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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곱 개의 문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8.12.6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소녀.
그 소녀가 마법사가 되어 세상을 구할 일곱 명의 천사들의 봉인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2화. 탈출한 자의 변명
작성일 : 18-12-07 00:0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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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탈출한 자의 변명

 

 룩타는 덩치가 크고 근육이 많은 탓에, 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서툰 모험가들이 하게 되는 위험한 선입견이다.

 그들은 무리 생활에 익숙한 탓에 사냥을 하거나 전투를 벌일 때, 어떤 마물들보다 조직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게다가 룩타의 완력이나 신체 능력은 인간의 그것을 훨씬 능가한다.

 개체별 전투력으로 따지면, 인간 병사들은, 그들을 당해낼 수 없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밀한 후각과 동물적 육감은, 인간의 지능을 무용지물로 만들 때가 빈번하다.

 그 때문에 인간들은 그들과의 전투를 치를 때, 언제나 기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뮨을 포함한 저항군의 단원들은, 그들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없다.

 후퇴하여 상황을 살피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다.

 저항군들은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고, 유라 역시 저항군을 있는 힘껏 쫓아갔다.

 호흡이 턱 끝까지 찼고, 심장은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지금에 와서 붙잡힐 수는 없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만난 저항군이었다.

 그들의 도움이 아니면, 마을을 구해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죽을 때까지 달려야 한다. 그러나…….

 

 헤엑, 헤엑!

 

 등 뒤로 룩타의 탐욕스러운 숨결이 바짝 따라붙었다.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뒷덜미를 적시며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인간의,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는 도무지 마물의 신체능력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사삭-

 사삭-

 

 사방 곳곳에서 들려오는 낙엽 밟히는 소리들이 섬뜩하게 모여들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룩타의 무리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 돼……! 제발…… 제발!

 

 유라는 이를 꽉 깨문 채, 앞서 달려가고 있는 뮨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와달라고.

 등 뒤로 끔찍한 짐승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오고 있다고.

 제발…….

 

 힘겹게 뻗고 있는 유라의 손에는 점점 힘이 빠졌다.

 시야는 흐려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순간,

 

 촤악!

 

 유라의 등 뒤로 뜨끔한 통증이 찾아왔다.

 룩타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등을 할퀴고 간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몸은 균형을 잃으며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쓰라린 상처만큼이나 무거운 절망감이 찾아왔다.

 그녀의 몸은 나무인형처럼 바닥에 나뒹굴었고, 그녀를 쫓던 십 수 마리의 룩타들이 허연 눈을 번뜩이며 빠르게 모여들었다.

 

 차라리, 한 마리에게 쫓기다 죽었더라면.

 

 유라는 원망에 찬 표정으로 후퇴하고 있는 저항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인간을 위해 맞서 싸우는 단체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낙오한 여자를 등진 채 매몰차게 달아나고 있었다. 어째서 저런 자들이…….

 

 쉭-

 쉭쉭쉭-

 쉬익-

 

 눈물로 가득 찬 유라의 눈동자로, 수십 개의 화살이 보였다. 아니, 수 백, 수 천 개는 넘어 보였다.

 미친 듯이 달려오던 룩타들은, 빗발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며 허수아비처럼 하나 둘씩 쓰러졌다.

 

 “켕!”

 “케엥!”

 

 유라는 들개 같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처박히는 그 짐승들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때,

 누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바로 뮨이었다.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유라는 그녀의 말 그대로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조금이라도 상체를 들면, 쏟아지는 화살들이 그녀의 몸을 뚫고 지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라는 뮨의 손에 이끌려 ‘운반’ 되는 동안, 수많은 룩타의 무리들이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유라의 몸을 안전한 곳까지 ‘운반’ 해 온 뮨이, 손을 들어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린 뒤에야, 화살 비가 그쳤다.

 룩타들은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자, 유라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유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 정말 다 끝났어요. 자세한 건 들어가서 얘기해요.”

 

 뮨의 등 뒤로 통나무로 된 간이 성벽이 보였다. 밀도와 크기로 봐서는, 꽤나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는 진지 같았다.

 성문이 열리고, 뮨과 함께 진지의 입구로 들어간 유라는, 생각보다 막대한 저항군의 규모와 숫자에 놀랐다.

 나무 성벽 뒤에서 화살을 쏘고 있는 병사들과 그 뒤로 무기를 보급하는 병사들,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돌보는 병사들의 숫자는, 차라리 군단에 가까웠다.

 

 “이, 이게 다…….”

 “맞아요. 저항군이에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유라를 보며 뮨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리고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생각보다 많죠? 당신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얘기해줄 수 없지만, 지옥왕 페르세드에게 저항할 정도의 병력은 돼요. 저는 작전 대장인 뮨 헤르티나고요. 그냥 뮨이라 부르시면 돼요.”

