인다. 그 외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곧 카페, 레옹의 원칙이 되었다. 정확한 공과 사의 구분. 철저한 의뢰 수행.

 순덕의 말에 안심이 됐는지, 양지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리고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사인을 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그럼 화요일 6시, 이곳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한결 밝아진 순덕의 인사를 향해 양지는 고개가 살짝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의자 소리가 조용한 카페와 늘어지는 음악 위에 생채기를 냈다. 그녀는 바닥을 훑는 것처럼 힘없는 걸음으로 카페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딸랑-

 

 종소리가 울리며 입구 문이 열렸다. 문밖으로 쏟아지는 비는 그 기세가 더욱 거셌다. 그녀가 이대로 문밖을 나서면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잠시만요.”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신유였다.

 그가 어느새 스태프룸에서 나와 순덕의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멈춰있는 양지를 향해 신유가 안개처럼 다가갔다.

 빗소리는 침묵 위를 걸었다. 마주 선 신유와 양지의 시선 속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서로가 서로의 눈빛을 탐색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유의 눈빛이 양지의 눈동자를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다.

 순덕은 괜히 불안해졌다. 저러다 여자를 죽이는 건 아닐까. 아직 돈도 입금 받지 못했는데.

 신유의 목소리가 먼저 긴장을 깼다.

 

 “다섯 배로 주셔야겠습니다.”

 

 다섯 배? 순덕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터무니없는 액수를 불러서야…. 여자가 자칫 불쾌함을 느낀다면 계약은 취소된다. 저런 멍청한 자식.

 

 “근거가 뭐죠?”

 

 양지가 되물었다. 신유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고객님이 내세운 조건, 의뢰수행 시 제 3자가 개입하더라도 위해를 가하거나 제거하지 않겠다.”

 

 순덕은 속이 달았다. 그건 저쪽이 내세운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지켜오던 원칙이잖아.

 그러다 저쪽에서 없던 일로 하자면….

 

 “그렇게 하죠.”

 

 망설임이 없었다. 양지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신유를 바라보았다. 신유는 별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바 앞에 세워져 있던 우산을 양지에게 건네주었다. 며칠 전,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남자가 쓰고 온 우산이었다.

 양지는 우산을 받았다. 두 사람은 어떤 인사나 대답도 없었다. 비는 쏟아졌고, 양지는 우산을 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물 속을 뚫고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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