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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부딪히면 몸이 바뀌는 세상. 남의 몸을 욕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혼치기.

 
24. 익호
작성일 : 18-12-07 00:00     조회 : 229     추천 : 1     분량 : 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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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후면 윤 실장이 도착할 것이다. 익호는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거실을 서성였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이스티를 마시는 정도로 갈증을 달랬다.

 

 사흘이 지날 때까지는 술을 마시는 것도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놈의 사흘. 익호는 컵에 든 얼음을 입안에 쏟아 붓고 으득으득 깨물었다. 그럼에도 건조한 사막 한 가운데 고립된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윤 실장이 오면 은영과 서진우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할 것이다. 익호의 예상대로 두 사람이 각별한 사이였다면 은영은 예정보다 조금 이른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아이스티를 얼음까지 다 마시고 나서, 맥주 한 캔 정도는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입맛을 다시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윤 실장이었다.

 

 “그래, 어디쯤인가.”

 - 회장님, 저 별장에 거의 다 왔습니다만 아무래도 차를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실장이 익호를 회장님이라 불렀지만, 익호는 그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뭐?”

 - 그게... 병원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 그러니까...

 “윤 실장.”

 

 익호가 낮은 목소리로 윤 실장을 불렀다. 답답한 건 딱 질색이라는 뜻이었다.

 

 - 방금 정 과장한테 연락을 받았는데요. 놈이... 도망쳤답니다.

 

 놈이 도망쳤다는 말을 들은 순간 온몸의 피가 정수리를 향해 내달렸다. 익호는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뭐라고? 혼수상태로 만들어 놓은 거 아니었나?”

 - 글쎄, 놈이 어떻게 깨어난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 과장이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도망쳤나봅니다. 제가 당장 애들을 풀어서...

 “어허, 무슨 소리야, 그건 안 되지.”

 

 익호는 화가 치솟는 걸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 예?

 “이 일은 윤 실장과 정 과장 외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거 잘 알잖아?”

 - 아, 알고 있습니다. 회장, 아니 저, 전무님.

 

 수화기 너머의 윤실장은 평소와 다르게 잔뜩 얼어 말까지 더듬었다.

 

 “근데 깨어났다고 해도 몸 상태가 말이 아닐 텐데, 어떻게 도망을 쳤단 말이야?”

 - 정 과장 말로는 젊은 여자가 도와줬다고 합니다.

 “여자?”

 - 네, 거의 잡을 뻔 했는데 여자 때문에 놓쳤다고...

 “뭐? 여자 때문에?”

 - 그, 그게 무술을 배웠는지... 예사롭지 않은 여자였답니다.

 “이런, 병신 같은 놈들.”

 - 죄송합니다, 전무님. 죄송합니다.

 “일단 병원으로 가서 상황파악하고 정 과장은 당장 서진우 집 쪽으로 가보라고 해.”

 - 네, 전무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죄송-

 

 윤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호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화병과 과일 접시를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시와 화병이 깨지고, 멜론과 망고, 포도송이에서 떨어진 포도 알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뭐라도 때려 부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때 거실 구석의 골프채가 눈에 들어왔다. 익호는 5번 아이언을 집어 들고 소파 옆에 도도하게 앉아있던 검은 사냥개 조각상을 힘껏 내리쳤다.

 

 길쭉한 목이 부러졌고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익호는 아이언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가느다란 앞다리가 부러져 나갔고, 목 없는 개는 결국 옆으로 쓰러졌다.

 

 익호는 쓰러진 개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아이언을 휘둘렀다. 입에서는 거친 호흡이, 등에서는 진득한 땀이 배어나왔다. 몸 안의 에너지가 넘치니 분노의 폭발력도 예전의 몇 배, 아니 몇 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역시 놈을 내 눈앞에 가둬놨어야 하는 건데. 나답지 않게 판단력이 흐려졌었어.

 

 익호는 소파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서서히 머리가 식으며 사고체계가 작동했다. 위기상황이 닥칠수록 냉정해지는 건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었다. 익호는 현재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다.

 

 일단 놈이 도망쳤다고 해도 이대로 사라질 리는 없다. 당연히 자신의 몸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진우가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서는 익호를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진우에게 익호의 별장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어찌어찌 알아낸다고 해도 익호의 별장 안으로 들어올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동안 몸을 숨기고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직접 찾아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바깥세상은 몸이 바뀐 사람들로 온통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익호도 서둘러 계획을 실행했던 것이다.

 

 진우가 경찰이나 언론에 가서 자신이 당한 일을 떠들어대면 어떻게 될까? 미친 늙은이의 헛소리로만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과 언론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재벌에게 호의적이기만 한 나라가 아니다. 자칫하면 언론의 타겟이 되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게다가 ‘김익호 회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익호의 주치의인 심 박사를 제외하고 진짜 익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 VIP 병동을 담당하는 간호사 중에는 분명 병실을 빠져나가는 ‘김익호 회장’, 즉 진우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김익호 회장이 납치되었다고 알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다. 서진우가 행동하기 전에 먼저 나서야 한다.

 

 익호는 심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전무님.

 “그래, 심 박사. 어딘가.”

 - 집입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놈이 병원을 빠져나갔다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놈이 깨어날 리가 없는데요. 제가 분명히 약물을 충분히 주사해서-

 “자네더러 뭐라 하는 게 아니고,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게. 그리고 ‘김익호 회장’이 괴한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경찰과 언론에 알려.”

 - 하지만 전무님, 경찰이 개입하게 되면 CCTV도 확인할 거고 그렇게 되면 납치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날 텐데...

 “상관없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 네, 알겠습니다.

 

 익호는 전화를 끊었다. 모든 일에는 약간의 도박이 필요하다. 익호는 이번 판에서 경찰이 김익호 회장이 도주한 것으로 판명하기 전에 진우가 찾아올 거라는데 걸기로 했다.

 

 숨을 돌린 익호는 은영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은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 전무님, 한은영입니다.

 “한 비서, 어딘가?”

 - 집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이쪽으로 다시 와.”

 - 네?

 “서진우가 병원에서 탈출했다.”

 - 탈출...이요? 진우, 서진우가 탈출했단 말입니까?

 

 수화기 너머 은영의 창백한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냉담하게 놈이 탈출했단 말입니까? 정도로 대응할 것이다. 익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은영에게는 계획을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서둘러서 오라고.”

 -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익호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했다. 거울을 보자 ‘서진우’가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익호는 서진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거미줄처럼 거울이 깨지고 유리조각에 찔린 주먹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익호는 주먹에 맺힌 새빨간 피를 입에 가져다대고 핥았다. 신선한 피맛이 입안에 번졌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젊은 피였다.

 

 익호는 깨진 거울 속에서 조각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서진우, 넌 절대 이 몸을 가질 수 없어. 난 내건 절대로 뺏기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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