 “굉장해요…… 굉장해요,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유라는 보며 뮨은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진지의 한 구석에 있는 막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 할까요? 보아하니, 할 말이 많으신 것 같던데.”

 

 

 

 막사 안은 생각보다 간소했다.

 작은 침대와 허리 높이의 탁자,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휘장을 쳐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것은 침대의 머리맡에 있는 작은 펜던트였다.

 엄지 손톱만한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 빛깔이 오묘했다.

 보랏빛을 내는가 하면, 푸른빛이 돌기도 하고, 또다시 보면 붉은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시 넋을 잃고 목걸이를 바라보던 유라는, 자신을 향해 있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뮨이 무표정한 얼굴로 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목걸이, 계속 봐서 좋을 거 없어요.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물건이니까.”

 “보통 사람들?”

 “일종의 저주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당신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알려드리긴 힘들어요.”

 “아, 네…….”

 

 인간들 중에서는 스폰이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지옥의 마물들과 결탁하여 인간들의 정보를 빼돌리는 일종의 앞잡이들이다.

 저항군 역시 그들 때문에 몇 차례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일까. 뮨은 유라에게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표정과 말투 속에는 경계와 의심의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멀고 험난한 길을 찾아온 유라에게는 내키지 않는 대우였지만, 저항군의 중책을 맡고 있는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뮨은 머리와 몸 전체를 덮고 있는 후드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갈색의 풍성한 머리칼과 새까만 눈동자,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도저히 전장의 폭풍 속에서 살아왔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소녀 같은 얼굴이었다.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유라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그쪽 얘기를 좀 들어볼까요?”

 “네?”

 “저항군을 찾아 다녔다고 하셨잖아요. 아주 먼 곳에서부터.”

 “맞아요…… 도움이 필요해서요.”

 “개인적인 문제인가요?”

 “아니요. 우리 마을의 문제에요.”

 “어디에 있는 마을이죠?”“여기로부터 동쪽으로 일주일 정도 거리에 있는 샬토르에요.”

 

 샬토르. 유명한 마을이었다.

 눈과 얼음의 고향. 썰매와 겨울사탕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옥의 군대로부터 지배되기 전까지만 해도, 축제와 파티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물론, 그것도 2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뮨은 입가에 쓴 미소를 머금은 채, 유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샬토르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비단 샬토르 뿐이었을까.

 이미 온 세상은 혼돈과 좌절뿐이었다.

 마물이 아닌 이상, 인간들에게 이 세상은 늘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할 지옥을 뿐이었다.

 그러나 샬토르는, 험한 산지의 깊숙한 곳에 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몸을 숨겨 살게 된 지금, 어찌 보면 가장 안전한 구역 중 하나였다.

 유라는,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저희 마을은, 1년 전에 마물들에게 발각됐어요.”

 “음…….”

 

 뮨은 별 다른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지옥의 군단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간들의 거주지가 발각되고 쫓겨나거나 피해를 입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뮨은 유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다음에는요? 쫓겨났나요?”

 “아니요.”

 “약탈을 당한 거예요? 그 과정에서 마물들에게 사람들이 죽게 되고?”

 “아니에요.”

 “그럼?”

 

 의외였다.

 인간들이 지옥의 군단에게 발각되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단 세 가지뿐이었다.

 추방, 약탈, 전투.

 그런데 셋 다 아니었다.

 뮨은 대답을 재촉하듯, 유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끔찍한 기억을 더듬는 듯, 진저리를 치며 입을 뗐다.

 

 “놈들은, 우리를 죽이거나 해를 가하지 않았어요. 대신,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됐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옥의 군단은 근본적으로 혼돈과 무질서를 타고 난 존재들이다. 그들이 인간들의 집단에 들어와 함께 살 수는 없다.

 공존이라는 단어는, 그들의 두뇌에 입력이 되지 않는다. 오직 지배와 복종, 정복과 굴복만이 있을 뿐이다.

 

 “그게 가능한가요? 마물들이 인간과 공존하려면 질서와 규칙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할 텐데…….”

 “물론, 그럴 수 없죠. 놈들은 우리와 공존하려고 마을에 살게 된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뭐 때문에…….”

 

 뮨은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닫았다. 공존이 아니라면 그들이 인간과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

 

 “지배를…… 당했나요?”

 “아니요.”

 

 유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려왔다. 새하얗게 질린 낯빛은 그녀의 내면에서 폭풍치고 있는 공포와 증오를 끊임없이 내던지고 있었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며, 비명보다 처절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놈들에게 사육 되고 있었어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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